소설리스트

〈 103화 〉일곱번째 악마. 폭식의 바알 (103/153)



〈 103화 〉일곱번째 악마. 폭식의 바알

"후웅..후웅.."
"헤으응..으응.."

두개의 자아를 가진 루시퍼와 마몬을 상대하는데 꽤나 시간이 지났다.

하루 내내 그녀들과 쾌락지옥을 즐겼다.

밀폐된 방안에서 그녀들과 교감하고 애정을 나눴다.
내 입장에선 행복한 시간이었다.


늘어진 마몬과 루시퍼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지쳐 쓰러진 악마와 타락천사가 양옆에서 잠을 자고 있다.


탐스러운 알몸을 노출시킨 체로  겨드랑이 안쪽으로 붙어 있었다.

처음 봤을 땐 증오하는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제는 소중한 이들로  곁에 남아있었으면 했다.

악마들과 함께한지도 벌써 수개월이 지났다.
루시퍼는 이제 합류했지만 아스모데우스와 레비아탄은 그 정도 시간이 지난 것이다.


부모를 잃은 고아였던 내게 살아갈 목표와 준 그녀들에게 늘 감사했다.
그녀들에게 받은 것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은 별거 없다고 느껴졌다.

"우움..그만.."


방금전에도 지금도 계속 받고만 있었다.
그녀들에게 빚이 계속 생겼다.
악마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면서 운명을 조작한 천사을 찾아야 했다.


과거의 나이 열다섯 살.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악마를 사냥하는 악마수집가가 되었다.
악마들이 나의 부모를 희롱하고 찢어 죽였다.
그 일로 인해 분노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끝없는 복수.

죽지 않는 악마들을 붙잡아 감금하고 내가 죽는 날까지 그들의 시간을 뺏어가겠다고, 내가 유일하게 할  있는 부모의 대한 복수였다.


그렇게 악마들을 모두 붙잡았고 이야기는 시시하게 끝이 나는 듯 했다.


하지만 세상은 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진실은 언젠간 밝혀진다고 했던가.
아스모데우스가 수천 년이 지나고 내 앞에 나타났다.

천사가 나를 이용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증거를 보여줬다.

믿기지 않았지만 현대시대의 부모도 내가 15살이 되던 해에 사고로 돌아가셨다.

과거 첫 번째 부모님의 죽는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

워낙에 치안이 좋지 않던 시대였고, 2차 천마전쟁이 일어난다는 소문과 함께 용사라는 존재도 활동했었으니까.


마왕들도 지상에 자리를 잡아 던전과 왕국을 만들어 세력을 구축하고 있던 난세의 세상이었다.


하지만 같은 운명이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된다는 것에서 의문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다시 수집가의 영혼을 받고 태어난 내가 현대에도 같은 나이에 같은 운명을 맞이하다니.


조작된 운명을 만든 천사를 찾아야한다.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거를 다시 생각해보면 오갈 때 없는 내가 대성당에 머물렀을 때가 있었다.

기도를 함께 하던 내 또래의 고아들도 있었다.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이들도 대다수였다.

신성국은 천사의 운명을 빌려 억지로 그들의 가족을 희생시키고, 남겨진 고아들에게 복수라는 명분을 만들어 악마들을 상대하는 인간병기를 만들고 있었던 거다.

지금의 신성국측 행동만 봐도 정의롭지 못했다.
최근에 기억을 지우는 시크릿 파우더의 사용하거나, 유능한 인재들을 전부 독식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천사와 신성국은 세상의 운을 조작한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보였다.

세상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강요한 것들이 서서히 들어나고 있었다.


아무리 강대한 신성국이라고 해도 귀찮은 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을 거다.
인간을 자원으로 쓴다는 그들의 의도가 보였다.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일회용 소모품처럼 사용됐다는 것에 더욱 화가 났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에 그렇게 희생한 이들이 지금에 와서  운명이 처리되지 않고 계속 반복되고 있다니.


천사들의 안일함과 책임감 없는 모습에 어금니가 꽉 물렸다.


"아흥..수집가.."


신성국에 대한 악감정이 일어나자, 육체가 반응했다.
마몬의 알가슴을 움켜잡아버렸다.

"아.. 미안해 마몬."
"으으..아니다. 괜찮다."

손에 힘이 들어가 마몬이 깨어났다.
꽤나 아프게 잡아서 붉게 손자국이 났는데도 괜찮다고 한다.
나의 마음상태를 느꼈나보다.


악마들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도 현재도 평생 아물지 않는 처절한 외로운 기억.
사람들 속에서 생존해야했고, 홀로 살아가야했던 청소년기.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아라는 시선.
더럽고 불쌍하다는 시선.

인간들 중에서도 내 편은 없었다.
신성국 사제들도 우리를 구두닦이, 청소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신성국 시설을 관리하는 노예였다.


지금의 악마들이 오히려 내 고통을  이해 해주는 동료였다.

"아프면 그만둬도 좋다."
"아니야, 하고 싶어. 이번에도 끝까지 가야지."
"알겠다."

마몬은 늘 기계 같은 말투였지만 항상 나를 지지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힘이 났다.


아무리 강한 힘이 있더라도 난 불안정한 사람이었다.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사회적 동물이었다.
내편이 없으면 쉽게 망가지고 목표가 흐려지지만, 기댈 곳이 있다면 한없이 강해지는 종족이었다.


비록 기댈 곳이 악마지만 나는 만족하고 있다.

"키스해줄래?"
"알겠다. 쪽..츄릅..츄릅.."


옆에 있던 마몬을 한 팔로 들어 올려  품안으로 가져왔다.
풍만한 감각과 함께 그녀를 꼭 포옹했다.


좋은 육질감과 포동함을 느끼며 다시 한  다짐했다.

이 악마들을 지키고 수천 년간 이어져온 연을 끝마치자고.

하며 잠이 들었다.


***

"으아아악!!!"
"살려줘!"

붉은 하늘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사방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거대한 고층빌딩들이 부서지고 있었다.
마치 세상이 멸망하기 직전처럼 보였다.


"여기는.."
"악몽이다."
"너는..나?"
"정확히는 과거의 너지. 말하지 않았나? 사라져야할 존재라고."


그렇게 혼돈 속에서 나 자신을 만났다.

"과거의 나.. 그랬구나.. 루시퍼의 힘으로 또 다른 자아가 만들어진 거구나."
"그럴지도 모르지."

두 자아를 가진 루시퍼의 힘.
그 힘을 봉인한 과거의 나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내 마음속에 머물며 악마들의 힘을 지키고 있던 거겠지.
진실을 아는 과거의 나다.
억울하겠지.
그러니 나자신밖에 믿을  없다.
누구에게도 악마의 힘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지금까지 악몽에 있던 거다.

"악마들의 힘이 천사들에게 넘어간다면 더 위험해질 거다."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어."
"위험해질 확률이 더 크지. 천사도 악마의 힘에 타락한다는 걸 그 누구보다도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어."

나와 내가 말을 하는 게 웃기면서도 믿음이 갔다.
나는  가장  아니까.

"정말로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나?"
"아니야?"
"넌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20살짜리 남자소년일 뿐이다."
"팩트로 말하니까 서럽네."
"사실이니까, 아직 30~40년짜리 경험으로만 활동할 뿐이다. 더 성장해야해. 이렇게 되는 세상을 막으려면.. 모든 기억이 필요하니까."
"아직 나는 부족하다는 거구나. 루시퍼까지 합류했는데."
"그녀도 같이 성장해야겠지..아니 꼭 그래야만해. 더욱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선 그녀와의 관계는 필수다.“

빠르게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내 자신은 아직도 멀었다고 말한다.


“너무 실망하지마라. 너에겐 이제 악마들이 붙어있으니 금방이다."
"알아. 일단 아카데미 조기 졸업이 목표고, 그이후로 천사들을 만날 방법을 찾아야겠지...그건 그렇고 저건.."
"그것도 중요하지만.."


붉은 빛이 하늘인줄 알았는데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붉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수천만 개의 날개가 달린 괴수.
흡사 소행성이 내려오는 듯하다.
 괴수주변에 날개 달린 몬스터들이 벌떼처럼 날아다녔다.

"저게 뭐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악마들은 악몽을 꾸며 미래를 보지."
"앞으로 실제로 나타난다는 건가?"
"우리가 잠들어 있을 시기에 괴수 베히모스도 그랬다. 인류가 태어나기 전, 천상에서 저런 괴수들을 게이트 너머로 수감시켰다. 하지만 오랜 시간 방치되었을 거고, 저들은 강해졌겠지. 거기에 게이트 균열이 나타나면서 저런 괴수급 몬스터들이 세상에 나오고 있다고 본다."
"와.. 잘 알고 있구나."
"그러니까 기억이 부족한 거다 너는.. 이것도 이미 너도 아는 정보다."

과거의 내가 알고 있는 사실.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았다.

녀석은 내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느낌이다.
힘을 키우고, 기억을 되찾아, 천사를 마주한다.
그리고 앞을 벌어질 재앙을 막아낸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도 천사가 나타나지 않는 건가.."
"그 말은 즉 천상은 인류를 버렸다는 거지."
"본인들이 묶어둔 몬스터들이 밖으로 뛰쳐나오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하긴 했을 거다. 지상에 있던 힘의 제한이 풀렸으니까."
"제한.. 고작 그게 대응이라고? 지상을 우리들 손으로 지키라는 말이잖아?"
"매우 수상하고 이상한 일이지."

천사들이 이렇게까지 자긍심이 사라질 줄이야.
어디든 천사들의 힘도  이어지면 썩는 건 똑같다는 건가.

세상을 수호하고, 악을 심판하는 천사마저도 이렇게 바뀌다니.

결국 세월이 지나 천상을 무너진건가 싶다.

아니면 이것이 천상의 본래의 모습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후..어쨌거나  이상한 현상은 헌터를 말하는 거고.. 각성이 일어난 건 우연히 아니라는 거지?"
"다 계획된 일이라고 나는 생각된다."
"나도 그래. 여러 가지가 의심이가."
"확실하지 않으나, 세상에 비춰지는 천사들의 모습은 인류를 버린 것과도 같다."


그래, 이상하기도 했다.
신성국을 엎어놨는데도, 천사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서서히 악마들도 활동하는데 경계하거나 감시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게이트가 세상에서 열리는데도 방치되고 있었다.

"천사들 단체로 도망간 거야 뭐야?"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도 수천 년 만에 운명이 조작된 거라고 알게 되었으니까."


과거에 있던 나 자신 말을 공감하며 악몽의 세상이 무너지는  지켜봤다.

정말이지 악몽이다.
보고 있는데 막을 수가 없었다.


쓰러져가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도 손이 닿지 않았다.


"약하면.. 구하는 것도 못하지."
"약하면 진실을 알 수도 없고 말이야."
"세상을 멸망으로 부터 지키기 위해선 강해져야한다."
"천사들을 마주하고 진실을 듣기 위해서도 강해져야해."

그렇게 다짐하며 붉은 하늘과 괴수를 바라봤다.


***

눈을 떴을 땐 붉은 하늘이 아닌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홀로 침대에 누워있는 나 자신이었다.
밤새도록 내게 안겼던 루시퍼도, 내 마음을 알고 있는 마몬도 없었다.


아마도 각자의 자리로 향한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악마들은 나를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자신들이 하는 일도 욕심이 있었다.

내게 묶여있지만 언제나 자유분방한 이들이다.


'나도 슬슬 일어나야지.'

다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움직인다.

오늘도 평범하지 않을 삶을 기대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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