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8화 〉일곱번째 악마. 폭식의 바알 (108/153)



〈 108화 〉일곱번째 악마. 폭식의 바알

폭식과의 기억을 회상하며 상상해봤다.

폭식은 먹을  있는 거라면 모든 좋아하는 악마였다.

심지어 자신이 만든 흡혈귀까지도 훌륭한 음식재료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삶의 자체가 먹기 위해서 그리고 배부르기 위해서 노력했다.

아기로 태어난 생명체로써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먹는 것이라고 했다.

먹지 못한다면 성장할 수도, 생존할 수도 없으니.

영양분 섭취라는 것에 극단적으로 발달한 악마 폭식은 주변에 살아있는 것들을 모두 먹어치웠다.
폭식은 피라미드 최상층 포식자였다.

"폭식을 생각하세요?"

아스의 야릇한 말에 추억의 속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내가 머릿속이 어떤 생각으로 가득했는지 알고 있다는 미소였다.

"바알은 얌전한 악마였지만 과거 벨페고르가 인정할 정도의 강함을 가진 악마였죠."
"그랬었지."
"감옥 안에서도 제일 시끄러웠잖아요. 철창도 빨아먹고, 제노사이드도 씹어 먹고 말이에요."
"맞아, 아스 다음으로 제일 시끄러웠어."
"아잉, 기억해주시니 영광이에요."
"칭찬 아니야."

잔인하고, 씁쓸한 재미없는 과거이야기다.
서로 좋을 것 없는 추억인데, 악마들은 사람과 다르게 과거에 연연하지 않았다.

아니면 악마들은  괴로운 기억이 오랫동안 남게 해줬기에 나를 저주하기 위해 선택했다는 느낌이었다.

"아스모데우스, 그 녀석은 이번에도 잔뜩 먹냐?"
"그렇겠지?"
"뭐.. 요리한다고 들었는데?"
"기억은 잃었어도 악마의 본능은 살아있는 거지. 그래서 소식만 듣는 정도만 알고 있었어."

악한 감정이 끓어오르는 지옥에서 태어난 음욕.

아스는 수천 년을 살면서 다양한 남자를만나왔었다.

사람부터 시작해 몬스터나 천사, 심지어 영계의 인물까지도 만나왔다고 했다.

'영계에서 누구를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홀리고 영혼을 보는 법을 배웠다고 했던가..'

과거의 악마수집가였던 나의 영혼을 찾아낸 아스였다.
그리고 대죄의 자리를 가진 귀족악마들의 영혼번호를 알고 있었다.

사탄처럼 작정하고 숨기거나 바꾸면 찾지 못하겠지만, 영혼번호를 숨기는 방법을 아는 생명체들은 몇 없을 거다.

대부분 과거의 인물들을 찾아낼 수 있는 아스모데우스였다.

"다 왔어요."
"뭐야, 자주 가던 피자가게잖아."
"그런 거지. 자! 들어가자고."

이곳은 레비아탄과 처음 왔던 피자 체인점이었다.
그것도 꽤나 자주 왔던 장소였다.

-딸랑딸랑.

깔끔하게 제복을 입은 여사장과 카리스마 넘치는 여선생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손님?"
"세 명에 얼티밋 쉬프림 피자 라지로 한판 그리고 지금 주방에 계신 오너도 불러주세요."
"네..네? 오너.. 알님을 말씀하신건가요..?"
"그래요."
"제..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훗..괜찮아요. 그녀와 오래된 친구사이니까요"
"아..아! 알겠습니다!"

한숨을 쉬며 주방으로 달려 나가는 여직원분을 보며 의자 위에 앉았다.

"너무 놀리네."
"후훗. 귀엽잖아요."

자신의 부하직원인 것처럼 대하는 아스.
역시나 장난을 좋아하는 악마다웠다.

"하긴 넌 여자든 남자든 가리지 않았지."
"궁금해요? 알려줄까요. 분화선생님?"
"으, 싫어."
"왜?  번만 해봐요. 보관님이 우리들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자극을 알 수 있다니까요?"
"그러니까 싫어. 징그럽게 시리."

사탄은 빠직하며 내가 물을 따라준 물 컵을 들어 벌컥벌컥 마신다.
진작 여러 가지 상상을 한 사탄이었다.

아스는 그런 모습을 보고 입맛을 다시는데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거 하지 마."
"왜요~? 분명 좋아할 텐데~ 저도 동생 쪽도."
"나도 싫어."

아스의 마음을 알다가다도모르겠다.
한때는 순수하게 사랑을 말하면서, 또 어쩔 때는 문란하고 음란하게 흘러가길 원했다.

"하지마라고 하니까 더하고 싶어지네요. 후훗."

-땅콩.

"아양~"
"맞는 소리도 이상해."

음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아스의 이마에 약한 딱밤을 가해 정신을 차리게 해줬다.
아프지 않지만 귀여운 목소리를 내며 윙크와 함께 살짝 혀를 내미는 모습이다.

그녀의 작게 웃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였다.

우리  테이블로 다가오는 발소리와 찰랑거리는 바람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어요."

고개를 돌려보자.
은빛머리칼을 가지고있는 여인이 초롱초롱한 하늘색 눈빛으로 우리들을 보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알."
"누구.. 아. 전에 만났던 KP여사장님이시군요?"
"기억하시네,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미안해요."

약간 통통하다고 느껴지는 볼살과 가운데 이상할 정도의 큰 가슴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었다.

전체적으로 살이 쪘다는 느낌보다는 귀여운 육덕.. 아니동글동글하다는 느낌이다.

수컷인 내가 흥분할만큼의 몸매.

백이면  악마가 확실했다.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도 찾아뵈려고 했는데 워낙 바쁘다보니 그러지 못했네요."
"알고 있어요. 최근에 해외 쪽으로 돌아다니셨다고 들었어요."
"신대륙 쪽에 프렌차이즈를 하나 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다보니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줘야해서요. 몇달 동안 그쪽에 머물렀거든요."
"어머나, 그렇게나 바쁘셨군요."
"바쁜 만큼 고객님들에게 감사한일이죠. 사장님도 바쁘시잖아요?"
"그렇죠? 후후. 요즘은신경 쓸 이들이 많아져서요."

아스가 슬쩍  쪽을 바라본다.

"이쪽은.. 고구려아카데미 헌터생분?"
"인사가 늦었습니다. 고구려 아카데미 A반 김보관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알이라고 해요. 사장님과 함께 있는걸 보니까 KP그룹의 헌터 지망생인가 보군요?"
"네."

손을 건네는 알을 보고 나 역시도 손을 내밀었다.
서로 손을 마주잡고  번,   손을 흔들었다.

"그럼 저쪽은.."
"분화선생님이라고..."

사탄이 자신에게 주목되자 가볍게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내린다.


그리곤팔짱을 끼곤 다시 홀로그램 폰에 집중한다.아마도 아카데미에서 연락이 온 듯 싶다.

"바쁘신 거 같네요. 분화선생님은 저희 그룹의 명인급 헌터, 고구려 아카데미 선생님으로 역할을 하시고 계시죠."
"분화선생님.. 붉은 머리칼.. 짙은 피부.. 어! 아! 미노타우르스를 일격으로 처리하셨다는..!"

고구려 길드의 유명한 분화선생이라는 걸 알게 되자 더 똘망똘망한 눈빛이 되어버린 알이다.

관심이 무척이나 많아 보였다.
그것도..

"저..저.. 분화선생님 싸인  해주세요!"
"앙? 잠깐만.. 이것만하고."
"네! 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알은 분화선생님의 열성팬인 듯 했다.

***

"오늘 즐거웠어요! 사장님, 분화선생님!"
"만족하셨다니 다행이에요."

만남이후 알의 체인점에서 식사시간을 가졌다.
같은 공간 안에서 악마들과 악마수집가가 함께했다.

그렇기에 폭식의 힘이 깨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벨페고르때 처럼 은밀하게 악마의힘이 서린  컵이나 도구를 만들어 만지게도 해보고, 악마수집가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해봤지만 알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알은 악마의 힘을 깨우지 못하고 떠났다.

"왜지.."
"그러게요. 이런 일은 처음인데요."
"본래 귀족악마라면 작은 악마의 힘만 느껴져도 반응이 올 텐데 말이야."

악마인 둘도 이상함을 느꼈다.
악마가 악마로 돌아가지 않는 현상 때문에 말이다.

"그 말은 즉.."
"본능적으로 악마가되기를 거부하는 건가."
"그럴 수 있겠네요."
"본인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악마는 야망과 욕심이 있어야하니까. 흐읍..후우.."

악마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본능에 따르고, 감정에 솔직해야 100%의 악마 힘을 사용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성적이고 자신의 신념에 감정을 숨긴다면 악마의 힘을 발휘할  없었다.

"그냥 놔둬도 될지도.."

세상을 살아가는 바알.
오히려 악하지 않았고,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와 대화해보면 알  있었다.

건강한 생각과 단단한 마음을 가진 위인.
표정과 행동하나하나에 의지가 보였으며, 오히려 악마보다 천사와 가깝게 느껴졌다.
그녀는 모두가 인정한 매력적인 기업의 오너였다.

***

헌터대회 결승이 끝이 났다.
우승은 다름 아닌 정태식이었다.

사탄에게 기권한 나였고, 사탄역시 우승에 관심이 없으니. 기권했기에, 자연스럽게 천사의 힘을 가진 태식이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 다음은 축제분위기로 아카데미가 들끓었다.

물론 이번 달에 축제가 계획되어 있었지만 유명한 아카데미가 출전하고 경쟁하는 경기에서 당당히 우승한 거다.

고구려 길드나 정부 측에서도 지원이  것이다.

우승자와 함께 화려하게 축제를 열자고 말이다.

"으하하! 봤는가! 나의 크나큰 성검을! 아야앗!"
"거만한 행동 보이지 마. 용사답게 있어."
"아씨..멀린 누나는 즐기지도 못하게 한다니까."
"오히려 우승해도 의젓하게 있는게 멋있는 법이야."
"그런 거 나랑은 안 맞는데."

태식이는 전투경기 때문에 나와 멀린, 엘루나씨, 헬레나만이 게이트를 다녀왔다.

물론 게이트 클리어를 하면서도 은밀한 만남이 지속되었다.

그만큼 우리들은 강해졌다.
몬스터를 사냥해 성장했고, 그녀들과 잠자리를 가지고 악마의 힘까지도 증폭시켰다.

멀린은 마물이나 흑마법까지도 다루게 되었고, 엘루나는 어둠의 정령을 사용함으로써 잠깐이지만 다크엘프화가 되었으며, 헬레나는 보조하는 힐이나 버프 말고도 악마의 축복으로 몬스터들을 검붉은 불길로 정화하기까지 했다.

우승은 정태식이가 했지만 주변에 있는 파티 원들은 이미  세 단계 앞서고 있었다.

"축하해 태식아."
"보관아. 후후, 아쉬워 결승전에서 만나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러게. 난 좀 더 노력해야 할 거 같더라."
"하하, 천천히 따라오라고."

태식이는  어깨를 툭툭 치며 용기를 복돋아줬다.
역시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용사다웠다.

"태식.. 너야말로 따라오려면 한참..읏."

-꼬집.

앞에 상황을 알고 있는 멀린은 태식의 모습이 한심했는지,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녀의 엉덩이를 꼬집어 제지했다.

본 실력으로는 내게 택도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멀린이니까.

우승이라는 업적에 신나있는 태식이 한심하게 느껴진 거다.

아직 자신의 수준을 모르는 태식이를 알게 해주고 싶어 했지만 내가 막아섰다.

말실수를 해서 태식이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상황이 복잡하게 꼬일 테니까.

"자! 오랜만에 즐겨볼까나!"

태식이는 소리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먹을거리와 놀거리 속으로 말이다.

"나쁘지 않네."
"레비님은 축제를 좋아하시나봐요?"
"흥!, 별로야! 어? 저거 뭐야?"
"총으로 인형을 맞히는 거예요. 다 맞추면 선물도 줄걸요?"
"재미있겠는데.."
"가서 해볼까요? 어려운데.."
"당장가자고. 내가 보여줄 테니까."

여러 상점가에 호기심이 생긴 레비아탄. 그녀를 보좌하는 헬레나.

태식이가 신경 쓰여 따라가는 멀린과 엘루나씨.

그리고  혼자가 되었을 때였다.

"음?"

고개를 뒤로 돌려봤다.

'누구지.'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한순간의 기분이 느껴졌는데 미묘했다.
나를 보는 시선이 살육적인 목표로 보는 눈이 아니었다.

'관심..아니 나를 알고 있는 느낌이었어. 익숙하면서..'

하지만 숨어서 나를 지켜본다는 것은 나를 노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함정을 파기 위해 앞으로 걸어갔다.

'느리게.. 나를 보고 있는 이가 쫓아올 수 있도록..'

인적이 드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카데미의 공원쪽으로 가다가 옆에 보이는샛길로 돌아 들어섰다.

그리고 들어오는 이 자리에서은신하며 기다린다.

'3..2..1..왔군.'

"여기 였는데.."
"맞아 여기였어."
"앗..! 읍읍!"

나를 따라온 자의 입을 막으며 투명화가 풀린다.
서서히 손과 함께  몸이 나타났다.

"소리 지르지 않겠다. 그리고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하면 살려주지."

-끄덕..

그 자의 끄덕임에 손을 풀었다.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악마였다.

"그레모리, 내게 수집되려 온 건가?"

황폐한 사막의 색깔과 같은 갈색머리에 갈색 눈동자.
사막의 악마다운 모습의 여인이었다.

"아니.. 그게.."
"똑바로 말해."

겁을 먹은 것인지 그레모리는 똑바로 나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에 봤던 악마답지 않아 그레모리."
"당..당신 때문이라고. 힘이 없어서.."
"그래서 힘을 돌려받으면 나를 마주할 있나?"
"그..그건.. 꿀꺽.."

6개의 각기 다른 악마의 힘을  그레모리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거대한 힘은 아니지만 짙고 촘촘한 힘에 자신도 모르게 두려웠다.

"귀족악마들의 힘을 내가 무슨수로.."
"그럼 뭐지?"

그녀 앞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매만졌다.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얌전하게  손길을 받아 들였다.

"아으..그러니까.."
"말해. 왜 나를 숨어서 봤지?"
"부탁하고 싶어서...요."
"부탁?"
"바알님을... 악마로 되돌려주세요.."

그녀의 부탁에 물음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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