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일곱번째 악마. 폭식의 바알
사슴의 형태를 가진 악마 푸르푸르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서서히 과거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수집가님이 죽은 뒤에 악마들은 수집가님에게 모든 힘을 뺏긴 상태로 사슬감옥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렇게 벗어난 악마들은 힘을 잃은 상실감과 공허감에 멍해졌습니다."
아스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모든 악마들이 내가 죽고 풀려났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주변에 있는 건 나와 같은 악마들이었죠. 굶주린 악마는 동족도 먹잇감으로 보는 짐승이 되고 말았습니다."
"같은 악마들의 힘을 쟁취할 생각이었군."
"맞습니다. 저희 악마들은 욕심과 욕망의 충동을 그 어떤 종족보다도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존재들이니까요."
본능을 성스럽게 여기는 악마.
분노의 정의를 선택하고
오만의 신념를 가지며
탐욕의 성장을 추구하고
나태의 소중함을 알며
질투의 목표를 가지고
음욕의 사랑을 본다.
다른 이들이 보는 악마들은 괴물과 악일지 몰라도 잠깐이나마 함께 있었던 나는 성스럽다는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신이 성스럽다고 생각하는 인간과 악마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신앙적인 부분에서 만큼은 악마들도 순수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움직였습니다. 악마를 먹고 잃어버렸던 과거의 영광을 누구보다 빠르게 되찾기 위해서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그때였습니다. 귀족악마를 잡자는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그게 누구야?"
"그레모리."
"흥, 방금 도망간 녀석이구나?"
"그 악마는 폭식의 밑에 있던 악마이기에 누구보다 먹는 힘을좋아하는 악마입니다. 우리들의 충동을 흔든 것이지요. 악마들은 제 정신이 아니기에 그 말에 찬성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큰 힘을 빨리 얻기 위해서 욕심을 부렸습니다."
'충동과 본능만 남은 악마들은 좋고, 크고, 아름다운 것에 눈이 먼 상태가 되어 좀비처럼 귀족악마를 본 것이겠지.'
"그게 실수였습니다."
"실수?"
"네, 귀족악마. 제가 노렸던 악마 폭식의 바알님은 다른 악마들과 다른 존재였습니다. 우리들은 바알님을 볼 때 바알님은 악마수집가님을 봤던 겁니다."
"나를 봤다라.. 이해가 안 돼. 나는 죽어버려서 악마의 힘과 함께 사라졌다. 나를 먹는다 한들 아무 힘도 없는 시체일 뿐이야."
"아닙니다. 수집가님에게는 아직 힘이 남아있었습니다. 모든 악마들을 붙잡았던 힘 말입니다."
"설마.."
푸르푸르의 말에 머리를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생각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의 수가 있었다.
계속 악마의 힘만을 생각하고 있는 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생각이 갇혀 있던 거다.
처음부터 바알은 악마의 힘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있던 거다.
"천사의 힘. 제노사이드를.. 먹었구나."
"맞습니다. 바알님은 수집가님의 시체와 함께 사슬형 제노사이드를 먹어 치운 겁니다."
"하지만 제노사이드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텐데."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시작됐습니다. 바알님의 머리칼과 비슷한 하얀 날개가 피어오르는 걸 봤습니다. 분명 바알님은 날개가 없었는데... 그 날개 속에서 사슬들이 튀어나와 악마들의 이마를 관통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슬을 통해 악마들을 뽑아 먹었습니다. 모기나 피를 빠는 것처럼 말입니다. 수백의 악마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말라비틀어졌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서 죽으며 생각했습니다. 천사의 무기가 타락했구나. 말입니다."
...
레비아탄이 주머니에서 막대알사탕을 하나 까며 입에 물며 말을 했다.
"천사의 무기가 악마에게 타락한다니. 웃긴 일이네. 쩝쩝."
"아니. 하얀 날개라고 했어. 천사의 무기가 타락한 게 아니야."
"그럼 뭐야. 바알이 천사로 타락했다는 거야 뭐야?"
"그게 가장 크겠지."
"말도 안 돼! 타락한 악마라는 건 내가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바알이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어."
"뭐라고?"
바알은 수백 년간 나와 함께 하면서 말을 했다.
배고픔이라는 고통이너무 싫다고 말이다.
인간들처럼 적당히 먹고 적당히 살고 싶다고 말을 했다.
평범하게 조금만 먹으며 살아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마족으로 태어나 악마의 이름과 핏줄을 이어받은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
본능에 따르고 남의 것을 먹으며 점점 더 몸을 부풀려야하는종족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먹어 사막으로 만들었다.
바알을 사막으로 만든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내가 죽는 날 미안하다고 했다.
모든 것을 먹고 파멸시켜서 말이다.
자신이 존재하면 모든 것이 사라질 거라고 말을 했다.
마지막에 그런 말을 듣고 있던 나는 의식이 서서히 끊어졌던 기억이 있었다.
"다시 바알을 만나봐야겠어."
"잠..잠깐! 무슨 말을 하는지 너무 어려워! 그리고 가서 또 어쩔 건데! 그냥 놔두기로 했잖아!"
"내 잘못이니까. 내 손으로 풀어야해."
"너 항상 잘못했다하냐! 나한테도 다른악마한테도 으으.. 정말이지 짜증난다고!"
레비아탄이 화를 냈지만 이미 몸은 돌려 건물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당장 바알에게 향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얀날개를 가진 바알에게 말이다.
"그 녀석 어디 있는 줄 알고 가는 건데!"
"어디인지 맞출 수 있어."
"어떻게!"
"그레모리. 음욕의 흔적이 느껴져. 분명 바알이 있는 쪽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을 할 거야."
"뭐야, 이미 도망갈 줄 알고 있었잖아."
"내 것이 아니니까."
"칫..그럼 난 니꺼냐."
"...그래. 그러니까 푸르푸르와 니베리우스를 부탁할게. 헬레나도."
"으으.. 알았으니까. 그건 신경 쓰지 말고 바알이나 데려와. 질투는 나지만.. 6명 모인 김에 7명까지 세트로 모으라고 이 바보수집광아!"
"고마워. 레비아탄"
"흥!"
기류에 떠다니는 그레모리의 흔적이 보며 달려 나갔다.
그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던 레비아탄이 아무도 들리지 않는 혼잣말을 흘렸다.
"바보주인. 바알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은데."
***
레온사인이 가득한 도심 속을 지나쳤다.
천천히 가도될 테지만 마음이 급했다.
과거에 복수심을 악마들에게 풀던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려는 마음인지 아니면 그녀도 수집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우웅!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8차선 도로를 뚫고 무단행단을 하며 도착했다.
풀숲에 가려진 안쪽으로 더 이동했다.
서서히 주차장과 쓸쓸히 남겨진 공원이 보였다.
악마들과 함께 와봤던 장소였다.
신성국 대성당.
신성국의 불선의혹에 폐쇄된 장소가 된지 몇 개월이 된 곳이다.
신성국 측은 자신들의 의혹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의미로 멀린과 헬레나를 남겨두고 본국으로 모두 돌아갔다.
그런데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장소에서 기운이 느껴졌다.
성스러운.. 아니 하얀힘이 느껴졌다.
-스슥.
'루시퍼.'
풀숲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악마의 힘을 사용했다.
모든 걸 모방하는 오만의 힘으로 내 자리에 가짜를 만들었다.
동시에 몸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서서히 나를 은밀하게 지켜보고 있는 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녀석의 어깨를 잡았다.
-덥썩!
"아! 어떻게! 으읍!"
"그레모리. 아까와 똑같은 조건이다."
그레모리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를 풀어줬다.
"왜 거짓말 했지?"
"죄..죄송합니다. 어쩔 수가 없었어요."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대가로 죽어야겠지."
"잠..잠깐만요! 수집가님의 악마의 힘이 탐나긴 했습니다! 하지만 수집가님의 힘을 보고 저는 다시 깨달았어요! 바알님을 정말로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는 걸요!"
"그래서 도망갔다는 건가?"
"네..네!"
"한 번 배신당한 내가 왜 너를 믿어야하지? 이미 거짓으로 나를 궁지에 몰려고 했던 악마를 말이야."
"그건..맞아요. 제가 진심이라고 말해도 들어줄 리가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악마. 악마답게 가겠어요. 또 한 번 당신의 수집품이 될 테니까..!"
"그레모리.. 예전의 모습과 변하지 않았구나."
"네..? 아윽..!"
카임의 단검이 그레모리의 가슴에 찔려 들어갔다.
"아..아..왜.. 저는 악마답게.."
"레비아탄이 너한테 눈길을 주지 않는 이유가 있었군."
"아.."
"도태된 악마는 악마가 아니야. 힘을 잃었어도 상위권을 향하여변화하는 게 악마다. 악마의 힘만을 보고 구걸하는 게 악마가 아니라."
"그게.. 나태한 힘이.. 아닌가요.."
"나태는 기다림이다. 너는 게으른 거지. 악마의 근본적인 힘도 모르는 넌 더 이상 악마가 아니다."
"아..바알님."
그레모리가 바닥에 쓰러진다.
그리고 서서히 흐릿해진다.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게 아니라 증발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역시 천사의 힘이었군. 정지, 법칙, 소멸.'
그레모리는 과거의 모습대로 멈춰있었다.
성장도 하지 않았고, 그 상태로 그 모습으로 유지만 하고 있었다.
태어나고, 생존하고, 죽고를 반복하지 않아보였다.
수천 년전 그대로의 행동과 모습이었다.
천사들이 좋아하는 방식.
유지의 법칙이었다.
과거에 내가 추구했던 방식이기도 했다.
-처벅.
그레모리가 소멸한 뒤에 대성당으로 향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게 느껴졌다.
사방에 보이는 고귀한 조각상들.
어리고 작은 천사들이 하트모양 화살촉이 박힌 화살을 잡고, 사랑과 노래를 하는 모습.
신이 머리를 조아리는 인간들에게 사과를 주는 그림.
악마와 괴물들이 감옥에 갇혀있는 모습.
그렇게 아름답게 대성당을 꾸며주는 꽃들과 식물들.
그리고.
"어서 오세요."
대지의 여신이 그려진 유리창 스테인드글라스와 함께 달빛에 비춰진 바알의 모습이 보였다.
"오랜만이구나. 바알."
하얀 머리칼과 하얀 눈동자.
거기에 동글동글한 모습으로 뒤에 그려진 여신.
풍작을 담당하는 대지의 여신과도 같은 악마가 서있었다.
"저번 주에도 만났잖아요."
"더 놀고 싶나?"
"헤에.. 예전에 알던 수집가답지 않네요. 혹시.. 귀족악마들로 인해 빛을 등지고 타. 락. 하셨나요?"
"..오히려 바알 네가 타락한 게 아닌가?"
"으응, 저를 이렇게 만든 게 당신이잖아요. 악마는 괴물. 악마는 악이다. 저도 이제야 깨닫고 세상을 정화하는데 힘쓰는 거뿐이에요."
"정화.."
"맞아요. 정화죠. 악을 처단하고, 세상을 구하는 거예요. 특별하고, 변수가 있고, 불법적인 것들을 제거.. 격리 시키는 거예요."
바알은 신성국의 이들이 생각하는 사고방식으로 말했다.
거기에 천사들이 만든 규율이 인정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말을한다.
"정해진 것과 법칙이 있어야 깨끗한 세상이 되는 거예요. 무법지대는 늘 사상자만 늘어나고 파멸하죠. 수호하며 전쟁을 줄이기 위해선 숨어있는 악을 찾아내야하죠. 과거 수집가가 하는 일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내가 했던일을 지금까지 이어온 거냐! 바알!"
"헤에.. 알고 있었나요?"
"일부 악마들의 기억이 지워진 흔적 네가 한 거지."
"훗.. 맞아요."
"일부러 악마의 힘을 푸는 것도 너고. 나를 죽이기 위해서.."
"후후, 더 큰 악을 찾기 위해 풀어 논거죠. 덕분에 당신이 벨페고르를 악마로 만드는걸. 잘 봤어요. 당신은 이제 죄가 늘은 거죠."
최근 나와 악마들의 힘으로 일어난신성국 침입사건도 있었다.
마음에 계속 걸렸었다.
상위천사가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에 의아했다.
그런데 천사 측에서 반응이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바알이라는 타락한 악마가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거다.
이미 이 구역에 임명된 천사가 있었기에 천사들이 움직이지 않았던 거다.
한 지역에 한 천사가 담당하는 게 천사들의 규율이었다.
이미 천사. 아니 바알은 이곳에서 우리들을 보고 있던 거다.
"어떻게 천사들에게 권한을 인정받은 거지?"
"그거요? 간단해요 폭식이라는 악을 포기했으니까요."
"악마의 힘을 포기했다고?"
"맞아요. 배고픔, 욕망, 욕심만 생겨나는 악마의 힘 따위는 쓰레기랍니다. 지금이 좋아요.아무것도 느껴지지도 필요하지도 않아요. 그저 악을 처단만 하면 될 뿐.."
대성당 중앙에서 하얀 날개를 번쩍 펴 올린 바알은 살짝 허공 위로 부유한다.
사방으로사슬형 제노사이드를 펼쳤다.
수백가닥의 철사 줄이 사방으로 뻗어나가 물처럼 흘렀다.
-칭..칭..
"악마출신의 악마인 저는 악마를 잘 아니까. 기다리고 기다렸어요. 당신이라는 악을 처단하기 위해서요."
"내가 악이라는 건가.."
"네, 모든 악마들이 당신을 보고 있으니까. 당신만 처리하면.. 세계평화는 지속될 거랍니다. 이번엔 죽음으로 도망가지 말고 제대로 된 심판을 받아주세요. 이번에도 똑같이 악마의 힘을 봉인한 상태로 수백 년간 감옥에 갇혀 있는 거예요. 알겠죠?"
"그건.. 안되겠는걸. 바알.."
"헤에.. 심판을 거부 하시는 거예요? 좋아요. 이걸로 확신했어요. 살고자하는 마음에 욕심을 부리다니. 당신은 타락했어요."
"그럴지도 모르지."
바알의 사슬이 쏟아진다.
그무수한 사슬에 비해 빈약한 카임의 단검을 들고 마주한다.
-톡..톡톡톡톡!!! 쾅쾅쾅!!
사슬을 피하고 막아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목표는 바알.
하지만 바알은 내 접근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왼손에 카임의 깃털을 만들며 그녀를 향해 던졌다.
-휘리릭! 팅팅! 훙..
제노사이드가 자동으로 방어하며 막아선다.
나는 그 틈에 발람의 힘으로 모습을 감췄다.
"헤에.. 발람의 힘인가요?"
귀족악마도 찾기 힘든 힘.
-휘리릭! 쨍그랑!
사슬을 사방으로 움직이자 주변에 보이는 의자와 유리탁자를 부셔버린다.
"어디 있어요? 잡혀주셔야 죗값을 치루잖아요."
사슬에 휩쓸리기라도 하면 그 질긴 오우거 가죽도 찢어진다.
벨페고르의 털이 있기에 몇 번은 버틸 수 있지만 무수히 많은 저 사슬을 언제까지나 스치는 걸 막거나 피할 순 없었다.
전기톱보다 예리하고 강한 사슬이사방으로 춤을 추며 내려치기 시작하면 벌을 받기 전에 죽음이 먼저 다가 올 것이다.
대성당 여신이 그려진 유리창에 붙어 고민했다.
'죽이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가. 루시퍼 때처럼 힘을 가져가야 하나?'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지만 그렇기엔 주인의 몸을 지키는 사슬형 제노사이드가 까다로웠다.
'죽여야 할까..'
아니 죽일 수 없었다.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야 했다.
아스의 부탁과 내 잘못이 있으니까. 책임을 져야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바알의 목과 심장을 노릴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아스모데우스가 천사를 타락한 이야기 말이다.
'시도해볼까.'
지금 보니 바알은 천사의 모습보다 악마의 모습이 더 좋게 느껴졌다.
악을 처단하는 집행자가 아니라.
먹을 것만을 밝히는 순수한 악마가 말이다.
타락한 악마의 힘이 주입된다면 다시 되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루시퍼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카임의 단검에 집중했다.
단검에 음욕의 힘을 주입했다.
야하고 음란한 음기들이 모여 타오른다.
"거기.. 있었군요."
악마의 힘이 일어나자 내 위치가 들켰다.
곧 바로 날아오는 사슬이다.
창틀에서 바알의 사슬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봤다.
바알은 왼손잡이다.
왼쪽에 있는 사슬들이 0.9초정도 더 빨랐다.
그러니 오른쪽으로 피하며 왼쪽으로 움직이며 피하는 동선이 보였다.
-씨이익!
"잘 피하네요. 역시 과거에 악마를 수집가인가요?"
단검을 잡고 파고들었다.
점점 더 쏟아지며 이제 팔다리를 스친다.
-땡그랑..!
많은 사슬이 몸을 쳐내며 결국 나는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단검이 허무하게 굴러갔다.
단검은 그녀의 앞으로 굴러가다 부유한 그녀의 밑에 멈춰 섰다.
"읍!"
사슬들이 쓰러진 나를 옭아맨다.
"악은다 성장하기 전에 뿌리를 뽑아야죠."
"..."
"평생. 사슬감옥에서 반성하세요."
"그건 싫군.."
"네?"
-콰직!
"어떻게..?"
바알은 뒤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당황한다.
그녀의 뒤에서 나타난 나는 바닥에 떨어진 단검을 들고 등을 찔렀다.
모든 공격이 한곳에 치중한 사슬은 방어를 하지 못한다.
내가 아는 법칙이었다.
법칙을 중요시하는 천사의 무기니까.
그 기회를 노렸다.
작은 틈을 노려 그녀에게 찌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함정을 판 것이 성공한 거다.
창문에 매달려 악마의 힘을 쓴 건 내가 아닌 가짜다.
악마의 힘을 사용하면 천사인 바알은 의심 없이 반응하여 나를 찾아 낼 거다.
찾았다면 전력을 다해 잡으려고 할 거다.
그때 진짜인 나는 투명한채로 그녀에게 접근해 일부러 흘린 악마의 힘이 담긴 단검을 바닥에서 들어 올려 그녀에게 찔러 넣은 거다.
"역시..악마들이 좋아할만하군요. 뛰어나고 위험하고 노련해요. 하지만.."
-칭!
"컥!"
-쾅! 쿠르르!
파동에 단검이 뽑혀 날아갔다.
나도 사슬과 파동으로 인해 날아가다 벽에 부딪친다.
벽이 무너지며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헤헤.. 악마는 악마출신이 잘 안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스모데우스의 힘으로 저를 변태로 만들 생각일 텐데 그런 건 통하지 않아요."
단순하게 생각한 나는 실패했다.
바알은 음욕이 통하지 않았다.
-쿵..
"으윽..정말 큰일 나겠네.."
"그러니 포기해주세요."
잔해들을 치우며 일어섰다.
멀쩡하고 고귀해 보이는 바알이 보였다.
'어쩔 수 없군.'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그러니 악마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로 다짐했다.
악마의 힘은 본능에 취하는 힘.
루시퍼가 말했던 지배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눈앞에 있는 바알이 가지고 싶은 욕망을 억지로 개방하며 악몽속에 있는 나를 끌어냈다.
"크르르."
"정말로 악이 되려고 하는 건가요?"
"아니. 내가 바라는 건 한 가지. 내 부모의 운명을 바꾼 천사에게 복수를 하는 거다."
"그 마음이 악이라는 거예요.."
-치이잉!
다수의 사슬들이 날아든다.
"힘좀. 빌릴게 레비아탄."
나의 눈이 바다색으로 물들며, 머리칼 위에 악마의 뿔이 생겨났다.
온몸에 혈류들이 폭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짐승이 된 것처럼 욕망에강제로 몰입되었다.
그 순간 날아드는 사슬을 고개만 돌려 피했다.
이후에 날아오는 사슬도 바닥만을 치고 있었다.
-쾅! 쾅!
"어? 어디로 피하신거죠?"
"여기."
-휘익! 깡!
그녀의 위에서 나타나 묵직한 주먹을 내리꽂는다.
부유하던 바알은 대성당 바닥에 내리박히며 바닥이 파도처럼 부풀어 오른다.
물결치는 바닥 대성당 전체가 흔들린다.
"헤에.. 레비아탄의 힘이네요. 폭발적인 수압의 힘으로 고속이동과 강력한 일격.."
"잘 알고 있네. 그럼 이것도 맞아봐."
바닥에서 일어난 바알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유지의 법칙을 가진 천사의 힘은 곧 회복과 치료가 된다.
트롤보다도 회복이 빠른 천사들을 이기기 위해선 더 빨리, 더 많이 대미지를 줘야했다.
-쾅쾅쾅!
거대한 물보라가 바알을 찍어 누르고 사슬을 억지로 뜯어냈다.
더 나아가 날개를 찢어 버리기도 하며 그녀를 부셔버렸다.
그녀가 입고 있고 달려는 것들이 뜯겨 나갔다.
...
주변에 있던 물보라가 사라지고 일방적으로 얻어맞아 걸레짝이 된 그의 모습이 보였다.
"언..제.. 이 정도까지 레비아탄은본거죠.."
"아직 안 죽었나."
-끼릭..
힘없는 사슬을 들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알.
"회복이 느리네요.."
"나도 한때 천사의 무기를 사용했던 자다. 그리고 천사들도 내게 배우러 온 이들도 있었지. 약점 같은 건 이미 다 알고 있다."
"..수천 년을 준비했는데 제가 미흡했군요."
"아니, 천사가 되면 미흡하다는 마음을 가질 수 없지. 누군가가 알려주기 전까지.."
"아. 그렇군요.."
긍정하다 다시 힘없이 쓰러지려는 바알에게 빠르게 다가가 허리를 잡아줬다.
"졌으니까. 다시 내 것이 되라."
바알은 수집가의 마지막 말을 들으며 의식을 잃었다.
사슬형 제노사이드에게 말하는지 아니면 자신에게 말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의식이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