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일곱번째 악마. 폭식의 바알
-띠리리..띠리리..
바닥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바알을 한 팔로 안아 들었다.
다른 손으론 홀로그램 폰을 들어 아스모데우스에게 전화했다.
"네에, 주인님~"
"아스. 어디지?"
"회사 안에서 주인님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가 습격했던 신성국 대성당으로 와. 기다리고 있을게."
"네에~"
-뚜..뚜..
주변을 둘러보니 깨지고 부서진 대성당 내부 안에서 멀쩡한 의자가 하나가 보인다.
바알을 품에 안은 채로 그곳에 앉았다.
아스모데우스를 기다리며 악마의 힘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후우.."
전투 직후라 끓어오르는 충동이 계속 움직였다.
품안에 있는 바알 쪽으로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눈길이 가는 탐스러운 가슴과 골반.
통통하면서 귀여워 보이는 얼굴.
마치 젖살이 빠지지 않은 소녀와 미녀 사이의 중간단계처럼 보였다.
레비아탄이나 헬레나가 살집이 있다면 이렇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칭..
그런 미녀의 목에 족쇄가 걸려있었다.
나에게만 보이고 내 손길을 따라서 사슬이 연결되어 있다.
-물컹.
당연한 듯 미녀의 몸에 손을 댔다.
이미 옷으로써 역할을 하지 못하는 천사복 안쪽으로 손을 넣었다.
탐스러운 가슴을 멋대로 만져 동그란 모양을 찌그러뜨리고 잡아 올렸다.
"흐으..으.."
의식이 깨어나지 않은 바알이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신음소리만을 흘리고 있었다.
악마는 어떤 존재보다도 본능에 충실하니 반응을 보인 거다.
심장이 움직였다.
나를 주인이라 의식하고 있었다.
가슴을 움켜쥐던 악력을 천천히 풀며, 점점 하체 쪽으로 움직였다.
살찐 체형이라고 생각했지만 옆구리와 배는 나오지 않았다.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인체구조였다.
그러기에 더욱 야하게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깨물어 씹고 싶은 감정이 생길정도로 귀여웠다.
-톡..톡..
가볍게 엉덩이와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감촉을 느꼈다.
가슴보다 더 탄력 있는 둔부를 건드리니, 그 가운데에 따뜻한 물기가 흘러 내손을 적셨다.
그녀의 음부에서 흐르는 애액이 나를 유혹한다.
그 속에 있는 호르몬과 향을 피워내며 나를 원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당장이라도 바알의 키스를 하고 그녀를 가지고 놀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잠들어있는 미녀를 깨우고 싶었다.
-똑똑..끼이익.
바알에게 모든 신경이 집중돼서 즐길 때 즈음 대성당 밖에서 차량시동 소리가 끝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문이 열리자 검정색 커리어우먼 슈트를 입은 아스가 들어왔다.
눈앞에서 알몸을 보여주던 바알보다도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음욕의 악마다.
색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아스모데우스에게 시선이 갔다.
"왔나."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후훗. 먼저 연락도 하시고."
'또각또각' 하이힐 찍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아스.
발걸음만으로도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얼굴에서 보내는 미소만으로 나를 짐승으로 변신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매혹적인 그녀를 보며 손으로 바알을 가리켰다.
"바알이잖아요? 역시 주인님은 손이 빠르시다니까~"
"...이미 알고 있었지."
"네에?"
"바알이 타락악마가 된 거 말이야."
"후후훗. 전혀요."
아스는 다가오다 자리에 멈춰 자신의 입을 한손으로 가렸다.
골반을 살짝 움직여 섹시한 자태로 보여준다.
"안 통하는 거 알잖아 바른대로 말해."
여성미를 어필해서 대화의 주도권을 먼저 가지려하는 움직임이다.
거짓말을 할 때 행동하는 그녀만의 습관이다.
악마는 인간을 가지고 놀며, 그들의 머리 위에서 노는 이들이다.
행동하나하나 의미를 가지고 있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모든 경우의 수와 계획이 있었다.
특히나 아스모데우스라면 수컷이라는 이들을 모두 장난감처럼 다루는 악마였다.
주인이라고 불리는 나도 늘 놀리려 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내게 보여준 신성국 문서. 운을 다루는 천사가 있다는 자료. 그것들을 빼낸 게 너였고, 최근 자료에 폭식이 천사가 됐다는 기록이 분명 있겠지."
"후훗. 어쩜 나의 주인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머리도 섹시하실까나."
"장난 아니야. 사실인지 아닌지 그것만 말해."
"후훗, 맞아요. 알고 있었어요. 바알이 천사가 된걸요."
"왜 말을 하지 않았지?"
-또각..또각..
아스가 움직였다.
내게로 다가왔고 딸기색 립스틱을..
아니 본래의 자신의 핏빛색 입술을 혀로 핥으며 접근해왔다.
"물어보지 않았잖아요. 이 돼지가 천사가 됐는지 안됐는지 말이에요."
"그래, 아스 넌 악마였지. 배신한 악마는 필요 없다는 건가."
아스는 내게 말했다.
악마를 키워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천사가 된 바알은 포함되지 않았던 거다.
그렇기에 바알을 감시만 하고, 그녀의 기억을 되찾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거다.
"후후후, 사실은 이 돼지에게 자비를 주지 않는 건 메인이 아니에요."
"또 있다는 건가, 그게 뭐지?"
"당연히 바로 주인님이죠."
"...나."
"후후, 저를 잘 아시잖아요. 어떤 악마인지 말이에요. 아니죠. 모든 귀족악마들은 다 똑같을 텐데요?"
"..."
아스의 말에 악마를 의식했다.
"나를 시험한거군."
"그건 너무 섭섭한 단어잖아요~ 악마의 주인으로써 증명했다고 하는 표현도 있는데."
과거에 아스가 감옥 속에서 한말이 있었다.
인간 여성은 자신의 남자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굳이 사랑이 아니어도 한 가지만 마음에 든다면 그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여성의 목표가 돈이 될 수도, 또는 그 남자의 능력이 될 수도 있기에 사랑 없이도 살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악마는 아니었다.
그녀들은 모두 욕심쟁이다.
자신의 반려나 마음에 드는 짝은 능력도, 힘도, 멋도, 재산도 그리고 자신이 늘 사랑이라는 콩깍지가 평생 사라지지 않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악마의 반려는 늘 가치를 증명하고, 능력이 좋아야 했으며, 밤에는 섹스도 잘하며, 다른 미남들과 경쟁해도 꿀리지 않는 외모도 가지고 있어야했다.
"제가 아니 악마들이 왜 주인님에게 복수심을 가지고 있어도 같이 할까요? 후후..다들 당신이 마음에 들어서 함께 하고 있는 거라고요. 한 가지가 아니라 수십 가지가 마음에 들어서 주인님 곁에 있는 거라고요."
아스의 말이 맞았다.
악마들은 누구보다 현실적이었다.
정이라는 감정은 인간들에게만 통하는 단어다.
아스모데우스는 누구보다 냉철한 여사장이며, 끊임없이 자신의 가지와 경쟁을 하며 증명했다.
레비아탄은 방송을 통해 자신의 매력과 능력을 보여주며, 나날이 상승하고 있었다.
벨페고르도 아스와 동일선상으로 달려 나가며 국제시장을 꽉 잡고 있었으며, 마몬역시도 세계의 경매단지를 만들어 고위층 이들의 즐거움을 담당하고 있었다.
"뭐, 멋대로 다니는 사탄이나 루시퍼도 있지만 그들 역시도 무서운 악마죠. 사탄은 최근에 랭킹 50위권 안으로 들었고, 티비만 보던 루시퍼는 배우를 한다고 했었나요? 어제 보니까 벌써 드라마에 캐스팅됐던데 벌써 대선배들을 무너뜨리는 무서운 신인이 되었죠."
내가 감옥에서 본 악마들은 모두 엄청난 가치가 있었다.
한곳에 꽂히면 극한까지 달리는 악마는 누군가에겐 존경할만한 대상이다.
또 누군가에겐 훌륭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과거엔 그런 대단한 악마들은 보고 좋게 보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악마가 아닌 다른 종족.
특히 인간들이었다.
자신들보다 위대하고 유능하니.
인간들은 자신들에게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악마들을 보고 사기, 불법적인 존재들이라 말했다.
악마는 괴물이다.
악마는 위험하다.
악마는 존재해선 안 될 존재들이다.
악마는 악이다.
미친듯이 하나에 몰입하여 최정상까지 향하는 모습들을 주변에 보여준다.
실패라는 악운도 빨아먹어 승승장구 하는 악마들이다.
인간들은 자연스럽게 시기와 질투가 생겼고, 그들이 모여 집단을 형성, 악마들을 악으로, 몬스터로 위험한 존재로 이미지해 나갔다.
모든 종족들에게 악마들은 악이라 프레임을 쉽게 씌워질 정도로 악마들은 위대했다.
그러니 악마들의 눈에 들려면 수준이 비슷하거나 아니 악마들보다 뛰어나야했다.
"저는요, 주인님을 사랑만 가지고 선택한 게 아니에요. 저희들을 잘 알고, 천사에게 인정받을 만큼 스스로 능력 있고, 자신뿐만 아니라 남들을 키울 수 있고, 한없이 매력 있는 그런 존재가 필요했어요."
"욕심쟁이라서 나를 선택했다는 건가. 마침 내가 딱 맞았고."
"훗..그건 우연이었어요. 과거에서 부터 지금까지..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인간을 찾았는데 과거에 주인님보다 뛰어난 인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기다렸죠."
"그래서 만족한가?"
"네에~ 저는 지금 만족을 넘어 주인이 너무 사랑스럽답니다."
'역시 공과 사는 명확하게 구별한다는.. 악마인가.'
"후후.. 주인님을 보면 이즈음이면 만족하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안 들어요."
"그래서 계속 증명하고, 성장하길 바랬나? 자신의 악마를 이용할 만큼?"
"후후.. 네, 돼지를 잡았다는 것이 증명하고 있다는 거죠, 또 주인님에게 말하지 않았던 정보도 스스로 생각할 만큼 세상을 잘 이해하고 있죠. 아시다시피 전 뛰어난 수컷이 좋아요."
가치 있는 악마들이기에 보는 눈이 달랐다.
늘 증명하고, 존중하고, 사랑하고, 위대한 걸 원했다.
"건방지네. 아스."
"힛. 봐주세요~ 이렇게 태어났는데 어쩌겠어요~"
의자에서 일어나 의자 위에 의식 잃은 바알을 앉혔다.
쓰러지지 않게 아스의 촉수를 이용해 팔다리를 묶어줬다.
일어나 아스의 앞으로 다가가 섰다.
그리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뛰어난 슈퍼스타 모델도 울고 갈 외모와 몸매.
어느 남자가 와도 그녀의 옷을 바로 벗기고 싶은 충동이 뇌를 지배하겠지.
"...주인님?"
내가 묵묵하게 노려보며 침묵을 지키자, 아스의 웃음기가 서서히 지워졌고 말소리가 침착해졌다.
"끝이냐."
"네?"
"그래서 생각한 게 이게 끝이냐고, 꾸민 일이 더 있냐는 거다."
"2절은 뇌절인거 같아서요, 이즈음에서 멈췄는데."
"그래 다행이네. 한 번 더했으면 또 감옥에 넣으려고 했는데 말이야."
"제가 주인님과 첫 만남에서 말했죠? 법의 선을 넘을 랑 말랑. 저 잘 지킨 거 맞죠?"
"잘 지켰네."
"하아, 다행이네요."
다행이라 말하는 아스였다.
하지만 내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주인인 내가 표정이 계속 무표정이니까 그녀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혹시.. 화나셨어요?"
씨익..
원하는 단어가 나와 비로소 미소가 지어졌다.
"아름다운 미녀가 가치를 증명하길 원하는데 화라니? 오히려 좋지."
"하..아..아 그렇죠..?"
"응. 당연하지."
-휘리릭!
-휘리릭!
거의 동시에 아스가 만든 촉수와 내가 만든 촉수가 일어났다.
서로 만들어낸 것들이 서로 서로 얽히며 졸라맨다.
"어딜."
뒤로 주춤하며 자리를 피하려는 아스모데우스.
먼저 악마의 힘. 폭식의 힘을 사용했다.
"아!"
달빛이 비춰 내리는 창문과 문 입구.
검은 안개가 흘러 주변의 빛을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아스는 폭식의 안개를 피해서 천장으로 향했다.
무력으로 뚫으려 하는 모습에서 나는 주먹을 움켜쥐고 당겼다.
"앗! 주..주인님!"
'멋대로 돌아다니는 고양이는 목줄을 사용해야지.'
-후웅!
무력하게 딸려 내려오는 아스는 자연스럽게 내 품에 안착했다.
"어디 그렇게 급하게 가?"
"회사에 급한 업무가 있어서..요.."
"아, 그래?"
"오늘은 그냥~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네? 네? 주인니임~"
아스가 큼지막한 가슴사이에 두 손을 올리고 비는 모습이 귀엽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마치 새끼 고양이 같아보였다.
"내가 증명하는 걸 좋아한 거 아니었나?"
"좋아하는데.. 자주 하는 건 몸도 안 좋고 그리고 무식해보이기도 하고..요..!"
"내가 무식하다?"
"아니..그게 아니라.. 주인님은 멋지신데.. 무식한건..! 아앙응! 에에..?"
당황한 아스의 고개를 숙여 떨리는 자신의 하체를 바라봤다.
"자..자극이 어떻게 이렇게.. 강하게.."
"뭘 그래. 좋아하잖아 음란한 거. 마침 대성당이네. 악마가 신성한 대성당 안에서 섹스한다라.. 반전을 좋아하는 아스라면 더 흥분하겠지."
"조..좋아하는데.. 주인님이 화난 건 싫어요!"
"난 화난 적 없는데."
"누가 봐도 화난 건데요!?"
"음.. 화난 거 아니야 분노한 거지."
"그게 그 말이잖아요!"
"바알이 천사가 된걸. 내게 말 안해준거랑 비슷한 거지."
"어디가 비슷해요! 속 좁아요! 주인님!"
"아하? 속 좁아? 눈이 너무 높으시네요. 아스모데우스님?"
"아..그러니까..이건..꺄흐흣!"
내가 그녀의 하복부를 간질이자 아스의 몸이 부르르 떤다.
하이힐과 검은 스타킹을 착용한 그녀의 두 허벅지가 가운데로 몰렸다.
그 반응을 보며 귀에 걸린 고급스러운 귀걸이를 하나하나 풀어준다.
귓바퀴쪽 피부와 접촉하니 그때 마다 가벼운 오르가즘을 느껴버리는 모습이다.
"흐아..흐앗..앗.."
"어라.. 버틸만 한가봐? 평소보다 두세 배 자극이 클 텐데.."
"주..주인님..화를..풀어주세요.. 반성할게요..! 히익..!"
"증명하길 원하니까. 아니지... 나도 아스가 어디까지 증명하는지 확인해봐야겠어."
"아..그런..!아앗!"
이미 바알의 알몸을 보고 흥분했는데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상대는 음욕의 악마 아스모데우스.
평소엔 이성을 붙잡고 관계를 맺었지만 이번 만큼은 이성의 한계를 풀고 즐겨도 될 것 같았다.
"스..스칠때마다아!! 가버려요! 아앗!"
"음욕의 악마잖아 즐겨봐. 난 아스가 꼭 즐길 거라고 믿어."
"이..이런건 고..고문.."
"고문? 그럼 내가 지금까지 아스한테 당한 건 증명이 아니라 고문이었다는 거야? 증명하는데 사실은 고문이었다?"
"아니..! 으으으..그게..그게 아닌데...아니라요..아아앗!"
"아, 알았다. 아스가 많이 벌을 받고 싶어했나보네. 일부러 날 화나게 해서 벌을 받고 싶어 한다고 마몬한테 들었는데. 그게 진짜였다니 말이야."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직도 변명이네. 좋아 끝까지 증명해줘."
"꺄으으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