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1화 〉마도서 레메게돈 (121/153)



〈 121화 〉마도서 레메게돈

-흐하아..

붉게 물든 공간.
악한 어둠이 풍겨오는 존재를 보며 우뚝 제자리에 설수 밖에 없었다.

"넌 누구지."
"..."

대답 없이 김보관을 보는 존재.
아무말 없는 녀석이다.

-질퍽..

발걸음을 때자마자 발바닥에서 끈적끈적한 액체가 딸려온다.

'피잖아..'

밑을 보니, 검붉은 액체들이 사방에 퍼져있었다.
핏물을 따라 흘러내려오는 곳을 봤다.

"아스..레비아탄! 바알! 루시퍼!"

 늘어져 부패되고 있는 시체.
그녀들은 모두 인연이 깊은 악마들이었다.
순간적으로 차가운 분노가 일어났다.
모든 신경들이 곤두박질치며 주변을 차갑게 만들었다.

-으드득..

"네놈이 한 짓이냐.."

죽은 시체들을 뒤로 한 채 고개를 돌려 어둠을 풍기는 존재를 노려본다.

"큭..큭큭큭.."

녀석은 비웃음으로 대답한다.

"죽여주마."

한손으로 공간을 뚫으며 루시퍼의 장검을 끄집어낸다.

사방으로 핏물이 튀며 뛰어올라, 녀석의 머리를 베어 가른다.

-쏴악!! 칭!

존재는 분노 섞인 일격을 가볍게 막아냈다.

'아니..'

루시퍼의 오만의 기운이 서린 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낸 걸로 모자라 오히려 김보관쪽에서 당황한다.

"뭐하는 놈이냐. 어떻게 루시퍼의 검을 가지고 있는 거지."
"큭큭큭.."

존재는 나와 같은 장검을 가지고 있었다.
손잡이부터 칼날 끝까지 모양과 색이 같았다.
세상 유일한 검인 루시퍼의 검은 김보관만이 사용할  있는 무기일터인데 말이다.

-팅! 후우우!

"큭.. 무슨 힘이."

일격을 튕겨는 걸로 모자라 김보관을 날려버린다.
가로로 길게 뻗은 채로 멈춘 녀석.
 주위로 피보라가솟아올랐다.

'온다!'

-쭈왁!

뒤늦게 핏물들이 실선을 그린 뒤 서서히 바닥으로 떨어진다.

"으..윽...윽..아..아.."

녀석의 칼날이 가슴에 박힌  보인다.
김보관의 손아귀에 들린 루시퍼의 검은 반으로 깨진 게 보였다.
그리곤 녀석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가 진짜다. 큭큭."

***

"커억.. 콜록..콜록..!"

김보관은 격한 숨소리를 내며 침대위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느껴졌다.

"후훗..일어났구나?"
"크크크. 눈빛 봐. 꽤 치열했나봐."

뒤쪽에서 알몸의 벨페고르가 그를 포근하게 안아주며 심장에 위치한 가슴을 손으로 비벼준다.

침대 밖에서 의자에 앉은 구릿빛 몸매의 사탄은  다리를 꼰 상태로 담배를 피며 김보관이 공포로 질린 표정을 보며 즐긴다.

"그대여 어떻게 악몽 따위에게 두려움을 느낄 수가 있느냐?"
"주인님 표정. 저장해놔야지~"

루시퍼는 한 번도 악몽에게 진적 없다는 듯 말하며 자부심을 보였고, 아스는 오히려 힘들어하는 김보관을 보고 홀로그램 폰으로 사진촬영을 한다.

"아우움.."

그 와중에 바알은 김보관의 다리에 달라붙어서 발가락을 쪽쪽 빨며 잠꼬대를 하고 있다.

"...위험한꿈이었어."
"위험한 꿈이요?"
"너희들이 모두 죽어있는 꿈."
""뭐?""

죽음이라는 말에 웃고 있던 여인들은 놀랐는지 모든 행동이 잠깐멈췄다.

***

"흠.."

아카데미 교실에 앉아있는 김보관은 팔짱을 낀 채로 꿈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모두가 아는 꿈은 기분 좋은 꿈도 있고, 상당히 불쾌한 꿈도 있었다.

하지만 악마의 힘을 가진 난 미래예지와도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 꿨던 악몽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악한 힘을 가지고 자신의 힘까지도 따라했던 존재에 대해 고민 중이다.

"저기 보관씨?"
"..."
"응? 저  봐주시면 삐질 거예요?"
"어? 아..미안해요. 생각  하느라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엘프 엘루나씨는 평소와 다르게 심각한 표정을  보관이가 걱정됐다.

그에게 온몸과 정신이 사로잡혀 사랑하는 관계였으니까.

언제나 둘이서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바라봤다.

"아, 엘루나씨 혹시 요즘 정령들이 특이한 반응이나 이상한 적이 있었나요?"
"정령들이요?"
"네, 악몽을 꿨는데 신경이 쓰여서요."
"요즘이라..그러고 보니 검은 정령이 유독 한곳만을 바라보더라고요."
"검은 정령.. 혹시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엘루나가 악마의 힘을 가지게 된 후로 나타난 검은 정령은 악마들 못지않게 악마들의 힘을 좋아했다.

정령들은 정신체.
거기에 검은정령은 악마들보다도 더 미세한 악마의 힘까지도 느낄 수 있는 이들이었다.

"음..마탑쪽이었나.. 아마도 그쪽일거에요. 한두 번도 아니고 최근에 많이 그쪽을 보더라고요."
"마탑..멀린씨가 말하길 마도서를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마도서요? 아하, 멀린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긴 해요."

-드르륵.

김보관은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났다.

"어? 혹시 지금 가시려고요?"
"중요한 일이거든요."
"그럼 저도 갈래요!"
"위험할 수도 있어서요. 혼자.."
"어어! 같은 팀인데 함께 해야죠! 보관씨."
"하하.."

엘루나씨의 은밀한 미소가 보였다.

순수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엘프의 미소가 아닌 음란한과 애정 어린 다크엘프의 얼굴로 말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보관은 사탄에게 오늘 하루 빠진다는 문자를 보내며 아카데미를 나서기로 한다.

사탄이 '나가면 뒤져?'라는 답변을 보곤 고개를 끄덕이며 복도로 나갔다.

그 뒤로 엘루나씨는 미소와함께두 손을 뒷짐을 지며 따라나선다.

슬쩍 김보관의 어깨에 기대며 비벼오는 그녀였다.

다른 헌터생들이 봐도 둘은 애인관계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밀착해 있었다.

***

"츄릅..우웅.."

엘루나는 김보관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며 신음한다.

행복이라는 감각이  전체에 채워지며 자신이 존재하는의미를 또 한 번 되새겼다.

이후 떨어져 황홀한 표정으로 김보관을 바라보는 엘루나다.

"후우.. 다음은 볼일 보고 하죠. 엘루나씨."
"쩝..쪽..네..네."

구름을 뚫는 높이를 가진 마탑과 빌딩사이에 있는 골목에서 그녀와키스를 즐긴 들어갈 채비를한다.

엘루나는 검은정령을 바라봤다.
검은 갑주를 입은 검은 정령의 투구가 마탑을 꼭대기로 향하고 있음을 알았다.

"정말마탑안에 무언가 있긴 한가 봐요. 검은 정령이 계속 보고 있어요."
"저도 느껴지네요. 이건 악마의 힘이에요. 가시죠."

둘은 마탑 안으로 향했다.
평범해 보이는 입구를 지나서 내부로 들어서자로브형 슈트를 입은 마법사들과 하얀 가운을 입은 연금술사들이 돌아다닌다.

'예전에 방문했던 마탑과는 다른  당연한 거겠지.'

과거엔 흙내 나는 벽돌과 꽈배기 계단으로 이목을 끌었다면, 지금은 마력으로 돌아가는 속성 마도구들과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기둥. 그 기둥주위를 도는 에스컬레이터가 가장먼저 보였다.

사방으로 마석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전시해 뒀다.

마법사들이 살아가는 마탑보다도  기업처럼 보였다.

시설들과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여럿기업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멀린이 말하길 게이트 안에서 얻은 마석들을 가공하고 난 뒤에 대부분을 이곳에서 소비한다고 했다.

자본금을 모으기 위해 대중들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개발.

마법시약과 마법폭탄, 서클 마법서 판매등, 헌터들에게도 편리한 물건들을 팔고 있다고 한다.

"이게 저번 게이트에서 봤던 폭뢰 스크롤인가요?"
"아, 그러네요. 멀린이 전격마법 쪽이 약하다고 해서 가지고 있던 스크롤이에요. 어인이 싫다고 했어요."
"음.."

멀린과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났다.
갑작스럽게 게이트 출현으로 태식이와 함께 들어갔던 그 날.

어인들과 나로 인해 사로잡힌 멀린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 실수 하지 않기 위해 폭뢰스크롤을 준비까지 하면서말이다.

'벼르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 옆에 있던 전격저항물약에 손이 가다가 이내 손을 내렸다.

"그러니까..   더 올라가야 할 거 같아요."
"그럼 저걸 타고 가죠."

둘은 빙글빙글 도는 계단을 보고 올라탔다.
악마의 기운이 가까워지는 장소로 향했다.
많은 헌터들과 교차하면서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에 멈춰 섰다.

"마법역사 기록관?"
"여기는 다른 곳보다 경비가 삼엄하네요."

강한 마법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구역이다.
일반인들은 통제구역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흠흠.. 젊은 커플이군요. 어디서 오셨습니까?"
"커플이요? 헤헤.."

내부를 염탐하고 있던 둘을 본 노년 마법사가 다가왔다.
수염이 더부룩하고 눈을 뜬 건지 감은건지 감이 안 잡히는 마법사.

젊은 커플이라고 말하는데 오히려 악마 수집가인 자신이 오래 살았으면 더 오래 살았을 거다.

"..고구려 아카데미 김보관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같은 아카데미 출신 엘루나씨고요. 이곳 담당자이십니까?"
"오..고구려 아카데미.. 그렇군요. 전 여기 기록관 총관리자 빅토르라고 하죠."
"빅토르...아! 혹시 멀린을 아시나요?"
"멀린이라면.. 훌륭한 아이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죠.알고 있는걸 보면  아이도 고구려 아카데미에 있나보군요."

그도 멀린과 연이 있는지 입수염꼬리가 올라가며 기뻐한다.

"저희들과 팀이에요."
"호호호. 그렇습니까? 훌륭한 친구를 만났군요. 엘프라.."
"알고 계셨나요?"
"그럼요. 이렇게 늙어보여도 마탑에서 3번째랍니다. 허허."
"엄청나네요!"

엘프라는 종족특성상 모든 이들이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밝은 모습과 함께 숲을 지키는 아름다운 수호자들이기에 노년의 마법사는 어느 정도 경계심을 풀고 있었다.

엘루나씨를 데려온 게 좋은 선택이인 듯했다.

"그래서  분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여기들어가서 확인할게 있습니다."
"확인 말입니까?"
"네, 마도서가 여기 있습니까?"
"...마도서."

마도서라는 말에 미간이 움직인 노년 마법사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내겐 보였다.

"혹시 신성국에서 파견 나온 겁니까?"
"아닙니다."
"그 마도서는 위험합니다. 아무리 멀린의 친구라도 그건 힘들겠군요."
"꼭 필요한 일입니다. 부탁하겠습니다. 보기만 하겠습니다."
"흐으음.."

고개를 숙이는 김보관을 보고 고민하는 노년 마법사 빅토르.

이런 경우는 세상에  없는 일이다.
갑자기 찾아와 저주받은 마도서를 찾고 있다.

오랫동안 살아온 늙은이의 감이 한 소년을 만나고 꿈틀거렸다.

"기록관의 일을 하다보면 별에별일이 다 생기죠. 그래서 제가 아직까지 현장직을 뛰고 있는것이고요. 일주일 전이었나? 하늘에서 머리만 큰 기괴한 생명체가 내려와 '여기가 아닌가' 하며 다시 사라졌습니다. 또 며칠 전엔 수억 마리의 개미들이 유리벽을 갉아먹고 있었죠. 곤충마저도 욕심 부릴 정도로 위험한 것들이 보관된곳이죠."

오래된 전설과 신화들을 보관하는 마탑이기에 그만큼 위험하다.

감당하지 못하는 도구를 사용하면 저주받는 것처럼 말이다.

김보관도 제노사이드를 가지고 한평생 고자로 살았던 과거가 떠올랐다.

"허허헛, 원래는 안 되지만 이 늙은이가 오늘따라 심심해서 두분을 구경시켜드리고 싶군요."
"감사합니다. 빅토르."

빅토르는 엘프인 그녀와 제자였던 멀린을 믿고 하루 눈감아주기로 한다.

그는 자신의 감을 믿고 3위 자리까지 올라온 마법사였으니.
오늘의 감을 믿었다.

"그런데 마도서가 위험합니까?"
"마도서는 가끔 보면 저도 두렵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본래 주인에게 넘겨주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말이죠."

마법사 빅토르는 뒤로 돌아 마법역사 기록관의 유리문을 나무지팡이로 톡하며 쳤다.

-띠리링..

굳건해 보이던 유리문이 퍼즐처럼 퍼져갔다.
서서히 작은 구멍부터 시작해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벌어져갔다.

"들어오시죠. 오늘만 특별히 보여드리겠습니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사 빅토르."
"감사해요~"

내부로 들어서자 확연히 느껴졌다.

수많은 네모난 유리관안에 눕혀져 있는 여러 마도구들과 책들이다.

"엄청나군요. 마치 바다 속 같습니다."
"느낄 수 있다면 김보관 헌터생은 상당한 실력자인게 분명하군요."
"조금 재주를 부리는 사냥꾼입니다."
"허허허, 그럼 저는 평범한 시민일겁니다."

마력으로  기록관이라는 장소전체를 압축하고 있었다.

저 도구들이 스스로 깨어나지 않게끔 봉인하는 역할을 할 거다.

'천사가 사용하는 차단을 응용한 건가.'

마법사들도 천사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인지 많이 모방하며 따라하고 있었다.

"여기는 그나마 미미한 정도랍니다.저 안쪽은 이질적인 것들로 가득합니다."
"마도서가 저곳에 있나보군요."
"그렇습니다."

마법사 빅토르는 자신에 목에 걸린 목걸이를 빼냈다.

작은 구슬이 달린 목걸이었다.

그곳에 마력을 흘려 넣곤 허공으로 띄웠다.

"개방.."

-찌지직..

마치 게이트가 나타난 것처럼 깊숙한 방문을 일그러뜨리며 문을 열고 있다.

"아아..앗!"
"흑..이건.."
"제 쪽으로 붙으시죠."

방문을 연 것만으로 중압감이 온몸을 조여 왔다.
이내 빅토르가 마력방어막을 펼치며 중압감을 막아준다.

"엄청나.."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전방과 같은 방이었죠."

마법사 빅토르가 가끔씩 두려움을 느낀다는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알 수 있었다.

사방에서 마치 살아있는 듯이 꿈틀거리는 벽면과 기둥.

환청과 기사가 보였고, 심지어 사람손이 자라는 씨앗도 보였다.

"신성국의 힘이 필요해보일정도입니다만.."
"이미 성스러운 힘으로 정화된 물건들입니다. 신성국이 막지 못한 것들을 저희들에게 넘겨줬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탑의 마력으로 억누르고 있습니다.. 아니지.. 버티고 있다는  맞을 겁니다."

신성국은 이것들로 인해 소모되는 신성력이 아까워 마탑에게 던져줬다고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처리하기 귀찮은 물건들을 버려둔 거다.

"이중에서도 저기 떠있는 마도서 레메게돈이 제일 문제죠."

차단당한 방안에서 유일하게 유리상자가 없는 책한 권이 보였다.

그 책은 김보관이 일기처럼 사용했던 책이었다.
비록 수천 년이 지났지만 말이다.

"모든 악마가 적혀있는 책.."
"제가 태어나기도 전 악마들이 넘쳐났다고 했었죠. 하지만 모두 천사들의 손에 전멸했다고 합니다. 지금 악마들은 사람들이 죄를 지으면 죽어서 지옥으로 떨어져 다시 환생할 때까지 벌을 받는다고 말하죠."

현시대의 사람들은 악마들을 잘 모르고 있었다.

신성국에 신관도 악마를 보고 악마라는 말보다 마족이라는 말이 먼저 했으니까.

-처벅.

김보관은 홀린 듯한 표정으로 마도서를 향해 걸어갔다.

빅토르가 만들어낸 마력 보호막을 밖으로 나갔다.

"안됩니다! 가까이 갔다간 온몸이 찢어질 겁니다!"
"괜찮아요, 보관씨는요."
"온몸이 뜯겨나갈게 분명합니다."
"걱정 마세요. 보관씨는 특별한 사람이거든요."

빅토르는 김보관이 멀쩡하게 걸어가는걸 지켜봤다.

주변에 있는 일그러지는 힘이 아무렇지도 않는지 평범하게 움직이는보관이었다.

"허어..엘프가 이리도 신뢰하는 인간이라.."

-찌찌직..

검은 스파크가 튀어나오기 시작한 마도서 레메게돈.

"꿈속에 악마가 너였나. 레메게돈."

김보관역시 오른손을 허공 안으로 집어넣어 장검을 뽑아냈다.

그 순간 똑같은 검은 스파크가 검면에 머물기 시작했다.

'기록만으로 악마의 힘을 구현할 줄이야. 오래살고 볼일이네.'

사실을 기록한 책이 힘을 얻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소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

아마도 누군가 손을 쓴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고위급 마법사들 중에 누군가 있겠지. 극한의 마력을 쏟아 부어 만든 증폭된 힘이다.'

슬쩍 빅토르를 바라봤는데 그는 아니었다.

위험한 자리에 같이 있는 것만 봐도 책임감이 높은 마법사다.

방금도 잠깐 이야기 해본결과, 자신의 감을 믿고 철저하게 경험을 바탕으로 싸우는 남자다.

'3위라고 본인 입으로 말했으니. 아마도 1, 2위 중 한명이겠지.'

장검이 검은 전격을 흡수하며 마도서 앞에 섰다.

왼손에 벨페고르의 깃털장갑이 만들어지며 책을 잡았다.

그러자 사방에서 누르던 중압감이 서서히 작아지는 게 느껴졌다.

"허어..정말로 마도서의 주인이 있을 줄이야.."

마법사 빅토르는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보고 믿을  없는 표정을 지었다.

돌아본 소년의 머리 위엔 검은 헤일로가  있다가 사라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소년이 한마디 한다.

"혹시.."
"무슨 일이죠?"
"이 책을 읽은 마법사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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