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2화 〉마도서 레메게돈 (122/153)



〈 122화 〉마도서 레메게돈

"이 책을 본 마법사를 아십니까?"
"마법사? 갑자기 무슨 마법사를 말하는 건가?"

빅토르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책을 들자마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함정.

마도서 레메게돈으로 악마들에게 힘을 주고, 나를 붙잡으려 한 게 마몬이다.

하지만 그 마몬은 내게 붙잡혀있다.

그녀는 이제 악마로써 활동하고 있다.

책의 힘이 사라져야  텐데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그럼 남은 건 한가지뿐이겠지..'

-쿵...빠지직! 삐!!

"큭! 왔나!"
"으읏!"
"어서 빨리 이쪽으로! 배리어!"

갑자기 마탑 전체가 이상한 기운으로 가득 찬다.
마치 마력으로 가득한 기록관 내부처럼 말이다.

사방에서 마력이 들끓으면서 진동하기 시작했다.

변화에 엘루나씨와 빅토르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하지만 빅토르의 다섯 손가락이 빛나며 다시 주변에 상쾌한 마력이 일어난다.

"끄..마탑이.. 마탑 전체에 결계가! 밖으로 나가야 한다네! 어서 빨리!"

위험을 감지한 빅토르의 외침에 몸을 움직였다.

함께 기록관에서 나와 중앙에 위치해 주변을 바라봤다.

"으으.."

-풀썩..

로비에 보이는 사람이 걸어오다 쓰러진다.

다른 곳에도 사람들과 마법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게 보인다.

사방의 마도구들이 폭주하며 터지고 깨져나갔다.

"도망치긴..늦었나.. 마탑 자체에 마력을 뒤틀려버렸다니. 큰일이야 큰일...이러다 모두가 죽을 거다."

"저 사람들 어..어떻게 안 되나요! 저러다가 불길에 휘말릴 거예요!"

"멈추게! 내게서 멀어지면 쓰러질 걸세!"

의식을 잃은 사람들을 보고 구하고자하는 엘루나씨다.

하지만 빅토르가 엘루나씨를 막는다.

분명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빅토르 곁을 떠나면 다른 이들처럼 의식을 잃고 쓰러질 거다.

"하지만..하지만.."
"엘루나씨, 정령들이라면 가능할겁니다."
"아.. 엄마..미안.. 애들아! 도와줘!"

엘루나씨는 망설이다가 자신의 팔찌를 풀어버리곤 엘프의 모습이 된다.

그녀가 정령들을 실체화시키곤 쓰러진 사람들을 구출하기 시작한다.

"중급 4대정령을 한 번에 다루다니..오늘 여러 번 놀라는군. 이 상황도 그렇고."
"엘루나씨가 있다면 어느 정도 안전할겁니다."
"자네는?"
"아무래도  위에서 제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 같군요."
"올라가면 위험하네."

마몬을 이 지역 담당 천사로 임명하기 전에 남겨놓은 것이 확실했다.

"아무래도 제가 올라가야 끝날  같거든요."
"그들도 문제지만.. 배리어 밖으로 나가면 마력이 역류해 쓰러질 걸세."
"괜찮습니다. 정령들을 보고 알았습니다. 인간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버틸  있다는 걸요."

-찌찌직..다다딱..!

"허.. 그 힘은 아까 전에도.. 아니 다르구나."

서서히 형상화된 눕혀진 두 뿔과 깃털 전신장갑슈트.

빅토르가 거대한 힘에 놀라며 주춤거린다.

살짝 둘에게서 떨어져 거리를 벌렸다.

'마침.. 마탑 전체에 결계도 만들어 줬겠다. 천사들한테 들킬 일도 없고..'

"금방 처리하죠."
"보관씨.. 다치지 말아요."

서서히 나태의 깃털이 휘날린다.

"자네, 아까 책을 본 마법사를 알고 싶다했던가."
"알고 있습니까?"
"이 마탑의 최고 마법사. 지크프리트. 아마도 그 녀석이겠지. 이런 짓을 할 정도면.. 거대한 마력이 필요할 테니까. 그만한 인물은 없다네."
"감사합니다."

난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이후 가운데 있는 큰 기둥까지 이동하고 기둥도 반복적으로 발로 차면서 꼭대기로 향한다.

-쨍그랑!

기둥의 끝에 도달하기 직전이다.

마탑의 천장을 이루고 있는 유리벽 전체가 깨졌다.

'온다.'

-뾰뾰뿅!! 쏴아..!

정면에서 폭우가 내리는 빗줄기처럼 달빛의화살이 쏟아져 내려온다.

"루시퍼."

검은 번개가 양손에 일렁거리다.

점차 사방으로 커져간다.

-콰과쾅!

사방에서 폭음 터졌다.

상극인 두 힘이 부딪혀 깨져나가자, 마탑의 벽과 기둥들이 모조리 금이 간다.

소멸한 기운을 뚫고 그대로 유리천장 위로 올라섰다.

-챙! 그랑..!

"역시나 천사님들의 예견은 틀리지 않았나."
"맞았습니다. 지크프리트님."

하얀 대로브를 입고보석으로 치장된 지팡이를 든 두 남자가 보인다.

빅토르와 달라보이는 젊은 마법사 둘이다.

'젊다? 아니겠지.'

 지팡이에서 흘러나오는 힘때문에 젊어 보이는 거다.

세월을 힘을 동결시켜 현 상태를 유지하는 힘이었다.

"그 지팡이는 제노사이드인가? 마력의 지식이 들어있는 봉인거 같네."

"악의 입으로 신성한 무기를 말하지 마라."
"감히.. 신성한 곳에서 더러운 입을 열다니!"

마탑도 천사들의 손아귀에 있었다.
마도서라는 함정은 이 녀석들이 꾸며 놓은 게 확실했다.

"...제노사이드를 준 천사가 누구지?"
"하! 감히 경고를 무시해? 지크프리트님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처리해라."

빅토르가 마탑 3위라고 했다.
아마 지크프리트의 명령을 받고 있는 최측근이라면.. 2위 마법사 밖에 없었다.

"나는 이 마탑의 2인자.. 간달..헉!!"

-찌지직..!

녀석과의 거리가 무척이나 멀었다.

하지만 악마의 힘이 개방된 상태다.

순간적으로 녀석의 심장을 훔칠 수 있다.

-두근..두근..

내손에 들린 2인자의 마법사의 심장을 들고서있었다.

"젊음에서 멈췄어도 심장은 뛰고 있네. 2인자 간달."
"어..어느 틈에.."
"제노사이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신체능력까지 우월해지는 건 아니야."

자신의 가슴을 천천히 내려다보는 2인자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다.

-쿵.

"지크프리트라고 했나.. 다시 말하겠다. 제노사이드를 준 천사는 누구지?"
"...천사님이 걱정한 이유가 있었구나.  마탑의 지배자 지크프리트. 신성한 힘으로 저 악을  처리겠습니다."

-우우우!

봐주지 않겠다는 듯 힘을 끌어 모으는 지크프리트.
지팡이에서 신성한 마력이 빛이 난다.

지팡이 끝에서 커져가는 달빛의 기운이 몰려들었다.

"어두운악을 빛으로 정화하겠습니다! 문라이즈(Moonrise)!"

-찌잉!

순간적으로 달빛이 이곳을 비춘다.

서서히 더욱 밝아지며  꼭대기 층의 방이 모조리 물들어갔다.

부서진 잔해나 죽은 마법사도 빛에 가져졌다.

나도 시야가 차단되며 몸의 감각이 사라져갔다.

-츠으으으..

"...흐음."

지팡이를 든 지크프리트는 성공했다는 듯 목을 가다듬는다.

달빛이 서서히 사라져간다.

그가 정면을 보자, 악마가 있던 자리가 검게 그을린  보인다.

"악의 시신조차 정화하는 신성한 힘이도다."

자신 만든 업적에 스스로 감탄하며 입에 힘을 준다.

턱에 주름이 생길정도로 말이다.

"과연 누가 악일까?"

지크프리트는 뒤쪽에서 말소리가 들려 몸이 굳어진다.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지팡이를 든 손아귀가 더욱 굳 쌔진다.

"어..어째서.."
"왜 죽지 않았냐고?"

지크프리트는 나를돌아보며 뒷걸음질 친다.

"아..아닐 거다. 다시 한 번 사용하면! 문라이즈!"
"멍청하긴.."

제노사이드를다시 사용하려는 지크프리트의 손을 잘라버린다.

"어라...아..으아아!!"

잘린 손을 들며 미친 듯이 뒤로 달아난다.

-빠각!

"으아아!!"

지크프리트가 도망가는 방향에 다시 나타나 녀석을 걷어찬다.

뒤로 발라당 넘어지면서 좌우로 피를 뿜어낸다.

녀석의 배를 밟고 얼굴을 가까이 댔다.

"흐아! 흐아!"
"...말해. 제노사이드를 준 천사가 누군지."
"아..! 아아하하하! 하하! 천사님! 구원을! 저에게 다시   기회를 주신다면!"
"구원을 원해도 네놈이 만든 결계 때문에 천사에게 들리지 않아."
"하하! 하하!!"
"...멍청한 게 아니라 정신이 나간 거였나.. 후..내가 그 녀석들한테서 구원해주지."

카임의 단검을 뽑아들어 지크프리트에게 던졌다.

-휙! 휙! 툭툭..

"다음 생에선 천사 눈에 띄지 마. 평생을 잃고 싶지 않다면.."
"하..하...으..으.."

이마와 심장에 박힌 단검이다.

인간의 급소를 정확하게 노리고 파고들어간다.

서서히 눈을 감기는 녀석을뒤로  체로 움직였다.

엘루나씨에게로 향하기로 하자, 몸을 두르고 있던 벨페고르의 깃털장갑이 사르르 흩어져 날아간다.

"으..으..어..사리엘님..."

멀리서떨어지자 죽어가는 지크프리트에게서 마지막 말소리가 들려온다.

"...사리엘인가."

***

"속보입니다! 현재시각 3시 44분! 시내 중앙에 위치한 마탑 전체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지금도 중상을 입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경찰과 백제길드 측에서 지원이.."

실시간으로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뉴스가 방영되고 있다.

작은 방안에서 말이다.

"후우... 그래서 제노사이드 들고 있는 마법사  마리 죽이고, 마탑하나 말아먹고 왔네?"
"천사측 녀석이었어. 일기장 가지고 있었더라. 어쩔 수 없었지."
"쓰읍..후우.. 천사한테 들키면 피곤해지는 건 너야."
"괜찮아, 마탑 자체에 결계장치가 있었으니까. 정확히는 모를 거야."
"천사들은 바보가 아니지. 금방 찾아낼걸? 크크. 예전에 악마들을 찾는 것처럼 말이야."
"그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겠지."

구릿빛 피부를 가진 사탄은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

맛있게 담배를 물곤 속옷이 반쯤 벗겨져있다.

특히나 방금전 성관계가 꽤나 격렬했는지 음흉한 부위들이 전부 끈적거리는 액체들로 가득했다.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는 거냐?"
"또 덤벼보던가."
"크크크, 키스."
"버릇없긴.."

당당하고 시크하게 요구하는 사탄이다.

담배꽁지를 던져버리곤 내게 오라고 손가락질한다.

그런 건방짐에도 나는 그녀에게로 움직였다.

"츄릅..."

키스하며 담배향이 가득한 입안을 물었다.

물론 서서히 사탄의 향으로 가득해졌다.

담배 향은 오히려 사탄의향을 증폭시켰고 나를 다시  번 발정 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우우..읏..쪽..쪽..후우..역시 잘해.."

-쾅! 쏴아아..

그러던 중 갑자기 푸른 물이 바닥 채우기 시작한다.

"이이..야!! 사탄!"
"으응? 뭐야 레비아탄."
"뭐야라고? 이 자식이 주인놈 내놔! 언제까지 가지고 있을 거냐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너..죽어볼래!?"
"크크, 얼마든지!"

사탄의 방문을 강제로 열은 레비아탄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사탄의 손목을 꽉 잡았다.

열린문 쪽을 보니 엘루나씨와 헬레나, 멀린이 숨어서 이 상황을 보고 있다.

아카데미에 도착하고 사탄에게 붙잡힌 나다.

사탄으로 부터 구하기 위해 레비아탄이라는 지원군을 부른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 간다."

셔츠를들어 상의를 걸치곤 마도서 레메게돈을 집었다.

"야! 기다려 금방 승부 나니까."
"이 바보가..! 기다려!"

두 악마의 눈초리가 따갑다.
무시하고 갔다간 미래가 피곤해 질 거라 직감했다.

'둘이 승부를 낼 동안 뭐하지.'

내 손에 들린 구시대적인 디자인.
낡은 마도서를 표지를 바라본다.

한번 봐볼까 생각하며, 옆에 보이는 가죽 소파 위로 앉았다.

첫 페이지부터 악마에 대해서 나왔다.
악마의 형태와 구조, 이름, 계급 등등 쭉쭉 나열되어 있었다.

'예전 생각나네.'

하나하나 몇 개월씩 걸려서 만든 계획서 형태의 설명집이기에 추억이 많이 쌓여있는책이었다.

"음..사탄, 너 아직도 수영 못하지?"
"크크..어? 그..걸 왜 못해?"
"뭐야 사탄. 수영도 못하냐?"
"아니거든!?"

살짝 레비아탄의 편을 들어주며 다시 마도서를 바라봤다.

레비아탄이 최근 들어 벨페고르나 아스한테 많이 이용당하니까. 조금 그녀의편이 돼 주고 싶었다.

"음..?"

쭉쭉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다 이름만 있고 설명이 적혀있지 않은 악마가 여러 명 보였다.

'메피스토펠레스..바포메트..미스테마..디아블로..마라..'

악마수집가로써 살아가던  보지 못했던 악마들이다.

왜냐하면 메피스토펠레스같은 악마들은 천사가 먼저 붙잡았기 때문이다.

욕심이 생겼다.

다시 태어난 만큼 비워진 페이지를 채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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