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4화 〉마도서 레메게돈 (124/153)



〈 124화 〉마도서 레메게돈

"으음.."

화면 속에 보이는 홀로그램 메모장.

첫줄에 쓰인 악마 릴리스라는 이름만 있을 뿐 아무내용도 없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 번도 본적 없는 악마였기에 적을 내용이 없었다.

모든 악마들을 내 손으로 잡은 게 아니었다.

내가 활동하기 전부터 천사는 악마를 사냥하고 있었기에 내가 모르는 악마들도 다수 존재 하고 있었다.

천사들에게 약간의 짜증이 올라왔다.

하나같이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고 해야 할까.

나와 가족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수집서 목록을 모두 채우지 못하게 했으니 그들에게 불편한 시선만 가득했다.

"마스터."
"깼어? 마몬?"
"응.."

소파에 누워서 홀로그램 폰을 보는 나였다.
내 위에 붙어있는 마몬이 쾌락에서 깨어나 나를 봤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와 탐욕을 나눴다.

그녀는 과도한 행복 속에 젖은 채로 내 배위에 엎어져 그만 잠이 들었었다.

불과 삼십 분전이지만 금방 회복하고 다시 무표정한 고양이 되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바라보고 있었다.

"또 악마?"
"악마긴 악마인데..내가 한 번도  본 악마. 아 혹시 릴리스라고 알아?"
"릴리스.."

마몬은 나를 무표정으로 보다가 획하고 고개를 돌려 내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댔다.

그리고 아무 말도 안한다.

"왜?"
"다른 악마는 싫다.."
"질투하는 거야?"
"질투...응, 질투난다."

마몬은 다른 악마들은 귀찮다는  나를 꽉 안고선 심장소리만을 듣는다.

'마몬이 질투라 귀엽네.'

그녀의 알몸에 손이 갔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등에서 손을 꼼지락거리며 만져줬다.

애완동물을 쓰다듬어 주는 느낌이다.

그녀는 조금 마음이 풀리는지  손에 머리와 가슴을 비벼왔다.

아무래도 만져주니 기분이 좋은가 보다.

"마몬은 언제나 만져도 질리지가 않네. 방금 전까지 그렇게 만졌는데도 말이야."
"나도다."

볼을 비벼오는 마찰감에 불편했던 감정들이 모두 지워져갔다.

"으응.. 아까 벨페고르가 이거 주라고 했다."
"벨페고르가? 뭔데?"
"자체 전신망 접속칩."
"접속칩?"

마몬 손가락 사이에 들린 작은 칩이 보였다.

벨페고르의 새로운 작품인가 싶다.

"홀로그램 폰에 가까이 대면된다고 했다."
"궁금한 건.."
"모른다."
"역시.. 흠.. 한번 해보면 되겠지.."

벨페고르가 준거라 쓸모없는 물건은 아닐 거다.

아스처럼 엉뚱한 장난을 치는 악마는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나태라는 수직어가 붙은 귀족악마이지만 그녀와 단둘이 지내다 보면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악마라는 걸  수 있었다.

최근 홀로그램 폰에 적혀 있는 악마 수집서도 그녀를 가장 활동량이 많은 악마라고 적었다.

'무슨 발명왕도 아니고..'

다들 그녀가 한곳에만 앉아 있고, 잠을 좋아하고 조용한 줄만 알고 있다.

사실 방안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각하고 다양한 방법과 실현가능 물건들을 만들어냈다.

게이트 안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사용품들 대부분이 그녀의 손에서 태어난 것들이었다.

지금도 매장매출이 하늘을 뚫고 있다는 소식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매스컴에선 과거에서 부터 꾸준히 사용됐던 마법스크롤과 마도구가 점점 몰락의 길로 향하고 있다는 평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전투슈트라는 헌터들의 안전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보다 효율적으로 게이트를 클리어 할  있게 만드는 물품들을 제공하는 기업이기에 다들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요근래 떡상기업이였다.

귀족악마들 중에서 가장 돈이 많은 악마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음?"

홀로그램폰을 들어 마몬이  칩을 가까이 가져가자 마치 자석처럼 붙었다.

그리곤 사르르 녹아서 기기 내부로 흡수된 듯 사라지고선 홀로그램 화면창에 메모장이 아니라 누군가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벨페고르님의 부관으로 임명받은 아서이라고 합니다."
"그때.. 버려진 공장에서 지내던 아서인가?"
"그렇습니다. 김보관님."

실제로 그와 대면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한 세계에선 벨페고르가 이미 아서을 처리한 뒤였고 둘이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나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벨페고르가  보내준 이유가 있을 텐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을 꽤나 복잡했다.

전신망이니, 시야 안에 들어오는 대상을 검색한다니 뭐라니..

대체적으로 결론지으면 그때그때마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있다는 말이었다.

"너 마스터와 되게 비슷하게 생겼다."
"최대한 벨페고르님의 취향을 고려했습니다."

홀로그램 속에 있는 아서는 이국적으로 생긴 미남자였다.

왠지 나와 비슷하게 생겼으면서 다른 분위기가 나타났다.

"마스터 동생 같다."
"전혀."

마몬은 홀로그램 화면을 콕콕 손가락으로 찔러보다가 다시 품속으로 비벼왔다.

아서가  동생이라니 약간 기분이 나뻤다.
자세히 보면 나보다도 잘생겼기 때문이었다.

"이걸로 마몬의 상태도 볼 수 있나.."
"물론입니다."

거유를 가진 무표정한 마몬.

그녀를 보고 홀로그램 폰을 열어봤다.

A급이라는 종합등급과 다양한 정보들, 황금지갑이라는 명칭이 나열되어 보였고, 최근 활동 기사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

"어..그러니까 마몬. 하늘공원을 만든다고?"
"내년까지 마석으로 유지하는 하늘테마파크 하나 가지는 게 목표다."
"돈이 많나보네.. 혹시 벨페고르보다도 많아?"
"벨페고르의 뒤를 내가 봐주고 있다."
"아까 쓴건 수정해야겠네.. 마몬이 제일 부자구나."
"난..아직도 부족하다."
"그래.."

대상의 상태창과 정보, 최근 근황까지.

'간략하게 나와서 보기 편하네.'

물론 모든 걸 알  없었지만 대략적으로 상대를 알 수 있었다.

많은 곳에서 사용될 듯 했고, 게이트 안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처음 보는 몬스터들의 약점을 공략할 때도 편리할거다.

"김보관님, 홀로그램 폰 내부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는데 정보창에 반영해드릴까요?"
"내용?"
"악마들의 정보가 담긴 책입니다."
"아아, 그렇게 해줘. 나쁠 건 없겠지."
"알겠습니다. 방금전에 본 마몬님의 정보도 갱신되었습니다. 확인해보셔도 됩니다."

다시 마몬을 보니 그녀의 설명이 바뀌어 있었다.

마음을 가진 귀족악마. 탐욕의 마몬.

탐욕의 마몬이라는 글귀와 함께 종합등급이 S급으로 올라가 있었다.

***

-끼이잉.. 지지직..

"읏차.. 숲? 하하 오늘은 여기인가~"
"집중해, 방심은 금물이야."
"참~ 이렇게 숲이 있는 게이트인데 분명 약한 몬스터들뿐일 거라고."

게이트 내부로 들어오자 보이는 멀린과 태식이다.

둘의 시작은 언제나 시끌벅적했다.

태식이가 지금처럼 대들고 한 번씩 기어오르는 모습이 보였지만.

"맞을래? 게이트 마력이 강해져서 못해도 4~5레벨이야. 저번처럼 숲이라고 또 방심하면  손에 먼저 죽는다."
"아..알겠어. 멀린 누나."

늘 먼저 꼬리를 내리는 태식이다.

둘의 화목함 보고난 뒤 주위를 둘러봤다.

이곳은 하늘을 뚫는 수림이 넘쳐나 하늘을 가릴 정도다.

'음?'

고개를돌리다 한 장소에 시선이 멈췄다.

거대한 뿔을 가진 순록이 보인다.

녀석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이후 관심이 없는지 뒤로 돌아 숲 안쪽으로 사라지는 모습이다.

"사슴?"
"사슴이랑 비슷하지만 순록입니다."
"저렇게 멀리 있는데 알 수 있어요?"
"어느 정도는요."
"역시 보관씨네요."

전생에 숲에서 살았던 만큼짐승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

그런데 엘루나씨는 숲에 사는 엘프인데도약간 미흡한 모습이 보였다.

한동안 인간들과 함께 살아서 그런지 내가 알던 엘프들과 많이 달라져버린거 같았다.

"모두 따라오세요."

그러니 늘 숲길은 내가 앞장서서 나갔다.

과거에 사냥꾼이기도 했고 숲길은 이곳에서 내가 제일  보고 있었다.

시작은 크게 문제는 없었다.

바람이 숲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특이한 냄새도 없었다.

아까 봤던 큰 순록이 머물고 있는 정도라면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 들었다.

과연 이곳에 몬스터가 있을지 모를 정도로 안정된 시작이다.

"이렇게 단단히 준비하고 왔는데. 시시한데."
"그 옷.. 너무 반짝이는 거 아니에요?"
"하하, 레나는 요즘 도발을 모르시보네요?"
"도발이요?"
"이렇게 반짝이는 슈트를 입어줘야 모든 몬스터가 제 쪽으로 붙는다는 말씀. 이게 바로 최신기술이죠."
"아..대.단.해.요."
"후하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모두를 지키는  제 일이니까요!"

태식이는 우승상금으로  슈트를 샀다.

저번 하이오크한테 당한 게 PTSD가 생긴 건지 수중에 자금만 모였다하면 슈트를 사버리는 슈트 수집가가 되어버렸다.

"어떻게 게이트 때마다 슈트가 바뀌는 건지."
"부러우면 알지? 하나 장만해~"
"이..이게."
"아! 알았어! 멀린 누나!"

-타앙!

"뭐..뭐야!"

안쪽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온 건 우리 팀이 처음이다.

총소리가들렸다는 것에 다들 당황한다.

"제가 가서 파악할게요."

게이트 내부의 환경과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모든 일은 정보에서시작된다는  팀들에게 모두 알려줬으니, 상황을 알기 위에 내가 움직였다.

그것에 사냥꾼인 내가 할일이고 팀원 모두가 인정하고 신뢰하고 있었다.

"알겠어요. 바람정령을 붙여줄게요."
"저도 기도를.."

성스러움과 바람의 기운이  곁에 머무는 게 느껴졌다.

총소리가난 곳을향해 은밀하게 달려갔다.

빠르게 소리가 난 곳에 도착했다.

'역시.'

사람이 있었다.

숲에 사는 짐승들의 털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어 누가 봐도 사냥꾼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2~3미터 정도 되는 거한들이라고 해야 할까.

-우적! 우적!

그런데 행동이 이상하다.

총으로 잡은 거대한 멧돼지의 머리만을 먹는다.

핏물이 뚝뚝 흐르며 몇 번이고 입으로 가져갔다.

먹는다. 씹고, 즉석으로 뜯어서 생고기를 먹어 치운다.

초췌한 표정만큼이나 굶주린 건가 싶을 정도다.

유심히 거한 사냥꾼을 지켜보는데 서서히 고개를 돌려 내가 숨은 곳을 바라본다.

'가능한일인가?'

기척을 지우고, 엘프의 걸음걸이를 익힌 나는 같은 계열의 악마 마몬도 인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를 인지했다는 것에 순간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이 섰다.

입가에 핏물을 머금은 거한은 총을 들어 올리고 천천히 걸어왔다.

나도 천천히 카임의 깃털들을 뽑아들었다.

내 앞으로 걸어오던 거한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셋..넷.."

사람숫자.
나를 인지한 게 아니었다.
수백 미터 떨어진 팀원들의 기척을 느낀 거다.

그리고 안심하려는 찰나.

"머리맛있겠다.."

마지막 말을 듣고 카인의 깃털을 던졌다.

-호도독! 철퍽..

거한의 목에 정확히 3개의 깃털이 박힌 채로 무릎을 꿇는다.

천천히 쓰러지는  보며 나도 일어섰다.

"야만사냥꾼."

야만족.
과거에 인간들을 머리만을 사냥하고 사람들의 도구를 쟁취한 거한들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게이트 안쪽은 이들이 몬스터로 지정되어 있었다.

게이트 보스역시 이 숲에 사는 야만족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곳 숲 전체가 야만족들의 사냥터인 셈이다.

짐승과 사람을 사냥하는 장소 말이다.

'위험해.'

팀원들이 위험하다는 걸 짐작하고 서둘러 복귀하기로 했다.

그들은 모두 몬스터만 사냥해왔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죽인 적이 없었다.

분명 망설임이 있을거다.
이들도 마석이 나오는 몬스터인데 말이다.

-푸욱..!

거한의 심장을 손을 찔러 넣어 마석을 움켜쥐고 뽑아내고 뒤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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