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마도서 레메게돈
야만족의 시체를 뒤로 한 채. 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거진 풀숲을 가로 질러 내가 왔던 장소로 도착할 수 있었다.
다들 제자리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오자마자 엘루나씨가 먼저 일어났다.
"보관씨 총을 가진 자가 누군지 봤나요?"
"네, 야만족이라고 들어봤습니까?"
"야만족이요? 뭐.. 명칭그대로 사람을 먹는 사람이 아닐까요?"
"맞습니다. 이곳에 몬스터는 야만족들입니다."
야만족이라는 말과 함께 다들 일어났다.
그중에서 사람을 가장 신뢰하는 태식이가 다가왔다.
"뭐..뭐야. 진짜 사람을 먹는 거야?"
"그런 거지. 이 게이트에 몬스터로 지정되어 있어."
"야만족이 진짜 있었구나."
"수천 년전엔 인간들만큼 야만족들도 많았어. 산이든 강이든 말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다고 들었지. 물론 사라진 이유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어."
홀로그램 폰에 나타나는 글귀를 보며 야만족들의 역사를 팀원들에게 설명해줬다.
많은 설명 중에 그들이 사라진 이유를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누가 멸종시켰는지 대충이나마 예상이 갔다.
'천사들이겠지. 다룰 수 없는 것들을 자신들의 방식대로 가둬두니까.'
게이트 너머에 있는 이름 모를 세계가 있다.
천사들은 그곳을 감옥이라 말하며 온갖 것들을 가둬놨다.
그중에 야만족역시도 가둬진 거였다.
"여기 마석. 야만족의 심장에서 나온 거지."
"몬스터.. 진짜네."
핏물이 뭍은 손으로 마석을 보여줬다.
태식이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어느 정도 각오를 다지려고 하는 표정이다.
역시 영웅의 후예들인가.
부족함이 많은 태식이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오로지 달려 나가려는 생각뿐이다.
"그래서 목적지는?"
"이 숲은 안정되어 있어. 여기는 야만족들이 살아갈만한 장소가 아니야. 숲을 나가야해."
"또 행군이야? 길어지겠네.."
"투덜거리지 마."
"네..네..멀린누나.."
우리들은 가장 먼저 숲을 나가기로 했다.
숲 외각에 야만족들의 마을이 있을 테니.
그들을 처리하고 게이트를 나가려는 계획을 세웠다.
"정지. 온다."
"어디서?"
"이쪽 정면에 세 마리."
"야만족이겠지?"
"물론."
"좋아, 해보자고..!"
태식이가 가장먼저 앞으로 나섰다.
모두를 지키기 역할이 자신이라고 늘 생각하는 녀석이다.
"엘루나씨, 야만족들의 총을 막아줄 수 있을까요?"
"맡겨주세요."
"헬레나는 내 쪽에 붙어 있고."
"아..네네!"
-척..
대형을 유지하며 앞으로 향하자 야수들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거한들이 나타났다.
아까 죽였던 놈들보다 더 크다.
야만족들 무리 중에서 꽤나 강자인 게 분명했다.
"크크크.. 다섯 마리. 그것도 인간!"
"오랜만.. 그래 죽이자."
"저 뒤에 있는 작은 암컷 내꺼다.."
초췌한 표정과는 맞지 않은 거대한 근육몸.
야만족들은 우리들을 보자마자 살기를 내뿜었고, 그대로 총을 들어 올리는 그들이다.
"그건 안 돼요."
-틱!
엘루나씨가 곧바로 총구를 위로 돌려 뭉개버리곤 태식이 성검을 뽑아들었다.
멀린은 손짓하며 화염화살을 만들어내며 그들에게 날려 보낸다.
"악! 뜨거!"
"이..이놈들이!"
화염화살을 맞은 야만족들은 고통에 신음하며 누리끼리한 이빨을 내보였다.
"저년의 팔과 손은 내꺼다! 뜯어먹어주마!"
"해보던가."
다시 허공에 나타나는 다수의 화염화살.
야만족은 그걸 보자 손에 들린 망가진 총을 집어던졌다.
"보호!"
헬레나의 기도를 믿었던 멀린이다.
멀린의 얼굴에 망가진 총이 날아와 맞았다.
얼굴에 맞아 서서히 내려가는 총 뒤에 멀린의 험악한 무표정이 나타났다.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화염화살들을 난사한다.
"하아압!"
-서걱!
화염화살이 적중하자 기다리고 있던 태식이가 달려든다.
상당한 빠른 돌진.
이후 야만족의 머리를 베어낸다.
"크으윽! 이 새끼들이!"
정면에 있던 야만족이 목이 떨어지자 두 야만족의 눈이 붉게 충혈 됐다.
"조심해!"
그 변화한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팽! 빠각!
"으읏..!"
야만족이 거대한 주먹이 태식이에게 적중한다.
성검으로 막았지만 저 멀리 날아가 몇 번이고 구르는 모습이다.
'야만족들이 하프 오우거라는 소리도 있던데 사실인건가..'
인간과 오우거 사이에서 태어난 종이 야만족.
어느 미치광이 연금술사가자신의 정액으로 암컷 오우거의 자궁에 강제로 집어놓고 2세를 만드는 실험했다고 전해졌다.
믿지 않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야만족을 보면 사실일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런 충혈된 눈과 힘을 보면 본능에 취해 움직이는 오우거와 흡사해보였으니까.
"여기 가만히 있어요."
"네.."
태식이 날아가고 전열이 망가졌기에 내가 나가서 시선을 끌어야 한다.
-툭툭툭!
두 야만족에게 다수의 깃털을 집어던지며 달려들었다.
"여기다 돼지들아."
"크으으! 쥐새끼가!"
"저 달려드는 새끼부터 터트려라!"
태식이 처럼 단단하게 막아줄 순 없지만..
적들의 시선을 끌며 모든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회피 탱커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후웅!
거대한 주먹이 내 눈앞으로 휘둘러진다.
종이 한장 차이로 피하며 움직인다.
야만인들도 자신의 공격이 맞지 않자 다시 한 번 쿵하고 앞발을 내밀며 나아가 싸대기를 날린다.
날아오는 손바닥을 보며 몸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또 한 번의 회피.
"크아아!"
자신의 공격이 맞지 않아 흥분한 야만족이 몇 번이고 괴음을 토해낸다.
허리힘까지 싣은 최강의 주먹이 날아온다.
그 과도한 힘을 준 주먹이 날아오는걸 보곤 가볍게 점프한다.
녀석이 넘어질듯 앞으로 몸이 쏠렸고, 그 틈에 녀석의 머리를 밟으며 동시에 카임의 단검을 만들어 냈다.
바로 머리 아래쪽에 있는 녀석의 등.
정확하게 척추길이 보이는 곳을 쭉 내려 찢어 베며 착치한다.
"크아아악!"
"한명 끝."
과도한 움직임과 힘에 등뼈가 튀어나왔다.
뒤틀려 쓰러지는 거한이다
몸이 부르르 떨면서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경직되어 서서히 죽어갔다.
"죽어라!"
눈앞에 또 한 마리의 야만족이 달려와 돌을 던진다.
날아오는 돌을 잘라버리려는 찰나.
"하압!"
어느 순간 정신 차린 태식이가 내 앞에 나타나 성검으로 막아낸다.
돌파편이 사방으로 깨져나가는 동시에 붉은 눈을 가진 거한의 몸이 갑자기 불타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
멀린의 화염마법에 화형에 처하게 된다.
"후.."
"괜찮냐?"
"야만족들의 힘이 굉장해. 멀린 누나와 엘루나씨에게 붙었으면 큰일 날 번했어."
힘에 관련된 일이라면 모든 곳에서 칭찬받았던 태식이다.
하지만 야만족의 힘에 날아가 버려서 상당한 신경 쓰는 모습이다.
"말했지 방심하지 말라고."
"으응..미안해 멀린누나."
처음 게이트에 들어왔을 때를 자신을 생각하며 되돌아보는 태식이다.
"가자. 마석은 다 챙겼어."
"역시 빠르네."
내 손에 들린 3개의 마석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앞을 내다 봤다.
"다행이도 입구와 가까웠네요."
"방금 상대한 야만족들도 이제 막 들어가려고 했었나봐."
하늘에 뜬 해를 보면 오전쯤 되는 시간이다.
사냥꾼이라면 하루에 먹을 식량을 얻으러 숲을 향하는 게 당연했다.
'이들 역시 마찬가지겠지.'
뇌를 즐겨먹고 자란 야만족들은 지성체까지는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뇌를 사용하는 모습이보였다.
수명이 낮은 인간의 알찬 생활패턴을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그리고 방금 전에 봤던 붉게 물든 두 눈.
야수와 같은 광란한 형상을 취하는 것 역시 육체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생각했다.
"좋아, 가보자고."
태식이가 말을 하며 가장먼저 나아갔다.
그의 용맹함에 다들 따라나선다.
나도 말이다.
"초원이네."
-쏴..
넓게 펴진 평야가 펼쳐지며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자리 잡은 거대한 성이 보인다.
"저기봐. 야만족들의 성이야."
"설마.. 우리가 한 왕국을 상대하라는 건 아니겠지? 정말 우리가 빌런 같잖아."
"약한 소리 하지 마. 야만족은 몬스터야우리가 막지 않으면 더 많은 사상자들이 생겨."
"알..알고 있어."
영웅 언제나 시험에 들게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를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의 입맛대로 흘러가는 일은 드물다. 그렇게까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영웅들이 다시 나타났다는 기사글이 우리 팀에도 종종 보였지만 당장이라도 오늘 죽을 수 있는 세계였다.
-짝!
"마음 단단히 먹자. 태식아!"
자신의 뺨을 때리며 자신의 정신을 재정비한다.
그의 의지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보관아 끝나고 곱창에 소주나 빨자고!"
"좋아."
얼굴에 뭍은 피를 닦으며 초원지대를 가로질러 갔다.
성을 목표로 이동하는데 큰 문젯거리는 없었다.
그저 바람만 계속해서 불어올 뿐이다.
마침내 거대한 석상이 보이며 깨끗하고 멋있기보다는 낡고 부서진 성벽이 우리를 반겼다.
"저거요.. 처음엔 야만족의 성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요?"
"그런 거 같아."
엘루나씨와 멀린이 노련하게 바라봤다.
내가 보기에도 야만족이 아닌 사람들이 사용했던 왕국처럼 느껴졌다.
"버려진 성을 차지한 걸까요?"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클걸요?"
버려진 성.
헬레나가 생각이 가장 근접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믹이를 만났던 버려진 마을도 본적이 있었으니까.
야만족들이 버려진 성을 차지한 게 확실했다.
"저건..엘프잖아."
"어떻게 엘프가여기에.."
무너진 성문 아래로 야만족과 엘프.
야만족은 여엘프의 알몸을 마음대로 희롱하다 이내 머리채를 잡아끌었다.
엘프의 상태는 많이 좋지 않았다.
온몸에 상처들도 넘쳐났고 도망치지 못하게 발을 잘라버린 상태였다.
"아..안돼."
엘루나씨는 동족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보였다.
그녀가 슬퍼하거나 말거나 노예가 된 엘프는 결국.
-우적! 푸쉬이이이!!
거대한 야만족의 먹을거리로 전락해버렸다.
"용서 못해."
엘루나씨의 슬픔에 태식이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싸우자."
바로 적진으로 향하는 건 좋은 판단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그의 말에 동의했다.
앞으로 높은 레벨의 게이트에선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른다.
일부러 상황을 놔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위기가 생긴다면 내가 힘을 사용할 테니 팀의 한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도 태식이의 한계를 말이다.
태식이가 달려 나갔다.
그 뒤로 멀린, 엘루나씨, 헬레나가 따라갔다.
마지막으로 내가 뒤를 봐주며 나섰다.
"쩝..쩝.. 으으?"
두개골을 씹어 먹던 야만족이 태식이가 달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무방비한 야만족은대응하기 힘들었다.
성검에 찔리며 야만족은 쓰러졌고, 그대로 무너진 성문을 통해서안으로 들어섰다.
"오..! 인간이다! 인간! 크크크!"
"오랜만이군! 잡아라!"
모두가 성문 안으로 들어서자 모든 야만족들이 우리들을 바라본다.
"덤벼!"
"애송이 맛있게 생겼구나!"
거한들이 짐승처럼 달려든다.
하지만 의지가 생긴 태식의 칼부림은 망설임이 없었다.
다가오는 야만족들을 베어내며 우직하게 자리를 잡는다.
-철컥..
멀리에서 총을 들던 야만족.
태식이의 미간을 조준하는데.
"그건 안 돼."
"아니! 어느 틈에!"
녀석의 목에 카임의 단검이 긁히면서 피분수가 일어난다.
이후에도 총을 든 야만족을 찾아다니며 손에 들린 깃털로 맞춘다.
"크으으..! 저 새끼부터 잡아라!"
야만족 무리들 중에서 대장격으로 보이는 녀석이 나를 보고 소리친다.
태식이는 그저 시선을 끄는 역할이란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거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나를 보고 있던 야만족들은 등쪽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고개를 돌린다.
"불..불! 아아아! 으아아악!!"
거대한 화염기둥이 바닥에서 부터 올라온다.
멀린의 기다란 영창이 끝이 나자 고서클의 마법이 발현된다.
주변에 모든 물기들을 증발시켜버릴 정도의 화염이 일어난다.
고작 몬스터들의 가죽으로 버티던 야만족들은 잿더미가되며 하나하나 쓰러져 갔다.
-처벅!
"잡았다 이 년아!"
은밀히 접근하던 한 야만족은 멀린을 머리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건 야만족의 실수였다.
"쉬이이..!"
"으..! 으악! 내 손!"
야만족의 손을 물어버리는 뱀.
순간적으로 야만족의 손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서서히 녹아내렸다.
"아..아악! 마..마녀다! 마녀!"
뒷걸음질 치던 야만족.
전신이 녹으며 눈알이 빠지고, 이빨과 뼈만이 남겨진 체로 굳어져버렸다.
"이..이!"
자신들의 동료가 죽는 모습에 분노한 야만족.
가장 약해보이는 헬레나 수녀를 보고달려든다.
녹슨 대검과 도끼를 던져 수녀를 맞췄다.
무구들에 적중하고 허무하게 쓰러지는 수녀를 본다.
"크하하하!"
복수에 성공했다 자신감에 괴음을 지른다.
"아..죽었었나요.."
"저..저럴수가."
가슴에 도끼가 박힌 체로 일어나는 수녀.
그녀는 분홍색으로 물든 눈으로 뒤쪽에 있는 야만족들을 바라본다.
"..서로 죽이세요."
""으..으으!! 명령을..따르겠습니다!""
-콰직!
악마의 속삭임에 갑자기 광기를 일으키는 야만족.
이후 야만족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한다.
한 성에 자리 잡은 수백의 야만족들은 5명뿐인 헌터팀에게 학살을 당한다.
그렇게 싸움이 끝이났다.
"하아..하아..모두 괜찮아!"
"응? 태식아, 너야말로 괜찮은 거지?"
싸움이 끝이 나자 5명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태식이는 숨을 헐떡이며 뒤를 돌아봤는데 숨이 차는 자신과는 다르게 멀쩡하게 서있는 4명이 보였다.
"뭐..뭐야 다들.."
"어, 왜?"
"태식님, 뭐가요?"
뭔가 이상함이 느껴지는 태식이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자신도 모른다.
그저 본능적으로 느낄 뿐이었다.
자신이 가장 약하다는 걸 말이다.
"이제 남은 건 보스뿐이겠지."
"저기 저택 안에 있을 거예요."
전투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성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저택을 본다.
"같은 야만족들이 죽어 가는걸 알고 있을텐데 안 나온 다라.. 지성을 가지고 있나봐."
"그래도 보스라는 건가요. 참 침착한 거 같아요."
엘루나씨의 말대로 야만족을 이끄는 자는 어느 정도 지성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맞을 거다.
"그런데 굳이 홀로 남아 있는 게 잘한일인가?"
"하아.. 보스급이 대부분 홀로 싸우는 거 시험문제에도 나오잖아."
"그랬었나..?"
멀린이 한심한 듯 태식이를 바라본다.
분명 다음 주가 필기시험인데 말이다.
"헌터들이 다가올 동안 우리들의 기술을 확인하고 함정을 파둔다. 오히려 동료들을 희생시키고 마지막에 우리들을 마무리 짓는 거지. 보스들은 끝까지 혼자서 살아남는 것과 명예를 독식하는 게 모든 보스들의 기본특징이야."
"그..그렇구나! 고마워 보관아 하하하."
-끼이익.
머리 없는 뼈들과 살점들 사이사이에 있는 저택 안.
어두컴컴한 안쪽은 마치 던전과 비슷해 보였다.
수십 미터 위에 있는 천장인가.
입구부터 상당히 넓어져 있는 모습으로 보여 거대한 녀석이 살고 있는게 분명했다.
"조용하네요."
"잠들어있는 건 아니겠지? 코오말이야."
"태식아 조금은 진지해져라. 쫌."
"아으응..조금 긴장돼서.."
멀린이 기죽은 태식이를 앞세워 들어섰다.
"으스스하네."
"위쪽!"
-칭!
태식이 위쪽에서 날아오는 거대한 도끼를 쳐내며 정면에 바라본다.
그 순간 헬레나가 성스러운 빛을 뿌리며 사방에 밝게 비춘다. 동시에 정령의 기운이 태식이에게 머물렀다.
"전투!"
-쿵..쿵..!
"기다렸다, 크크크."
붉은 눈을 가진 거한이 나타났다.
마치 오우거와 흡사한 몸으로 대저택의 천장이 닿을 정도의 거구다.
거대한 도끼와 대포 같은 총을 가진 야만족의 왕이었다.
"거기 세명암컷.. 훌륭한 암컷들이다 내 아이를 만들 자격이 충분하다. 크크크!"
"보스가 발정이 났나.."
"야만족인 이유가 있네요."
"저질..이에요."
팀 안에 있는 여성들은 모두 야만족의 왕을 보고 욕지거리를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왕은 침만을 뚝뚝 흘리며 붉은 눈을 움직이고 있다.
"변태자식!"
"약한 수컷은 강한 수컷에게 모든 걸 잃는다. 당연하지. 크크크."
태식이가 성검에 빛을 내뿜으며 달려든다.
"하하!"
가소롭다는 듯 도끼를 내려친다.
-까아앙!!
강력한 파동음과 함께 태식이의 몸이 살짝 날아간다.
그걸 본 왕은 놓치지 않았다.
-찰칵.. 탕!! 쾅!!
진한 화약 냄새가 진동하며, 총탄이 날아갔다. 정확히 태식에게 적중하며 폭음이 일어난다.
"크크크."
자욱한 연기가 서서히 사라지자.
"..퉤."
먼지만 뒤집어쓴 태식이 걸어 나온다.
"보기보단 저 뒤쪽에 있는 노랑머리 암컷이 짜증이 나는군."
신의 가호를 받은 수녀 헬레나를 노려본다.
그녀가 있는 한 이 팀은 쓰러지지 않는다는 걸 저택 안에서 지켜봤기에 알고 있었다.
-철컥.
"전리품은 둘 정도면 괜찮지."
"헬레나 피해!"
-타아앙!!
태식이의 외침과 동시에 날아오는 거대한 총탄.
헬레나는 피하지 않았다.
-서걱. 쾅! 쾅!
"흐흥?"
날아오는 총탄을 잘라낸 자는 다름 아닌 보관이다.
"고마워요."
작게 펄럭이는 평범한 옷을 입은 남자는 끄덕이며 눈앞에 있는 왕을 바라본다.
"태식아 왼쪽무릎. 절뚝거리니까 잘라버리면 될 거야."
"오케이!"
"괜히 여기까지 온 게 아니구나! 덤벼라! 크크크!"
흥분하기 시작한 왕은달려들었다.
자신의 핏줄을 낳을 수 있는 전리품을 얻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까앙!
"여기!"
-쫘아악!!
"크윽!"
내 약점을 알려준 덕에 태식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왕의 왼쪽다리를 몇 번이나 베어냈다.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졌고 기도를 받은 태식이는 무한한 체력으로 왕을끈질기게 붙잡았다.
몇 번이고 왼쪽다리를 베어냈고 이제 왕은 서서히 느려져갔다.
"크으으!"
"하아아압!"
-서걱!
"크아악!! 이..이놈이!!"
왕은 다시 한 번 장전한 총을 그에게 쏜다.
-철컥.. 탕!
"어림없다고요."
-화아아!!
헬레나의 기도에 물리피해를 입지 않고 태식이는 나아간다.
"끝이다!"
-서걱!
일격.
거대한 머리를 가진 야만왕의 목에 성검이 적중한다.
피가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몸이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이겼다!"
"잘했어."
"좋았어 태식아~"
솔직히 멀린과 엘루나씨는 구경만 했다.
태식이를 시험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나보다.
둘 역시도태식이를 시험하고 응원하고 있었다.
"와..이것 봐! 마석크기가 무슨 내 얼굴만 해!"
"그 정도면, 이천정도 받겠는 걸?"
"오오! 곱창에 고급양주로 마셔도 되겠어!"
심장에서 뽑아낸 마석의 크기를 보곤 다를 방긋 웃는다.
"멋있었어."
"네가 뒤에서 모두를 잘 지켜줬기 때문이야 하하!"
상당히 힘든 보스였는데 태식이는 이번에도 잘해냈고,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이로든 또 한 단계 성장을 이룬 것이다.
"마석이 이정도 크기면 레벨6 중간보스정도인데.."
"와..이 보석봐봐!"
"이런건.. 현재에서 찾아보기 힘든 물건이에요!"
주변에 보이는 야만왕의 전리품과 마석을 보곤 탐욕 한다.
다행이도 이번 게이트도 무사히 끝이 났다.
"다들 챙길 거 다 챙겼으면 나가자 시체 썩은 냄새가 가득한데는 싫어서 말이야."
"나도 멀린의 의견에 찬성~"
"저기에 게이트가 있어요."
게이트가 열린 곳을 보곤 다들 서로를 끌어안곤 서서히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나도 나가려는 찰나 게이트 입구에서 멈춰 섰다.
"...이제 그쯤 지켜봤으면 쫌 나오시지?"
"...이런. 나를 의식하는 이가 있을 줄이야.."
-처벅..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서서히 걸어 나오는 건 다름 아닌 뿔을 가진 순록이다.
그것도 처음 게이트 안으로들어올 때 봤던 그 순록이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보구나."
"물론.. 그래서 넌 누구지?"
"후후..너 내가 두렵지 않구나? 내 이름을 물어보다니. "
"말해."
"하아..당돌해. 좋아.. 말해주지 난 악마 릴리스. 야만족을 만든 악마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