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6화 〉마도서 레메게돈 (126/153)



〈 126화 〉마도서 레메게돈

"악마.."
"어라 혹시 당황했어? 악마라는  직접 눈으로 봐서말이야. 후후."

순록의 형태를 하고 있던 악마 릴리스는 사슴의 얼굴로 미소 짓는다.

-끼이익..!

슬쩍 뒤쪽에 있는 게이트를 바라봤다.
검은색 줄이 그어지며 게이트의 입구가 막혀버린다.

"방금  그 하얀 친구가 말이야. 인형이 망가뜨려서 말이지. 대체품이 필요해."

순록의 뒤쪽에서 퍼져 나오는 검은 줄들.
눈앞에 있는 나를 지목하고 날아왔다.

-꽈직!

검은줄은  온몸을 완전히 옭아맸다.
온몸이 꽁꽁 묶여 마치 거미실로 묶인 고치가 되어버렸다.

"네가 다음 인형이  줘야겠어. 죽어버린 녀석은 몸집만 바보였지. 이번엔 조금 생각하는 놈으로 골라야겠어."

야만족을 거둔악마 릴리스.
한마디로 야만족의 왕은 릴리스의 장기말인 것이다.

사용하다 버리는 인형.
다음 인형은 나를 지목했고 붙잡았다.

'이러니 야만족의 뿌리를 못 찾은 거지. 그 본질이 숲에서 사는 순록인데.'

현재 위기상황과 별개로 다른 생각을 했다.
바로 야만족에 대해서 말이다.

생각해보면 과거엔 야만족들이 계속 세상에 퍼져 나간이유를찾지 못했다.

천사들마저도 막을 수 없었던 야만족들의 번식력.
그러니 천사는 결국 모든 야만족을 게이트 너머로 보낸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게도 야만족의 왕과 함께 있던 악마 릴리스도 한 번에 묶여버려 게이트 너머로 보내진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한 거니?"
"..한 가지만 묻지. 지금 인간의 왕을 아나?"
"뭐야? 그게 궁금했어? 음...클로버였나?"

다음 호기심은 게이트의 상황.
그 질문은 과거 당시의 유명인을 물어보는 것이다.

악마 릴리스는 북대륙의 황제 붉은 클로버를 말했다.

과거, 내가 죽기 전까지 대를 이어온 왕으로 알고 있다.

온몸이 검은실로 묶여 인 것과 별개로 서서히 의문점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의 원흉은 천사들과 신이 한 짓 때문이다.

수천 년전에 가둬진 것들이 바로 게이트 너머에 있다.

그것도 시간이 동결된 체로 갇혀진 거다.

이제 수천 년이 지나고, 그것들이 녹기 시작한 거고.

몬스터, 신성국들이 말했던 마신병. 즉 마족.

이들의 녹아서 게이트 밖으로 하나둘씩 나올거다.

이로써 천사들은 꼼수를  대가를 치룰 때가 온 것이다.

뒤로 밀린 숙제들이 수천 년이지나 다시 나타나는  바로 게이트라면..

천사들의 노예이며 지상의 최강자. 인류들은 이제 시험대에 오르는 거였다.

지상에 계속해서 주인이 될지.. 아니면 녹은 이들에게 뺏길지 모든건 인간들의 능력에 달렸다.

"나한텐 나쁘지 않아."
"음? 내게 인형이 되는 게?"
"사실 말이야. 내가 못 잡은 것들이 많아. 지금까지 너무 아쉬웠거든. 메모장에 빈 공간들이 많아서 천사들한테 욕을 하기도 했어."
"무슨 말은 하는 거야?"

-또각..또각.

릴리스가  쪽으로 걸어왔다.
악마는 인간과도 많이 흡사하다.
호기심이 있으면 반응하고 관심을 보인다.

그게 위험한건지도 모르고 다가왔다.

악마는 죽어도 다시 살아나면 되니까.
늘 위험보다 호기심을 선택했다.

"혹시 배고픈 거야?"
"조금 그러네. 집에 가서 먹어야지."
"으응? 집? 아니야, 이제 우리는 영원히 함께인걸?"
"그건 안 되겠는 걸~"
"이게.. 뭐~ 아직은 내 것이 안됐으니까, 천천히 사육해줄게. 후후."

-씨익.

아직미성숙한 과거의 악마들이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여린 마음을 가진 릴리스가 귀여워 보였다.

"웃겨? 진짜인데 후후후 각오하라고."
"릴리스."
"응?"
"집에 가면 다른 애들을 많이 소개해줄게."

-펑..

"어..어..어라?"

그를 속박하던 검은 줄들이 찢어지는 게 보인다.  후 릴리스의 눈동자가 급속도로 커져갔다.

-우우우!!

알 수 없는 중압감.
서서히 일어나는 인간의 머리에 나타난 검은 뿔.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푸르고 짙은 힘.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익숙한 악마향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나른해짐을 느껴졌다.
본능에 이끌려 그에게 몸이 떨려왔다.
숨이 가빠 오고 뇌가 흥분한다.

"아..아.."
"족쇄는 필수."

-찰캉!

릴리스는 목에 알 없는 무언가가 묶여짐을 느꼈다.

서서히 몸이 작아지는 순록은 귀엽고 작은 꽃사슴이 되어버렸다.

***

"뭐야, 보관아 왜 이렇게 늦게 나왔어?"

게이트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자 태식이가 인상을 쓰며 나를 반겨줬다.

"갑자기 사슴이 따라와서 말이야. 밀어내려고 하는데 이것  게이트까지 따라 나왔어."
"진짜다!"
"와! 귀여워요!"
"오구오구.. 진짜 귀여워!"

작은 사슴은 주눅이 든 체로 헬레나와 엘루나씨의 손길에 비빔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도망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목에 걸린 족쇄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게 그 족쇄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계속해서 인간들의 손길에 농락당할 수밖에 없었다.

"으..으.."

작은 꽃사슴이 된 릴리스는 머리가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자신과 비슷한 힘을 가진 인간 때문이다.

아니 비슷함을 넘어 자신보다 더 강대한 힘을 품은 인간에게 현혹되어 정신과 몸이 묶여버렸다.

"이거 어떡해요.. 동물원에 보내야할까요?"
"제 집이 넓으니까 괜찮아요. 제가 키울게요."
"휴.. 다행이네요!"

귀여운 꽃사슴의 안위가 정해지자 다들 한숨을 쉰다.

"그럼! 당장 곱창집으로!"
"아 맞다, 그래서 나는 오늘 패스."
"뭐냐!"
"오늘은 이 사슴 챙겨줘야지. 뒤풀이는 내일도 해도 되니까."
"그러냐.. 조금 아쉽네."

다들 오늘은 이쯤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하나둘씩 떠나고 나서야 마지막으로 사슴을 돌아봤다.

릴리스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날.. 어쩔 셈이야."
"너를 교육시킬 악마를 찾아봐야지. 이곳에서 살려면 여러 가지 지킬 규칙이 많으니까."
"누구 마음대로! 난 싫어!"

반항하는 릴리스다.
끝까지 저항하며  뜻대로 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하긴 세살버릇이 평생 간다던데 지금까지 했던 행동들이 쉽게 바뀔 리가 없었지.'

사람들을 도구로 삼거나 자유분방하게 살던 나날을 가진 과거의 악마들은 현대에 사는 악마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곳에 사는 악마들을 대체적으로 숨어사는데 게이트 너머에 있는 악마들은 아니었다.

과거의 악마와 현대의 악마차이는 원숭이와 인간차이 정도였으니까 교육이 필요했다.

"내 마음대로."
"이..이게!"

사슴은 목줄이 걸린 체로 짜증낸다.
하지만 묶여있는 처지.
남자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한숨을 쉬며 주변이나 돌아본다.

"진짜 여기는 뭐하는 곳인지.."

엘리스가 바라본세계는 이상했다.

맑은 하늘과 거대한 나무들은 하나도 없다.

온통 유리와 벽과 도로로 도배된 하늘을 뚫는 건물의 세계.

그 배경에 압도되어 조금은 소심하게 된 릴리스다.

"일로와. 잡고 끌고 가기 전에 말이야."
"저게.. 기회만 생기면 꼭 죽여 버릴 거야."

릴리스와 난 오피스텔로 향했다.
게이트가 그리 멀지 않았기에 걸어가기만 해도 충분했다.

-띠리릭.

현관문이 열리니 집안의 복도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와아~ 주인님이다~"

살갑게 반겨주는 장난기 많은 여성의 목소리.

"퇴근한 거야?"
"네에~ 주인님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퇴근해버리고 말았어요~"
"하여간.. 강 실장님이 또 힘들겠네."
"그러려고 월급 주는 거니까요."

총총거리며 현관으로 달려온 아스모데우스는 내게 달라붙어왔다.
살결을 스치며 목에 콧바람을 불고 나서야 뒤쪽을 의식한다.

"손님이 왔었네? 누구?"
"아.."

릴리스는 눈앞에 있는 여인에게서 익숙한 향을 느껴졌다.
아니 알고 있는 힘이다.

지옥에서 자신이 존경하던 유일한 악마가 있었다.

지상에 있는 사랑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세상에 반인 수컷들을 연구하던 위대한 악마.

천사마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보유한 귀족.

그녀의 모델 삼아 자신역시 야만족에게 집착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눈앞에 있다는 것에 놀라고 말았다.
아스모데우스가 이곳에 있다는 걸 보고 말이다.

"아스. 얘가 릴리스라는데."
"릴리스?"
"저..저! 예전에 아스모데우스님을 따르고 싶어서 찾아뵙었어요!"
"으음..언제?"
"그러니까 수백년전에 지옥에서.."

어느 틈에 다가온 릴리스는 아스를 올려다보며 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수백 년전까지 지옥에 간적이 없었는데 거짓말이네~"
"아..진짜예요!"
"몰라."

단도직입적으로 모른다고 하자 시무룩해진 릴리스가 되어 버렸다.

정말로 외롭고 불안함까지 느껴지는 자신이었다.

"알고 보니까. 이 악마가 모든 야만족들을 다루는 거였어."
"야만족이면.. 음.. 그 녀석들 멸종한지 수천 년전이잖아? 어떻게 알았어?"
"오늘 게이트를 들어갔는데 야만족이 몬스터로 지정되어 있더라고."
"아~ 그러니까 야만족들 뒤에서 조종하던 꼬마를 잡은 거구나? 저 애는 게이트에서 온 거고?"
"그런 거지. 그러니까 이곳 세계에 적응할 때까지만 이라도 맡아줘."
"신입교육은 쉽지. 마침 잘됐네. 회사가 커져서 일손이 부족했는데."
"직원을 뽑으라고 한  아니야."
"적응할 겸 자기가 쓸 돈은 스스로 벌겸. 겸사겸사지."

릴리스는 둘 사이에 껴들기가 힘들었다.
무슨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서였다.

그러니 조심히 뒷걸음질 치던 릴리스.

뒤쪽으로 걸어가다  다시 현관문 뒤에서 느껴지는 하나의 거대함에 또 몸이 경직되었다.

-끼이익. 띠리리.

문이 열리고 나서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미믹을 들고 있는 레비아탄이다.

"뭐야 빨리 왔잖아. 또 내가 기다릴 줄 알았는데."
"레비아탄 왔어?"

풍선껌을 불면서 힙한 모자에 후드모자까지 쓴 레비아탄은 눈앞에 있는 사슴을 보고 인상을 썼다.

"뭘 봐?"
"아..죄송..해요."
"웬 짐승한마리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악마잖아? 야! 주인! 또 악마를 수집하고 다니는 거야!"
"우연히 게이트에서 만났어."
"그놈에 우연.. 짜증나게."

레비아탄의기세에 릴리스는 처음 자대에 들어온 이등병마냥 얼어버렸다.

이곳저곳 눈치를 보고 있던 릴리스.
그걸 정면에서 보던 기믹이가 갑자기 달려든다.

"기기!"
"아앗!"

그대로 릴리스에게 박치기한다.

"뭐..뭐..야.. 미믹이 왜.."
"기기..기기!"
"내가 후배라고..?"

먼저 오피스텔로 온 기믹이가 상자를 열고선 릴리스에게 물건을 던져준다.

"이건..젖은 천."
"기기..기기기."
"바닥을 닦으라고요?"

릴리스는 자신의 밑을 바라봤다.
자신의 발굽자국들이 주변에 찍혀 있는 게 보였다.

"아..아하하.."

어안이 벙벙한 릴리스였지만 일단 걸레로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기 시작했다.

"주인님~ 주인님~ 저 여기가 배고파요~"
"저거 또 저러네!"
"레비아탄,악마보고 저거라니. 누가 보면 물건인줄 알겠다야."
"물건 맞지 성인용품! 음란한 도구!"

아스가 배고프다면서 아랫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레비아탄이 꼴 보기가 싫은지 바로 달려들어 꼽을 주는 광경은 역시나 평소와도 같았다.

"후후, 어때 다른 녀석들이 도착하기 전에 주인님을 먼저 가지고 노는 건?"
"그건.. 도구치고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그렇지?"

그렇게 서로 으르렁거리다가 이내 레비아탄에게 합의를 제의하는 아스였다.
이래저래 이렇게 시간만 보내면 손해라는 걸 알고 있는 둘이다.

"이봐들..내 의견은?"
"주인도 찬성이야."

레비아탄은 내 의견 대변해준다.

"이거 내가도구가 된거 같은데."
"후후, 착각이에요. 주인님 저희가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저희 마음 아시잖아요~"

윙크하며 손등으로 내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스모데우스.

남성의 무언가를 자극하는데 정말이지 노련했다.

"읏차..빨리 들어가자구 주인."

반면에 레비아탄은 어린아이처럼 매달렸다.
진짜로  뒤로 점프하곤강제로 나를 안았고, 대롱대롱 어부바가 되었다.

큰 후드티 너머로 느껴지는 거유 압박을 느끼면서 그녀가 떨어지지 말라고 레비아탄의 엉덩이를 손으로 받쳐줬다.

"레비아탄 완전 어린애잖아?"
"매..매력어필이거든!"
"그런 어린애라는 거지. 나하는걸 보라고."

-츄릅..

밀착하며 다가온 아스는 이내 숨을 내쉬며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댔다.

부드러운 살결.
미끈한 자극.
그리고 그녀의 향에 서서히 흥분됨을 느꼈다.

"우웅..야해..야한맛이야..쭙쭙.."

귀엽고 아름다움이 공전하는 분위기에 서서히 녹아내려갔다.

"후우..알겠어? 주인님의 마음까지도 잡아야 진정한 악마라는 거지."
"흥! 그런  이미 잡아뒀거든?"

레비아탄은 내 심장 쪽에 손을 올리곤 꽉 움켜쥔다.
아마도 심장이 마음이라고 생각하나싶다.

"주인님~ 저 예뻐해 주세요~"
"나..나도 주인과 하고 싶으니까!"

두 악마는  남자를 바라보곤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둘은 악마의 뿔을 만들어내면서 까지 서로의 향을 뿜어 수컷을 유혹한다.

"뜨거우니까. 주인이 식혀줘. 알지?  많이 기다린 거.."
"저도 식혀줘요 주인님."

몬스터의 상위체라고 불리는 종족 악마.
그 악마들 중에 최상 위라 불리는 귀족악마는 성욕까지도 넘쳐흘렀다.

짐승들이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사람들이 술과 담배, 여자를 즐기는 것처럼 악마들 역시 힘을 가진 존재와 관계를 즐겼다.

거기에 특별한 인간이라면 더더욱 모든 악마들이 집착할 것이다.

악마를 수집해 악마보다도 강하다는  입증한 악마수집가는 악마들이 모두 노리고 있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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