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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화 〉첫번째 천사. 달의 사리엘 (131/153)



〈 131화 〉첫번째 천사. 달의 사리엘

멀리서 보이는 고구려 아카데미 빌딩.

그 가운데 졸업시험기간이라는 홀로그램 문구가 보였다.

오늘이 멀린과 엘루나씨가 졸업시험이었다.

벌써 멀린과 엘루나씨가 아카데미를 떠날 시기가 된 거다.

따지고 보면 나보다 1년 먼저 고구려 아카데미에 입학한 선배들이었다.

평범한 이들이라면 3년은 다녀야 졸업시험을 치룰 수 있을 테지만 그 둘은 이미 아카데미 내에서 유명한 특급 유망주들이었다.

고구려 길드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들도 눈여겨볼 정도로 말이다.

저번주에 그녀들을 스카우트한다는 편지와 전화가 쏟아져 온다고 하소연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렇게까지 이름이 날렸으니 자연스럽게 조기졸업까지 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

매스컴에서 말하길 레벨4 지우개팀이라는 말이 오갔다.

헌터생 신분인데 레벨4 등급의 게이트를 모조리 클리어 한 거다.

그것도 100% 클러어.

인간인 이상 아무리 강한 이들이라도 실수가 나오는 정상이다.

하지만 이 팀은  한 번도 실패가 없었다. 유명해지기 싫어도 유명해질 수밖에 없었고 웬만한 프로팀들보다 안전하고 성적이 좋았다.

"여기 여기요! 보관씨!"
"엘루나씨?"

아카데미로 정문으로 들어가던 중에 엘루나씨가 다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잔뜩 흥분한 얼굴로 내게 손을 흔들고 있으니 부족한 건가 생각이 들었다.

"엘루나씨, 아침부터 무슨 일이죠? 혹시부족했나요?"
"그..그것도 있지만.. 아니! 장난치지 마요! 지금 보관씨 위험하다고요!"

엘루나씨가 짧게나마 나와 성관계를 상상했는지 멍하니 있다가, 다시 좌우로 고개를 흔들고선 나를 보고 다급하게 말을 했다.

"천사에요! 천사가 내려왔다고요!"
"그렇군요."
"어? 당황하지 않네요? 알고 있었어요?"
"대충이나마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이 도시를 담당하던 천사를 원래자리로 돌려놨거든요."
"그런..그러면 안 되잖아요. 들키기라도 한다면 어쩌려고 그래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과거에 잘못도 있고.. 그녀를 하루라도 빨리 구해주고 싶었습니다."
"구하다니요?"
"폭식의 귀족악마 마몬이 천사가 되어 이 도시에 있었으니까요."
"그럴수가.. 악마가 천사로 있던 건가요?"
"말하자면 깁니다만.. 일단 사람이 많으니 자리를 옮기죠."

멀린의 집무실로 들어가 엘루나씨에게 대성당에 있던 천사가 마몬이었다는 것을 설명했다.

천사가  그녀를 무력화 시키고 다시 악마로 만들었다고 하니 그녀가 놀라워한다.

"언젠간 천사가 확인하러 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보관씨는 모든걸 알고 있네요."
"이제는 괜찮습니까?"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분명 대비도 했겠죠?"
"걱정 마세요."
"휴..다행이네요. 천사가 갑자기 나타나서 제 입을 꿰매버릴 때 얼마나 놀랬는지."
"...정령을 가진 엘프의 입을 꿰매버렸다고요?"
"네? 그런데요..?"

악과 적을 제거하기위해 싸우는 천사들이기도하지만, 휘황찬란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천사를 따르는 이들을 감탄하게 만들어 무의식적으로 존경심을 들게끔 만드는 게 그들의 방식이다.

명성을 드높여 자신들이 정의라는 걸 보여주는 천사다.

그런데 작은 실이라는 도구를 이용하는 건 지극히 본인중심으로 이용하는 천사라는 편의성 기술이다.

내가 알고 있는 천사들은 그런 방법은 선호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다.

물론 일반적인 천사들은 그랬다.

"그 천사를 보기엔 어땠습니까?"
"그게 싸운 건 아니에요.. 그냥 대성당까지안내해달라는 부탁 같은 협박을 해서요..맞다! 움직이는 도중에 순간이동 하듯이 움직이는걸 보긴 했어요!"
"꽤나 등급이 있는 천사인가 보군요. 순간 이동하듯이 움직이는 천사는 저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위험한 천사군요. 저도 악마의 힘이 있는데..들키기라도 한다면.."

엘루나씨는 두려운지 두 손을 입술에 올리곤 두려움에 떨었다.
마치 범죄를 저질러 변호사를 만난 여자같다.

"걱정하지마세요. 신이 아닌 이상 진정한 악마의 힘을 알아차리지 못할 테니까요."
"정말요?"
"악마힘은 저한테서 밖에 못 느낄 겁니다. 엘루나씨나 헬레나, 멀린은 그저 만남을 가진 것뿐이니까요."
"그렇지만.. 전 악마의 힘을 사용하는데요."
"괜찮습니다. 악마의 힘이 악하다고 생각할 시절은 지났거든요. 악마들도 과거에 비해 농도도 옅어졌고요."
"아..수천 년이 지났으니까요?"
"네, 이미 악마라 불리던 시절의 힘들은 모두 흐릿해졌고, 천사들도 악마의 힘보다는 헌터들이라 보고 있을 겁니다."
"휴우..다행이네요."

엘루나씨의 한숨에서 많은 걱정이 날아가는  보였다.

꽤나 힘들었었나 보다. 오늘이 졸업시험일 텐데.

"천사는 어디로 갔습니까?"
"그러니까.. 헬레나 수녀님을 붙잡고 마탑에 간다고 했어요."
"제 흔적을 쫓고 있나보군요."
"그런 거 같아요. 대성당에서 부터 그 남자 그 남자 하더라고요. 그래서 피해 다녀야 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마탑으로 가보죠."
"네, 생각하셨.. 보관씨! 제 말을 듣고 있는 거 맞죠!"

분명사리엘 측에서 보낸 천사가 맞을 거다.
마탑의 1인자 마법사가 사라질 때 사리엘을 애타게 찾았으니.

"보관씨?"
"걱정 마세요. 저도 방법이 있으니까요. 그보다.."

걱정하는 엘루나씨의 볼에 키스를 하곤 뒤돌아 아카데미를 나섰다.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우우..그러니까..위험하다니까요.."

***

"그래서 천사를 상대하려고 혼자 마탑에 왔다는 거냐?"

홀로그램폰 너머로 들리는 짜증 섞인 사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사가 나타났고, 나를 찾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혼자 왔다고 말하니 사탄이..

"미친 새끼."

란다.

"곧 들어갈게."
"혼자 가다간 죽을 수도 있다고. 천사 놈들이 얼마나 미쳤는지 모르냐?"
"알아."
"쓰읍..후우우."

답답한 담배연기소리가 난다.
그것만으로도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고 느껴졌다.

미안함에 끊지 못하고 한마디를 더하게 됐다.

"이쪽 일은 악마가 관여하면 더 일이 커져. 혼자 하는 게 맞아."
"지랄하네. 혼자 나대다가 너도 붙잡혀서 천상감옥에 가면 어떡할 건데?"
"그럴 일 없어."
"하! 너 수천 년 전에도 그랬지? 무작정 내 앞에 나타나서 심판한다고. 실패할 경우는 생각 안하는 거냐?"
"글쌔.. 실패한 적이 없어서."
"야, 그때 우리들이 진심으로 너를 상대했다고 생각하는  아니겠지?"
"물론 아니겠지."
"잘 아네! 천사는 그런 거 없어. 욕심이나 호기심이 없는 멍청한 놈들이니까. 붙잡히면 바로 게이트 가는 거야. 지금 집에 있는 기믹이나릴리스 녀석처럼 말이지. 수천 년간 멈춰 있는 거라고!"
"걱정 마. 난 너희들과 계약이 있으니까. 절대 사라지지 않아."
"퉷.. 걱정 같은 거  해. 다만 네가 죽으면 난 그냥.. 싸울 줄 사람이 없을 뿐이니까. 아쉬운거라고."
"오늘 안에는 갈게."
"쳇...마음대로 해. 끊어.  외출 신청하러 가야하니까."
"고맙다. 사탄."


화를 내는 것 같지만 사탄은 오히려 좋아하고 있을 거다.
귀족악마에게 어울리는 이성은 늘 증명해야 하니까.

증명하지 못하면.. 그대로 잡아먹힌다.

정액을 뿜고 잡아먹히는 숫사마귀처럼 말이다.

나약해지면 그녀들에게 팔다리가 잡혀 장난감이 되겠지.

여기서 천사들에게 잡히면  정도뿐인 녀석이라 생각하고 버리는  그녀들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애정 어린 애교를 부려왔지만 말이다.

악마들을 통해 최고의 사랑을 얻을 있는 나지만, 반대로 조금만 부족하면 그대로 지옥에 떨어질 미래를 품고 있는 나다.

그런 진실을 알고 있으니, 너무 악마들을 잘 알고 있는 것도 별로인거 같다.

-짝!

박수를 치며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악마들을 생각할 때가 아니지.'

숙제(악마들의 약속은)는 현재진행형중이고,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은 이 마탑 안에 있는 천사다.

저번에 마탑 전체가 기울어졌던 사건 때문에 새단장 중인 상태라 사람도 없는 상태였다.

마침  알맞은 장소였다.

그곳도 있고 말이다.

-처벅.. 처벅.. 끼이익..

"어디 있는 거지? 음..여기지!"
"천사님 거기 안에 있을 리가.."

'찾은 건가..'

마탑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건 바로 휴지통을 안을 바라보며 얼굴을 들이 밀고 있는 소녀가 보인다.

맹하게 생겼지만 온몸에서 퍼져 나오는 성스러운 신성력이 상당했다.

옆에 있는 헬레나의 신성력이 작아 보일정도다.

"어디 있나.. 아니면.."

-씨잉.

"너야?"

'어느 틈에?'

천사로 의심되는 소녀에게 시선을 주자 순간 이동하듯이 내 앞에 나타났다.

사냥꾼들의 은밀한 기척지우기는 소용없었다.

그대로 나의 시선을 느끼고 다가온 거다.
평범하고 당연하듯이 말이다.

"천사님 뵙습니다."
"흐응? 악당치곤 예의 바르네!"
"제가 악당입니까?"
"응, 천사를 죽였으니까. 우리들의 적이야."
"죽인적은 없습니다. 대천사 사리엘님."
"와? 나를 알아?"
"이정도 신성력이라면 대천사들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대천사 시리엘.
달의 천사라고 불리며 일곱 대천사중 한자리를 가지고 있는 천사다.

성서에 적힌 내용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달의 힘을 품은 여인은 전장 한가운데에 있어도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다.

오히려 사리엘을 공격을 한 악마들의 몸이 찢겨나갔다.

전쟁터는 검붉은 핏물로 가득한 강이 되었지만, 자리에서 휘파람을 불고 있던 대천사는 시리엘이었다.

마탑에서 함정을 파고 나를 기다리고 있던 제노사이드를 가진 마법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대성당에서 하급정도의 힘을 가졌던 천사.
그때의 마몬보다도 압도적으로 위다.

"나 지금부터 너를 심판할건데. 재미있겠지?"
"흠.. 저는 재미없을 거 같습니다."
"힛. 기대해!"

어린애처럼 웃고 있는 표정이지만 그녀가 가진 살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온몸에 있는 뼈들이 깨져 나갈 거 같았다.

일곱의 대천사는 전성기를 가졌던 일곱의 귀족악마들의 힘은 비등하다라 했던가.

정말로 지금의 떨림은 과거에 마주했던 귀족악마들과 흡사했다.

"사냥꾼님.."
"헬레나, 나가 있어줘."
"전..같이 있고 싶은데.. 믿고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헬레나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사리엘을 바라봤다.

사리엘을 혀를 살짝 내밀고는 나와 헬레나를 본다.

"너! 처음부터 내가  거라는  알고 있었구나?"
"대충이나마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천사님이 오실 줄은 몰랐군요."
"사실 천사한명즈음이야 사라져도 별 관심 없지만 나는  아이들은 사랑해서 몰래 내려와 버렸어!"
"..몰래나왔단 말입니까?"
"아! 들켰다! 아니! 지상이 궁금해서 내려온  아니야!"
"지상이 궁금해서 그랬군요."
"앗! 너 대단하네!"
"으음.."

대천사 사리엘은 정신은 약간 특이했다.
물론 악마들과 다니는 나도 특이하지만 말이다.

일단 속마음을 들킨 사리엘은 안절부절 못하는 게 보인다.

텐션이 낮아진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라구엘한테는 말하지 말아줘.. 화나면 무서워!"
"라구엘님.. 뭐,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 싸워볼까!"
"그전에.. 지금 천사들은 뭐하고 있습니까? 지상은 이미 게이트가 열려 사상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류를 지키지 않는 겁니까?"
"응? 아니야! 세계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지!"
"지상으로 내려온걸 보면 시간여유가 있어 보이는데요?"
"아! 그러니까.. 우우.. 아니야 말하지 말랬어!"

사리엘의말과 눈빛에서 느껴졌다.
천사들..
뭔가 숨기고 있는  확실했다.

그리고 대천사 사리엘.
성격을 보아하니 비밀을 잘 지키지 못하는 꼬마애와 같았다.

'이거 잘만이용하면 천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은데?'

"뭐가요?  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까?"
"말하지 않을 거야. 이건 안 돼!"
"인류를 버렸다는  말입니까?"
"아..니."

'당첨인가.'

사리엘은 입을 벌린 채로 얼어버렸다.
정말로 딱 멈춰버렸다.

"천사들은 지상에 손을 땐 것과 헌터들과 게이트가 나타난 것이 연관되어 있는 겁니까?"
"모..몰라.. 난 아무것도.. 그냥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말라고 했을 뿐이야.. 알려주면 혼나.."
"그게 뭔가요. 그걸 알아야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을 구해야죠. 그리고 라구엘님에게 비밀은.. 제가 지켜드리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아..사람들..우..그러니까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이야."
"네, 귓속말로 조용히 듣겠습니다."

망설이는 시리엘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천사였다.

지식이나 정보의 중요도의 크기를 구별  없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

천사는 그저 악을 처단하고 세상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고 자연의 법칙처럼 움직이는 이들이었다.

"그게..그러니까..신님이 죽었어."
"그럴수가요."

그녀의 말에 모든 흩어졌던 퍼즐조각이 맞아떨어졌다.

천사들은 지금 머리가 사라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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