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첫번째 천사. 달의 사리엘
"혹시 신님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습니까?"
"..그러니까..어떻게 죽었냐면..어라? 근대 내가 왜 알려줘야 하는 거야?"
"그러게요."
"앗! 나를 속였구나!"
"스스로 말하지 않았습니까?"
신은 죽었다.
천사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니 확실할거다.
특히나 대천사라면 신뢰가 갔다.
그들은 세상을 직접 심판하는 이들이며, 어떤 이들보다도 순수하고 정당하기에 믿고 있었다.
"으으..악당에게 또 속았어.. 지금부터는 안통할거야!"
"음..혹시 사리엘님처럼 다른 대천사님 중에서도 사라진 분이 있습니까?"
"응! 지금 천상엔 미카엘이랑, 라구엘이랑 있고.. 이게!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아하하..역시 대천사님이시군요. 금방 파악하시다니."
또 다시 속았다는 것에 화를 내기 시작한 시리엘이다.
이제는 정말로 그녀와 대화하기란 힘들어 보인다.
나를 무섭게 노려보며 자세를 잡는다.
"천사를 육체를 해한 죄! 대천사 사리엘의 이름으로 심판할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전 천사를 죽인 적이 없습니다."
"이제는 안 통해!"
사리엘의 손바닥을 내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곳에서 응축된 기운이 몰리는 걸 느꼈다.
'달의 기운인가.. 저번에 마법사가 들고 있던 제노사이드와 똑같아.'
그때는 벨페고르의 깃털장갑 덕에 큰 피해를 막았지만 눈앞에 있는 녀석은 차원이 다르다.
수천 년간 천상과 지상을 지켜냈던 대천사.
저걸 한번이라도 맞았다간 곧바로 소멸될 거다.
"사라져."
"그건 안 됩니다. 제가 할일이 좀 많아서요."
-피융!
시리엘의 손에서 광선이 발사된다.
나는 곧바로 마몬의 힘을 끌어올렸다.
'마몬..'
얼굴에 외뿔이 솟아오르며 온몸에서 악마의 힘이 커져간다.
이후 바로 내 손도 들어올린다.
-피융! 쾅!!
-피융! 쾅!!
"이렇게 하는 겁니까?"
"어떻게 내 기술을 사용하거지!?"
"그런 게 있습니다."
"점점 더 수상해!"
마몬의 능력은 탐욕.
그 말대로 상대의 것을 훔치는 권능이다.
힘이든 재물이든 마음이든 일시적으로 대상의 능력을 배워 사용한다.
일명 흉내 내기.
귀족악마의 힘은 한두 번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조금 흠이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그럼..다음에 보겠습니다."
"어..? 어어어! 어디가!"
바로 고개를 돌려 2층으로 도망간다.
그러자 역습을 기대하던 사리엘이 멍하니 나를 보다 이내 정신이 들었는지 순간적으로 빛이 된다.
"나한테서 절대 도망치지 못해!"
앞을추월하며 주먹을 아래로 찍으며 휘두른다.
-쾅!
내려찍는 주먹을 피한다.
목표물을 잃고 휘두른 주먹이 바닥에 찍히자 지진이 난듯 사방으로 바닥이 깨져나간다.
"큿!"
"이래도 피할 수 있어? 힛!"
분명 주먹을 내려찍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 사이에 행동이 사라지고, 이미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피융!
내 얼굴 옆으로 광선이 날아온다.
얼굴 옆에 순간적으로 벨페고르의 깃털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초근접상태 순식간에 깃털장갑이 찌그러지고 녹아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내 몸이 광선의 후폭풍으로 인해 날아간다.
한바퀴, 두바퀴 회전하며 바닥을 굴렀다.
"퉤..퉤..크윽.."
"힛, 이 정도야?"
역시 대천사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잔재주로는 상대할 수가 없었다.
방법이 있다면 아까처럼 그녀의 힘을 이용해서 받아 치는 정도.
눈이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없었고, 몸이 반응하기 힘들며, 소리조차 뒤늦게 들려오는 격차다.
압도적인 힘에 그동안 해왔던 수련과 배움이 쓸데없는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니 할 수 없이 두 손을 들어올렸다.
"..항복입니다."
"그것도 거짓말이지?"
"아닙니다. 그 정도 힘이면 저는 어떤 수를 써도 저항할 수 없습니다."
"정말 그런 거야?"
"그렇습니다만.."
"음..내가 보기엔 전혀 포기하지 않아 보이는데?"
"제가 더 발악하길 원합니까?"
"너한테서 풍기는 힘이 뭔가.. 익숙해서 말이지. 포기하지 않을 거 같아. 일단 팔다리는 자르고 생각해볼게."
망설임 없는 처형자처럼 빛의 속도로 다가와 내 다리와 두 팔을 잘라버린다.
그렇게 잘려나갔는데 내 몸은 그대로였다.
"음...정답입니다."
"잔상! 날 또 속였어!"
사리엘 눈앞에 있는 내 잔상이 사라진다.
사리엘은 이미 저 멀리 뛰어가고 있는 걸 본다.
"내게서 도망치는 건 소용없어!"
가짜를 보고 속았다는 걸 확인하고 빛의 속도로 달려오는 사리엘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눈앞에 있는 마법역사 기록관이라 적힌 문으로 달려갔다.
루시퍼의 모방으로 빅토르가 가진 나무지팡이를 만들어낸다.
기록관의 문이 퍼즐이 되어 서서히 열린다.
"피하지 마!"
"안 그러면 죽는 걸요."
문이 열리는 걸 보면서 몸을 숙이니 그녀의 섬광같은 주먹이 날아온다.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거리를 벌리는데 이미 내 안쪽으로 파고들어왔다.
그녀의 내지르는 주먹이 내 복부를 치려는 찰나 힘을 끌어올렸다.
'사탄!'
전신에 불같은 기운이 응축된다.
순간적으로 달아오른 몸이 구릿빛 몸으로 코팅되며 사리엘이 내지른 주먹을 견뎌낸다.
"어?"
반격한다.
-빠각!
"와와! 역시 뭔가 있었구나!"
사리엘이 내 니킥을 맞고 날아가는데 당황하기 보다는 기뻐한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또 한 번 사라진다.
순간 수십의 주먹을 내 앞으로 날아온다.
첫 반격은 성공했지만 이후 더 빈틈이 없어진 그녀다.
두 팔을 엑스자로 취하며 어떻게든 버텨내다 기록실이 열리는 걸 보고 그 안으로 온몸을 던져 굴렀다.
-피융! 쾅!
구른 자리에 광선이 날아온다.
"크윽!"
"나한테서 도망은 못간다고~"
육탄전을 하다 이제는 무차별 광선을 쏴댄다.
-쾅! 쾅! 쾅!
파괴된 콘크리트 벽이 터져나가며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연기로 가득해 보이지 않는 상황.
재빨리 손을 들어 또 한 번 루시퍼의 힘을 사용했다.
"개방."
빅토르가 가진 목걸이.
그 목걸이가 내손에 있고 서서히 기록실 안쪽의 문을 연다.
안쪽으로 연기들이 빨려 들어간다.
이곳은 제한된 작은 방이며, 저주받은 무구들을 보관하던 장소.
그녀가 난리치려고 해도 마탑의 마력이 막을 수 있을 거다.
강한 결계가 형성된 곳이니 밖에서도 우리를 볼 수 없을거다.
'준비는 됐어.'
잠시 동안 사리엘과 나는 서로를 바라본다.
"역시 악당이야. 이런 곳을 가지고 있었다니."
"제 최선은 여기입니다. 들어오시죠. 원하는 만큼 상대해 줄 테니까요."
"상대해준다고? 좋아!"
성서를 보면 대부분의 천사는 규율과 법을 지키고 지상을 수호하는 정의사도였다.
하지만 만나봐야 사람을 안다고 했나 내가 보고 있는 대천사 사리엘은 그렇지 않았다.
사탄만큼이나 전투를 좋아하고 있었다.
원인은 하나뿐이다.
신이 죽어버려 명령이 사라졌으니, 대천사들에게 판단이 사라졌다.
각자 살아가야하는 존재가 되어버렸기에 봉인됐던 본능이 깨어난 거다.
마치 지상에 게이트가 나타나는 것처럼.
천사들도 풀려버린 거다.
'그러니 다시 잠가야겠지.'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허공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후 내 손을 타고 올라오는 사슬형 제노사이드다.
-엔젤코드를 말하세요.
"데미안."
-피융!
제노사이드를 뽑자마자 뒤쪽에서 날아오는 광선이다.
-칭!
사슬을 손에 두르고 광선을 잡는다.
날아오는 광선이 포박되며 서서히 잠가진다.
이후 광선이 사슬에 묶여 바닥으로 떨어진다.
"어라? 제노사이드? 이상하네~ 어떻게 천사의 무기를 사용하는 거야?"
"입을 열어보게 해보시죠."
"힛."
광선이 통하지 않자 육탄전을 하기위해 날아온다.
순간적으로 내 앞에 서서 주먹을 내지른다.
'이미 봤던 거지.'
주먹을 날아오는 걸 예측.
한발 먼저 사슬을 날린다.
사슬이 튀어나가 사리엘의 팔을 꿰뚫는다.
아니 뚫으려 했다.
하지만 반대로 사슬이 튕겨져 다시 내 팔로 날아왔다.
-촤악!
"윽..!"
"안되지~"
튕겨져 나온 제노사이드가 내 팔을 뜯어간다.
적중할 줄 알았던 사슬이 오히려 나를 공격한 거다.
팔을 감싸며 적당한 거리를 벌리며 그녀를 봤다.
"달의 힘이군요."
"맞아, 그걸 아는 넌 절대로 나를 죽이지 못한다는 걸 알거야."
달은 모든 공격을 튕겨낸다.
신이 태양이라면 그 빛을 받아 반사하는 게 달이라는 성서의 말이 있었다.
달의 힘을 사용하는 사리엘은 달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벨페고르가 악마군의 뚫리지 않는 방패라면, 사리엘은 천사 중 가장 단단한 거울이라 했다.
실제로 본 그녀의 능력은 정말이지 사기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게 끝은 아니겠지?"
"설마요."
사슬을 손에서 풀어 바닥에 던졌다.
"뭐야, 포기야? 아니! 또 속이려고 하는 거지!"
"전투로는 사리엘님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럼?"
"이 방에 온 것도 처음부터 이 방법을 쓸려고 온 겁니다 여기에서는 천상이나 천사에게 알려질 일이 없으니까요. 제 힘을 모두 보여드리죠."
"힛..꼭 네가 이길 것처럼 말하네? 이미 한쪽 팔이 안 움직이면서~"
"발키리급 정도까지 생각했었습니다. 설마 대천사급이 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오오! 내가 오길 잘한 거 같아!"
"맞습니다. 정말 잘된 일이죠.."
바닥에 있는 사슬을 발로 밟았다.
그러자 사슬이 사방을 퍼져나간다.
"으응?"
수십 가닥 아니 수백가닥이 허공으로 퍼지다 이내 공간을 채워간다.
"혹시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악마수집가라고.."
"아..들어는 봤어. 악마감옥을 지키는 간수가 한명 있었다고."
사슬이 가득한 공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천장 위에서 족쇄들이 내려온다.
"소용없어!"
-칭!
날아오는 수많은 사슬족쇄가 튕겨나간다.
공격을 막자 이제는 자신의 턴이라고 생각한 사리엘은 내게로 순간이동하듯이 달려온다.
"달의 힘은 모든 것을 반사시킨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고! 죽어엇?"
내게 주먹을 날린 사리엘이다.
하지만 내 얼굴 앞에 그녀의 주먹이 멈춰 섰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시야에 보이고 느낄 때나 해당된다는 걸 아까 파악했죠."
"안..안 움직여! 무슨짓을 한 거지!"
"사리엘님은 이제 저의 말을 들어야 할 겁니다. 이 사슬은 귀족악마들을 수백 년을 묶었던 사슬이니까요. 대천사라도 힘들 겁니다."
사리엘의 새끼발가락에 걸린 족쇄가 보였다.
그녀역시 이제야 파악했는지 자신의 발가락을 본다.
"또! 또! 날 속였어!"
맞다. 이 감옥은 그저 연극이었다.
사슬을 발로 밟은 것은 사방으로 사슬을 바닥에 뿌리기 위한 것이었다.
마치 지뢰를 설치하는 사냥꾼처럼 사슬을 은밀하게 뿌렸고, 마지막에 발로 밝아 대놓고 뿌렸다.
사슬감옥은 그저 시선을 끄는 용도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또 하나 그녀가 또 순간이동하며 다가올 걸 예측했다.
몇 번이고 근접전을 선호하는 걸 봤으니까.
들키지 않게 대화로 시선을 끌고, 사슬에 힘을 주입했다.
족쇄가 만들어지는 힘을 말이다.
그래도 그녀가 가만히 있을 땐 잡지 못한다.
모든 걸 집중하고 있을 테니까.
그녀는 나만 본다.
내가 움직이는 손짓이나 능력만 사용할 때 미세한 움직임을 다 파악했고 그때마다 반사하는 달의 힘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녀가 스스로 공격할 때는 달랐다.
빛의 속도로 움직일 때 잠시 동안이지만 달빛의 힘이 약해졌었다.
사슬을 무시하고 모두 밟아가며 다가오면 그녀는 결국 족쇄가 신체가닿는다.
"제가 이겼습니다."
"아니야! 악당의 마음대로 안 될 거야!"
대천사 사리엘이 마음 깊은 곳에서 힘을 퍼트린다.
등 쪽에 3쌍의 날개가 나타나고, 머리위에 황금빛 헤일로나 나타난다.
진정으로 7대천사의 모습으로 형상화한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들 정도의 신성력이 터져나간다.
당장이라도 모든 걸 지우고 깨버리며 정화하려한다.
아무리 악한 힘이라도 대천사 앞에선 무용지물이라고 말하는 듯 거대한 힘을 뿜어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악당은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다.
"흐음.. 사리엘님 그거 눈부시니까 꺼요."
-툭..
"어..어..라라."
그의 한마디에 대천사 사리엘은 다시 평범한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