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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7화 〉네번째 용사. 수인 엘리스 (147/153)



〈 147화 〉네번째 용사. 수인 엘리스

음침하던 금지된 숲이 그녀의 힘으로 달라졌다.

마치 그녀의 감정이 실체화된 듯이 숲전체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있던 검은 로브를 쓴 이들도 그녀의 위협에 주춤거리며 한발자국 물러섰지만 포기하지 않아보였다.

"압도적인 힘입니다. 발리아 술탄님이 말씀하신대로 입니다."

"발리아 술탄.  녀석들.."

무리들의 대장격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녀의 살기어린 눈빛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술탄한테 무슨짓을 한 거지!?"

발리아 술탄.

그는 엘프숲 바깥에 있는 인간마을 썬의 촌장이었다.

술탄을 안지는 벌써 몇 년이 지났었다.

그는 사냥꾼인 부모를 따라 숲에 들어왔던 아이였다.

숲에서 길을 잃어 자신과 만났다.
방금 떠나갔던 빌어먹을 제자처럼 오랫동안 알던 사이었다.

처음 술탄을 본 순간.
신기하게도 그는 나를 보고 울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었다.

어린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동자로 자신을 편견 없이 대했다.

그때부터였나 그는 나를 계속 찾아왔다.

나는 짜증을 내며 쫓아버린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나를 찾아와 인간들의 음식을 건네주곤했었다.

금지된  밖으로 나가서 가장먼저 방문하게 되는 마을에 사는 꼬맹이 촌장.

마을에선 몬스터라고 취급받았던 나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했던 촌장이었다.

술탄은 그걸 목표로 썬의 촌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촌장이 될 수 있었다.

나를 숲의 수호신이라는 이미지로 바꿔주는데 성공한 촌장이었다.

쓸데없는 일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다른 인간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른 인간들이 죽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나를 대변해준 술탄만큼은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첫번째로 나를 아껴주는녀석이었으니까.

"저희들을 조금만 도와준다면 그도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을겁니다. 후후."

"나를 상대로 위험한 장난을 하는구나?"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들처럼 음지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다른 국가들에게 지원을 요청할 없으니까요. 그러니 금지된 숲에서 살아가는 구미호님같은 이들에게 도움을 청해야합니다."

"나를 이용하면 언젠간 후회하게 될 거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를 희생해서 그분을 불러낼  있다면 기쁘게 받아드릴겁니다. 흐흐흐."

남자는 손을 내밀었다.

남자의 손바닥에 있는건 검은색 반지.

"그게 뭐지?"

"계약의 반지입니다. 일종의 안정장치죠. 구미호님이 갑자기 우리들의 아지트로 들어가 모두를 죽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희들은 아직 신뢰하는 관계가 이니니까요. 바라는건 하나입니다. 일이 끝날때까지 배신하지 않는다. 그것만 약조해주시면 구미호님과술탄님을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어두운 로브속에 감춰진 사악한 미소가 보였다.
하지만 구미호는 당당하게 반지를 잡았다.

무슨 수작을 부릴게 뻔했지만 통하지 않을 거다.

저주나 병도 피해가는 금지된 숲의 주인.

심지어 세월까지도 이겨내는 전설의 구미호다.

걱정이 없었다.

들어올테면 들어와보라는 듯이 반지를 새끼손가락에 꼈다.

"됐군요."

"으으윽!?"

남자도 구미호가  반지와 똑같은 반지를 보여준다.

구미호는 그걸 본 순간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을 느꼈다.

무릎을 꿇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너지는 몸을 이끌고 다시 반지를 빼려고 하지만 빠지지 않았다.

-처벅처벅..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봤다.

"네..녀석.. 무슨짓을..! 끄으윽.."

"특별히 당신의 영혼은 가둬놓는 물건이죠. 앞으론 그 몸안엔 다른 영혼이 들어가게 될 겁니다."

"영혼을... 설마 마신 녀석들였나."
"하하, 지금 알아차리셔도 소용없습니다. 그러니 구미호님의 몸은 앞으로 저희들이 잘쓰겠습니다."

구미호 앞에서 웃던 남자.

그도 반지를 끼고 있어 서서히 몸이 무너지고 있었다.

영혼의 댓가는 영혼.

영혼이 반지속으로 향하니, 다른 반지속에도 영혼이 들어간다.

"이 새끼들...!"

구미호는 무너진 몸을 이끌고 이빨을 악 물었다.

구미호 눈에 보이는 로브를 입고 쓰러진 남자.

놀랍게도 그의 얼굴은 다름아닌 발리아 술탄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금지된 숲에 살아가는 구미호에게 도움을 줬던 꼬맹이였다.

구미호는배신감에 이빨을 악물었다.

흥분한 눈빛으로 쓰러지면서 주변에 보이는 인간들을 보며 손톱을 긁어 밀었다.

그 손톱에서 은은하게퍼져가며 푸른색 마력.

정면을 보며 휘둘러지며 주변을 갈랐다.

-서걱.

로브를 입은 마신의 추종자들은 세갈래로 분해가 되며 사방으로 피분수를 만들어냈다.

수십의 사람들은 다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 속으로.

"하아..하아..!"

구미호는 쓰러진 술탄의 목을 움켜잡았다.

눈물을 보이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오른손에 힘을 줄 수가없었다.

배신을 했다지만 구미호는 이미 그에게 마음 줬기에 아무리 악한 일을 했더라도 죽일 수가 없었다

"멍청한 새끼.."

구미호의 신체도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어딘가에 빨려들어가는 감각과 함께.

남겨진 남녀는 피로 범벅된 숲에서 의식을 잃으며 쓰러졌다.

"씨익..성공했다."

그 뒤로 검은 로브를 입은 또 다른 무리들이 나타났다.

둘에게 접근하고 반지를 뺏는다.

그리고 영혼없는 육체들을 검은 붕대로 꽁꽁 말아 들어 올려서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핏물이 가득한 숲을 빠져나가는 이들로 인해 다시 금지된 숲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요해져갔다.

***

"아흥~ 주인님..아파요.."

"....아스?"

긴 꿈을 꾸고나서 나는 아스의 품안에서 깨어났다.

깨어나 주변을 돌아보니 아스의 방이었다.

난 그녀의 가슴을  붙잡고있었다.

힘을 너무 줬는지 아스의가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미안."

"괜찮아요. 주인님이 원하시면 SM플레이도 가능하니까요~ 지금.. 살짝 때려주실래요?"

"아니."

아스는 불쾌하기 보다는 오히려 힘을 주는 것마저도 좋아하는 모습으로 내게 밀착하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음욕의 악마답게 성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들이라면 무조건적으로 찬성하고 있었다.

"음?"

아스를 움켜줬던 손이 아닌 반대쪽 손에 무언가 쥐고 있는게 느껴졌다.

들어서 보니 그 반지였다.

"설마.."

"주인님. 무슨일이라도 있어요?"

반지를 품고 있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다.

동시에 꿈속에서 봤던 악몽.

이 반지로 인해 과거를 볼 수 있었던게 확실했다.

이런적이 없었는데 악마들의 힘이 증폭되어 꿈의 대한 능력이 한층 높아진건가.

"아스. 내가 스승이 있었다고 말했었지."

"네~ 예전에 금지된 숲에서 만났던 사람이 있었다고 했었죠."

"스승이 사라졌는지알겠어."

"그래요?"

아스는 꿍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눈앞에 있는 매력덩어리 자신보다.

뒤에 말한 스승이라는 존재가 거슬린 듯한 표정을 보여준다.

"이 반지 봉인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데.. 아스가 한  찾아봐줘."

"싫은데.. 아! 혹시.. 도와주시면 상을 주시나요!"

"찾아오면 하루동안 데이트 해줄게."

"와! 좋아요! 꼭 찾아오겠어요!"

아스는 의지를 불태우며 나를 끌어안았다.

목표가 생기자 미래에 대해 꿈을 꾸는 그녀다.

지금도 잔뜩 흥분하며 상황을 즐기며 나를 만져왔다.

그녀의 애무에도 반지를 보며 곰곰히 생각해봤다.

인간들의 꿈은 대부분 개꿈이다.

하지만 악마들은 꿈으로 미래나 과거를 보지.

난 꿈에서  반지의 과거를 봤다.

사령술사들로 의심되는 이들과 연관 있는 스승을 봤다.

발리아 술탄이라는 수상한 인물도 보였다.

분명 스승은 술탄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없었었는데.. 제국에 대한 정보를 다시 한 번 찾아봐야 할 거 같다.

그녀와 나는 스승과 제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스승의 복수를 하는 것도 나의 역할.

"아스. 지금 발리아 제국의 왕이 누군줄알아?"

"햝짝..발리아 술탄이요 주인님~"
"술탄."

술탄 그가 사령술사들과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국경지대에 있던 마을이 분기점인게 확실했다.

지금은 도시가 된 국경도시 썬.

분명 그곳에 촌장이 발리아 술탄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였던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꿈에서  그는 스승을 배신하고 사령술사의 편에 섰다.

 반지로 스승의영혼을 봉인시키는  보며 꿈이 끝이 났다.

'이상한데.'

분명 꿈속에서도 술탄이라는 남자도 스승과 함께 반지 안으로 봉인된걸 봤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살아있었다.

심지어 제국의왕이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앞뒤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술탄이 원인인게 확실하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난건가 싶다.

신경쓰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스승과 연관되어 있으니 제국에 대해 알아볼겸  일도 해결해보기로 하자.

'중요한건 술탄이지.'

과거에도 지금도 마지막에 이득 본 녀석이 바로 범인이다.

술탄의 뒤를 캐면 반드시 진실에 도달할게 분명했다.

"한 번 더하고 싶어요. 주인님~"

"싫다고 해도 할거잖아."

"네~"

마침 제국에서 엘리스라는 좋은 무기도 얻었겠다.

그녀에게 일을 시켜보면 어떨까.

나도 일에 순서가 있으니 당장 해결하는 것보다는 눈앞에 있는 악마를 맛보는게 더 중요하다.

내 임무의 우선순위는 이거니까.

-찌걱.

"이잉~ 하으응! 주인님 너무 강해요!"

그녀의 울음소리는 방안가득 울려퍼졌다.

지치지 않는 나와 아스였기에 공유일인 오늘하루 온종일 섹스를 할거 같았다.

물론 아스가 그때까지 버텨준다면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섹스스러운 그녀의 거유를 입으로 탐하며 반지에 대한 것들을 서서히 뒤로 미뤘다.

***

아스와 마몬을 가지고 놀고 다시 한몸으로 돌아왔다.

보지와 아날에 정액을 머금고 있는 그녀들을 뒤로 한채 집 밖으로 나왔다.

오늘 하루종일 그녀들과 함께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다른 곳에서 방해가 들어오고 말았다.

방해한 사람은 다름아닌제국의 엘리트 요원 엘리스.

그녀가 벌써 임무를마치고 나를 부른거였다.

오피스텔 근처에 있는 한 카페로 들어갔다.
구석진 테이블에 선글라스를 낀 정장차림의 여성이 보였다.

누가 봐도 수상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모습이다.

"어."
"..."

그녀가 나를 보니, 먼저 손을 들어 흔드는데 그녀는 반응이 없다.

아니 대답없이 자신 앞에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어 마시는 그녀다.

그 행동만 봐도 답답함이 엿보이는 여자다.

그것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기세가 흘러나와 주변에 있는 이들도 그녀가 얼마나 꽉막힌 사람인지 알  있을 거다.

반갑게 손을 흔들며 그녀에게로 걸어가 그녀를 정면에 볼 수 있는 의자에 앉았다.

"어때 알아봤어?"
"...."

엘리스는 작은 USB칩을 던져준다.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지만 보안에 걸리지 않는 방식.

"풀어라. 빨리.."

"일단은 만족."

"읍!"

그녀의 턱을 잡았다.

강제로 키스를 한다.

눈이 커진 그녀는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나를 밀어냈다.

"무슨짓을..!"

"이쯤이면 활동하는데 힘들지는 않을 거야."

"으윽..이런거 말고! 나를 원래대로 되돌리란 말이다!"

"아직이야. 넌 죄를 진게 많잖아. 멀었어."

"니가 뭔데 그 기준을 세우는거지?"

그녀로 치면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다.

갑자기 나타난 헌터하나 때문에 제국을 벗어나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이상해졌다.

눈앞에 있는 녀석만 생각나고 눈앞에 없는  보면 가슴이 아팠다.

짜증과 불안감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도 눈앞에 있는 녀석 때문이다.

어떻게든 연을 끝을 내고 싶었다.

"재미없는 논리싸움을 할 생각은 없어. 넌 그저 내가 시키는것만 하면 된다. 술탄이 너한테 시키는 것처럼 내 말에 그냥 따라."

"그분을 함부로 말하지마라."

낮은 목소리로 사납게 노려보는 엘리스다.

마치 저주파를 퍼트리는 짐승과도 같다.

당장이라도 나를 씹어먹을 기세였다.

그 행동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조금 편안하게 움직일수 있도록 더 도움을 주기로 할까.

"자. 고구려 아카데미 입학지원서."
"나보고 지금.. 헌터생이 되라는거냐?"

"그래야 일처리하는게 쉬우니까 너한테도좋을걸? 제국에게 말했겠지. 내가수상하니까 감시 목적으로 나와 접촉하려고 말해뒀을거라 생각해. 아카데미에 다니는 것도 제국이 이해하겠지."

"....."

이걸로 제국은 우리 둘의 진짜 관계를 모를 거다.

제국도 괴로울거다.

그녀가 한창 필요할 시기일텐데 내게 묶여버리다니.

힘들었겠지. 그녀의 초췌한 모습으로 보아 어떻게든 이곳에  구실을 만들어 온게 뻔했다.

그래도 스스로 극복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앞으로 천천히 지켜보면 될거 같다.

스파이가 된 그녀를 통해 제국의 정보를 얻으며, 사령술사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면 앞으로  변수가 없을거고 스승의 흔적도 알 수 있겠지.

"다음엔 주요인물 리스트 구해서 가져와."

"내가  그래야하지!?"

"너도 제국이어찌되는 것보다 술탄만 괜찮으면 되잖아."

"윽.."

엘리스는 고개를 숙이며 더 이상 나와 말하지 않았다.

난 살짝 미소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도 그녀는 얻은게 없었다.

아니 내 키스를 통해 약간의 마음이 편안한 정도일까?

천천히 카페밖으로 나갔다.

"차였나봐.."

"어쩜.."

수근수근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스도 마음이 진정되어서 정신이들었는지 카페를 나갔다.

엘리스는 김보관에 대해  철저하게 감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약점.'

약점을 찾아야한다.

엘리스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김보관의 등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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