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네번째 용사. 수인 엘리스
"사냥꾼님, 좋았어요?"
"...응."
"헤헤..사냥꾼님이 좋다니 저도 좋아요."
여기숙사. 헬레나의 방안.
정갈한 수녀가 사는 방치고는 찐득한 점액이 사방에 붙어있다.
한동안 질펀한 섹스로 인해 사방에서 역한 정액냄새가 풍겨왔지만 헬레나는 오히려 그게 좋은지 뺨이 붉게 물든채로 내 왼쪽 어깨와 팔을 지긋하게 안겨있다.
침대 위에서 팔을 양옆으로 뻗어 기분좋게 누워있었다.
방금전 깨진 반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사냥꾼님과 섹스하고 나서 이 시간도 좋아요오.."
"그럼 좀 더 누워 있을까.."
"원하신다면 며칠 동안 누워있으셔도 되요.. 헤헤.. 바쁘신 일들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스윽..
헬레나는 내게 안기며 가슴으로 비비다가 은근슬쩍 허벅지를 내 골반으로 올리며 더 안쪽으로 파고 들어왔다.
"킁킁..헤헤.."
내 겨드랑이 안쪽에 땀냄새를 맡고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냄새만으로도 달콤한 사랑을 느끼는 벌처럼.
내게 매달리듯 안겨서 몇 번이나 향을 음미하며 자신의 감각들을 즐기고 있다.
암컷의 자극에 슬쩍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피부감촉을 즐겼다.
살짝 고개를 돌리자 오른쪽에 있는 소녀를 바라봤다.
"후아..아..으드드..아.."
방금전까지 8번의 연속절정을 이룬 대천사.
사리엘은 내게 매달려서 정액을 계속해서 주입받고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계속해서 몸을 떨고 있다.
섹스로 인해 상당한 에너지를 받은 만큼 사리엘이 가진 모든 힘들을 흥분했다.
그리고 폭주에 가까운 에너지를 장시간 방출시켰다.
정을 받은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힘이 넘쳐흐르는지 여섯 개의 천사날개를 흔들며 내 오른손을 두 손으로 꼭 잡고선 기도를 하고 있다.
기도하며 눈을 감은 모습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보였지만 사실 과도한 쾌락으로 인한 것.
사리엘의 시선으로 보면 그녀가 말하는 사랑을 참고 버티고 있는 중인데.
그런 그녀가 안쓰러워 모아서 기도하는 그녀의 두 손을 돌려잡아 내 쪽으로 끌어왔다.
자연스럽게 내 위로 올라와 나를 두려운 듯 바라본다.
"아..악당..님.."
"참지 말고 받아들여 망가진다는 생각을 버려봐."
"그러면 진짜로 이상해질까봐 무서워.."
"걱정마. 나를 믿지?"
"....믿기는 하지만.."
"괜찮아, 이제 자기 걸로 만들어봐. 내가 준 사랑인데 다 버릴 생각은 아니지?"
대천사는 이질적인 힘에 의해 변화하는 자신이 무서웠지만 내가 용기를 주자 기도하던 두 손을 풀곤 나를 꼭 안아왔다.
그러자 그녀의 날개뿌리 부분에서부터 서서히 힘이 녹아드는게 느껴졌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하얀날개가 반짝이는 회색빛으로 점차 물들어가고 있었다.
타락인가.
아니다.
타락한 천사는 검은날개를 가진다.
눈앞에 보이는 사리엘은 그저 내 힘을 받아 들였을 뿐이다.
정신은 무너지지 않았다.
과거엔 내가 천사에게 힘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녀에게 내 힘을 나눠주고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와 나의 힘이었다.
섹스를 통해 조합된 힘.
서로의 관계를 통해 얻어낸 결과물과도 같다.
악마힘보다 어둡고, 천사들의 힘보다 밝은 이질적인 기운에 나도 거부감이 들었다.
대천사 사리엘이 두려울만 했다.
악과 선이 합쳐진 결과물에 불안감이 드는건 당연했다.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이 힘에 호기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세상엔 나쁜 존재는 없다.
나도 진짜 악마들을 몰랐으니 계속해서 가둬놓고 붙잡은 거고 말이다.
다 자신만의 삶이 있어 충돌이 일어난 것뿐.
이 힘은 우리들이 만든 힘이다 두려울 필요가 없다.
나도 그녀도 받아들이며 서서히 회색빛을 손에 잡았다.
"잘했어."
두려움을 극복했다는 증거를 가진 회색으로 빛나는 사리엘을 안아줬다.
"네.."
사리엘은 자신의 변화보단 내게 칭찬받은 것이 더 의미를 두고 있는 듯 하다.
처음엔 당황한 표정이 사라지고 거부하다가 힘을 받아 들인 뒤엔 그녀도 달라졌다.
마치 쓴약을 삼키고 단음식을 원하는 듯 나를 보며 사랑스럽게 웃으는다.
그리곤 내 목 쇄골에 얼굴을 파묻고 볼살을 비벼왔다.
대천사 사리엘은 점차 지워지는게 보인다.
앞으론 다른 사리엘로 살아갈거다.
신은 사라진 존재.
즉 과거다.
신이 사라진건 사라진거고 이제는 살아있는 이들끼리 묶여서 살아가는게 맞다.
신에게 의존하는 성향으로 만들어진 사리엘은 그 성향에 맞게 내게 의존했다.
그리고 신이 준 것들이 아닌 내가 건네준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였다.
이제 대천사 사리엘이 아닌 수집된 사리엘로써 내 곁에 살아가고자 바라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날개색깔이네."
"악당님의.. 사랑덕분에... 나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
나를 꼭 안아오며 기분이 좋다고 몇 번이고 속삭인다.
변한 자신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변할 수 있게 만들어준 나를 고마워한다.
몰랐던 본능과 아름다움을 알게 해줬다는 것에 보상이라도 해주고 싶은지 몇 번이고 내 위에서 흔들며 비볐다.
"나도 악당님 도와주고 싶어. 나는 받기만 했어."
그녀의 봉사정신에 웃음이 나왔다.
애정으로 가득해진 사리엘은 몇 번이나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하는게 눈에 보인다.
스스로의 마음이 계속해서 그녀의 정신을 압박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를 위해 도움이 되어야한다고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다.
마치 누군가로부터 이득을 봤으면 댓가를 줘야하는 인간들처럼 행동한다.
"그럼 라파엘도 가지고 싶은데.. 일단 지상으로 내려오게 할 수 있을까?"
"라파엘..악당님이 원하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려오게 만들게.."
"기대할게."
"응..믿어줘."
사리엘은 애정을 받기 위해 신에게 모든 걸 바친걸로 알고 있다.
지금의 사리엘 역시도 나를 위해서 라파엘을 제물로 보고 있다.
"라파엘이 자신을 해하려고 한다면 분명 실망할 수도 있어."
"상관없어, 내 사랑은 악당님뿐인걸. 히히."
그녀의 의지는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한명의 주군만 따른다는 왕실기사단장인가 싶을 정도로 굳은 마음을 가지고 나를 봤다.
순수한 그녀의 마음이 이리도 강직하게 느껴지다니.
바로 앞에서 듣는 나는 그녀의 생각에 몸이 떨려왔다.
가볍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회색빛으로 물든 날개만 봐도 그녀가 수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나를 위하기로 마음먹은거다.
어쩌면 내가 썩은 동아줄일지도 모르는데 그녀는 사랑만 믿고 내게 온 것이다.
더 나아가 자신이 본 사랑이 거짓된 사랑일지도 모르는데 내 손을 잡았다.
그러니 증명해야한다.
강력한 무기를 얻은 만큼 나도 어울리는 주인이 되어야한다.
사리엘이 느끼는 사랑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나 또한 의미있는 삶을 보여줘야한다.
"끝없이 사랑을 줄게."
"네, 악당님.. 히히."
신이 죽으면서 천상은 목적을 잃었다.
신이라는 정신적 중심이 사라진 것 때문에 말이다.
이는 천상에 사는 모든 것들의 속박이 풀린 것과도 같다.
한마디로 신이 죽음으로써 모두에게 자유를 준 것이다.
자유를 줬지만 그건 사리엘이 바라는 건 자유가 아니었다.
신에게 복종하는 존재로 천사를 만들었으면서.
그 끝엔 자유를 주다니.
남겨진 이들에게 너무나도 무책임한 생각이 아닐수가 없었다.
"히히..좋아해."
품에 안겨 애정을 뿜어내는 천사를 보며 결론을 지었다.
난 신과 다르다.
난 사리엘의 마음속에 있는 욕망들이 보인다.
뭘 원하고 뭘 바라는지 말이다.
일곱의 악마들의 힘이 있어 누구보다도 여성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소녀의 깊은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건 꺼져가는 신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다.
그걸 채우고 싶어 하는 소녀였다.
신이 준 자유보다는 신에게 묶여 정착하고 싶어 하는 대천사.
지상에 홀로 내려온 이유도 신 때문이다.
사리엘은 단순했기에 사랑하는 신이 만든 천상의 규율과 법을 위해 모든걸 바쳤던 천사였다.
그러니 그 향수에 못 이겨 무의식적으로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다시 신이 명했던 그것들을 이행하고 싶어했다.
그가 떠나 허무함을 찾아보려고 악한 존재로 나를 지목하고 죽이려고 한 것이었다.
모든 사건은 결국 신이 죽어서였다.
사리엘의 빈 마음을 채우지 못하고 틀어져 나온 형태가 바로 마탑에서 장난치며 싸우던 사리엘이었다.
난 두 번 다시 그런 모습을 보이게 하지 않겠다.
신과 다르게 내가 사라진다 해도 소녀와 내 사랑이 영원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죽을거다.
물론 소녀가 바라는 만큼 그만큼 뽑아 먹겠다.
내 복수를 도와줄게 될거다.
전 직장 동료까지도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
허나 모든 걸 끝내고 나면 사리엘이 원하는 것도 모두 이뤄줄 것이다.
사리엘이 마지막엔 영원한 사랑이 필요한다면 내 영혼과 시체를 줄만큼의 각오도 하고 있는 일이었다.
-꽈악..
"아읏.."
"꽉 안아주니까 어때? 사랑이 느껴져?"
"아..아..예..힛.. 좋아."
"난 신처럼 너를 버리지 않아."
"으으응...잇..."
"그러니 내 말만 들어. 원한다면 너만의 신이 되어줄테니."
"악당...신님.."
원하는 대답을 들어서 였을까.
사리엘은 서서히 눈을 감으면서 눈물 한방울을 흘렸다.
마치 비극적인 결말을 알고 있다는 듯 했다.
그런데도 사리엘은 내 손을 잡아줬다.
이미 마음이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소녀.
꼭 남녀의 애액으로 더렵혀진 수녀의 방안처럼 사리엘의 마음도 점차 더렵혀져갔다.
하지만 기분 나쁜 더러움이 아니었다.
이게 세상의 진실이라고 말하는 듯이 마음속에서 계속 두근거렸다.
이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껴졌다.
'역시.. 지상으로 내려오길 잘했어.'
사리엘은 기분 좋은 숨소리가 저절로 나옴을 느끼며, 눈앞에 있는 남자의 살결을 만지며 후희를 맛본다.
이 남자와의 피부마찰은 당장이라도 모든 걸 잃어도 좋을 만큼의 안락함이 가득했다.
***
여기숙사 안에서 날을 보내고 자연스럽게 헬레나와 등교.
이후 오늘도 어김없이 고구려 아카데미로 A반에 앉아 있었다.
"김보관, 어제 교무실로 오라고 했는데 왜 안왔지?"
물론 시시한 시작이 아니었다.
책상위에 다리를 꼬아서 앉아 있는 분화선생이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분화선생겸 사탄.
그녀의 이마에 힘줄이 튀어나온걸 보니 화가 잔뜩난게 틀림없다.
"할일이 많았습니다."
"하하. 그래. 그럴수있지 각자 할일이 많으니깐."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쾅!
""우아앗!""
내 자리에서 갑작스러운 충격파가 퍼진다.
사방에 있던 헌터생들이 놀라서 숨을 죽였다.
"외부활동한다. 어. 좋아. 좋은데.. 그날 나도 복귀신고서를 받아서 처리해야 할일들이 많다?"
"그건 몰랐습니다."
"오.. 잘 알고있는 반항패턴이네."
사탄의 입은 웃고 있지만 붉은 눈빛에서 분노가 일렁거렸다.
역시 분노의 악마인 만큼 손해 보는 일에 단단히 화가난게 틀림없었다.
"그럼 오늘도 보충수업 입니까?"
"잘 아네. 크크크."
보충수업은...
뭐 매일매일 하고 있었다.
그러니 헬레나와 사리엘의 몸이 특별해서 사탄의 말이 2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어찌됐든 사탄의 분노는 예정되어 있는게 아니었던가.
내가 잘알고 있는 하루일과 시작이었고.
오늘도 평소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탁!
책상에서 내려온 사탄은 날 한번 노려보고 제자리에 섰다.
"오늘 신입생이 들어오는 날이다. 그러니 파란뱃지를 가진 녀석들을 보면 잘 알려주도록. 그게 싫다면 기강을 다진다고 패도 좋다."
"네에..?"
"괴롭힐꺼면 어중간하게 때리지 말고 최대한 죽이라고."
선생이면서 폭력을 요구하다니.
역시 약육강식을 선호하는 사탄다웠다.
"그러고보니 넌 꽤나 재미있는 녀석을 추천했던데?"
그녀에 말에 나는 담담하게 있었다. 모르는 척말이다.
"엘리스. 꽤나 좋은 녀석이야. 대체 어디서 만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