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23. 제이의 두근두근 데이트(5)
―쏴아아아아
[이번엔 어때?]
“똑같지 뭐.”
한숨을 내쉬며 미끌거리는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체감 만 하루 정도를 음용수 찾기와 출구 탐색에 보냈지만, 소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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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분석 Data]
[분석 결과: 오염도 上下 (독극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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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이 초거대한 동굴에 흐르고 있는 물은 모조리 오염되어 있는 듯했다. 수원 부근과 수로의 암벽에 수은 성분을 띤 이차원의 물질이 있는 것인지, 한 모금 마시기도 빡셀 정도로 더러웠던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 얻은 권능은 완전히 먹통인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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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4: 보물찾기 lv.1]
44번째 악마 군주 샥스의 권능. 사용자가 알고자 하는 지정 대상의 위치, 상태, 연원 등을 파악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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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얻은 샥스의 권능인 보물찾기.
이걸로도 이따위 결과밖에 도출되지 않았다.
[▶검색 결과: 음용수 소재 확인 불가 (※탐색을 방해하는 강력한 간섭의 영향)]
[▶검색 결과: 식용 가능 대상 소재 확인 불가 (※탐색을 방해하는 강력한 간섭의 영향)]
[▶검색 결과: 던전 출구 위치 확인 불가 (※탐색을 방해하는 강력한 간섭의 영향)]
아마도 던전 전체에 흐르고 있는 강대한 마력 파장의 영향 때문인 듯했다.
샥스의 권능만이 아니라, 인드라이브를 통한 공상계 진입도 불가능했다. 공상계 진입을 못하니, 의식 확장을 통한 던전 탐색도 안됐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젠장.”
안타까운 마음에 흐르는 물속에 손을 담궜다.
“겉보기엔 이렇게 맑은데….”
피로가 쌓인 몸이 지나치게 무거웠다.
내균열에 휩쓸리기 직전에 아주 많은 땀을 흘렸었는데, 이를 보충해주지 못해 컨디션이 나빴다.
“그나마 몬스터가 없는 게 다행이네.”
[불운일지도. 식용 가능한 몬스터라면 지금 상황에서는 행운일 테니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속에서부터 몇 시간 전 마셨던 소변의 찌린내가 느껴졌다. 이제는 돈 주고도 못 구할, 깨끗한 물의 냄새가. …씨팔!
[아까 봐둔 거기로 가서 쉬자. 넌 지쳤어.]
“교차로 같은 공동? 좋아.”
메리. 즉, 마법검 캄비온을 쥐었다.
―카가가강!
콸콸 흐르는 오염된 지하수 옆의 큰 바위에, X자와 화살표를 그려 넣었다.
이걸로 이 짓도 8번째.
‘운이 따른다면 이걸 보고도 마시진 않겠지. 나는 도리를 다했다.’
나는 메리와 함께 아까 봐두었던, 올림픽 축구경기장보다 더 큰 동공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동공의 경사를 타고 올라가, 시야 확보와 도주 동선 파악에 용이한 작은 굴에 몸을 누였다.
[일단 자. 이건 체력 싸움이다. 이 몸께서 네놈 자는 동안 조사를 해주지.]
“응. 잘 다녀와 메리.”
나는 그대로 죽은 듯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마도 메리가 수색을 나갔을 것이라 추정되는 시간 동안.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
악몽을 꾸었다.
**
[제이야, 일어나! 좋은 소식이 있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덮고 잔 마른 흙을 치웠다. 깨질 것처럼 저려오는 머리를 감싸며 몸을 일으켰다. 차가운 열이 올라오는 바닥에서 자서 그런지, 온 몸이 찌뿌둥했다.
“…어떤 소식.”
[두 가지 굿 뉴스야. 하나는 식수로 삼을만한 소량의 물을 발견했다는 것. 또 하나는 네놈 외 생존자의 위치를 파악했다는 점.]
“육서윤? 민간인들은.”
[몰라. 육시랄 년 한 명맞아.]
“아무튼 좋은 뉴스네. 잠깐만, 나 밥 좀.”
주머니 속에서 혁대를 꺼내 잘라 씹었다. 퀴퀴한 가죽 혁대 맛에 오만상이 찌푸려졌지만, 씹다보니 메마른 입속에 침과 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걔 동선이랑 물이랑 방향이 어때?”
[같은 동선이다. 이 동공에서 우리가 어제 지나쳐온 가까운 동굴 쪽으로 음용수가 있고, 저쪽 동굴 방향으로 그년이 사라졌어. 그년이 우리 은신처를 발견 못 하고 그냥 지나쳐 버린 거지. 물을 마시고 그년을 따라가면 대충 한나절 내에 확실히 합류 가능할 거야.]
지원물품이 전무한 상황에서 던전에 고립됐을 때, 함부로 사람과 접촉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할 수 있다.
마실 것도, 먹을 것도 없는 극한의 상황이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켜버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처럼 D급에 불과한 약한 헌터의 경우, ‘상상을 뛰어 넘는’ 취급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뭐, 육서윤 한 명이니 크게 주의할 필요는 없을 같지만.
“알겠어. 근데 우리 어제 지나쳐오면서 음용수 발견 못 하지 않았냐?”
내 질문에 메리가 우웅, 하고 떨면서 웃음을 토해냈다.
[따라 오기나 해.]
**
메리가 말한‘음용수’의 정체는 간단했다.
“허어.”
그건 바로, 그녀의 소변이었다.
[왜 웃어 임마. 걔가 아무렇게나 싸고 간 거, 이 몸이 깨끗이 모아놓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알아, 그냥이 상황이 어이없어서 그랬어.”
식수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첫 소변과 두 번째 소변 정도는 마셔도 된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체내에서 막 방출된 오줌은 무균 상태에 가까우니까.
물론 육서윤이 자신의 소변을 이미 여러 번 마셨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메리가 모아놓은 오줌의 색을 보니 첫 소변이나 마찬가지로 보였다.
“진짜 고생했구나. 고마워.”
[쎅쓰.]
나는 메리가 깨끗한 바위를 깎고, 흙이 안 묻은 마른 자갈들을 모아 깔때기처럼 만들어둔 곳으로 갔다.
짧은 시간동안 번식한 세균이야 어쩔 수 없어도, 이 정도면 흙이나 먼지 같은 불순물은 별로 없을 듯했다.
―후읍
오목한 바위에 모인 소변을 꿀꺽 꿀꺽 마셨다. 양은 많지 않았다. 손실된 양을 제외하면 종이컵 반 분량 정도일까. 하지만 나는 만족했다.
“후우…….”
물을, 마셨으니까.
[쫓아가자. 걸어 다니는 정수기를 놓칠 수야 없지. 네놈보다 먼저 탈수로 죽으면 귀중한 식량도 될 테고.]
메리의 잔인한 농담에 나도 농담으로 응수해주었다.
“바보야, 사람 몸에 중금속이랑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많은데. 1600년 전 인간이랑 같은 줄 아냐.”
[맞다. 현대인은 먹을 게 못 되는 하품의 고기였지. 이 몸이 그걸 놓쳤다.]
우리는 남들이 들으면 착각할 살벌한 농담을 하며 육서윤의 뒤를 쫓았다.
생존의 위협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나 또한 정신줄을 살짝 놓을 수밖엔 없었던 것이다.
‘이틀. 이틀 내로 상황에 반전이 없으면 정말 힘들어진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딱 그때 끝나. 수분 섭취 방법도 없고.’
어둠이 나의 인내심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
한나절 동안 육서윤을 추적해 드디어 15분 거리 내로 진입했을 무렵이었다.
나와 메리는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쟤… 물 가지고 있는 것 같지?”
[확실해.]
육서윤은 아주 높은 확률로 물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것도 상당히 풍족하게.
왜냐하면, 그녀는 소변을 평소와 비슷한 빈도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횟수는 6시간 동안 총 4번. 그녀는 한 시간 반에 한 번 간격으로 소변을 봤다. 내가 하루 종일 총 한 번 용변을 본 것과 비교하면 횟수 차이가 컸다.
[여기. 변도 있다. 색이나 냄새, 양, 소화 상태를 보면 마지막 음식물 섭취가 10시간 전쯤에 이루어졌어. 즉, 충분한 양의 식량도 가지고 있다는 뜻이야. 재주도 좋은 계집이군.]
메리가 캄비온의 검 끝으로 분뇨를 휘적거렸다. 나는 동굴 안에 알싸하게 퍼지는 냄새에 손을 내저었다.
“알았으니까 저기 지하수에서 좀 씻고 와. 너 냄새 나.”
[네놈이 처음으로 병신 머저리 아서보다 못난 점을 찾았군. 아서는 삼 개월 못 씻은 여기사의 후장도 빨아댈 정도로 비위가 좋았다. 이래서 현대인이란.]
“그 정도면 현대인이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지 않냐?!”
메리가 오염된 지하수에서 몸을 씻고 온 뒤, 나는 두 번째 이상한 점을 지적했다.
“쟤, 내가 오는 걸 꺼려하고 있어.”
[쎅쓰. 백프로다.]
―쏴아아아아아
콸콸콸 흐르는 지하수 옆,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 O ] [ <<<- ]
벌써 3번째 표식이었다.
이건 내가 어제 해놓은 표식을 명백하게 의식하고 한 행위였다. 참고로 어제 내가 8회나 남겨놓고 온 표식은 이랬다.
[ X ] [ ->>> ]
화살표가 그녀의 동선과 다른 곳에 그려져 있다. 마치, 못 쫓아오도록 잘못된 정보를 반복해서 주는 것처럼.
이상한 점은 내가 못 마실 물이라고 표식을 남긴 것과 반대로, 육서윤은 못 마실 물에 ‘O’ 표시를 해놓았다는 점.
“이게 단순히 착각일까. 혹시 걔 수질 확인 센서 망가져서 맛 간 거 아냐?”
[그럴 리가. 머저리가 아닌 이상 이 동그라미 표시는 ‘마실 수 있는 물’이라는 뜻에서 쳐놓은 것이겠지.]
“어쩔 수 없네.”
나와 메리는 반나절을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육서윤한테 붙자. 어쩔 수 없어.”
[쎅쓰. 그리고 이제 cp도 써.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지. 그년이 너보다 강할 수도 있다. 육체능력은 네놈보다 확실히 부족하지만 특수한 고유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골치 아파질 수 있어.]
“…그래. 일단 보험은 들어놔야지.”
나는 일단 먼지투성이의 더럽혀진 옷과 피부를 오염된 지하수 ―겉으로는 맑디맑은 1급수 같은―에 씻었다.
그리고 캄비온 시스템 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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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김제이]
실제계 등급: D- / 공상계 등급: F
[신체능력]
근력44 체력53 민첩47 마력43 정력39
[고유능력]
공상 침식 lv.1
[보유권능]
no.16: 성감 고조 lv.3
no.44: 보물찾기 lv.1
no.69: 인드라이브 lv.1
[보유CP]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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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마력에 다 쏟아 부어도 모자랄 판에 이게 대체 뭔 지랄이야.’
귀중한 CP를이렇게 써야한다는 사실에 피눈물이 났다. 하지만 뭔 일이라도 나게 되면, 그때가선 이미 늦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원래 보험이란 게 사고가 안 나면 손해를 보는 금융상품이니까.
[▶11CP 사용: 정력39 -> 정력50]
[▶3CP 사용: 성감 고조 lv.3 -> 성감 고조 lv.4]
[▶4CP 사용: 성감 고조 lv.4 -> 성감 고조 lv.5]
[▶잔여CP: 3]
사용 완료를 의미하는 메시지가 뜸과 동시였다. 아랫도리가 전에 없을 정도로 묵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황급히아랫도리를 확인해보았다.
“뭐야…!”
노발 11cm, 풀발 18cm 정도의 자지가 더 커져있었다. 노발 13에 풀발기 시 19cm 정도? 하지만 중요한 점은 약간의 크기 변화가 아니었다.
‘뜨겁기도 엄청 뜨거운데, 뭔가… 모양이랑 색이랑 이것저것 변했다. 내 좆이 잘생겨졌어. 불알도 커지고 털도 사라졌다.’
원래 약간 퉁퉁하고 밋밋한 개불 같던 내 자지가, 매끈하면서도 핏줄이 난폭하게 달린 인공 딜도 같은 자지로 진화해있었다.
귀두도 예쁜 분홍색에, 아무렇게나 막 자란 털도 빠져버려서 왁싱을 한 것처럼 자지 위쪽에만 아주 조금 자연스럽게 나 있을 뿐이었다.
[말했잖아. 정력 50을 찍으면 그야말로 완벽한 질공학적 외양과 스펙을 가진 자지로 재탄생할 거라고. 네놈은 아카식 레코드 공인 지구 최고의 명기가 된 거야. 그리고 네놈의 정력에 걸맞는 신체의 변화 또한 유도하기 때문에 근민체의 단련에도 좋은 영향을 줄 거다. 기대해도 좋아.]
“확실히. 공복인데도 힘이 넘치네.”
정력 스탯이 생성된 직후, 그리고 저번에 정력을 올리고도 변화가 있었지만 아주 확연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예 넘사벽으로 차이가 생겨버리니, 기분이 묘했다.
[정력이 비범한 인간의 한계치인 50을 돌파했으니, 이제 네놈에게도 심적 변화가 생길 거다. 지금까지처럼 한 달에 한두 번 딸딸이 치는 정도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마. 금욕적으로 살아온 네 23년 삶은 영영 끝난 거야.]
“하루에 의무적으로 두 번은 쳐야겠군. 번뇌를 미리미리 없애놔야겠어.”
[육시랄 썅년에게 육보시를 해주지 않을 생각이라면 그게 최선이겠지. 자위는 나쁜 게 아니다. 쉽고 간편하니까.]
말이야 앞으로 열심히 성욕을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나는 사실 걱정이 됐다.
나는 성욕을 대업을 이루는데 장애물이 되는 요인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력을 올려야 72악마 봉인이 훨씬 더 쉬워짐에도 불구하고 주저했던 데에는 이런 이유가 컸다.
하지만 이제는 엎질러진 물.
“권능이나 살펴봐야지.”
나는 이번에는 레벨5까지 올린 제파르의 권능을 상세보기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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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6: 성감 고조 lv.5]
16번째 악마 군주 제파르의 권능. 접촉한, 혹은 근거리 여성체의 성감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음.
*lv.5 상세보기: 권능 지속 시간 비율 1:80. 접촉 중인 대상의 성감 고조 수준을 자유롭게 조절 가능. 타깃이 된 근거리 여성 1체에게 (최대) 강력한 성감 증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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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메리에게 들은 바 있지만 정말 무시무시한 능력이었다.
오르가즘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도 모자라서, 근거리에 떨어져 있는 여자를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보내버릴 수 있다니.
시간 배율도 높아져서, 나는 이제 50의 정력으로 4000초. 약 1시간가량 동안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정력이 높아졌으니 정력의 자연 회복 시간도 빨라졌겠지? 예전엔 오링나면 자고 나야 풀충전 됐잖아.”
[이제는 반나절 정도 걸릴 거야.]
“그래. 뭐가 됐든 배도 덜 고프고 몸에 힘이 생기니까 좋다.”
할 수 있는 준비는 끝났다.
나는 내 알량한 수가 앞으로의 내 행보에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좀더 가뿐해진 몸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 정력이 내 마력보다 가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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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분을 빠르게 달려 육서윤의 행방을 쫒던 와중이었다. 우리는 마침내 그녀를 발견했다.
[저기 있네. 완전히 캠핑을 하시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