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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 〉27. 제이의 두근두근 데이트(9) (27/145)



〈 27화 〉27. 제이의 두근두근 데이트(9)

‘집’에서 맞이하게 된 이튿날인 오늘.

지난밤에 서윤이를 숙주로 삼은 악마가 아스모데우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희망적인 뉴스를 접했음에도.

나는 매우 곤란함을 느끼고 있었다.

“오빠. 빵 그만 먹고 쉬어. …오빠 그러다가 목 매여서 큰일 나.”
“아니야, 조금 더 참을 수 있어.”

물이 오늘 아침 바닥을 드러냈다.
더군다나 물만 동난 게 아니었다.

“목 안 매? 괜찮아? 어떡하지… 이제 퍽퍽한 빵 밖에  남았는데…….”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았다. 솔직히 말해서 죽을  같았다.
서윤이가 아공간에 보관하고 있는 그 많은 빵들 중엔 크림빵이나 단팥빵, 호빵 같은 빵들은 수량이 매우 적었다.

유통기한 때문이었다.

훈련에 쓸 군납품 빵들이다 보니, 보존 기한이 중요해서 수분기가 없는 빵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때문에, 아끼고 아껴 먹은 수분기 있는 식량은 진즉 동이 나버린 상태였다.

“…내가, 괜히 집을 만들자고 했어…….”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오빠가 일하느라 목이 마르지 않았으면…  아껴먹을 수 있었는데 괜히…….”
“그런  아니야.”

나는 다시 우울증이 도지려 하는 서윤이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았다. 사람 온기에 목마른 서윤이의 마음을 빠르게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집은 필요해. 네 생각은 맞았어. 불침번을  서도 되니까 활동량이 크게 줄었잖아. 서윤이  동선도 줄었고. 장기적으로 네 선택이 옳았어.”
“……그래두.”

육서윤의 가녀린 몸을 껴안았다. 너무나 큰 그녀의 폭유가 내 가슴에 짓눌려 일그러졌다. 가슴의 부피 때문에 꽉 안아도 서로의 배가 닿지 않을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졌다. 내 자지는 금세 기지개를 폈다.

“오빠….”

서윤이가  허리를 껴안았다.
그녀와 함께한지 20여 일이 넘은 지금에 와서 처음 이루어진 포옹이었다.

‘결국 서윤이가 내게 와줬네. 서로 호감이 있다는 건 진즉부터 알았는데, 마음 열기가 참 어려웠어.’

아날로그시계로 확인한 시각은 오전 8시. 하지만 사위는 온통 어둠이다. 시간과 상관없이, 우리는 지금도 본능이 지배하는 암흑 속에 둘만 남겨져있다.
남자와 여자가 애정을 확인할 분위기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다.

“서윤아, 고마워.”
“…뭐가.”
“전부 다.”

육서윤이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응시했다. 모닥불이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비추었다. 그녀의 눈에 맺혀있던 눈물방울이 결국 조용히 흘러내렸다.

“내가… 더요….”

서윤이의 입술에 조용히  입술을 가져다댔다. 그녀의 촉촉한 분홍 입술은 너무 달았다.
나는 수분기가 느껴지는 그녀의 입술 사이에 마른 혀를 집어넣었다. 그녀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고, 이내 나는 그녀의 혀를 간질이며 목을 축였다.

―쭈읍, 쯥.

육서윤의 찬란한 금발 염색 머리가  볼을 간지럽혔다. 나는 그녀의 혀를 빨고, 그녀의 달콤한 타액을 마시며 안정감을 찾았다. 서윤이는 내 등을 꼭 껴안고 그녀를 갈구하는 내 혀를 부드럽게 핥아주었다.
나는 잠시 얼굴을 떼어내며 짓궂은 미소를 머금었다.

“봐, 이제  안 마르잖아.”
“…이 바보야.”

서윤이가 그제야 웃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시 키스했다. 육서윤도 자세가 불편했는지, 아예 내 허벅다리 위에 주저앉아 내 혀를 정성스럽게 빨아주었다. 그녀의 풍만하고  업이 된 엉덩이, 탄력적인 허벅지가 하체를 기분 좋게 짓눌렀다.

―쪼옥, 쭈읍, 쯥, 쪽

애정과 친애와 야릇함을 머금은 소리가 그녀의 암굴을 적셨다. 잔뜩 발기한 자지가 그녀의 타이트한 청핫팬츠에 닿았고, 서윤이는 처음에는 잠시 어색한 듯 허리를 띄웠지만 잠시 후에는 조용히 다리로 내 허리를 감아 내 음란한 자지가 그녀의 소중한 곳에 닿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서윤이의, 아이웨이의 폰에서 사진으로 봤던 탐스러운 엉덩이를  손으로 쥐었다. 다리를 쓸어내려 스타킹의 감촉을 느끼고, 그녀의 향기를 맡았다.

“오빠…, 좋아해…….”

한참 키스를 하던 서윤이가 내 얼굴을 사랑스럽다는 듯 쓰다듬으며 고백을 해왔다.
지하수 물이 나에게만 오염된 탓에 제대로 씻지도, 옷을 깨끗이 빨지도 못해지저분할 텐데. 그녀는 그런 것 따윈 상관없다는 듯, 나를 가슴으로 품은 것이다.
나 또한 그녀의 여린 등을 쓰다듬어주며 화답했다.

“나도 니가 참 좋아.”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그러다돌연 서윤이가 화들짝 내 품에서 벗어났다.

“맞다! 오, 오빠! 나 이제 사냥 갈 시간이야.”

마치, 분위기가  오르기 전에 황급히 끊는 듯한 모습이었다.

“…오빠, 나… 금방 다녀올게.”
“응. 조심해.”
“우리  잘 보고있어야 돼? 괜히 집안 일 해서 힘 빼지 말구.”
“그럴게.”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녀를보냈다. 사냥을 같이 가면 몬스터나 던전 식물들이 자취를 감춰버리니 나는 그녀와 함께 갈수가 없었다.

―사박 사박

군납용 진검을 들고 동공을 벗어나는 서윤이의 발소리가 멀어져갔다.
나는 메리에게 의견을 물었다.

“어떡할까. 어쩔 수가 없나.”
[오늘밤이나 늦어도 며칠 내에는 해야지. 물이 떨어졌으니 시간을 끌 수가 없다. 이곳이 공상계에 숨어든 아스모데우스의 지배 하에 있는 공간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실제계의 던전이 변형된 곳이야. 아스모데우스를 봉인하지 못하고 죽으면, 넌 진짜 끝이다.]

이런 젠장.

“난 그렇다 치고. 서윤이는?”
[높은 확률로 혼자 영원히  넓고 어두운 동굴을 방황하며 살겠지. 아스모데우스는 자신이 깃든 숙주에게 엄청난집착을 가지고 있으니,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놓아두지 않을 거다.]
“배부른 소리할 시간이 없구나.”
[그 여자 다리를 벌리는 것도 일이다. 아스모데우스가 쉽게 네놈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지.]

뭐가 이리 장애요인이 많아.

[네놈이 아스모데우스의 성욕 고조의 권능에서 제외된 상태라는 점. 아마도 이 공간엔 육서윤 외의 존재는 색욕을 제어할 수 없는 효과가 걸려 있을 거다. 하지만 넌 이  덕에 면역이지. 그 점을 아스모데우스가 눈치채기라도 하면, 그땐 상황이 어떻게 흐르게 될지 몰라. 그러니 하루빨리 봉인해야 해.]
“알았어. 생각  정리하자.”

어찌됐든 방금 나와 서윤이가 애정을 확인하면서 분위기는 탔다.

‘그래…. 타긴 탔는데.’

나는 오늘 서윤이와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생존에 대한 절박감. 그리고 강한 아쉬움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나도 진심을 내비친 서윤이만큼이나.
마음을 많이내어준 것 같다고.

그래서 이렇게 머리가 아픈가, 하고.


**


―우우웅
―콰직!

얕은 마력을 머금은 군용 대검이 크레이브 웜의 숨통을 끊었다. 이걸로  마리. 며칠간의 식량 걱정을 덜었다.
각성을 마친지 반년이 지나지 않은 E급 초보 헌터인 육서윤이건만. 이 이상한 던전은 그녀에게 워낙 친절해, 그녀 실력 이상의 괴물은 아직까지 한 마리도 등장하지 않았다.

“후우…….”

서윤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육체에 쌓인 얕은피로 때문이 아니라, 김제이에 대한 걱정과 염려 때문이었다.

‘…물… 어떡해…….’

육서윤의 속이 바싹 타들어갔다.
지금도 기운 없이 암굴 안에서 자신만 기다리고 있을 그를 생각하니, 얼음 같은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진다.
이럴 때면 끊기로 마음먹은 담배 생각이 간절할 정도였다.

‘제이 오빠…….’

서윤이 OT가 열린 리조트 흡연장에서 김제이와 처음 만났을 때. 그와 이렇게까지 가까워질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보기 드물게도 그녀에게 강렬한 성욕을 품지 않은 남자였기 때문이라거나. 그의 준수한 용모나 부드러운 성격 때문이 아니었다.

육서윤의 마음이 그만큼 굳게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색욕의 군주 아스모데우스가 처음 그녀에게 임한 초등학교 4학년 경.
즉, 초경을 시작한 무렵부터 육서윤에게 특별한 능력이 생기게 되었다.

미측정 고유능력 <애욕의 화신>.

이성에게색욕을 불러일으키는 힘.


비록 육서윤이 사는 곳이 현실인 실제계이며 아스모데우스의 힘이 크게 약화되었다 할지라도.
아직 각성은커녕 초경을 막 시작한 그 어린 시절부터, 육서윤은 타인의 욕망을 무차별적으로 받아와야했던 것이다.

―저년 방댕이 보소. 학원가는  같은데 어디 cctv 없는데 없나.
―씨발년 중1 주제에 가슴 존나 크네. 강간하고 싶다. 임신 시켜버릴까.

섹스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어린 시절부터 경험했던 수많은 성추행들은 그녀의 밝은 성격을 어둡게 물들였다.

―얘가 죽은 첩년 딸? 괜찮은데.
―애엄마랑 애한테 신경을 못 쓴 새에 서윤이가 많이 자랐구나….

엄마가 돌아가신 뒤 육서윤의 우산이 되어주어야 할 가족들조차 그녀의 위안이 되어주지 못했다.
남성들의 색욕에 민감한 그녀인 탓에, 권능의 영향을 받은 이복오빠와 친부가 품은 무의식적 욕망조차 느껴버리고 만 것이다.

―대체 어떻게 하면 잘 수 있지? 서윤이 가드가 너무 두꺼운데.
―하아… 오늘도 실패야. 얘가 아무리 예뻐도 더는 못 만나겠다. 잠자릴 못하니까 말라 죽겠어.

열정적인 구애에 마지못해 마음을 받아준 남자들은 서윤의 몸을 노골적으로 노렸다.
마음 여린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의 일방향적인 욕망을 받아들이려 노력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 씨발, 냄새…. 너 성병 있냐?

―…뭐야. 이거 왜 이러지? 에이 씨발, 넌 진짜 재수없는 년이야.

육서윤과 사랑만 나눌 수 있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줄  같던 남자들이.
잠자리를 시도하기만 하면 지극히 이상한 반응을 보이며 멀어져갔다.

―……흑….

물론 이것은 숙주인 육서윤의 순결에 집착하는 아스모데우스의 방해였지만, 그녀가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서윤은 결국 남자에게. 그리고 그녀를 질투하는 수많은 여자들의 증오에 완전히 마음을 닫아버리게 되었다.

―우울증입니다. 중증이네요.

그녀의 마음에 절망이 깃든 것도 이맘부터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유명세를 타게 되면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욕망과 악의들이 그녀를 둘러쌌다.
육서윤의 성격은 나날이 괴팍해져만 갔다. 그녀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입 닥쳐.
―더러운 새끼.
―수고했어요.

말수가 줄어들고, 공격적이 되어갔다. 타인의 순수한 호의에도 어깃장을 내며 바라보게 되었고, 그 대상이 남자라면 말할 것도 없는 수준이었다.

―날 사랑해줄 사람은 없어.

―모두가  몸만 원하거나, 증오해.

―죽고 싶어 정말…….

그렇게 육서윤의 마음이 아주 단단한 어둠의 수렁에 빠졌을 때.
서귀포 F급 균열 던전이라는 괜찮은 보금자리를 발견한 아스모데우스가 마침내 직접 영향력을 행사했다.

―……………….

내균열에 삼켜진 뒤, 세 남자와 한 여자가 색욕에 눈이 멀어 미쳐버리는 광경을 몸소 지켜보며.

―…내가, 내가…… 문제구나…….

육서윤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윤영 언니를… 그 사람들을, 내가… 죽인 거야…….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던 애꿎은 민간인들을 죽게 만든것은 결국.
어릴 적부터 타인의 욕망을 자극해왔던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채고야 만 것이다.

―죽어야 끝나. 내가 죽어야….


그리하여 마침내 육서윤이 아스모데우스의 바람대로 영원한 악마 신부新婦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려 했을 때.

―푸흣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풋풋한 첫사랑을 담은 영화를 본 뒤 짧았던 삶을 마감하고자 했을 때.

―서윤 생도, 무사했었구나!

김제이가, 나타났다.

―…뭐죠.
―계산할게 좀 있어서 그래요. 영화 계속 보세요. 생각 정리되면 말씀드릴게요. 좀 충격적인 내용일 수도 있어요.

처음 흡연장에서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옅은 욕망과 그보다 더 큰 무관심을 가진 모습으로.
서윤에게는 그가 사실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랬든, 혹은 그녀의 배경에 김제이가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에 관심을 껐든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김제이, 라고 했죠.
―네.
―…당신도 날 원하나요.

그저 무섭기만 죽음이 잠깐 동안 연기 됐구나.
이 사람이 짐승으로 변해버린  민간인들처럼 변해버리지만 않았으면.
그런 사소한 소망만을 품고 그를 곁에 두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신검 캄비온의 주인인 그는.
짐승으로 변하지 않았다.

―으읏!
―브륫

육서윤이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지,하루에 서너 번씩 자위를 하면서도 그녀에게 함부로 다가오지 않았다.

―또… 커졌어…….

단지 서윤의 목소리만 들어도 성기를 세웠으면서도, 결코 그녀의 연인이 되기 위한 방식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짐승…  됐네…….

원래부터 의지할 곳 하나 없고, 더구나 빛조차 존재하지 않는 암굴에서. 서윤이 그를 통해 지극한 위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랬다.

그래서, 서윤은 마음이 좋았다.

―오빠. 지금 그 빵은 어때?
―맛있어. 크림치즈도 마트 봉지 빵이라기엔 풍부하고. 2400원에 이 퀄리티면 자주 사먹을 것 같아.

그가 서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의 태도를 바꾸었을 때. 그녀는 기뻤다.
잊고 있었던 자기 내면의 애정욕을 자각한 것이.
그 대상이, 무려 보름이 넘었음에도 짐승이 되지 않은 김제이였다는 사실이.

―…오빠, 그러엄.

―우리… 집 만들까?

그리하여 서윤은 마침내.
그녀의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음의 문을 완전히, 활짝 열어보고자 결심하게 되었던 것이다.

**


‘오빠…….’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육서윤은 굳게 다짐했다.

‘죽게 놔두지 않을 거야.’

무슨 수를 써서든.
그녀의 남자를 살릴 거라고.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어떻게 만난  사람인데.

‘좋아해, 오빠.’

얼마나 갖고 싶었던 내 남잔데.

‘절대로,  돼.’

서윤의 커다란 가슴 안에.
그보다 더 큰 각오가 섰다.

“오빠, 나 왔어!”

긴장을 풀기 위해, 서윤이 일부러 활기차게 인사를 했다.
물구나무 선 채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던 김제이가 갑작스런 발기를 가리기 위해 플랭크로 자세를 바꾸었다.

“어. 사냥  했어? 다친 데는.”

무심한 듯하면서도 자상함이 담긴 말투에, 서윤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없어.”
“고기는 창고에 두고 온 거야? 잘했다. 요리해줄게, 잠시만 기다려.”
“오, 오빠.”

서윤이 빨개진 목덜미를 가리듯, 풍성한 금발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김제이를 불렀다.

“응?”

그녀가 작은 주먹을 새하얘지도록 굳게 쥐며, 용기를 냈다.

“…나, 나 좀… 따라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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