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34. 제이의 기진맥진 주말(2)
신이연구부의 친구들을 소개하지.
부장: 낸시 드레이크 블랙베리.
-23세. 랭크A. 직업은 지휘관.
-하얀 피부에 숏컷 헤어, 뿔테 안경이 인상적인 미인. 말투와 태도가 딱딱함.
-추정 신장 160cm, 쓰리사이즈 105-59-91. I컵의 소유자 (메리 공언).
-어린 시절 백인 가정에 입양된 한국 출생 미국인. 고향은 알래스카.
-연구부 활동 기획 및 추진. 연구부 연구 결과를 인터넷에 게재 중.
부부장: 미아 팔레스.
-23세, 미각성자. 전교 꼴지.
-찬란한 황금색 눈동자가 예쁨.
-추정 신장 169cm, 쓰리 사이즈 및 외견 추정 불가. (두껍고 큰 니캅 때문에 실루엣조차 잘 보이지 않음)
-레바논 출신의 무슬림 여성.
-연구부 활동 기획2 및 추진2. 주특기는 점성술과 타로 카드 등으로, 연구부의 최고 핵심 인력.
총무: 나
-23세, D급 창쟁이. 전교 뒤에서 2등.
-181cm, 84kg. 최근 정력 스탯과 각성의 영향으로 키가 다시 자라고 있음.
-대한민국 서울 출신의 균열 고아.
-연구부 일은 좆도 아는 바가 없음.
…이상이다.
**
“우리 셋이 끝이라고?”
생도회장실이 있는 생도회관 꼭대기 층으로 가는 길.
계단을 오르며 낸시에게 물었다.
“그렇다.”
“…너네 설마 동아리 폐부될까봐 나 가입시킨 거냐.”
“그렇지 않다. 입부 권유는 미아의 점괘. 그리고 그간 널 지켜보다 내린 판단이 합쳐진 결론이다.”
낸시가 너무 커서 자꾸 흘러내리는 검정 뿔테 안경을 고쳐 썼다.
“신연은 6년 전부터 나와 미아 둘만이 함께 해왔던 소모임이다. 하지만 올해. 특히 작년 말부터 아카데미 내에서 일어난 괴이 사건들을 추적하던 중, 소모임 규모 활동의 한계를 느꼈다.
“괴이 사건이라니?”
“아공간 B 훈련장 처녀 귀신 사건. 지난주 일어난 유령 소동. 그리고 이번에 서귀포 F급 던전에서 벌어진 내균열 사건 등을 말한다.”
그녀가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로 정면을 바라보며 아주 단호하게 선언했다.
“나와 미아는 본 세 개의 사건이 모두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또한 이런 신이 사건들의 출현이 여기서 끝나지 아닐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
[이년들 뭐야. 감 졸라 좋네?]
나와 메리가 크게 놀랐다.
72 악마 군주와 관련한 사건들을 낸시와 미아가 이렇게까지 파고들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더구나 세 사건 모두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니.
그야말로 무당이 따로 없었다.
“동아리 신청 최소 인원 조건은 세 명이다. 하지만 모든 신청 요건을 충족한 것은 아니다. 그와 관련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생도회장과 회담을 가지는 것이다.”
“아하.”
낸시와 미아가 정식 동아리 신청을 하려는 이유는 뻔하다.
동아리 부비 지원, 동아리 전공 공간 지원, 신입부원 모집 행사 참가 가능 등의 이점이 있기 때문.
―우웅
낸시와 대화를 하던 중,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반가운 사람이었다.
[→라라 마르티넥: 제이야, 한국은 금요일이겠구나. 개강 준비는 잘 되고 있니? (귀여운 물음표 이모티콘)]
라라 교수. 내 썸녀.
꿈에서의 기억을 잃은 육서윤과 달리, 진짜 현실에서의 내 썸녀.
[→나: 네, 교수님. OT일도 걱정해주신 덕에 그저께 다 마무리 됐어요. 교수님도 학회 끝나고 관광 잘 하고 계시죠? :D]
[→라라 마르티넥: 응. (사진 첨부1) (사진 첨부2) (사진 첨부3)…]
그녀가 여행 중인 볼티모어의 관광지 사진들을 무차별적으로 보내왔다.
거의 이틀에 하루 꼴로 톡을 나누고 있는데도, 여전히 그녀는 늘 이렇게 자신의 일상을 나와 공유하려 했다.
‘귀엽네. 근데 옷이 왜 이리 얇아.’
[→나: 교수님 감기 걸리시겠어요. 관광도 좋지만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그래야 다음 주에 건강히 보죠^^]
잠시 버퍼링이 지난 뒤, 그녀가 장문의 답장을 보내왔다.
[→라라 마르티넥: 응. 여자 교수들이랑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가 그랬어. 여자 교수들과 밥도 먹고, 여자 교수들과 같은 숙소야. 사실 나는 마라톤 대회는 참가하고 싶지 않았는데 여자 교수들이…]
‘귀여워 죽겠네.’
그녀는 내 걱정을 오해한 것 같다.
나는 라라에게 정성스럽게 답장을 해주다가, 생도회장실 앞에서 폰을 집어넣었다.
―똑똑
―누구세요?
“신이사건조사연구부다.”
―낸시구나. 어서와.
**
나와 낸시는 고풍스런 검은색 가구들과 하얀 벽지의 색채 대비가 인상적인 생도회장실에 들어갔다.
밝은 금발머리의 썩 잘생긴 백인 남자가 우리를 반겼다.
“편하게 앉아. 차는 뭘로?”
“주문 가능한 차 종류는.”
“어지간한 거 다.”
“초콜릿바나나블렌디드.”
“하하. 넌 어떻게 볼 때마다 똑같냐.”
생도회장이 낸시를 보며 웃었다.
조쉬 맥킨지 Josh McKinsey.
전년도 구룡칠봉 다수가 졸업한 현재, 학내 종합 랭킹 1위인 남자다.
주무기는 나와 마찬가지로 창.
“이 친구가 신연 새 멤버구나. 이야, 내가 학교를 오래 다니긴 했네. 신연에 뉴비가 들어오는 꼴을 다 보고.”
그가 이번에는 날 봤다.
“차는 어떤 거?”
“물이면 됩니다.”
“편하게 해. 낸시 친구잖아.”
“그럼 난 딸기맛프로틴쉐이크.”
“큭큭. 꼭 지 같은 거 꼬셔왔네.”
사람 좋게 웃은 조쉬 맥킨지가 서기인 안나 살라예바에게 차를 부탁했고, 나는 눈이 마주친 그녀와 짧게 인사를 나눴다.
“신연을 정식 동아리로 승인해라.”
낸시의 돌직구에 조쉬가 빵터졌다.
“하하! 알아. 그 얘기로 약속 잡은 거. 근데 낸시, 제발 사람 사는 얘기도 하고 그러자. 왜 항상 그렇게 딱딱해?”
“그걸 대답하면 신연을 정식 승인해준다는 뜻이로군. 좋다. 조쉬 너의 어머니는 건강하신가. 우리 어머니는 최근 들어 나 때문에 정신과를 다니신다.”
“큭큭큭큭!”
유쾌하게 웃은 조쉬가 짧게 돋아난 턱수염을 만지며 답변을 주었다.
“정정하셔. 근데, 승인은 못 해줘.”
“안 된다.”
“지도 교수가 없잖아. 다른 건 내가 다 편의를 봐줄 수 있어. 좀 문제가 있지만 남는 부실도 있고. 인원수도 3명이면 부결되기 쉬운데, 내가 전부 눈감아줄 수 있다고. 부비도 대규모 동아리 못지않게 지원해줄 수 있어. 너희는 누가 뭐래도 뚜렷한 실적이 있으니까.”
조쉬는 한동안, 6년 간 신연이 괴이 현상 탐구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했는지. 그리고 이를 성실하게 보고로 남겨 항상 꾸준히 연구 활동에 임했다는 점 등을 칭찬했다.
“하지만 지도교수가 없으면 안 돼.”
“의미가 없다.”
낸시가 평소보다 감정이 섞인 말투로 항변했다.
“지도교수라고 해봐야 이름만 올려놓는 동아리가 대부분이다. 너도 그 사실을 알고 있고, 아카데미 또한 알고 있다. 그따위 허례가 뭐가 중요하다고 우리 신연을 승인해주지 못한다는 거지?”
“책임 소재 문제지.”
“헛소리 말고 도장을 찍어.”
“안 돼. 지도교수 구해와. 아직 오전이다. 한나절이면 못 구할 것도 아냐.”
“입 닥치고 승인해.”
“이런 미친, 큭큭큭!”
조쉬가 웃으며, 머리가 다 아프다는 듯 이마에 손을 짚었다.
내가 막무가내인 낸시를 다그쳤다.
“그만 해. 왜 생떼를 부려.”
“내 위에 누가 있는 것이 싫다.”
“뭐?”
“나는 지휘관이다.”
헌터의 많은 직업들 중 극히 희소한 직업이라 할 수 있는 <지휘관>. 그리고 그와 관련된 고유능력을 가진 그녀.
낸시 드레이크 블랙베리가 내 눈을 바라보며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지휘관은 언제나 조직의 일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언제 어느 때건. 어떤 권위를 가진 자가 책임을 대신해준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흠.”
말은 좋은데, 이건 그니까 그거잖아.
“신연이 장차 큰사고를 칠 예정이다. 그러니까, 사고 쳤을 때 책임도 너 혼자 알아서 지고 싶다, 그런 뜻?”
“미아의 점괘가 그랬다. 나는 인연이 닿지 않는 자를 지도 교수랍시고 내 위에 이름 올릴 생각 없다.”
조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계속 소모임 활동해야지. 리더가 그 정도 융통성도 없으면, 계속 그렇게 활동해야지 어쩌겠어.”
“그럼 너도 생도회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너는 지금 융통성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는 학칙을 따를 뿐이야.”
“나는 동아리 규모의 조직이 필요한 것뿐이다.”
“그러면 지도교수를 구해와.”
“널 증오한다.”
“큭큭큭!”
도돌이표였다.
나는 말장난 같은 얘들의 논쟁에 훈련 시간을 뺏기기 싫어,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조쉬. 교직원은 생도가 만든 동아리에 참가할 수 없다는 학칙이있어?”
“음… 없을걸. 그런 케이스가 없으니까. 그런 짓을 굳이 뭐하러 하겠어.”
“그럼 지도교수를 동아리 멤버로 넣으면, 따로 지도교수를 안 구해도 되는 거 아냐?”
조쉬가 가만히 생각을 했다. 그러다 고개를 찬찬히 끄덕였다.
“어차피 내가 승인을 못 해주려는 이유는 서류 문제니까. 그 경우면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있지. 낸시 입장에서도 교수가 멤버면 자기보다 아래일 테니 만사 오케이겠군.”
“잠깐 기다려봐.”
나는 라라에게 보이스톡을 걸었다.
내가 처한 사정을 설명한 뒤, 혹시 생도가 만든 동아리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려줄 수 있겠느냐고.
―[제이가 새로 가입한 곳이니?]
“네. 오늘 아침에 결정했어요.”
―[…좋아.]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따 제가 다시 전화 드릴게요.”
―[그래.]
전화를 끊은 뒤 조쉬에게 통보했다.
“치유술전공. 라라 마르티넥 교수님. 하신다는데?”
“…그 여자가? 그, 아이린의 담당 지도교수인 그 의학 박사?”
“응.”
“호오.”
조쉬 맥킨지가 살짝 놀란 얼굴로 날 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반대하는 자가 있었다.
“안 된다.”
당연히 그렇게 나오셔야지.
“너랑 미아가 뽑은 멤버가 아니라서 안 된다는 거지?”
“그렇다. 총무가 인사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참여권한을 의미하지 선발권의 독점을 의미하지 않는다.”
“야, 귀 좀 줘봐.”
낸시가 숏컷 머리를 넘겨 귀를 드러냈다.
“그 사람, 연구대상이야. 신연에 포섭한다음에 연구해보자.”
“…어떤 면에서?”
“그건 감 좋은 니들이 알아봐. 근데 정말이야. 라라 교수님, 뭔가 있어.”
정말로 있긴 있다.
그녀의 안에 무려, 발키리가.
“…….”
잠시 고민하던 낸시가 내 귓가에 조그마한 입술을 우물거렸다.
“거짓말일 경우에는 너를 영원히 평부원으로 강등시키겠다.”
…그건 오히려 바라는 반데.
**
신이연구회의 정식 승인이 완료됐다.
낸시는 아주 큰 설렘을 느끼고 있는지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보였다.
보폭마다 흔들리는 그 거대한 폭유의 무브먼트가 평소보다 더 거셌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라라 마르티넥이라는 교수가 연구대상으로 부적격일 경우, 김제이 너는 영구 평부원이 된다.”
“알았다니까. 몇 번을 말해.”
“7번이다. 앞으로 3번 남았다.”
지긋지긋한 년.
“그리고 미안하다. 안타깝지만 우리 둘 다 부실 청소를 도와주지 못한다.”
“괜찮아. 가족 분들이 제주도까지 딸들 보러 오셨다는데 어쩔 수 없지.”
소모임인 신연이 정식 동아리로 승격되자마자 우리는 부실도 얻었다.
생도회관과 멀리 떨어진, 아주 오래된 2층짜리 단독 건물을.
원래 이스트 블루가 처음 세워진 약 50년 전, 초창기 기수의 선배들이 사용했던 구생도회관이었는데, 지금은 폐건물이라서 독립 공간을 얻었다는 것 외엔 메리트가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생도회장이 많이 더럽다고 했다.”
“괜찮다고. 주말에 하면 돼.”
“가구도 무척 낡았다고 했다.”
“그만해.”
“그리고 그 건물에는.”
낸시가 걸음을 멈췄다.
큰 뿔테 안경 아래 보이는 지적인 눈에서 별빛이 피어올랐다.
“괴소문이 있다!”
구생도회관의 괴소문.
이건 학내에 굉장히 유명한 얘기다.
―남자들에게만 소음이 들리는 곳.
―여자들에게는 아주 조용한 곳.
―같이 있을 때는 이름 모를 새소리만 들리는 곳.
즉, 시도 때도 없이 이상한 소음이 들려온다는 소문의 그 장소라는 뜻.
내가 알기로 아마 10년은 된 괴담이다.
“그렇게 좋냐.”
“물론이다! 미아는 나보다 더 좋아할 게 틀림없다! 우리는 그 공간을 아주 오래도록 바래왔다! 그런데 너는? 넌 어떻지?”
“야아, 붙지 마!”
낸시가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몰아붙였다. 그녀의 미칠 것처럼 보드라운 특대 거유가 내 가슴 밑 부분을 짓눌러왔다. 니플 패치를 한 것인지, 노브라다.
나는 한순간에 발기한 고추를 손으로 아주 잽싸게 정돈하고 낸시에게서 떨어졌다.
“빨리 말하는 편이 좋을 거다! 너는 어떻지? 우리 신연의 간부로서 소회를 밝혀라!”
“좋아, 좋다고. 나도 더럽게 좋아!”
“신입부원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오늘 내가 정신교육을 단단히 시켜주겠다!”
“아 좀 꺼져!”
나는 쪼리를 신고 도도도 쫓아오는 오컬트 광녀를 피해 달아났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괴담에 흥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검이라.’
생도회장실을 나올 때, 조쉬 매킨지가 내게 했던 말이 있었다.
―김제이라고 했지. 니가 그 김하리 오빠구나. 늦게 알아봐서 미안하다.
―너 그런데 창을 쓰나? …아아. 아니, 아니. 듣기로 너도 창쟁이라고 알고 있어서.
―음.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당연히 검을 쓸 것이라 생각했어.
나는 재차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내 창이 널 보고 울지 않길래.
―그리고 그 몸에 그 체격, 네 분위기가 딱 검사라는 느낌을 줬어.
―나쁘게 듣진 마. 가끔 내 창도 귀인을 못 알아볼 때가 있으니까.
조쉬 매킨지. A++급의 창술사.
작년 가을, 명예졸업이 확정된 S-랭크 3학년을 꺾고 구룡칠봉의 자리를 3년째 사수한 창의 귀재다.
그의 고유능력은 <귀창鬼槍>.
창을 반려로 삼은 전사들에게 반사적으로울음을 터트리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경 꺼라. 네놈은 좋은 창잡이야.]
[그리고 저번에 말했듯. 굳이 실제계에서도이 몸을 휘두를 필요는 없어.]
[이 몸은 공상계에서 네놈의 육봉에 임하는 것으로 아무 불만이없다.]
[괜한 생각하지 마. 심마만 찾아온다.]
나는 메리의 위로에 찝찝한 기분을 떨쳤다. 그리고 꽤 많이 늦은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
신연에 가입한 어제가 지나 주말이 찾아왔다.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아카데미 제1 기숙사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네.”
신입생도 육서윤.
오늘은그녀에게 밥을 사주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