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37. 제이의 기진맥진 주말(5)
―{킥킥킥! 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 킥킥킥킥킥! 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몸이 의지와 관계없이 떨려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무작정 방을 나와 미친 듯이 1층을 향해 뛰었다. 완전히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내가 나는 건지 달리는 것인지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귀신이다!!!! 귀신!!!!!!!!”
소리를 꽥꽥 지르며 1층으로 내려오자, 놀란 박지혜가 벌떡 일어났다.
“왜 그래야 제이? 무슨 일이야?”
“귀신…! 귀신이, 나타났어요!”
숨을 헐떡이며 그녀의 뒤에 숨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보호대상인 박지혜가 민간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
“큭큭큭!”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이구, 우리제이. 너는 어떻게 오래 견디나 했다.”
“…오래 견디다뇨?”
박지혜가 아직도 놀란 맘에 몸을 가늘게 떨고 있는 나를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부드럽게 내등을 쓰다듬었다.
“여기. 남자는 이 건물 못 써. 너 귀신 소리 들었지? 소리만 들었니?”
“네….”
“귀신 직접 본 애들도 있어.”
“정말요?!”
귀신이라고?
진짜로? 정말 ‘찐’ 귀신?!
“진짜야. 엄청 무섭게 생겼대. 한 10년 됐나? 나 입사하고 아카데미 발령 받자마자 들은 소문이니까. 근데 신기하게 여자한테는 절대 안 보여.”
“하아…….”
한숨을 내쉬며 식은땀을 닦았다.
10년이라. 그렇게 오래도록 귀신이 붙어 있으니 이 건물에 인적이 끊기지.
“예전에 어떤 교수가 무당도 불러보고, 고명한 신부님도 불러봤는데 다 허사였어. 연맹에서 괴이사건보고 등록을 하긴 했는데, 귀신 좀 나온다는 거 말고는 피해가 전무하니까 그냥 쉬쉬하면서 지내고 있지.”
“그렇구나.”
박지혜는 놀란 나를 다독인 뒤,오늘은 이만하자며 시마이를 했다.
나는 혹시 몰라 걱정되는 마음에 그녀를 생도회관까지 데려다주었다.
“안녕~! 내일 보자, 제이야!”
“쉬세요 쌤. 고생 많으셨어요.”
그녀를 보내고 나는 오랜만에희망원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말로야 조만간 찾아뵙겠다, 곧 생신이시니 맛있는 거 사드리겠다, 창술 연습 잘 되고 있다며 인사를 드렸지만.
‘…하, 씨발. 진정이 안 되네. 앞으로 동아리 생활 어떻게 하냐.’
사실은 지금까지 한 번도 무서움을 느껴본 적 없던 학내의 밤길이 어쩐지 으스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
―철컥
기숙사에 도착해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반갑고 얄미운 얼굴들이 있었다.
“어!선우야 안녕. …메리 이 새끼야.”
“안녕하세요, 형. 기숙사 오는 길에 메리와 만나서 형 기다리고 있었어요. 도와드릴 일도 있다고 해서.”
[왔냐.]
나는 선우 옆에서 쿠루루 하와와와 함께 허공을 날아다니며 놀고 있는 메리에게 다가갔다.
“임마!부실 2층에서 귀신나왔어, 알아? 악마 군주의 정수도찾았는데 그래도 나왔다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넌 새키야, 계약자 안 지키냐. 악마 군주면 어쩔 뻔했어.”
[갈! 본좌도 놀고만 있지 않았노라!]
―우우우웅
메리가 억울하다는 듯 가늘게 떨었다.
[진정하고 찾았다는 정수부터 꺼내봐.]
“…여기.”
뾰로통한 기색으로 주머니에 넣어둔 분홍색 좆찌를 꺼내자, 메리가 가만히 정수를 살피기 시작했다.
[흐음, 확실하군. 이 몸의 추측이 맞았어. 이놈은 37위의 군주 페넥스Phenex라고 한다. 대표적인 우호 성향의 악마지. 아주 온순한 편이야.]
“페넥스?”
[쎅쓰. 저번에 말해줬던 악마 군주의 성향에 대해 기억하나.]
그때 선우가 긴 귀를 쫑긋하고 호기심을 표했다.
“성향? 메리야, 악마 군주들에게도 성향이 있어? 혹시 나도 들을 수 있니.”
[아하. 우리의 유일한 조력자인 반쪽이는 전혀 모르는 얘기겠군. 그럼 다시 말해주지.]
메리가 녹색 파자마를 입고 침대에 앉아있는 아름다운 하프엘프에게 악마 군주의 대략적인 성향을 말해주었다.
1. 절대악성향
-7죄종 및 데카라비야, 제파르와 같은 공격성 짙은 악마 군주. 장기적으로 100% 숙주에게 해악을 끼치며, 힘이 강해질수록 실제계에 큰 피해를 입힘.
전체 악마 군주 중 가장 수가 많음.
2. 중립 성향
-숙주나 소환 계약자와의 신용에 의해 거래적으로 움직이는 악마. 특별히 악한 목적으로 숙주와 주변에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이해관계가 맞을 경우 절대악 성향과 비슷한 행동 방식을 취함.
대표적인 악마 군주로는 단탈리안과 마르바스 등을 들 수 있음.
3. 우호 성향
-비선공. 숙주 및 소환 계약자의 소망을 들어주는 데에적극적이며, 그 실현 방식도 상당히 온건한 편. 다툼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마법검 캄비온에 대한 거부감도 낮음.
오늘 내가 접수한 페넥스의 경우 아주 평화주의적인 악마 군주라고 함.
4. 특이 성향
-컨셉충. 목적과 피해 양상을 좀처럼 종잡을 수 없음. 다만, 소-말-새-낙타 등의 짐승과 관련한 상징을 띄는 악마가 많아서 행동 양식 또한 이와 관련한 경우가 잦음.
부엉이 악마로 유명한 스톨라스가 이 특이 성향에 해당한다고 함.
“아아. 악마도 타입이 여러 가지구나. 신기하다.”
선우가 녹색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착한 웃음을 지었다.당황스러움과 짜증 탓에 기분이 안 좋았던 나조차 마음이 좋아지는 미소였다.
[페넥스는 몇 가지 대표적인 특징이 있어. 일단 노래 부르기를 아주 좋아하지. 그래서 높은 확률로 자신과 같은 성향을 가진 이를 숙주로 삼곤 해. 이번의 경우도 그럴 거고.]
나는 메리의 말에 의문이 생겼다.
“무슨 소리야. 정수가 여기 있는데 숙주가 왜 또 있어?”
[노노. 이 분홍색 좆찌는 실제계에 놓인 매개물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걸 얻었을 때, 네놈에게 봉인 완료 메시지가 안 떴잖아.]
그건 그렇다.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하니까 그 점이 이상하기도 했고.
[쉽게 말해서, 실제계에서 정수를 얻는다는 말은 ‘언제든봉인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뜻이라고 보면 된다. 이 몸한테 봉인된 상태로 남아 있던 제파르와는 다른 경우지.]
“그래서 너도 페넥스의 정수가 구생도회관에 있다는 걸 몰랐던 거?”
[짐작이야 했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직접 가보고, 이후에 조사를 해보니 모두 파악하게 됐지.]
잠시 말을 끊은 메리가 상황을 짧게 요약했다.
[페넥스의 숙주는 유령. 즉, 귀신이다.]
[그리고 그 귀신이 실제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도와준 또 하나의 악마 군주가 있어.]
[그놈의 이름은 부네Bune. 서열 26위의 우호 타입 악마지.]
[이 몸은 부네의 숙주를 찾기 위해 네놈이 청소하는 동안 아카데미를 돌아다녔던 거다. 뭐, 생각보다 빨리찾은 탓에 나머지 시간은 놀긴 했지만.]
두 마리?! 악마 군주가 둘이라고?
게다가 페넥스의 숙주는 귀신?!
“그럼 큰일 아냐?”
내가 입을 쩍 벌리며 묻자, 메리가 우웅 떨며 나를 다독였다.
[괜찮다. 둘 다 비선공에다 장난을 좋아할 뿐큰 해를 끼치는 악마들은 아니야. 다만 봉인 순서가 중요해. 첫째가 페넥스, 둘째가 부네. 이 순서를반드시 지켜야 한다.]
“부네가 페넥스의 숙주인 귀신을 유형화할 수 있는 시간이어야 우리가 그 귀신을 잡을 수 있으니까?”
[쎅쓰. 역시 넌 이해가 빠르군.]
“…닥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혀, 형! 그럼 이번에는 귀, 귀신… 이랑 하게 되시는 거에요? 형은 정말 대단하세요!”
[쎅쓰. 부네의 숙주가 지금 막 잠이 들었다. 빨리 시작해. 시간이 없어.]
“…….”
선우 말마따나, 이번 봉인 임무는 처녀귀신과의 섹스를 의미하는 거였으니까.
‘이런 젠장.’
**
나와 메리와 선우는 귀신을 잡기 위해 곧장 공상계로 다이브했다.
“어두운 꿈을 다스리는 힘이여.”
“내 앞에 너의 음란한 문을 열어다오.”
“데카라비아Decarabia!”
[▶<제69위 악마 군주 데카라비아Decarabia의 정수> 확인. 공상계 다이브 허가 완료]
―파아아아아아앗!
백색으로 탈색된 세계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오늘의 목표인 그것도.
“…저거랑 해야 된다고?”
[쎅쓰.]
온통 흰색 투성이인 내 방의 중앙에는 페넥스의 정수에서 피어올라온 무언가가 있었다.
―{킥킥… 킥킥킥! 킥킥킥킥!}
귀신.
그것도 진짜 레알 찐 처녀귀신이.
하얀 머리는 그녀의 발목에 닿을 정도로 길었고, 옷은 씨발 무슨 민속촌에서 훔쳐왔는지 너덜거리는 소복이었다.
피부는 시체처럼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입은 광대에 닿을 정도로 흉측하게 찢어져 있어 존나 공포스러웠다.
그리고 그 찢어진 입 안에서 이따위 요란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킥킥킥킥킥! 킥킥킥킥킥킥킥킥…! 킥킥킥킥킥킥킥킥킥!}
눈깔은 안이 없이 횅했고, 입과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가장 최악인 것은 따로 있었다.
“우웁……!”
처녀귀신의 음부에서도 검붉은 선혈이 폭포수처럼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생리 수준이 아니었다. 생리는 차라리 괜찮다. 희망원에 살 때 여자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생리혈 따위야 하도 봤기 때문에 오히려 익숙하니까.
하지만 저 귀신의 음부에서 나오는 건, 똥오줌을 피로 지린다고 해도 믿을 수준이라 도무지 엄두가 안 났다.
“하아……. 미치겠네.”
못하겠다. 아무리 악마 봉인을 통해 내가 강해진다고 해도 이건 못하겠다.
―{여보, 당신은 왜 화장실만 갔다 오면 꼭 손을 씻어♪}
게다가 저 귀신씨발, 지를 알아보는 내가 나타나서 기분이 좋은지 방 안을 훨훨 날아다니며 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 고추를 만졌으니까 매워서. 그런데 당신도 화장실만 갔다오기만 하면♪}
―{나도 조개 만졌으니까 비린내 나죠~♪}
이딴 새끼랑 어떻게 떡을 쳐!
[제이야, 분석 완료 됐어! 반쪽이가 반존재상태로만들어주면 바로 시작해!]
〓〓
[악마 정보]
no. 37 페넥스Pheonex
[숙주 정보]
김복자 / 제4국제헌터아카데미 이스트 블루 마력전투지원전공 3학년 (사망)
[공상 구현 분석 결과]
-숙주는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한겨울의 이스트 블루 구학생회관에서 남자친구와 성교를 하던 중, 극심한 오르가즘과 추운 공기에 의한 쇼크로 복상사했다. 그러나 구학생회관에는페넥스의 정수가 있었다.
-페넥스. 다른 말로 피닉스Phoenix는 불사를 상징하는 악마 군주. 페넥스는 숙주의 영혼에 의탁해, 살아생전 숙주의 소망이었던 가수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자아를 상실하고 단지 원념만이 남은 숙주를 오르가즘으로 성불시키고 페넥스의 정수를 회수하라.
[공략 tip]
반존재상태로 관계 추천. 낮은 레벨의 공상계 존재력으로 공략 불가능.
[보상]
-no.37: 불사조의 눈물 lv.1
-30 CP
〓〓
복상사라. 팔자 오지시는 선배님이셨네. 아주 유쾌하신 분이셨던 것 같군.
―Ooooooooo
그때, 암속성 정령 쿠루루와 함께 선우가 도착했다. 검은 색뭉개 부름 같은 바로 그 모습으로.
[우와! 형! 이게 그 귀신인가요?]
“어.”
[정말 신기하다. 귀신이라는 게 실제로 있긴 있구나.]
“넌 하프엘프잖아. 정령도 부리고.”
[정령은 실제로 있는 거잖아요. 지구에서 귀신이라는 건 있는지 없는지 아는 사람이 적은 거구.]
하긴. 강령술이나 네크로맨시랑 다르게, 그냥 귀신은 접할 일이 없긴 하지. 프레이야에는 많다고 들었지만.
[파트너, 정신 도피 그만하고 시작하자. 오늘은 두 건이다. 그리고 페넥스는 평화주의 성향과 별개로 아주 강력한 악마 군주야. <불사조의 눈물>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얻어야 하는 힘이다.]
“…….”
메리의 일침에 나는 마음을 굳혔다.
…그래 씨팔, 강해지기 위해 뭔 짓을 못할까. 불사조인 페넥스의 권능! 듣기만 해도 졸라 쎌 것 같은데!
“알았어! 선우야 부탁한다! 그리고 너무 추하면 차라리 눈을 돌려! 나는 오늘 인간이길 포기하겠다!”
[네! 거, 걱정마세요 형! 무슨 일이 벌어져도저, 절대 눈을 돌리지 않을 거니까요!]
선우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백색의 공간을 찢고 빛의 정령 하와와가 나타났다.
―Yyyyyyy! Yyy!
하얀 귀요미 빛무리가 내 이마를 간지럽혔고, 이내 나는 하와와가 전신을 감싼 반존재 상태로 화할 수 있었다.
―사아아아아아
허공을 둥실 날아 내 침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김복자 씨에게 다가갔다.
씨발, 씨발! 도저히 이 모습을 보고 그녀라고 부를 수가 없다!
―{여보, 당신은 왜 화장실만 갔다 오면 꼭 손을 씻어♪}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향해 제파르의 권능을 발휘했다.
[▶성감 고조 lv.5> 시동]
[▶잔여 정력 50]
[▶성감 고조 lv.5> 지속 시간이 앞으로: 4000 sec]
나는 일단 그녀의 몸 위에서 살갗이 닿지않은 채로 성감 고조를 썼다.
타깃이 된 근거리 여성 1체에게 최대 강력한 성감 증대까지 가능했으니까.
‘제발 통해라, 통해라, 통해라!’
내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좆같은 노래를 부르고 계시던 김복자 씨께서는 이내 가쁜 한숨을 터트리며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세, 세상살이 우루루 에로송 아가씨가… 드, 들어간다……! 소, 소세지… 타령이나, 한곡조, 뽀, 뽑아볼까…!}
이런씨발!
노래가 바뀌었잖아!
성감 고조 lv.5> 성감 고조 lv.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