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화 〉48. 제이와 수상한 산부인과(9) (48/145)



〈 48화 〉48. 제이와 수상한 산부인과(9)

송유빈을 숙주로 삼은 푸르푸르를 잡기 위해 공상계 다이브를 준비하던 중.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아나 코스타의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김제이.  덕분이니까.


“이게 대체 무슨 의미야?”

개씹뚱딴지 같은 소리였다.
 얘기가 저 타이밍에  나온다는 말인가. 1도 이해가 안 된다.

[모른다. 다만 네놈이 생각하고 있는 그건 맞는  같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나가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저 말을 한  아니라는 거지? 그야 당연하지.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쎅쓰. 아마 아나 코스타라는 여자의 내적 문제겠지. 이해하려 들지 마라. 우리의 좆집도 아닌 여자야.]
“그건 그래.”

나는 마음 편하게 아나의 말을 잊어버리기로 했다.
여사친 많은 내가 여자애들과 부대끼며 깨닫게  바가 하나 있다.

여자애들은 남자애들에 비해 진짜 별 거 아닌 걸로 복잡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서, 이해하려 들수록 오히려 더 미궁에 빠지게 된다는 점.

그냥, 그딴걸 고민할 시간에 내 할 일 하는 게 백번 낫다.

[준비됐지, 파트너?]
“응, 가자.”

침대에 누웠다. 메리가 딜도로 화한 뒤 환하게 빛났다.
나는 인드라이브의 시동어를 읊었다.

[▶<제69위 악마 군주 데카라비아Decarabia의 정수> 확인. 공상계 다이브 허가 완료]


―파아아아아아앗!


**


모든 것이 새하얗게 탈색된 세상에서.
나는  좆집을 찾아 헤매는  자루의 검이 되었다.

“언제와도 익숙해지지가 않네.”

공상계 속에서 하얗게 변해버린 건 풍경만이 아니었다.나 또한  영역인 나의 꿈속에 들어가기 전에는 마찬가지인 상태.

[네놈은 실제계에 살고 있는 인간이니 매번와도 낯선 느낌을 받는 게 당연하지.  번을 와도 그럴 거다.]
“아무렴.”

나는 3관 기숙사 천장을 뚫고 허공을 날며 샥스의 권능을 실행했다.

[▶ 보물찾기 lv.1> 시동]

[▶대상<송유빈>의 현재 위치: 서귀포시 중정동 레미란 apt 12동 401호.]

샥스가 보여주는 화살표를 따라, 악마군주의 지배 하에 있을 꿈속의 송유빈과 접촉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내 우리는 송유빈의 자택 창문 밖에서 거실을 들여다볼  있었다.

‘역시 남자애 여섯 키우는 집답다.’

정리정돈과 거리가 대단히 먼 풍경이었다.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 위로 장난감 블록을 비롯한 온갖 애들 물건이 마구 어질러져 있었고, 송유빈은 치우다 지쳐 잠이 들었는지 거실에서 아이 둘을 끌어안고 잠들어 있었다.

[제이야! 송유빈 분석 끝났어. 역시 저 여자는 푸르푸르의 숙주가 맞아.]

나는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
[악마 정보]
no. 34 푸르푸르Furfur

[숙주 정보]
송유빈 / 클레오네일아트 사장 겸 점장

[신체 스펙]
28세 / 비처녀
162cm / 83-61-89 (B컵)

[공상 구현 분석 결과]
-지옥백작 푸르푸르의 숙주 송유빈은 21세의 이른나이에 혼전임신으로 결혼을  뒤 남자 쌍둥이를  번 낳아 총 여섯의 아이를 갖게되었다. 연속된 임신-출산-육아로 여러 번의 산후우울증까지 겪게 된 그녀는 임신을 극히 혐오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불임과 임신을 관장하는 권능의 주인 푸르푸르는 숙주의 소망대로 그녀의 불임을 도왔으나, 점차 힘을 찾아감에 따라 서귀포시 주변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이미 수십이 넘는 생명의 씨앗을 잘라버린 푸르푸르의 정수를 회수하여 약속된 재앙의 싹을 제거하라.

[공략 tip]
여성상위 / 자궁경부 / 강렬한 임신섹스

[보상]
-no.34: 녹육의 축복 lv.1
-80 CP
〓〓

이런 미친.

‘임신 혐오잔데 강렬한 임신 섹스가 공략 팁이라고? 이거 버그 아니냐.’
[Nope!]

자지와 일체화 되어 있던 메리가 크게 꺼떡거리며 부정했다.

[이 맹꽁아. 원인이 없는데 결과가 있겠냐? 네놈도 라라 마르티넥 때문에 어제 그렇게 걱정해놓고.]
‘…아!’

감이 온다. 낮에 송유빈이랑 얘기할  들은 적이 있다.

그녀의 남편은 헤비 스모커에다 이제는 40대 초반이  대기업 팀장이다. 배가 산처럼 나오고 요즘은 허리도 안 좋아서 애들이랑  놀아주지도 못하는 운동부족 만성피로 아저씨라고.

‘그런 사람 정자가 엄청 건강할 수는 없어. 근데도 그렇게 임신이 됐다는  노콘 질싸로 존나 했다는 소리겠지. 부족한 질을 양으로 때우다보니까 임신이 안 되곤  배긴 거야.’
[쎅쓰! 게다가 정관수술도 안 한 거 보면 송유빈 저 여자도 내심으론 그 긴장감을 즐기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런 젠장, 쾌락의 노예들 같으니!’
[사돈남말 하고 있군.]

답이… 보인다!

‘좋아! 그럼 이번에는 저 여자 남편인 척하고 자연스럽게 해보자. 그게 제일 좋겠지? 남편 많이 사랑하던데.’
[가면 덮어! 뷰지 뚫어! 자궁 착상!]

나는 나보다 더 신난 메리의 환호와 함께, 꿈속 이미지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탐색을 시작했다.

‘이 아저씨구나. 살은 많이 쪘지만 얼굴은 여전히 잘 생겼는데?’

우선 베란다 창문으로 엿본 송유빈의 남편 사진을 통해 이미지를 확보했다. 그 다음은 그녀의 안방 구조를 세세하게 눈에 담은 뒤, 시나리오를 짰다.

‘어두운 꿈을 다스리는 힘이여.’

그리고 레벨5의 인드라이브를 발동했다.

‘내 앞에 너의 음란한 문을 열어다오.’

‘데카라비아Decarabia!’

―파아아아앗


공상계가 변화를 시작했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채색되어갔고, 송유빈 옆에서고이 잠든 아이들이 지워져갔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김제이의 외형이 아닌, 송유빈의 훈남 남편의 것이 되어 있었다.

―띵동

1층으로 내려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크흠!”

바뀐 목소리가 어색했다. 몸도 존나 무거워진 기분.

‘씨발, 배가 너무 나왔잖아! 배가 이렇게 나왔으니 송유빈이 여성상위를 선호할 수밖엔없었겠지!’

나는 부분적으로 송유빈 남편의 외형을 변경하기로 했다.
복부 비만율을 낮추고, 근육량을 전체적으로 올려서 마치 리즈 시절 그녀 남편의 외향으로 변해버린 것.
이렇게 하니 확실히 숨이 쉬어졌다.

‘음, 역시 잘생겼네. 14살 연하 마누라 얻을 만도 해. …이 도둑놈의 새끼.’

―짝!

질투심에 휩싸여 내 뺨에 싸대기를 날린 뒤 즐거운 내 집으로 향했다.
지금  순간만큼은 내 예쁜 마누라가 기다리는 이곳이 바로 내 집이다!

―띵도옹

벨을 눌렀다. 안쪽에서 누구세요, 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야, 나야.”
“…응? 여보?”

끼익 하는 소리가 들리고, 화장을 한 상태의 송유빈이 문을 열어주었다.
네일아트집 출근 준비를 하는 건지, 머리와 화장 모두 풀세팅이었다.
펌 들어간 검은 머리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확실히 예뻤다. TV 재현 드라마에 나오는 이쁘장한 조연 느낌.

“출근 준비하고 있었어?”
“어. 근데 자기는이 시간에 웬일?”

나는 신도시 미시 스타일의 쫙 달라붙는 회색 롱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노브라인지 그녀의  찬 B컵 가슴이 내 팔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외근 핑계대고 일찍 퇴근했어. 애들은, 어린이집 간 거 맞지?”
“…응. 근데 자기 오늘 좀… 이상하다? 나 몰래  했어?”

송유빈이 떨떠름한 얼굴로  올려다본다. 뭔가 평소의 남편과 다른 위화감이라도 느끼고 있는 걸까.

‘씨발, 어떡하지?’
[상식 개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정도라면 꿈속이니까 그러려니 할 거야!]

나는 인드라이브 권능을 사용하며 송유빈의 이마에 살짝 뽀뽀를 했다.

“바보야.  다이어트 성공한  그새 까먹었어? 자기 덕에 이렇게 날씬해졌는데, 왜 자기가  못 알아봐?”
“…다이… 어트?”
“어.”

그때였다.

―촤아아아아아아악!

송유빈의 머리에서 뿔이 돋아났다.
씨팔… 거대한 숫사슴의 존나게 큰 녹용 같은 위압적인 뿔이, 그녀의 검은 머리 사이에서 솟아난 것이다!

“뭐야?!”
“다이어트… 하!”

송유빈의 애교스런 눈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약간 쳐졌지만 꼴릿한 엉덩이 위로 복슬복슬한 털이 튀어나왔다.
그녀가 입을 열지 않고 말했다.

{왜.  바람이라도 피우시려고?}


이건…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전자음이나 동굴 메아리 같은 것보다 훨씬 이질적이고 듣기만 해도 불쾌한 음성. 이건 아마도….

[좆됐다! 푸르푸르가 눈치챘어! 송유빈이 강한 위화감을 느끼게 되면서, 그녀 안에 무의식으로 존재하던 푸르푸르가 각성해버린 거야! 우리가 벌집을 건드려버렸어!]

이런 씨발.
송유빈 안의 악마 군주가 공상계 내에서 완전히 깨어나 버리게 되다니. 이게 우리가 그토록 꺼려왔던 상황이었는데.

“젠장!”

나는 거실 안쪽으로 크게 뒷걸음질 치며 무기를 찾았다. 하지만 쓸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푸르푸르의 영향으로 녹인화鹿人化한 상태의 송유빈이 당황한 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왜 도망가? 독박 육아 시켜놓고.}

농담 삼아 ‘니가 독박 육아한 거면 나는 독박 벌이한 거냐’로 반박하려했지만, 송유빈은 워킹맘이니 해당사항이 없었다.
나는 잽싸게 사과했다.

“미안해! 자기야, 내가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그렇게 안심시켜놓고 이번에는 누구 만나려고. 이 대리?  인턴? 자긴 항상 왜…….}

송유빈이 고개를 숙였다.
거대한 그녀의 뿔이 랜스처럼 나를 향했다.


{왜 항상  모양이야!!!!!!!!!!!!!!}


그녀가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빨랐다. 최소가 D급 헌터 수준.

―팟!

발을 굴러 벽면을 차고 허공으로 피하며 그녀의 등을 걷어찼다. 그리고 공간 확보를 위해 아파트 복도로 나왔다.

{자기 어디 가? 애들 목욕시켜야지?}
“애들 어린이집 갔다며!”

나는 카가가강 소리를 내며 온 아파트를 부수며 돌진하는 마누라를 피해 계단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또 그년 만나러 가지, 개새끼야!!}

―콰과과과과과광

각성한 푸르푸르와 동기화한 송유빈은 존나 무서웠다. 그녀의 뿔에 걸리는 것들은 철근콘크리트건 뭐건 상관없이 모조리 찢겨져버렸다.
나는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점프만으로 쿵쿵 1층까지 빠르게 뛰어 내려왔다.

[파트너, 뒤!]

메리의 부름에 황급히 바닥을 구르며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공포스러운 광경이 있었다.

―쾅! 쾅!

―콰아아아아앙!!!

송유빈이 결국 2층에서 그 두꺼운 아파트 벽면을 뚫어버리고, 그 상태에서 허공을 날아 돌진한 것이다!

{자기 죽어!!!!!!!!!!!!}

속도가 너무 빨랐다. 나는 황급히 몸을 구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튀었다. 하지만 한  기세를 탄 송유빈을 저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저 뿔과 속도가 너무 위협적이었다. 나와 동급 혹은 미세하게 위의 속도다보니, 피하는 것만으로도 온 신경을 집중해야했다.
이 상황에 무기만 있었으면 어렵지 않게 대처할  있을  같았지만, 시야에 보이는 거라곤 가로등 뿐이었다.

‘창! 젠장, 창만 있었으면….’
[파트너!]

그때, 자지에 빙의해있던 메리가 크게 떨었다. 분리의 조짐이었다.

[이 몸을 써!]
“칫!”

나는 온몸의 마력을 오른 다리에 집중시켜 최대한 강하게 송유빈의 몸을 옆으로 차냈다.
그리고 잽싸게 바지 지퍼를 열고 거대한 딜도처럼 빠져나온 메리를 쥐었다.

―사아아아

메리는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은색 장검의 형태로 화했다.
신검 캄비온의 본래 모습으로.

“너 이 모습 오래간만이다.”
[잡담할 시간 없어!]

그 말 대로였다.
나에게 차인 충격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듯하던 송유빈이, 울음을 터트리며 살기를 증폭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흑…! 흑……! 이대론, 이대론  살아……. 너무… 힘들어…!}
“그럼 우리 이혼할까?”

너무 오랜만에 쥐어본 검의 감촉이 낯설어 시간을 끌었다. 근 1년 만인가?

{이혼?!!!! 안 해줘!!!!!!!}

이혼 드립을 들은 송유빈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아예 눈동자가 사라져, 붉고 강렬한 안광만이 빛나고 있었다.

{못 해줘! 누구좋으라고 이혼을 해줘?! 공대생 촌놈 씻기고 닦아서 사람 만들어줬더니 이제 와서?! …자긴 우리 애들… 절대 못 떠나!}

송유빈의 뿔이 더욱 거대하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뿔은 커다란 나무처럼 아파트 공터를 빠르게 매워갔다.

{차라리…, 같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붉은 뿔들을 키워내던 송유빈이.
이를 악물고 내게 돌진했다.

{죽자!!!!!!!!!!!!!!!!}


양손으로 쥔 검을 하단으로 내렸다.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정직하게 돌진하는 그녀의 허리를 노렸다.

[안 돼!]
“왜.”
[공상계에서 숙주를 상하게 하면 푸르푸르가 도망갈 수 있어! 뿔을 노려! 놈의 뿔!]

파트너의 말을 따랐다.

손에 힘을 풀어  손잡이를 돌렸다.

축발을 강하게 차 횡 이동을 하며.

송유빈의 머리 위를 강하게 내려뱄다.

―서걱

상상도 못한 손맛에 소름이돋았다.
비록 꿈속이지만, 처음 휘둘러  캄비온의 예기는 등줄기가 오싹해질 정도였다. 머리카락을 베는 듯한 감촉과 함께  거대한 푸르푸르의 뿔이  개 모두 잘려 나가버린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공터가 떠나가라 울부짖는 송유빈이었지만, 주변에서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인드라이브의 힘으로 만들어낸 이 공간에 사람이란 오직 나와 그녀뿐이었으니까.

―쿠궁… 쿠궁…

푸르푸르의 뿔 탓에 피해를 입은 건물들이  소리를 내며 조금씩 주저 앉아갔다.
나는 인드라이브를 유지할 정신력을 유지하기 위해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

[이제 됐다! 네놈이 알아서 마무리 해. 이 몸도 오랜만에 놀랐더니 피곤하군.]

메리가 다시 딜도로 화한 뒤 내 자지와 동화되었다.
나는 지긋지긋한 마누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오금과 등을 껴안아 한 번에 안아 올렸다.

{흑……! 흐윽……}

송유빈은 서럽게 울고 있었다.
꿈속이라 감정이 비논리적으로 마구 분출되는 것도 있을 거고, 그동안 남편이 아무래도 얼굴값을 좀 했던 모양.

“집에 가자, 자기야.”
{흐잉… 흑! 흑!}

공주님을 안 듯 그녀를 안아 입을 맞춰주자, 송유빈이 내 목을 안고 조용히 흐느꼈다.
나는 그녀와 함께 난장판이 된 아파트를 지나, 우리가 사랑을 나누게 될 안방으로 들어갔다.

“후우…….”

침대에 송유빈을 내려놓고 나니 이제야긴장이 풀렸다.

{여보…….}

머리 위에는 50cm 정도의 잘린 사슴뿔을 달고, 엉덩이 위에는 귀여운 사슴 꼬리를 단 송유빈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보물찾기 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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