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50. 제이의 도둑질 첫 도전!(1) (50/145)



〈 50화 〉50. 제이의 도둑질 첫 도전!(1)

[▶ 시동]

낸시와 미아.  여자에게 번갈아 약한 정도의 성감을 고조시킨  말을 붙였다.

“낸시. 우리 부 멤버로 받아들인 라라 교수님 있잖아. 이따 오후에 모시고 올게. 같이 보자.”
“…알겠다.”
“그리고 이번 주부터 동아리 가입 받잖아. 생도회에서 주관하는 리쿠르팅 합동 행사. 그거 참가할 거지?”
“……물론.”

낸시가 얼굴을 묘하게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번엔 미아를 향해 웃어보였다.

“우리 미아는 오늘도 예쁘네.”
“으응?! 아,  보이… 자, 잖아.”
“눈이 그렇다고. 눈은 그 사람을 나타내주는 거울이라잖아.”
“…고, 고, 고… 고마워…….”

미아가 고개를  숙였다.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두 여자가 공기 중에 퍼져 눅눅해진 과자를 몇  집어먹다가, 자리에서 동시에 일어섰다.

“나는 방에서 수면을 취하겠다.”
“나, 나도….”

그리고 가타부타 말도 없이 각자의 방으로 사라져버렸다.

‘귀여운 쌔끼들.’

나는 어쩐지 뒷일이 예상 됐지만, 굳이 상상하진 않았다.
낸시와 미아는 아직 내게 여자라기 보단 재미있는 친구들에 가까운 애들이었기 때문이다.

―치이이익

냉장고에 얼려둔 김치볶음밥을 볶으며 조금 늦은 하루를 시작했다.
개강을 하고 나니 확실히 시간이 부족하구나, 생각하면서.

“형! 아침 드세요? 오늘은 늦잠 자셨나봐요.”
“응, 선우야. 깨우러 가려고 했는데. 니것도 했어. 같이 먹자.”
“정말요? 너무 감사해요 형!”

선우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어제 보드카를 병째로 마시다 완전히 뻗어버린 알렉세이가 비틀거리며 식당으로 나왔다.

“으… 머리야.”

나는 그에게 물을 따라주었다.

“괜찮냐? 어제 너무 많이 마시던데.”
“고맙다…. 혹시 술은 없나”
“찾아볼게.”

알렉세이가 표정이 사라진 얼굴로 물을 마셨다. 그러면서도 또 술을 찾는 양이, 오전부터 한바탕 취하고 싶은 듯했다.

‘아내 분 유산이 많이 힘든가 보구나…. 하긴, 무려 세 번짼데.’

나는 서귀포시 여자들에게 불임의 저주를 내린 푸르푸르를 봉인했음에도.

어제와 오늘의 현실은 전혀 달라진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인식했다.

사후 봉인을 해봐야 이미 사라진 애들이 다시 돌아올 일은 없었으니까.

‘…메리.’
[네 결정을 지지한다.]

파트너의 마음을 읽은 메리가 우웅 떨며 내 편을 들어주었다.

[푸르푸르의 봉인 보상은 무려 80CP다. 특수계/우호계/중립계가 CP 보상이 짠 걸 고려하면 높은 수치지. CP의 여유는 충분하다. 남은 악마도 많아.]
‘그래. 괜찮겠지? 만랩을 찍어도 54CP니까 그래도 페넥스나 부네 때보다 많은26CP나 남잖아.’
[쎅쓰. 한동안 네놈이 마력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한 이상, 과소비는 절대 아니다. 그리고 어떤 권능이든 만랩을 찍으면 써먹을 경우가 반드시 생겨.]
‘좋아.’

나는 알렉세이에게 보드카가 아닌 맥주를 건네주었다.

“여기 앉아 있어.  버리니까 아침엔 맥주만 간단하게 마시고, 해장국이나 드셔.”

그리곤 그가 해장을 할 만한 해물 라면을 끓이며 CP를 사용했다.

[▶54CP 사용: 녹육의 축복 lv.1 -> 녹육의 축복 lv.Max]

[▶잔여CP: 221]

〓〓
[no.37: 녹육의 축복 lv.Max]
37번째 악마 군주 푸르푸르의 권능. 대상에게 임신 혹은 불임 상태를 유발할 수 있음. (※대상 type: )

*lv.Max 상세보기: 정력 수치에 따라 일정 영역 혹은 대상에게 풍요의 축복 혹은 불능의 저주 부여 가능.
〓〓

만랩을 찍자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1레벨에서 인간종 한정이었던 권능이, 유성생식종 전체로 범위가 확대된 것.

‘이거 설마 동식물도 되냐?!’
[인간종만큼 확실하진 않아도 효과가 있다. 성감 고조도 만랩을 찍으면 유성생식종 암컷으로 대상이 넓어질 거야. 그렇게 되면 네놈은 새생명을 마구 찍어내는 생명체공장장도 될 수 있겠지.]
‘진짜 그렇네.’

성감고조로 암컷을 꼴리게 한 뒤, 녹육의 축복으로 수정을 시켜버리면 그 시너지는 정말 어마무시할 것 같았다.

‘나중에 선우 텃밭이나 엘리사 패밀리어들한테 실험해봐야겠다.’

―탁!

나는 다 완성된 해물라면을 알렉세이의 앞에 두고, 녀석의 축 쳐진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 시동]

[▶단일 대상 수태 능력 일주일 간 100% 상승]

[▶정력 50 -> 48]

나와 메리에게만 보이는 하얀 빛이 순간적으로 알렉세이의 몸에 스며들었다.
약간 나른해진 감각을 억지로 물리치고, 알렉세이를 위로했다.

“알렉세이, 기운 내. 이 다음에는 절대 유산하지 않을 거야. 내 모든 걸 걸고 맹세할게. 다음에는 꼭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걸.”
“…….”
“날 믿어봐. 그리고 술은 이제 그만 마셔. 곧 애아빠 될 사람이.”

알렉세이는 내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그제야 수저를 들었다.

“…그래. 김제이, 네 말이 맞다. 아내 나이도 있는데 지금 내가 이렇게 주저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아침 고맙다.”
“뭘.오늘 한다는 데이트나 잘 하셔.”
“그러도록 하지.”

나는 자리로 돌아와 완전히 식어버린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그러다 묘한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뭐야.  왜 이래.’

내 옆자리에서 극도로 아름다운 녹발 녹안의 하프엘프 한 마리가 뜨거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할 말 있냐.”
“형.”

녀석이 아침 햇살보다 밝게 미소 지으며 조그맣게 속삭여왔다.

“대의를 위해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시다니. 역시 형은 너무 멋있으신  같아요. 저는 형이 참 자랑스러워요.”
“…….”

…깜박했다. 선우는 나랑 메리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지.
쪽팔린 마음에 그냥 말을 돌려버렸다.

“밥이나 먹자. 알렉세이, 간은 맞아?”
“너무 맵다. 혀가 썩는 기분이야.”
“주는 대로 먹어 임마.”

―딸그락

나는 선우, 알렉세이와 함께 평화로운 한주를 시작했다.

**

내가 기대했던 ‘월요일 오후 라라의 신연  방문’은 다음날로 연기되었다.
낸시와 미아가 리쿠르팅 행사준비 겸 여러 가지로 일이 있다며 화요일로 약속을 미룬 탓이다.

‘잘 됐지 뭐.’

나는 월요일 오후 시내에 나가 중정로를 중심으로 축복 필드를 설정했다.

[▶광역 대상 수태 능력 두 달  50% 상승]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도 되긴 하지만, 왠지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고 권능도 써먹어보고 싶어서 해봤다.

일종의 테스트라는 거지.

참고로 나는 이 축복 버프를 설정하느라 메리와 계약한 이래 처음으로 정력이 0이 되는 경험을 해보았다.

“하아…. 대박 힘드네. 뭐냐 이거….”
[빨리 가서 쉬어라. 정력이 0이됐으니 육체 훈련 효율도 떨어질 거야. 오늘은 차라리 책상머리 공부를 해라.]

정말 빡셌다. 중학교 때 막 성에 눈을 떠서 하루 10연딸을 쳐본 이래로, 고환 속에 정자가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는 듯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래야겠다. 미리미리 과제나 해둬야지. 자율 훈련에 방해 안 되려면.”

나는 현자타임모드로 월요일을 공부로 보냈다.

그리고 오늘,
대망의 화요일 오후를 맞이했다.


“교수님! 여기요!”

본관-학생동-식당가와 교차하는 길목에서, 내게 걸어오는 라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응, 제이 안녕.”
“주말  보내셨죠?”
“덕분에.”

오늘의 라라는 평소의 그 모습이었다.
하얀 가운과 단정한 여성정장. 파란 와이셔츠와 검은 치마가 지적인 인상을 더해주었다.
나는 아카데미 안이라 사람 눈을 의식해 스킨십은 하지 않은 채 그녀를 신연 제1연구소로 이끌었다.

“여기가 구생도회관이구나. 나도 처음 와봐.”
“간판 보이시죠? 이제 저희 신연 부실이에요.”
“청소하느라 우리 아가가 고생이 참 많았겠다.”
“뭘요.”

주변을 살펴보니 아카데미 구석진 곳이라 인적이 없었다. 나는 라라의 찬란한 은발머리를 쓸어주며 가볍게 키스한  그녀와 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꽤 넓구나.”
“1층은 식당  로비구요, 전체 회의 공간이나 여가 용도로 사용할 거예요. 부장이랑 부부장이 사용하는 연구실이랑, 나머지 부원들이 쓸 방들은 2층에 있어요. 1층도 방이 하나 있긴 한데, 아직 용도는  정했구요.”

우리는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올라 낸시의 방인 부장실로 향했다.

―똑 똑

“우리 왔어.”
“들어와도 좋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낸시와 미아가 제과점에서 산 듯한 폭죽을 들고 서있었다.
그녀들이 라라가 들어온 것을 확인하자마자 손을 뒤로 당겼다.

―파앙! 파앙!

“신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바, 반가… 워요……!”
“…….”

내가 ‘이 새끼들 지금 뭐하는 거지’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라라가 내 옆을 지나 그녀들에게 인사했다.

“안녕. 자네들이 신이사건조사연구부의 운영진이구나. 환영해줘서 고마워. 치유술 전공 정교수 라라 마르티넥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부장인 낸시드레이크 블랙베리입니다. 마력전투지원 전공입니다.”
“부, 부, 부, 부부장인 미아 파, 파레스입니다. 가, 같은 전공, 입니다….”

세 여자는 낸시와 미아가 지난주에 주워온 낡은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신연이 뭐하는 곳인지, 어떤 사건들을 다뤘었는지, 앞으로 어떤 종류의 신이 사건들을 조사할 것인지 등을.

‘…근데 너무 업무적인  아냐?’

나는 세 여자 중, 특히 낸시와 라라가 유독 너무 일적인 얘기만 하고 있는 것이 신기해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조용히듣고만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들은 단 한 마디의 사담도 없이 오로지 신연에 관련된 얘기만 주구장창 나눴던 것이다.

“흠. 작년에 내려왔던 괴이사건보고 건도 신연에서 연구했었구나. 자네가 아카데미 커뮤니티에 올린 영상은 나도 봤어. 아주 흥미롭던데.”
“감사합니다, 교수님.”
“혹시 그때 미제로 끝난 마력회로 폭주 사건이 아직도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하나?”
“그렇습니다. 그 사건은 일반 사건과 궤를 다르게 하는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테면?”
“첫 번째로 신이 사건들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추정하기 모호한 증거들을 남겨놓는 경향을 띠는데―”

나는 오컬트 딥토크에 빠진 여자를 놔두고 미아와 함께 다과를 준비하러 1층으로 내려왔다.

“내, 낸시가… 교, 교수님을, 마음에 드… 들어하는 것, 가, 같아….”
“정말?”

미아가 황금색 눈을 빛내며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나, 나두…….”
“다행이네.”

진짜 천만다행이었다.
물음표살인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지적호기심이 많은 라라와 오컬트 집착광녀들의 궁합은 대단히 좋은 듯했다.

“여, 연구… 대사, 상이라는 건, 나… 나중에 알게, 되, 되겠지만….”
“연구 대상으로서의 가치는 차차 알아 가면  일이지만, 라라 교수님이라는 사람 자체는 마음에 든다는 거지?”
“으, 응!”

미아가 눈웃음을 지으며 차이Çay를 내렸다. 터키식 홍찬데, 미아가 유독 좋아하는 음료였다.
나는 찬합에 숨겨둔 ―낸시가 다 처먹어 버릴까봐 몰래 넣어뒀다― 고급 서양과자를 꺼내 다과상을 차렸다.

“차 드시면서 하세요.”

우리 넷은 2층으로 돌아가 늦은 오후의 티타임을 가졌다.
낸시와 라라는  사이에 이미 부 활동에 대한 설명이 모두 끝났는지, 이제는 다른 화제로 넘어간 상태였다.

“그럼 갑작스럽지만 지금부터 202X년도 제1회 신이연구부 정기 모임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짝짝짝짝

미아의 귀여운 박수 소리치는 소리가 끝나고, 낸시가 회의를 시작했다.

“첫째. 정기 모임은 매주 화요일 오후4시로 정한다.  명의 정규 부원들의 스케쥴을 맞춰 내린 결론이다. 이의 있는 사람?”

있을 리가 없다. 이건 이미 지난주에 정해진 사안이었으니까.

“다음 안건. 내일 오후부터 사흘 간 있을 신입 부원 리쿠르팅 행사는 나와 미아가 진행하도록 하겠다. 수석연구원으로 임명된 라라 교수님께서는 아까 말씀드린 연구 자료를 검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응. 나는 수석연구원이니까.”
“그렇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우리 신연의 한명 뿐인 전문 연구 인력입니다.”
“그래.”

라라와 낸시가 서로를 마주보며 결연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라라는 이 소꿉놀이 같은 부활동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수석연구원? 그딴  언제 정한 거야! …아니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나는 사회성 존나 떨어지는 두 자식이 행사를 진행한다는 게 불안해서 빠르게 물었다.

“신입생 홍보 행사를 니들끼리만 진행한다고? 그럼 나는.”
“총무 김제이. 너의 임무에 관한 것이 세 번째 안건이다.”

―띠딕

낸시가 프로젝터를 가동했다.
우리는 설탕이 많이 들어간 차이를 마시며 프레젠테이션을 봤다.



3월 연구주제: 신연 제1연구소의 비밀


“우뜨! (왔다!)”

낸시의 거대한폭유를 가리고 있는 하얀 박스 티셔츠에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져 내렸다.

“이 구생도회관에 떠도는 괴소문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 김제이 너는 이것과 관련된 경험담을 조사하고 너 스스로가 직접 체험해줘야겠다.”
“…….”
[ㅋㅋㅋ]

나는 쓴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고, 메리는 조용히 쪼갰다.

‘이미 악마 봉인한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뒷북치네.’
[감 좋은 년들인 줄 알았는데 헛다리였나.]

나는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은 뒤, 3월 연구주제를 어떻게든 넘기기 위해 변명했다.

“사실 나도 지난주에 신경 써서 찾아보기도 하고, 혼자 와보기도 했는데. 우리 이사 끝난 다음부터는 전혀 안 들려. 솔직히 3월 내내 파고든다고 해봐야 괴소문과 관련된 좋은 소스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나, 나두…. 새, 새소리 가, 같은 거… 모, 못 들어 봤어…….”

우리 둘의 증언을 들은 낸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나도 미아와 지난주부터 여러  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내린 잠정 결론은 괴소문과 관련한 신이 요소가 증발해버렸다는 것이다.”
“얌마! 그럼 대체  나한테 조사시키려고 한 건데?!”

어이가 없는 마음에 낸시에게 버럭 하자, 녀석이 훗 하고 웃었다.

“꺼진 불도 다시 보면 종종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곤 한다. 좋다, 그럼 4월 연구주제를 앞으로 당기도록 하겠다.”

―띠딕


4월 연구주제: 청송미술관 괴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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