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57. 제이의 도둑질 첫 도전!(8)
섹스를 하는 건지 싸움을 한 건지 모를 길었던 정사가 지나갔다.
에바 리샤르는 무려 네 번이나 질싸를 당하고 난 뒤에야 엉엉 울면서 자기가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얘가 뭘 잘못한 건진 모르겠지만.’
나는 애교 많은 리트리버처럼 내 품에 안긴 에바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그녀가 오른손으론 내 축져진 좆을 쥐고, 뺨은 내 가슴에 붙인 채 나른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너 어떻게 그런 오해를 할 수가 있어? 식사 대접해줘, 그림 자료 보내준다고 해, 10만 유로 기부금 쏴줘, 호텔 방까지 불러들였는데. 어쩜 그런 착각을 할 수가 있느냐구.”
“에바. 저거 봐라, 천장 되게 멋있다. 우리 샹들리에에 크리스탈 몇 개씩 달려 있는지 빨리 세는 거 내기할까?”
“너 또 말 돌릴 거야?!”
“아야!”
에바가 길고 예쁜 손으로 내 불알을 꽈악움켜쥐었다. 그녀의 끈적하고 맛있는 보지 안에 정력 0이 될 때까지 모든 힘을 쏟아낸 탓에, 지금 내 자지와 불알은 완전히 무장해제 상태였다.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것 좀 놓고 얘기해. 나 아직 결혼도 못 했어.”
“이 얼간이…. 내가 사람 잘못 봤어.”
에바가 말로는 날 매도하면서도 손으로는 불알을애교스럽게 꾹꾹 만져주며 내 젖꼭지에 키스했다.
“나는 또, 완전 능구렁이 선수인 줄 알았네. 낮에 식당에서랑은 가식이고 둘이 있을 때는 완전 짐승남인 줄? 그런데 웬걸. 까보니까 순 맹탕이잖아.”
“왜. 나 짐승 맞잖아.”
“짐승은 무슨.”
하도 깨물고 쥐느라 손자국과 키스마크가 벌겋게 남아있는 에바의 흰 젖가슴을 꽉 잡았다.
“그럼 아니냐.”
“…….”
“너 또 암캐 되고 싶어?”
바닥을 찍고 그새 3으로 회복된 정력 덕에, 움츠러들었던 자지가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그것을 느낀 에바가 사색이 된 얼굴로 내 목덜미에 뺨을 비볐다.
“하지 마! 나 이제 거기 아파….”
“잘못 했어 안 했어.”
“…잘못 했어.”
“그럼 빨리 키스해줘.”
에바의 부드러운 혀가 내 마른 입술을 핥았다. 색욕보단 호감과 친애의 감정이 깃든 키스가 한동안 이어졌다.
나는 에바의 서운함이 어느 정도 풀린 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사과했다.
“미안해. 근데 니 잘못도 있어.”
“또 내 핑계 대시려고?”
“바보야. 너처럼 예쁘고 능력 있는 애가. 설마 진짜로 나를 마음에 들어 했을 거라고 어떻게 상상을 해?”
정말이다. 나는 에바가 점심 식사 때 ‘나랑 한번 하자’고 한 말을 완전 백퍼센트 빈말로 들었던 것이다.
그저 선우를 도발하기 위한 정치적 멘트였다고 생각했을 뿐.
“큭큭.”
에바가 나를 귀엽다는 듯이 보다가 쪽 소리 나게 뽀뽀를 해주곤, 다시 마누라처럼 내 불알을 만지작거렸다.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뭘.”
“가끔 제이 같은 사람들이 있어. 특히, 평범한 가정에서 살다가 각성한 이후에 엄청난 포텐을 터트리는 헌터들. 그런 사람들이 종종 너처럼 행동해.”
에바가 은색 매니큐어가 발린 손끝으로 내 귀두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자기 가치를 모르는 거야. 그래서 남들 호의에 공격적으로 반응하지. 뭐, 그 사람들은 힘의 문제고. 제이 너는 남녀 간의 문제라는 게 차이랄까? 제이 너, 불완전 각성자라고 했잖아. 자기 고유능력을 모르는.”
“응.”
그렇게 핑계를 대긴 했었다. 같은 고유능력 얘기를 해봐야 얘기만 복잡해질 뿐, 소득은 없을 테니까.
“네 고유능력과 관련된 힘일 수도 있겠다. 너만 보면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동하니까. 제이 니가 잘생기긴 했는데, 사실 그리 내 타입은 아니야. 너보다 잘생긴 남자도 많이 만나봤고, 사실 동양인이랑 잔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
“그래?”
“그러엄.”
에바가 부드럽기 짝이 없는 몸을 내 몸에 완전히 밀착시킨 채, 내 성기를 애무하며 속삭였다.
“그러니까. 참으려면 못 참을 정도는 아닌데… 가능하면 꼭 안겨보고 싶은 그런 느낌. 남자들이 흔히 말하는 꼴린다는 느낌… 그런 느낌이 너한테는 항상 들어. 밑이 빠져버린 것처럼 아픈 지금도 그래.”
나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아스모데우스의 .
불과 lv.1에 불과한 상시 권능으로도 나는 주변 여자들에게 이 정도의 느낌을 주고 있는 듯했다.
‘메리가 아스모데우스를 봉인한 현재 서윤이의 색기가 lv.3정도라고 했었지. 그럼 나도 3랩을 찍으면… 진짜 남자 육서윤이 따로 없겠구나.’
새삼 애욕의 화신의 사기적인 힘을 깨달았다.
에바가 반쯤 발기한 자지를 잡고 몸을 일으켜 내 위로 올라왔다. 170cm의 늘씬한 백인 미녀가 섹시한 웃음을 머금고 내 중심을 자신의 끈적한 안으로 이끌었다.
―찔거억
“하아… 너무 좋아.”
“나도.”
“커. 많이 뜨겁구, 딱딱하고…. 역시 니가 최고야. 아… 이걸 어떻게 잊지. 나 필로폰 맞고도 해봤는데, 그때보다 너랑 하는 게 더 좋아.”
내 정액과 그녀의 애액으로 이미 벌창인 상태의 끈적 보지가 이제 완전히 발기한 내 대물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조임은 아까보다 훨씬 약했다. 거기가 아프다는 게 진짜인 모양.
“제이야. 그거 알아?”
에바가 자지만 넣은 상태로 내 품에 꼭 안겨 깜짝 고백을 해왔다.
“선우. 내 첫사랑이었어.”
“뭐?!”
선우가 에바의 첫사랑이라고!
“큭큭! 옛날 얘기긴 한데, 너무 비참하게 차여서 사실은 현재진행형이었지. 나 살면서 못 꼬셔본 사람, 반선우 뿐이었거든.”
“아아.”
이제야 에바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그녀의 도발은 애증이었던 거다.
무관심 일색인 사람에게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했던 트롤짓.
“선우는 정말 너무한 애야. 걔가 좋아하는 래리 도우만 전시전을 4년 동안이나 열었는데, 나랑 혹시라도 마주치는 게 싫어선지 한 번도 오질 않았어.”
“그런데 나 때문에 오늘 처음 온 거구나. 너 되게 열 받았겠다.”
“맞아. 소피아를 체벌한 것도 모두 연기는 아니었어. 화가 정말 많이 났었거든.”
나는 아련하게 웃는 에바의 코에 입을 맞췄다. 내 위로에 마음이 풀렸는지 그녀가 아주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여 내 자지에 애교를 부렸다.
“하아…! 원래는, 소피아에게 그 정도로 심한 체벌을 하진 않아. 아무리 인내심 테스트 목적이라곤 해도, 나도 사람이잖아. 때리다보면 불쌍해지거든.”
“테스트? 소피아를 때린 게, 걔가 인간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지 안 내는지를 실험하기 위해서였다는 말이지?”
“그럼. 내가 인격파탄잔 줄 아니. 나도 좋아서 한 일 아니야. 유로파에서 소피아를 보낼 때 그렇게 계약이 됐으니까 한 거지.”
에바가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비죽였다. 나는 그녀가 귀여워 위아래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테스트 매뉴얼이, 아흐! 얼마나 복잡한 줄 알아? 걔 때문에 나, 또라이로 소문났어. 아무리 해명을 해봐야 겉으로 보이는 게 그런데 어떡해.”
“하긴.”
“근데 그렇게 4년간이나 같이 지내다보니까, 이젠 소피아 때리는 것도 무감각해. 그래서 조만간 끝내려고. …아흐! 깊어. 그거 좋아, 제이야.”
끝내?
나는 안 좋은 예감에 움직임을 멈췄다.
“…끝낸다니. 폐기처분?”
“아니이. 걔가 돈이 얼만데 부숴. 테스트 계약 연장 안 하고 유로파로 돌려보낼 생각이야. 양산은 일단 보류하는 걸로. 너무 인간적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가끔씩 아주 공격적이거든. 어제 레스토랑에서 같은 경우도 그렇고, 저번엔 나한테 총을 겨눈 적도 있었어. 선을 넘었다나? AI주제에 무슨.”
내 귀에,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유로파로 돌려보낼 생각이야.
오직 이 말만이 새겨졌으니까.
정말 다행이었다.
그 귀여운 소피아가 말 못하는 쓰레기 고철덩어리가 됐으면 난 정말 슬펐을 거다.
“후흣. 소피아가 살 것 같아서 좋아?”
“응, 너무 좋아.”
“귀여운 녀석. ……제이야.”
“어?”
그녀가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너 선우랑 자봤어?”
헛소리를 내뱉었다
“뭔 소리야! 나 스트레이트야. 선우가….”
잠시 말을 골랐다.
선우가 나에게 품은 감정이 마냥 우정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은 나도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선우를 귀여운 친구라고 생각해도, 그건 우정일 뿐.
“…선우가 설사 성향이 그쪽이라고 해도 그럴 일은 없어. 난 바이가아니니까. 천지개벽을 해도 그럴 순 없어.”
“아하하하하하하!”
에바가 자지러져라 웃어댔다.
그녀의 몸 안에 있는 내 자지에 진동이 갈 정도로 격하게 폭소를 터트린 것이다.
“그만 웃어라. 난 진지하니까.”
“응, 큭큭! 알았어. …그래도 내가 선우 이겼네? 걔보다 너랑 먼저 잤잖아.”
“그래 니가 이겼어. 그런데 나 화났으니까 또 니 몸 안에 쌀 거야.”
“이그.”
에바가 침을 모아 뱉었다. 나는 입을 벌려 그것을 마셨다. 그녀가 내 양손에 깍지를끼고 아주 정성스럽게 내 혀를 빨아주었다.
―찌걱 찌걱
오해를 모두 푼 뒤에 안은 에바 리샤르는, 아름답고 총명하고 기품이 넘치면서도 애교가 있는.
지 말마따나 ‘반선우 빼곤 못 꼬셔본 남자가 없는’ 섹시한 여자였다.
‘프랑스 여자 진짜 개쩐다!’
나는 품종이 뛰어난 순혈 백마를 교미시키는 못생긴 야생마가 된 듯한 우월감을 느끼며 에바를 마음껏 따먹었다.
“하앙! 하아! 하아!”
제파르의 권능을 켜지 않은 순정 상태에서 에바에게 혀를 빨린 상태로 그녀의 눅진눅진한 질 안에 깊숙이 사정했다.
“하으으으으으!!!!”
“하악! 하악!”
우리 둘은 섹스 후의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다 서로를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
―톡! 톡! 톡톡톡!
잠결에 들려온 소리에 암흑 속에서 눈을 떴다.
품 안에는 백마 미녀가 색색 잠들어 있었고, 이불 안은 몹시 따뜻해 세상 행복했다. 나는 다시 잠을 청하려했다.
―톡! 톡! 톡톡! 톡톡!
우박이라도 오는 걸까.
두꺼운 특수유리 두드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파트너, 일어났냐. 다시 자지 마.]
“자지를 말으라고? 내께 좀 크긴 해.”
[자지 말고 일어나. 보지 말지 말고 자지 말아. 자지 말고 보지 말아.]
“크크큭! 청기백기 하냐.”
에바의 예쁜 얼굴을 베게에 올려놓고 이불을 덮어준 뒤 침대에서 일어났다.
창문을 열어주니, 손톱만한 크기의 메리가 둥실둥실 날아 귓가에 붙었다.
“소피아랑 같이 탐색은 좀 했어? 101번째 창부는 나왔냐.”
[쎅쓰. 악마 군주다. 확실해.]
“진짜?”
[창부 중 한 명으로 나타났어. 물론, 저번에 서루이의 사진에서 확인했던 여자와는 다른 여자다.]
슈발! 설마 했더니 정말이었네.
청송미술관 괴담의 진상은 악마 군주의 소행이었다!
[놈의 정체는 45위 비네Vine. 모든 악마 군주들 중 가장 은밀한 놈이야. 이 몸조차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놈을 발견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 이건 정말 천운이다.]
“신연에 들어오고 이걸로 벌써 두 번째네. 낸시랑 미아가 진짜 뭐 있나.”
[그럴 수도.]
구생도회관에 얽혀 있던 페넥스와 부네는 재껴두고라도. 저번 산부인과 ―사실은 네일아트집이었지만― 때의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다는 점을, 신연 애들은 기가 막히게 맞췄었다.
그런데 만약 이번에도 그녀들의 ‘직감’이 작용한 거라면. 내가 신연에 들어온 건 대단한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비네는 어떤 악마야?”
[축성의 대가다. 마술 솜씨도 훌륭하고. 하지만 가장 껄끄러운 점은 놈이 인간의 행동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미래시의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야.]
“미래시未來視? 그게 이번에 내가 얻을 수 있는 권능이야?”
[그렇진 않을 거다. 그 그림을 숙주로 삼은 것으로 봐선, 이번에는 축성 능력을 주 권능으로 쓰는 모양이니까.]
축성築城.
쉽게 말해 진지를 꾸리는 능력.
메리는 비네가 『101명의 창부들』. 즉 100여 명의 여자들을 인의 장벽으로 세우고 그 속에 숨어든 것이라 했다.
원작 그림에 없이 랜덤하게 나타나는 101번째 창녀가 바로 비네일 거라고.
[골치 아픈 점은 축성보다는 미래시야. 놈이 이 몸께서 임해 있는 계약자의 의중을 미리 눈치채고 방비를 해버리니까.]
“1600년 전에도 그랬어?”
[쎅쓰.]
―우우웅
메리가 분하다는 듯 울었다.
[그때 놈은 운명의 실이 이어진 네쌍둥이 갓난아이 사이에 숨어들었다. 이 몸과 아서는 그 여아들이 초경을 맞이할 때까지도 놈의 진체를 알아내지 못했어. 그래서 결국, 숙주의 가능성이 있는 넷 모두를 배제했다. 놈의 강대한 권능을 얻길 차라리 포기해버렸지.]
메리와 아서는 그 아이들을 평범한 방식으로 살해한 것이 아니었다.
부네의 권능을 그냥 포기하긴 너무 욕심이 났으니까.
그들은 갓난아이 시절부터 숙주들을 감옥 같은 탑에 십몇 년을 가둬두다, 정말 어쩔 수 없이 참살하게 됐다고.
비네를 발견하는 과정에서만도 무려 세 번의 전쟁을 치러야했다고, 말했다.
“…계속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