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62. 제이의 도둑질 첫 도전!(13)
녹스의 10계라는 법칙이 있다.
로널드 녹스라는 추리소설 작가가 발표한, '미스터리를 쓸 때 지켜야하는‘ 법칙.
그 녹스의 제1계는 바로 이것이다.
『범인은 이야기 초반에 언급된 인물이되, 독자에게 생각이 드러난 인물이어선 안 된다.』
그렇다.
나는 마구간에서 그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단 한 번도 그를 믿어 본 적이 없었다.
설사 그가 <남자>라고 해도.
설령 그가 비각성자인 <민간인>이라고 해도.
나는 그에게 털끝만큼의 방심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푸욱
단 한 순간.
<불사조의 눈물>을 쓴 직후인.
최상의 컨디션이 된 지금을 제외하면.
**
“크흑……!”
심장에, 뭔가가 꽂혔다.
고개를 내렸다.
“…부지깽이? 재주도, 쿨럭! …좋군.”
소리도 없이 꽂힌 더러운 쇠막대가 뒤에서부터 내 몸을 관통해 있었다. 역류한 피가 입에서 주르륵 토해져 나왔다.
{축하해 요정님. 너의 승리야.}
내 심장을 찌른 자.
그는 폴이었다.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의심했고.
이후로도 내내 경계하고 곁에 뒀으며.
비네가 덮어쓴 이자벨을 죽인 후, 불과 단 몇 분간만 경계를 늦추고 있었던.
바로 그 ‘남자’.
{결국 이렇게 됐군. 미래시로 사전에 봤던 미랜데도피할 수가 없었어.}
폴이 씁쓸한 얼굴로 내 앞에 나가왔다.
나는 심장에 부지깽이가 꽂힌 상태로 콜록거리며 말을 이었다.
“넌… 이, 공상계의… 모든 존재 속에, 쿨럭! 수, 숨어있을 수… 있었던 거지? 나, 남녀를, 가… 가리지 않고?”
{맞아. 요정님 추측이 정확해. 숨기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들켜버렸군. 어쩔 수 없었어. 캄비온의 검령 때문에 나도 상당히 타격을 받고 말았거든.}
그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캄비온의 검령에게 목이 썰릴 미래가 올 걸 알면서도 요정님이 주는 쾌락 때문에 타이밍을 놓쳐버렸어.그러다보니 미래시가 불완전해지고 말았고, 결국 자진납세를 해버렸군. …젠장할.}
폴이 어깨를 으쓱함과 동시였다.
죽은 듯 쓰러져 있던 줄리가 가랑이 사이에 허연 정액이 흐르는 몰골로 일어났다.
{미래를 봤기 때문에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제이님께서 되도록 모르셨으면 했어요. 그래야 이 줄리를 보러 무슈께서 엉두두에 또 와주실 것 아니겠어요?}
시야가 까매졌다.
여벌 목숨이, 꺼져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웃었다.
“…비네. …내가, 쿨럭! 그, 그렇게… 잘하든?”
{그걸 말씀이라구요?}
이번 목소리는 먹어버린 왼쪽 귀가 아닌 오른쪽에서 들려왔다.
아까까지 폴에게 수면간을 당하고 있던 마리안이었다.
{되도록 오래 오래 머무시거나. 여러 번 엉두두에 와주시길 소망할 정도였으니까요. 저희는 무슈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어요. 한 치의 거짓말이 섞이지 않은 진실이랍니다.}
그녀의 옆에서 아나이스가 말했다.
{사실 처음 엉두두에 오셨을 때는 금방 죽여드리려고 했죠. 하지만 미래를 보니 아스모데우스와 제파르 그 나약한놈들의 권능을 끝까지 해방하신다기에, 호기심이 생겨 놀아드렸던 것뿐이랍니다.}
마지막으로 이미 죽었을 터인 이자벨의 절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해는 마셔요. 정말 재미있고 행복한 놀이였으니까요. 제이님, 영원히 당신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이건 참말이에요.}
의식이 사라져간다.
죽어간다는 기분을온 몸으로 느끼며.
비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무승부, 구나….”
악마 군주의 세상이 내게 인사했다.
{응! 그래도 재밌었어, 요정님.}
{안녕, 내 아이의 아버지가 된 분.}
{잘 가요, 무슈.}
{사랑했어요, 제이님!}
그렇게, 나는 죽었다.
**
의식을 차렸지만.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
“어머, 제이야 깼어?”
죽음의 공포와.
그보다 더 큰 육체의 아픔과.
이런 아픔과 두려움을 앞으로 또 겪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 때문에 그러했다.
“…왜 울고 그래.”
에바 리샤르가 내 얼굴을 닦아주었다.
한참을 그녀의 품에서 떨다가 간신히 눈을 떴다.
“나 살아있는 거… 맞지?”
“왜 그래, 제이야. 무슨 꿈을 꾼 거야. 그렇게나 심한 악몽이었어?”
꽤 그랬지.
심장이 꿰뚫려 죽는 꿈이었으니까. 성기가 압착기에 눌려 피떡이 됐으니까.
“무슨 땀을 이렇게 흘린데.”
에바의 손길에서 산 사람의 온기를 느꼈다.
나는 오전 내내 그녀에게 돌봄을 받은 후에야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에바.”
“응?”
“…『101명의 창부들』. 그거 얼마나 해?”
에바 리샤르가 갈색 단발머리를 쓸어 넘기며 웃었다.
“팔 생각 없는 그림이야. 가주님이 아주 아끼시거든.”
“만약에 판다면?”
“글쎄.”
잠시 눈을 위로 치켜뜨며 생각하던 그녀가, 손가락을 튕겼다.
“구스타프 클림프 께 2천억 원 정도 하고, 물랭 드 라 갈레트가 최근에 3천억에 낙찰 됐으니까. 101명의 창부들도 그쯤은받아야 아버지도 납득하시지 않을까?”
2천억에서 3천억이라.
씨팔. 어이가 없네.
“하아…!”
“왜 웃어? 제이, 오늘 따라 이상해.”
한참동안 헛웃음을 짓다가, 샤워를 했다.
―쏴아아아아
“난리 났군. 결국 플랜C네.”
[쎅쓰.]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와 메리의 플랜A와 B는 모두 실패했다.
플랜A는 비네를 내 꿈에 초대하는 것.
플랜B는 비네의 공상계에서 직접 봉인하는 것.
두 개 모두 가능성이 전혀 없는 얘기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지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의 몸 속으로 도망칠 수 있는 놈을 어떻게 잡아.”
[그나마이번에는 경우가 낫다. 그림 속 여자들이 숙주이니, 그림만 처분하면 끝나는 일이야.]
그건 그렇다.
그래서 놈이 ‘요정님의 승리’라고 한 거니까.
물론 놈이 몸을 의탁하고 있는 『101명의 창부들』을 태우면 나도 손해가 있다.
온전한 봉인이 아니라, 강제 봉인 형태이기 때문에 비네의 권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
그래서 나또한 놈에게 ‘무승부’라고 말한 것이었다.
무승부 = 플랜C.
즉, 권능 추출을 포기하고.
숙주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
“비네의 권능은… 어쩔 수 없나.”
[쎅쓰. 실제계에서도 쓸 수 있을 대단한 권능일 것 같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여러 번 공상계에서 타격을 받으면 네놈 목숨이 위험해.]
“그래. 나도 다시 시도하기 싫어.”
나는 세 번째로 죽고 싶진 않았다.
공상계에서 죽는 것 따위가 뭐가 겁나냐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
발키리 때 부지불식간에 한 번.
이번에 극한의 고통 속에서두 번.
존재가 송두리째 사라져버리는 그 공포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쉽게 내뱉지 못할 거다.
―쏴아아아아
욕조에 주저앉아 뜨거운 샤워기 물을 하염없이 맞았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주는 감동이, 포기해야 할 비네의 권능보다 값지게 느껴졌다.
가까운 미래에 『101명의 창부들』을 태우는 건 기정사실이다.
비네가 그 그림 안에서 계속해서 힘을 키우는 걸 절대로 좌시할 수 없었다.
‘…근데 3천억은 너무 하잖아.’
하지만 그림 값이 문제였다.
태우고 난 뒤, 과연 어떻게 배상을 할 것인가.
‘에바랑 씨발… 결혼이라도 해버려?’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아주 늦어버린 하루를 시작했다.
**
점심을 먹고 청송미술관으로 갔다.
에바는 클랜에 용무가 생겼다며, 오후에 따로 들르기로 했다.
―터벅 터벅
전시관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며 『101명의 창부들』 소각 계획을 재점검했다.
‘역시 훔치는 수밖에 없나.’
[대의를 위한 행동의 결과가 감당하기 어려운 큰 빚을 지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 편이 낫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노답이었다.
절대로, 비네를 내버려둘 수는 없다.
놈을 배제하려면 그림을 없애야 한다.
그런데 그림이 너무 비쌌다.
[피곤하게 됐군. 1600년 전에는 화폐경제가 발달하지 않을 때고 야만의 시대였다. 이런 일이 생길 때면 폭력의 논리로 해결해버렸었지. 사회가 발전한다는 게 정의구현에 반드시 좋은 일만은아닌 것 같아.]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래리 도우만 전시전에 입장했다.
일요일 오전이어서 그런가. 어제보다 관람객이 드문드문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101명의 창부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자기야, 아쉽다. 오늘은 100명이네.”
“그러게. 네 번이나 왔는데 101명인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학생들은 못 봤나? 나는 봤지.”
“정말요? 어르신 자주 오시나 봐요.”
“그럼! 입장료로 4년 동안 쓴 돈을 합하면 중고차 값은 나올걸세.”
나는 그들의 뒤에서 그림 속 창부들의 인원수를 셌다.
신기하게도, 그림 속에 직접 들어가 정을 나눈 덕분인지 100명 여인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구분 됐다.
‘아나이스, 마리안, 줄리, 캐롤…. 아하, 101명 중에 이번엔 니콜이 없구나. 걔 거기되게 까맸는데.’
관람객들 말마따나 딱 100명이었다.
나는 이걸 대체 어떻게 훔치지, 선우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에바를 유혹해서 지 아부지 그림을 훔쳐달라고 해야 할까 등을 고민했다.
“안녕하십니까. 김제이 생도님.”
그때, 뒤편에서 조그마한 인사말이 상념을 깨웠다.
푸르고 시린 트윈 테일머리. 단정하고 예쁜 메이드복. 하얀 스타킹과 귀여운 둥근 구두. 그리고 오밀조밀한 얼굴이 소름 돋게 어여쁜, 소피아였다.
“안녕, 소피아. 어제는 고생 많았어.”
“평소와 같은 일상이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그림만 지켜보고 있으면 심심했을 거 아냐. 밤 샜을 텐데.”
넘나 예쁜 여자 초등학생 같은 외모의 소녀가, 아랫배에 양손을 모은 정자세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제이 생도님의 안색이 좋지 않아보이시는군요. 메디컬 체크를 해드릴까요?”
메디컬 체크?
초고성능 가정용 안드로이드라더니 별 기능이 다 있네.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VIP 휴게실로 가시죠. 키트를 사용하면 정밀검사도 금방입니다.”
소피아가 몸을 돌렸다.
나는 거침없는 소녀의 박력에 이끌려 전시장 안 쪽의 VIP Only 공간으로 들어갔다.
“이쪽입니다.”
갤러리 내 VIP룸은 오늘 아침까지 있다 온 스위트룸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잘 꾸며져 있었다.
크기는 15평정도 될까. 방 한쪽에 파티션 공간이 있는 걸 빼면 고급 카페테리아라도 온 듯한 분위기였다.
“편하게 앉으시죠. 채혈을 시작하겠습니다.”
“부탁할게, 소피아.”
내 피를 뽑은 소피아는 자신의 목덜미 쪽에 USB 크기의 포트를 열었다. 그리고 키트 케이블과 포트를 연결해 분석 데이터를 추출했다.
‘이렇게 보니까 소피아가 로봇은 로봇이네. 너무 사람 같아서 실감이 안 나.’
잠시 데이터를 읽던 소피아가 내 주먹만큼이나 작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김제이 생도님. 혹시 단기간 내에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를 앓으셨습니까.”
귀신이었다.
환통과 트라우마 때문에 몸과 마음이 아픈 내 상태를 어쩜 이렇게바로 알아차렸을까.
“…그런 것 같아.”
“간밤에 변고가 생기신 모양이군요. 소유주이신 에바 리샤르님께서 제이님이 악몽을 꾸신 듯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이십니까?”
“응.”
소피아가 목덜미에서 케이블을 빼낸 뒤, 열린 포트를 닫았다.
닫힌 포트 덮개와 피부가 만들어낸 미세한 이음매는 아주 빠른 속도로 매워져, 소피아의 하얀 피부 위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꿈. 인간은 아주 심한 악몽을 꾸면 김제이 생도님처럼 PTSD와 같은 증상을 체감하기도 하는군요. 정신과 의학 논문에서 본 적은 있지만 실제 사례를 보는 경험은 처음입니다.”
“흔한 경우는 아닐 거야.”
나야 공상계에 머물 때 아주 생생한 ‘자각몽’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상태이니, 일반적인 꿈과는 다를 테니까.
“심박수와 체온이 높습니다.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위험 수치이며, 혈중 코티졸 농도가 높아 갑상선기능과 생식기능 및 식욕이 저하된 상태이십니다. 면역 기능이 낮아진 상태이시니 일단은.”
잠시 말을 끊은소피아가 깜찍한 메이드복 주머니에서 아주 작은 무언가를 꺼냈다.
“타이레놀 한 알을 따뜻한 커피와 함께 섭취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정신과에 가보라는 얘기지?”
“총명하시군요.”
나는 작게 웃으며 은박 포장 껍질에 쌓인 타이레놀을 받았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소피아.”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치마 양 끝을 야무지게 잡아 올렸다.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래줄래?”
“어떤 커피가 취향이신가요.”
“흡수를 돕는 문제 때문에 카페인을 섭취해야 하는 거면. 아메리카노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
“카페 아메리카노. …그렇군요.”
이유는 전혀 모르겠지만.
소피아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김제이 생도님의 허전한 가슴이 애국심으로 듬뿍 채워질 정도의 훌륭한 커피를 내오겠습니다.”
소녀의 얼굴에 지금까지 본 적 없던.
가느다란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으니까.
**
VIP실에서의 티타임은 유익했다.
작은 알약과 약효 흡수율을 높일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그리고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소피아가 내 답답했던 마음을 달래주었던 것이다.
“그렇구나. 소피아는 그래서 총기를 좋아하게된 거구나.”
“네.”
소녀가 허리를 바르게 편 자세로 내 눈을 바라보며, 아주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총銃은 이능이 없는 인류가 호신을 위해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창조해낸 지혜의 총체. 살상이라는 목적을 떠나, 그 자체로도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기계식 병기의 시작점이니까요.”
“…그래. 잘 됐다.”
소피아가 말하는 총기의 미학을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1학년 때 총 깨나 만져보면서 거너Gunner의 감성을 키웠다 생각했었는데, 이 깜찍이앞에선 새 발의 피였다.
“김제이 생도님.”
“응, 소피아.”
총을 얘기할 때 내내묵직한 열정을 숨기지 않던 소녀가, 다시 표정을 되돌린 채 물어왔다.
“혹시 불쾌하지 않으시다면 질문을 하나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그럼. 뭐든 물어봐.”
소피아가 잠시 뜸을 들이다, 이내 작은 입술을 뗐다.
“김제이 생도님은 에바 리샤르님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의외의 질문이 나왔다.
에바. 즉, 그녀의 소유주에 관한.
“에바?”
“네.”
“흐음.”
에바가 소피아에게 내가 자길 어떻게 생각하는지 떠보라고 시킨 걸까.
아니면 이 아이가 순수한 호기심으로 물어보는 걸까.
“부디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기쁠 거예요. 오프 더 레코드가 아닌, 완전한 비밀로 해드릴 것을 전자 바다의 어머니 여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소피아가 흔들림 없는 얼굴로 약속을 해왔다.
그리고 나는 유로파의 지성체들에게 ‘전자 바다의 어머니를 걸고 맹세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다.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프로토콜이지.’
보안 유지를 위해 어머니 여신까지 건 소피아를 위해, 나는 아주 솔직하게 대답해주기로 했다.
“에바는 좋은 여자야. 배려심도 있고, 상냥해. 예쁘고, 능력있고.”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오전 내내 나를 품에 안고어르던 그녀의 따뜻한 음성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좋아해. 사귀고 말고를 떠나서. 우호적인 친분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아주 기쁠 거야. 그 애 돈이랑 관계없이, 그 애 자체만으로도 그래.”
“…칫.”
그때,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칫?’
잘못 들은 건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소피아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그 여자의 가식 떠는솜씨는 여전히 훌륭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