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64. 제이의 도둑질 첫 도전!(15)
―촤악! 촤악!
포근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을 가진 『101명의 창부들』이 이내 하얀색으로 덧칠 되어 갔다.
저 그림이 위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손이 다 떨렸다.
‘…이래도 되는 거야?’
[이 몸이 알게 뭐냐? 이 갓갓 깡통 계집, 알면 알수록 또라이 기질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차마 메리의 말을 부정하지 못한 채, 소피아가 하는 양을 바라만 봤다.
“이제야 깨끗해졌군요.”
소피아의 말투에 생동감이 돋아났다.
나는 그 음성에서 뿌듯함이라는 감정을 읽었다.
“김제이 생도님.”
“응, 소피아.”
“악마라는 존재의 숙주를 통해 그를 봉인하기 위해서는. 그가 반드시 여성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그치. 그래서 비네를 포기하려고 했었던 거야. 남자 속에도 숨을 수 있고, 메리 말에 따르면 무생물이나 짐승한테도 숨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거든.”
“그렇다면.”
메이드 소녀가 다채로운 유화 물감이 묻은 판과 유화용으로 보이는 붓을 든 채, 고개를 살짝 돌렸다.
“원하시는 여성상을 말씀해주세요.”
“…….”
나는 지금 소피아가 뭘 시도해보려는지 알 것 같았다.
‘완전 봉인을 도와주려는 거구나.’
[그런 것 같다. 우리보다 훨씬 총명한 계집이니, 전후 상황 파악이야 땅 짚고 헤엄치기였겠지.]
초등학생 외형인 소피아라 창피함 때문에 주저했다.
그러다 정말 솔직한 감정을 말해주었다.
“…원래는 글래머러스한 타입을 좋아해. 그런데 그날 이후로는 그럴 기분이이 들지 않아. 여자를 전혀 안고 싶지가 않네. 몸도 반응하질 않고.”
“그러시군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의한 심인성 발기부전 증상이라.”
메이드가 창작의 고통을 시작했다.
그렇게 약 5분이 흘렀을까.
“그렇다면 이 편이 좋겠습니다.”
소녀가 붓을 들었다.
그림은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완성되었다.
‘…이거 실화냐.’
소피아가 그려낸 것은.
{오나홀} 이었다.
핑크색 윤곽만을 간단하게 그리고.
음부의 안을 검은색으로 색칠한.
자위기구.
“…초기의 정신병 증세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는 때때로 셀프 섹스. 즉 자위행위가 사랑하는 연인과의 성교보다 더 큰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소피아가 고개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제 ‘첫’ 그림. 마음에… 드시나요?”
나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잘 그렸네. 고마워, 바로 해볼게.”
소녀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감사… 합니다. …자리를 비워드리겠습니다.”
“아니야. 비밀도 공유했는데 뭐. 어차피 공상계의 일이라 소피아 입장에서는 내가 자는 걸로만 보일 거야.”
소피아의 ‘개인 공간’에 마련된 간이침대에 누웠다.
[이런 미친 깡통 계집…. 역시 제정신이 아니다. 완전히 저 세상 발상이야.]
메리가 투덜거리며 내 자지에 임했다.
우리는 공상계로 다이브했다.
[▶<제69위 악마 군주 데카라비아Decarabia의 정수> 확인. 공상계 다이브 허가 완료]
―파아아아아아앗!
**
하얗게 채색된 세상 속에서.
그보다 더 희게 덧칠된 『101명의 창부들』. 아니지, 음… 뭐라고 부를까.
[『고개 숙인 생도 김제이를 위한 오나홀』 이라고 하자.]
“큭큭! 그래.”
남성용 자위기구가 그려진 그림 속으로 손을 뻗었다.
나의 몸이 시린 호수에 빠져들 듯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사아아아아
공간의 저편에는 그것이 있었다.
저명한 예술가 래리 도우만이 아닌.
위작 『101명의 창부들』의 원작자인 소피아가.
날 위해 그려준 분홍색 오나홀이.
{허어…….}
소피아의 시도.
즉, 비네가 근간으로 삼은 『101명의 창부들』 세상을 다른 물감으로 덮어서.
그를 오직 단 한 개의 개체에 몸 담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시도는.
{허어어어어…….}
성공이었다.
[깡통계집이 원작자이기 때문이었던 것일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시도가 성공할 줄은 이 몸도 예상 못 했군.]
나는 앓는 소리를 내며 황당함을 금하지 못하는 비네에게 다가갔다.
“반갑다, 비네. 이렇게 다시 보네.”
{허어어어어어어어….}
“좆같지? 나도 그랬어.”
축 늘어진 자지를 잡고 위아래로 쓸었다. 하지만 여전했다.
초미녀인 라라가 연구실에서 삼십분을 빨아줘도 서질 않았던 자진데.
짐승 같은 탄식을 흘려대는 오나홀 따위에 꼴리면 그것도 웃스운 노릇.
[이 몸이 도와주지.]
결국 메리의 힘을 빌려 무려 일주일 만에 강제 발기에 성공한 나는.
억지로 쿠퍼액을 쥐어 짜내 오나홀 입구와 안을 적셨다.
{허어어어어……!}
“참아. 나도 개 같으니까.”
성감 고조 권능을 최대로 발휘하며 오나홀을 흔들었다.
이자벨의 안에서 걸레짝이 됐었던 자지는 놈의 속에서 돌처럼 단단하게 왕복 운동을 했다.
{흐어어어어어어어어!}
성감 고조 권능 덕에 뭔가를 느끼는지 비네가 크게 신음성을 터트렸다.
나는 차라리 귀를 막아버리고, 허리만 움직여 놈인지 년인지 모를 비네를 보내버렸다.
{흐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나도 쌌다.
정력을 50찍은 후로, 아침 샤워 때마다 아주무미건조하게 그랬던 것처럼.
[▶<45번째 악마 군주 비네> 봉인 완료]
[▶비네의 권능 뇌신 lv.1> 회수 완료]
[▶보상 20 CP 지급 완료]
[▶올 클리어까지 앞으로: 64/72]
평화로운 일상을 회복하자는 의미로.
그렇게 했다.
**
눈을 뜨자마자 보인 이는 단정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메이드복을 입은.
아름답다기엔 어리고, 귀엽다기엔 너무나 예쁜 소녀였다.
“성공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어떻게 알았어?”
소피아가 자신의 첫 오리지널 창작물을 가리켰다.
비네가 임했던 오나홀이 사라져버려.
온통 새하얀 색일색이 된, ‘그림’을.
몸을 일으키며 농담을 건넸다.
무려 일주일만의 장난질이었다.
“이거 그림 제목을 다시 정해야겠는데. 너무 아방가르드해졌어.”
소피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말씀이십니까.”
“『고개 숙인 생도 김제이를 위한 오나홀』이라는 제목을 붙이려 했었거든.”
“『슬픈 영웅의 부활』이 아니라요?”
“…….”
[거 봐, 이 깡통년 이상하다니까.]
나와 메리는 소피아의 네이밍 센스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메이드 소녀가 대체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그럼 새 그림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요. 공동 저작권자이신 김제이 생도께서 정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동 저작권자? 그거 영광이야.”
나는 막 떠오른 제목을 말해주었다.
이것보다 더 좋은 제목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처녀작』으로 하는건 어때.”
어린 메이드의 한쪽 입 꼬리가 시크하게 올라갔다.
“참으로 모더니즘적인 제목이군요.”
“소피아는 그동안 인상주의 그림을 많이 모작했잖아. 그래서 일부러 담백하게 붙여본 건데. 마음에 안 들어?”
인상주의 다음의 미술 사조가 바로 모더니즘.
소피아가 싫어하는 모작을 이제는 영영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미를담아 지은 제목이었다.
“그럴리가요.”
메이드 소녀가 치마 양 끝을 예쁘게 잡고 무릎인사를 해왔다.
“초보 그림쟁이 소피아의 첫 전시전을 처음으로 찾아주신 김제이님께. 깊은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소피아의 작은 머리를 아주 살짝 쓰다듬어주었다.
“영광이야, 소피아. 앞으로도 좋은 그림 부탁할게.”
“노력해보도록 하지요.”
어린 메이드와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던 중이었다.
소녀가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참. 김제이 생도님이 성공하셨다는 시그널은 그림 외에도 있습니다.”
“또 뭐가 있어?”
“네. 완치된 환부를 보고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하신것 같다는 확신을 받았습니다.”
소피아가 작고 소중한 손가락을 들어 내 바지춤을 가리켰다.
“회복이 정말 대단히 빠르시군요.”
“…….”
자고 일어난 탓이었을까.
고추가 바지춤을 뚫어버릴 듯 웅장하게 발기해있었다.
“…미안. 나 화장실 좀.”
나는 잽싸게 소피아에게서 등을 돌려 VIP룸에서 도망쳐버렸다.
**
화장실에서 성능 확인을 했다.
먼저, 자지성능 테스트.
―뷰릇!뷰르르
일주일만의 사정이라 그런지 약간 노란색의 정액이 휴지 위에 떨어졌다.
나는 위풍당당한 쩍벌 자세로 뒤처리를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진짜 다시 태어난 것 같네…. 심리 치료라는 걸 이래서 받나?’
[라라 마르티넥이 들으면 좋아하면서도 서운해하겠군. 내심 네놈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살펴주고 싶어하던데.]
의기소침해졌던 지난 일주일 간, 주변 사람들이 참 많은 신경을 써주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의사이자 썸녀인 라라가 지극정성이었고.
하지만비뇨기과와 정신과는 라라의 전공이 아니어서, 진료보단 그녀의 마음씀씀이가 더 도움이 되었다.
‘돌자지 컴백했으니까 조만간 스승의 은혜에 보은해야겠군. 이제 권능이나 확인해보자.’
[쎅쓰! 이 몸도 비네의 권능을 얻어 보는 건 처음이다! 어뜨케, 자궁 떨려!]
성능 확인 두 번째. 비네의 권능을 확인하기 위해 시스템 창을 열었다.
〓〓
[계약자: 김제이]
실제계 등급: D / 공상계 등급: F
[신체능력]
근력47 체력57 민첩51 마력44 정력50
[고유능력]
공상 침식 lv.1
[보유권능]
no.16: 성감 고조 lv.Max
no.26: 원령 초환 lv.1
no.32: 애욕의 화신 lv.Max*
no.34: 녹육의 축복 lv.Max
no.37: 불사조의 눈물 lv.Max
no.44: 보물찾기 lv.1
no.45: 뇌신 lv.1 (new)*
no.69: 인드라이브 lv.5
[보유CP]
147
〓〓
넘버45 <뇌신雷神> 이라.
이름부터 간지가 줄줄 났다.
[개쩐다! 비네 이 씹새끼! 이 좋은 걸 지 혼자 쓰고 있었네. 이런 권능이 있으니까 천마대전 때도 그렇게 지랄발광을 떨어댔겠지.]
성능은 더 지렸다.
〓〓
[no.45: 뇌신 lv.1]
45번째 악마 군주 비네의 권능.
번개의 힘을 통해 일시적으로 물리적/인식적 한계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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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물리적 한계를 뚫어버린단다!
[아하. 축성의 권능이 아니라 번개의 권능이 추출된 연유를 알겠다.]
메리가 뭔가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비네가 공상계 속에서 자신이 창조해낸 존재들 사이사이마다 숨어들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이 바로 번개의 권능 덕분이었던 듯해. 비네는 축성/미래시/고대마술 뿐만 아니라 바람과 번개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19개 지옥 군단의 군단장이거든.]
‘그럼 이거 쓰면 어떻게 돼. 나도 비네처럼 여기 저기 숨을 수 있냐?’
[만렙을 찍어도 비네처럼 하긴 힘들 거다. 대신, 아주 쓸만한 회피기 및 이동기를 얻었다고 볼 수 있지.]
‘지금 써봐야겠다.’
마침 화장실에는 사람이 없다.
변기 칸을 나와 바로 시험해보았다.
[▶ 시동]
[▶마력 44 -> 34]
―우우우우우웅!
놀랍게도 뇌신은 정력이 아니라 마력을 소모했다.
마법에도 대단히 능한 악마 군주라더니, 이와 관련이 있는 모양.
―탓
발을 아주 살짝 움직여보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화장실 반대편 벽과 키스했다.
“으악!”
―쿠웅!
코뼈가 부러지지 않았지만 광대가 깨질 것처럼 아파왔다.
하지만 마음은 흥분에 가득 찼다.
“메리! 이거 대박인데? 엄청 빨라!”
[쎅쓰. 준비 동작 없이 8m를 0.4초대로 주파했다. 가속도가 있으니 100미터는 3초 내로 끊겠군. 작심하고 쓴다고 상정했을 때. 네놈은 순간적으로 S급에 달하는 몸놀림을 가지게 된 거야.]
뇌신은 진짜 개쩔었다.
근접전투계열 S급 헌터의 신체능력은 무척 대단해서, 스탠딩 스타트로 100m를 3초 안으로 주파하곤 한다.
그런데 그걸 비록 일시적일지언정, D등급에 불과한 내가 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느껴져. 도움닫기를 제대로 밟으면. 그리고 근거리라면, 인식하는 순간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
뇌신은 내가 처음으로 얻은 전투관련 권능이다.
더군다나 아직 이 정도가 1레벨.
‘적응 문제 때문에 레벨은 나중에 올려야겠지. 그래도… 강해졌다.’
보름간 개고생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
지금 심정으로는 소피아에게 전 재산을 사례금으로 줘도 부족할 정도였다.
[이 좋은 권능을 포기할 뻔했으니. 그 깡통 계집, 취향은 좀 독특한 것 같지만 이번 일에서만큼은 갓갓갓이다.]
나는 소피아에게 대체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할까, 그 메이드 소녀에게 어떤 선물을 해줘야 좋아할까 등을 생각하며 화장실을 나왔다.
―짜악!
VIP룸 문고리를 돌릴 때였다.
안쪽에서부터 낯익은 소음이 들려왔다.
설마 하는 마음에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소음의 원흉은 에바 리샤르였다.
그녀가 소피아의 뺨을 때리며 공격성 테스트. 즉, ‘체벌’을 하고 있었던 것.
“누가 근무 시간 중에 그림을 그려도 좋다고 허락했지?! 네년, 왜 요즘 자꾸 안 하던 짓을 하고 지랄이야!”
“죄송합니다, 주인님.”
―짜악!
에바의 매서운 따귀에 소피아의 몸이 캔버스 옆으로 쓰러졌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이젤이 부러져버렸고 소피아의 첫 창작품인 『처녀작』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
작게 탄성을 터트린 메이드 소녀가 작디작은 몸으로 자신의 그림을 품었다.
에바는 그런 소피아의 이상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잠시 노려보다가, 이내 팔짱을 끼고 추궁했다.
“소피아. 지금 빈 캔버스 가지고 뭘 하고 있는 거지? 설명해.”
뇌신 lv.1> 뇌신 lv.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