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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화 〉71. 제이와 그라비아의 추억(6) (71/145)



〈 71화 〉71. 제이와 그라비아의 추억(6)


마지막으로 아다굴을 패스한 크리스 페브레이의 째지는 울음소리와 함께.

―띠링

생도 앱 알람이 떴다.

[◇ C반 / 4조 / <ㄱ>라인
E급 실습용 던전 공략 완료]

“실습 끄읏!”

구연하가 기지개를 펴며 실습 완료를 알렸고, 잭슨이 던전 탈출 순번 확인을 위해 외부에 신호를 보냈다.

나와 선우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조용히 웃었다.

성취감 따위 때문이 아니라, 나와 녀석의 추억이 깃든 이 장소를 이제 영영 찾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여긴 신입생도 전용 던전이니까.’

타입 환상계. 형태 비정형.
필드 디버프 <트라우마 고스트>.

실제 자생하는 몬스터야 F랭크뿐인 시시한 곳이지만, 보스방에 깔린정신착란계열 디버프 만큼은 예외다.

이쪽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에겐 정말 끔찍한 던전이 될 수도 있는 곳이었으니까.

참고로 나는 작년에 울었다.

희망원 가족들이 던전 브레이크에 희생당하는 환상을  까닭이었다.

더구나 미각성자였던 탓에, 2학년 선배가 날 깨워주지 않았었더라면.
나는 죽을 때까지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올해야 뭐, 이미가짜란  알고 있으니까 1초만에 깨버렸지만.’

한 마디로, 모르고 당하면 개같지만 경계하고 있으면 좆도 아닌 곳이 바로 이 아다굴의 보스방이라는 말.

“흐아아앙…! 흑… 흐윽…….”
“미안해, 크리스. 그치만 미리 말해주면 훈련 효과가 적을 것 같아서 그랬어. 그만 울자, 뚝?”

얼마나 심각한 환상을 봤던 건지 크리스는 정말 서럽게 울었다.
구연하와 여생도들이 그녀를 달래주었고, 나와 잭슨과 선우 또한 미안함을 전했다.

“씨이…. 제이 오빠 너무해요 진짜!”

하지만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크리스가 다른 사람 다 재껴두고, 유독 나한테만 도끼눈을 떴던 것.

“미안. 내가 환상 속에서 뭐… 트롤짓이라도 했어?”
“트롤짓? 그거면 차라리 다행이죠! 어떻게 저한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우리 귀여운 엘리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두 살이나 많았지만― 크리스의 앳된 얼굴은 잔뜩 심통이 있었다.
아마도 내가 그녀의 환상에서 뭔 짓을 하긴 했던 모양.

“진짜 미안. 이따 내가 점심 사줄게. 먹고 싶은 거 생각해놔.”
“…정말요?”
“헐! 선배님, 저두요! 저두!”
“나도 껴도되려나? 나이는 많아도 나도 신입생돈데.”
“김제이, 나도! 나 요즘 돈 없어.”
“랭크   쏴라, 김제이. D급이야 방학 중이라 지나갔지만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알았다.”

결국 내가 실습 뒤풀이를 쏘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우리 조는 보스방에 들어오기 전처럼 화목한 분위기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래도 잘 마무리 됐네.’

나는 던전 탈출을 기다리며 생도들과 옹기종기 얘기를 나누다, 누군가 등을 두드리는 감촉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 김제이 선배. …잠깐 얘기 좀.”

서루이의 호출이었다.
환상에서 깨어난 뒤부터 어쩐 일인지 행동이 상당히 굼떴던, 진성레즈 꼬마.

“오올~ 뭐야, 뭐야? 고백인가.”
“여기서? 큭큭! 너무 뜬금폰데.”
“우리 루이 적극적이다아~!”

실없는 장난을 치는 생도들을 뒤로 하고, 나와 서루이는 동공洞空  쪽의 후미진 곳으로 갔다.


**


“왜.”

용건을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서루이가 곱게 땋은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나는 새삼, 서루이가 외모 자체는 예쁘장하다고 생각했다. 레즈비언이라 나랑 연관된 일은 전혀 없겠지만.

“…….”
“빨리 말해. 곧 나갈 시간이야.”
“…저는 수제 버거가 좋아요.”

이런 젠장.
설마 너도 점심 얻어먹으려고?

“메뉴 선택은 크리스한테 맡기기로 했잖아. 설마 그거 말하려고 부른 거냐?”

서루이가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다 대뜸 본론을 꺼냈다.

“서윤 언니. 앞으로 섬세하게 신경 써달라고 말했을 텐데요.”
“니가 말 해도 쓰고 있거든. 동아리 가입도 도와줬고, 적응 잘 하도록 나름 배려해주고 있어.”
“웃기시네. 이래서 자지들이란.”

서루이가 콧방귀를 끼며 날 째려봤다.

“열등종자 XY염색체들은 항상 그러더라. 꼭   것도 없으면서 신경 썼대. 우리 애비충이나 그쪽이나, 남자들은 생각하는 게 왜 항상 그리 빻았지?”
“까불지 말고 본론만 말해.”

남성 혐오가 아주짙게 깔린 그녀와 길게 얘기해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다.
17살 미성년자 꼬맹이라서 전가의 보도인 자박꼼도  수 없는 노릇이었고.

“할 말 없으면  간다.”

그러면 똥은 피해야 맞는 거겠지.

“…이 멍청아.”

서루이가 한심하다는 투로  마디를 툭 던졌다.

“보스방 필드 효과가 뭔지 잊었어?”
“헛소―.”

말을 끊었다.
서루이의 말에, 내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서윤이… 괜찮으려나.’

육서윤의 인생은 트라우마의 연속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이루 말할  없을 만큼 잦았던 성추행과 강간 위협. 왕따. 친어머니의 이른 죽음. 원하지 않았던 유명세로 인해 사게  불특정 다수로부터의 악의 등.

 <트라우마 고스트> 던전에서 서윤이가 어떤 질 나쁜 환상을 보게 될지, 나는 그것을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김. 제. 이. 선. 배. 님.”

서루이가 이를 꽉 깨물며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잘 좀 합시다. 다시 말하지만 그나마 당신이라서 내가 상종이나하는 거예요. 서윤 언니가 당신 때문에 많이 행복해하셔서. …그러니까  하자구요. 나 마음 놓고 탈덕   있도록. 이 불쌍한 후배 좀 도와주세요, 네?”

저번에는 서루이가 내게 일방적으로 무례를 범했기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 지금도 아주 다르진 않다.

하지만 이번엔 그때보단 덜했다.

내가좋아하는 여자를 나보다 더 마음으로 챙겨주는 이 꼬맹이가, 참지 못할 정도로 밉살맞진 않아서였다.

‘싸가지 없는 년 순애보 하난 오지네.’
[아직 어려서 저런다.]

나와 서루이는 어색한 분위기를 감추며 일행들 사이로 복귀했다.

―Wooooo

그때 마침, 우리 다음 조가 보스방 안으로 진입했다.
5조에는 분명 서윤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큭큭, 쟤들은 지금 하는구나.”
“쟤들은 어케 하는지 구경이나 하자.”
“쟤가 육서윤이지? 대면식 때도 봤지만진짜 징그러울 정도로 이쁘네.”

우리 4조 생도들은 던전 입구와 멀찌감치 떨어진 출구 근처에서, 5조가 하는 양을 지켜봤다.

‘별 다를 건 없네.’

아직까지 특이한 점은 없었다.
보스방에 입장하자마자 마력방출로 환상을 깨버린 5조 2학년들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1학년들을 엄호했다.

“…….”
“…….”

네 명의 1학년 생도들이 멍한 눈으로 제자리에 서서 환상을 경험했다.

“하악! 하악! …씨발… 뭐야?”
“아아악! 저리 가! 저리 꺼져!”

이따금 몇몇 생도들이 크리스나, 스미레와 마찬가지로 소스라치게 놀라며 환상에서 빠져나왔고.

“흑…! 가지 마! 가지 마, 아빠!”

내 경우 때처럼, 슬픈 꿈에 몰입한 생도는 눈물을 흘리며허상 속에 머물러 있기도 했다.

‘…어라.’

그런데.
육서윤의 상태는.
다른 생도들의 그것과.
많이 달랐다.

―쿡쿡


우리 서윤이는.
몹시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아하하.

환상을 스스로 깨지 못한 E급 생도를 억지로 깨웠을 때까지도, 그랬다.

“…나 쟤 웃는 거 처음 봐.”
“악몽이 아니라, 돼지꿈이라도 꾸나.”
“무슨 환상을 보고 있길래 저러지.”

보스방 내의 15명이 의아한 시선으로 육서윤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육서윤… 생도?”

그러다 결국.
5조의 팀 리더를 맡은 엘리사가 마력을 불어넣어 서윤이를 깨웠다.

“……어?”

환상에서 깨어난 육서윤은 여전히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친해진 사람이 아니면 절대 볼 수 없을 천진난만한 그녀의 얼굴에, 동공 안 남자들의 입가엔 아빠 미소가 걸렸다.

“역시 꿈… 이었나.”

고요한 동굴 안에.
진한 아쉬움이 담긴 미성美聲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미리 경고 드렸던 정신착란 디버프 효과에요. 마력 탈진 증상은 없으시네요. 실습 통과 축하드립니다.”

엘리사가 그녀의 상세를 확인하며말을 붙였다.

“…서윤 생도.”
“네.”

이곳 <트라우마 고스트> 내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본인이 먼저 말하기 전에는, 되도록 먼저 환상 내용을 묻지 않을 것.
그러나 엘리사의 호기심이 예의를 어기게 만들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무슨 환상을 보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육서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본 환상은요―”

아름다운 그녀의 분홍 입술이.

그리움을 머금은 선을 그렸다.

**

실습과 뒤풀이를 포함한 오늘의모든 일정이 끝난 그날 밤.

침대 위에서 본래의 장검 크기로 휴식을 취하던 메리가, ‘그 얘기’를 꺼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해.]
“나도. 백퍼 뭔가 있다고 봐.”
[야!거기. 거기 만져 줘.]
“여기 닦으라고?”
[웅. 하앜ㅋㅋㅋㅋ 간지럽닼ㅋ]
“참아 임마.”

깨끗한 천으로 메리의 검신을 닦아주며 아까 서윤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엄마의 환상이었어요.

―…네.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요.

―아니요. 나쁜 환상이나, 엄마 모습으로 변신한 몬스터가 아니었어요.

―그분은 저의 엄마였어요. 요즘 꿈에서 자주 뵀던 것보다 훨씬 생생한… 우리 엄마.

―그러게요. 환상은 나쁜 방식으로 나타난다던데. 제 경우엔… 아니었네요.

―응. 엘리사 선배 말대로, 생각해보니까 엄청 신기해요.

육서윤은 <트라우마 고스트>에서 악몽 같은 환상을 보지 않았다.

그녀가 본 건, 엄마였다.
이미 돌아가신 그녀의 어머니.

요즘 자주 꿨던 엄마 꿈이 아주 생생하게 업그레이드 된 듯한, 그런 좋은 꿈이었다고.

‘그렇지만… 그럴 수는 없어. 절대로.’

나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항마력이 아주 높거나 정신착란 방어와 관련한 고유능력이 있어서 아예 디버프를 무시해버리면 모를까.

환상이 좋은 방향으로 발현된다?

그런 일은 일어날  없다. 애초에  정도 변이가 일어날 정도의 고차원 던전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오전 실습 중 서윤이가 체험한 일은.

신이神異 사건.


이리 불려도 좋을 정도라 생각한다.

[어이 어이, 파트너! 신연 부장년들이 소 뒷걸음으로 또 쥐를 잡아버렸다구! 라헬님 맙소사! 이 몸과 네놈이 그 선무당들에게 또 빅엿을 먹어버렸어!]
“이번에도 악마 군줄까?”
[쎅쓰, 쎅쓰! 극도의 우호 계열 악마로 추정되기 때문에  몸도 긴가민가하다. 부장년들이 언급 안 했으면 평생 몰랐을 수도 있겠지, 우효~!]
“큭큭큭.”

메리의 검신을 닦아주며 한참을 쪼갰다.

진짜 낸시랑 미아한테 뭐가 있나?

어떻게 쟤들이 집은 것 중에 이렇게 확률로 ‘진짜’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거야. 그것도 악마 군주 관련으로.

[아흐… 좋다. 근데 제이야. 꼭 그년들이 용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 손길이 기분 좋은지 우웅, 하며 기쁨을표현하던 메리가 정색을 했다.

[시스템 캄비온의 계약자인 네놈과 가까워졌으니 악마 군주 소재 파악의 적중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간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카르마Karma. 비슷한 말로 인과율.]

메리가 맑은 목소리로 아주 쉽게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인간들은 흔히,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인물을 주인공이라 칭한다. 반면, 이런 케이스도 많지.]

[주인공 주변에서 사건들이 <저절로> 일어나기 때문에,  사건에 휘말리는 이를 주인공이라 부르기도 해.]

[이 두 경우를 모두 고려해볼 때. 악마 군주의 봉인건과 관련한 인과율의 그물에서.]

[주인공은, 김제이 네놈이다.]

[그런 연유로 이 몸이 깨어난  60여년이나 기다려 너와 계약한 거야.]

72악마 봉인 임무의 주인공은 ‘나’ 라니.

‘나’는 그렇게  수밖에 없는 운명을 수동적으로 타고 났고, 그런 선택을 자연스레 능동적으로 하게 된다, 라니.

‘…그렇게 생각하면 말이되네.’

악마군주의 행방을 신이 사건 추적의 명목으로 쫓고 있는 낸시와 미아.

 직접적으로, 악마 군주의 숙주였던 라라와 서윤이.

우리 다섯이 이렇게 신연의 테두리 안에서 만난 것은 필연과 우연이 아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결과였다.

‘그렇게 치면 하리, 선우, 아이린, 소피아 같은 친구들도 인과율의 그물 안에 들어 있을 거야.’

가능성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사실을 말하는 거다.

당장, 소피아가 없었다면 비네의 권능을 온전히 추출하지 못했을 거고.
선우가 없었다면 에바를 만날 일이 없었을 테니, 소피아도 못 만났을 거다.

샥스의 봉인 건에서,하리의 조언이 없었다면 메리가 라라 안에 숨어든 발키리의 정체를 추론하지 못 했다.
샥스는 발키리에게 이미 제압당해, 흔적을 읽을  없는 상태였으니까.

혹시 아나? 내가 아이린에게 마음이 없었다면, 아스모데우스의 공상계에서 서윤이에게  노골적으로 대쉬했을지.
최악의 경우, 어정쩡한 성욕에 눈 먼 대가로 죽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 신기하네.”

내가 느낀 감상은 그것이었다.

진짜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상에서의 선택 하나하나가 이런 미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보면… 그랬다.

[잡생각 할 시간에 딸치고 자라.]

―우우우우웅

메리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녀석의 예리한 검신에서 기름기 묻은 천이 침대 위로 떨어져 내렸다.

[이 몸은 오늘 밤, 아까  E급 던전에 남아 있을지 모를 악마 군주의 흔적을 찾아보겠다. 잘 자라, 파트너.]
“이것도 인과율과 연관된 걸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마는 거지. 우린 하던 대로 하면 돼.]

그건 그렇다. 기면 좋은 거고 아니면 다른 데서 찾아야지 뭘 어떡하겠어.

“조심해. 저번처럼 엄한 사람한테 찍혀서 학교 게시판에 올라오지 말고.”
[쎅쓰.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창문 밖으로 나의 검이 쏜살 같이 날아갔다.

“새끼….”

녀석이 새삼 고마웠다.
평일인 오늘. 메리가 예정에 없던 단독 행동을 하려는 데에는 비단 악마 군주의 일이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큭큭큭…!”

놈은 내가 진심딸을 칠 때!

어지간하면 자리를 비켜주려는 경향이 있다 이 말이다!

“자유다!”

―철컥
―딸깍

방문을 잠그고 노트북을 켰다.
50의 정력 때문에 의무적으로 치는 습관적인 샤워딸이 아니라.
음란물을 보며 치는 진심딸! 이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차수진차수진차수진차수진차수진차수진차수진차수진차수진차수진차수진차수진차수진차수진!!’

비밀 폴더를 열었다.

‘일본AV, 서양AV, 야설, IV… 여기 있다 그라비아!’

―딸깍

용량 8GB의그라비아 폴더를 열었다.
여러 모델들 사이에서 그녀의 이름을 발견했다. 벌써부터 자지가 웅장해진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라라라라라라라라~♪

―여러분 안녕~♡ 수진이에요!


어린 시절, 특히 중학생 때.
3년 내내 보며 쳤던 추억의 화보 PV동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탁탁탁 하고 스페이스 바를 눌렀다.

“급해, 급해!”

세팅을 빠르게 끝내야 했다. 후다닥 옷을 벗고 나체 상태로 의자에 앉았다.
정력 50을 찍고 애욕의 화신 만랩을 찍은 후로 로션은 필요 없다.
어쩐지 약간 좋은 향이 나는, 러브젤 못지않은 끈적한 쿠퍼액이 있으니까.

―오늘은요~! 여름을 맞이해서 수진이가 해변에 왔어요! 여러분, 파란 보석 같이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시나요?

“누나가 더 예뻐요, 씨팔!”

오랜만에 보는 차수진은 여전히 개쩔었다.

강아지상의 천진난만하면서도 묘한 색기가 흘러넘치는 얼굴.
과하게 보이는 J컵 거유를 아름답게 포장해주는 169cm의S라인 프로포션.
청순함과 섹시함이 공존하는 하얀색 개꼴리는 비키니까지.

영상 속 오키나와 백사장 위의 열아홉 차수진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탁탁탁탁!

처음부터 요란하게 자지를 흔들어대며 차수진의 해맑은 모습을 감상했다.

―여기가 지금 오키나와거든요? 여러분들도 빨리 와보세요! 바다가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니가 오억 배 더 예쁘다고 해짜나!!”

이 썅년아! 지금 소금물이 문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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