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2화 〉72. 제이와 그라비아의 추억(7) (72/145)



〈 72화 〉72. 제이와 그라비아의 추억(7)

―꺄악! …어? 물이  차갑네요, 아하하하하!

“내껀 존나 뜨거울 걸?!”

―탁탁탁탁!

사실 자극적인 음란물에 길들여진 23살의 나라서, 고작 비키니 그라비아 영상에 대꼴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씨발년아, 함 하자!”

―여러분~! 저랑 물싸움 할까요?

“오늘 놀다 뒤져버리자니깐?!”

―한 여름이  끝날 때까지, 바다에서 수진이랑 같이 놀아요!

이미 대사를 외울정도로 많이 본 5분짜리 화보 PV기도 했고.

―탁탁탁탁!

하지만 추억 보정과 넘치는 정력, 그리고 차수진이라는 여자 자체만으로도 나는 만족스런 딸을 칠 수 있었다.

―아아앙~♡ 그렇게 당기면 진짜로 벗겨진단 말이야,  나쁜 원숭이야!

“맞아!! 오빤 개씹새끼야앗!!!!”

―뷰릇! 뷰르르르르

오랜만의 진심딸은 레알 좋았다.
아다일 때는 섹스가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니 각자 다른 맛이 있었다.

‘역시 섹은 섹. 딸은 딸이다.’

딸딸이는 상대방을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육체적 피로가 없고, 시공간의 제약이나 대상의 한계도 없다.
그래서 좋은 것이다.

“휴우….”

뒷정리를 함과 동시에 이번에는 PV영상이 아니라, 『남국의 여신 ~ 기적의 J컵 미소녀 차수진 오키나와 해변 화보』 본편을 열었다.
PDF 초고화질로 따진, 불법 스캔본이었다.

‘이걸 받을 당시는 중딩에다가 돈도 없었으니깐. 와… 진짜 추억이다.’

내가 추억 여행에 빠져 2연속 수진 폭딸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


“헉!”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나야.


내 진심딸의 방해자는 육서윤이었다!

12시가 다 된 야밤에 무슨 일이지?!

“어, 어어! 잠깐만 서윤아?! 잠깐만 기다려!”

옷을 빠르게 입고 정액 묻은 휴지를 변기에 버리고, 손을 초스피드로 씻고 매무새를 정돈한 뒤.

“크흠! …이제 됐어.”

문을 열었다.
서윤이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안녕, 오빠. …모해?”

관리   염색금발 아래, 남색의 고급 실크 파자마를 입은 모습이 개귀여웠다.
딸치다 걸린 놀란 마음을 다스리며 어색한 말투로 물었다.

“서, 서윤아… 웬 파자마? 너 혹시 외출증 끊었어?”
“응. 미아 언니 방에서 같이 점성술 공부하다가 자려구. …나 오빠  들어가도 되여?”
“그럼.”

서윤이가 미아의 실내 슬리퍼를 슥슥 끌며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음~! 평소보다 더 달콤한 냄새가 나네? 오빠 바디샴푸 바꿨나보다.”라고 말한 뒤, 침대 위에 앉았다.
나는 그녀에게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주며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잘 마실게.”
“아냐. 근데 나 이따 1층에서 라면 끓일 거거든? 혹시 내가 부재중일 때 졸리면 말 안 하고 가도 돼.”
“……그것두 고마워.”

서윤이가 수줍은 얼굴로 감사를 표했다. 화장실 문제로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

그런데 그때.

“…어? 오빠, 저거…….”

서윤이가 내 뒤쪽을 가리켰다.


“저 사람, 우리 엄마 맞지?”

……뭐?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노트북 모니터에는.

『남국의 여신 ~ 기적의 J컵 미소녀 차수진 오키나와 해변 화보』의 1면이.

 스크린으로 떠 있었다.

“…….”

뇌가 일시정지했다.

‘…차수진이… 서윤이의… 엄마라고?’

이게 대체… 이게…, 이게 씨발 무슨 소리야!

‘병신병신병신병신병신병신!!!’

나는 도무지 서윤이의 말뜻을 이해할 수 없어 극심한 패닉에 빠졌다.
더구나 차수진 상대로 딸치고 있던 와중에 서윤이가 들이닥친 거라, 더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정신이 혼미했다.

“……오빠.”

서윤이가 목에 습기가 올라온 목소리로 나를불렀다.
나는 절대로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

만약… 만약 정말로 차수진이 육서윤의 친모라면,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존나  폭유와 더럽게 예쁜 두 여자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그게 사실이라면.

밤꽃냄새 풀풀   뻔한  안에서.

자기 엄마 수영복 화보를 보고 있던썸남을.

그녀가 대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고마… 워요.”


딩동댕!

정답은, <고맙게 생각한다> 였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신… 나갈 것 같애.’

나는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


두뇌를 풀가동해 해석한 서윤이의 사정은 대충 이런 것 같았다.

“지나가면서 한 말인데도… 기억해줬구나.”


그녀는 자기가 예전에 말을 해놔서, 내가 차수진이 서윤이의 생모生母임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걸로 착각하고 있었다.

 부분은 내가 생각해도 그럴 수 있겠구나 싶다.

서윤이의 친엄마 얘기야, 그녀가 ‘차수진 본인이라는 부분만 빼고’ 이미 엄청 많이 들었었으니까.

몇  활동하다 임신과 동시에 은퇴한 연예인이었다, 엄청 예뻤다, 요리 더럽게 못했다, 밝고 웃기고 명랑한 성격이었다, 크리스천이었다, 그런 거.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오빠는…… 정말로 섬세한 것 같아요.”


그러나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착각은 그뿐만이 아닌듯했다.

꿈에서만이 아니라 실습 던전에서도 엄마의 환상을 본 자신을 위해.
내가 그녀의 엄마인 차수진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다가 벌인 일로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띄워놓은 차수진의 해변 비키니 화보는.
서윤이 입장에서 ‘유명인인 엄마의 관련 자료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얘기.

“정말 고마워 오빠….”


이 말이 끝난 뒤부터 불과 2초 만에.
나는 기적과도 같은 잔머리로 전후 사정을 추측해낸 것이다!

‘…서윤이가 보는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인 거지? 대체나를 얼마나 좋게 봤으면 이 상황을 그렇게해석해.’

순간적으로 엄청난 죄책감에 휩싸였지만, 잽싸게 표정을 바꿨다.

“그런 거 아니야, 서윤아.”

경련때문에 쥐가 날 것 같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유쾌한 척을 했다.

“어머니 너무 미인이셔서 찾아보다가 화보까지 받았어. 니네 엄마 쩔더라?”
“이… 멍텅구리야!”

서윤이가 웃음을 참기 위해 코를 찡긋하며 쿠션으로 나를 마구 때렸다.

“변태! 변태다, 변태!”

―퍽  퍽

나는 맞으면서, 일이 이렇게 잘 풀리게 돼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변태오빠가 변태아줌마보고 쩐대! 엄마가 이거 알면 엄청 놀릴걸?”
“너만 엄마 있냐? 나도 있었어!”
“오빠 고아라며.”
“…넌 아니냐?”
“아닌데에!  아빠도 있고! 한남동엄마도 있거든?!”

―퍽  

서윤이는 쿠션으로 나를 때리고, 나는 그걸 피하면서.그렇게 한참을 놀았다.

“이그! 이런 게 뭐가 이쁘다고 내가 고맙다고 했을까.”
“고맙다고만 했냐. 그저께는 뽀뽀도 했으면서.”

열이 올라온 걸까.

“…허, 헛소리 하지 마아! 아우 더워.”

장난을 치다 지친 서윤이가 상기된 얼굴로 파자마 앞섬을 흔들며 침대에 앉았다.
나는  사이 잽싸게 노트북을 덮어 차수진… 아주머니의 화보를 가렸다.

“서윤아 근데, 예전에는 잘 몰라서 못 물어봤거든. 조심스럽기도 하고.”
“응. 괜찮아.”
“차수….”

도저히 입에서 ‘너희 엄마’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내가 차수진 누나를  세월이 몇 년인데!

“…너희 어머니, 어떻게 돌아가시게 된 거야?”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에, 서윤이가 기가 차다는 식으로 웃었다.

“실족사. 아빠 병문안 갔다가, 병원 계단에서 빵 껍질 밟았대.”
“…진짜?  껍질?”
“어어. 삼원 호빵 비닐 포장지. 디게 어이없지?  처음에는 눈물도  났어. 황당해가지구.”

육서윤은 진짜로 엄마의 황당한 죽음이 그리 슬프지는 않은 듯 보였다.
아주 많이 그립기는 했지만, 죽음 자체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이랄까.

“살아 있을 때도 엄청 웃긴 아줌마였는데, 돌아갈때도 만화처럼 갔지. 진짜 누구 엄만지 모르겠지만 대단해.”

오히려 약간 유쾌하게 받아들기까지 하는 듯한 모습에, 듣고 있는 나까지도 마음이 편해졌다.

“엄마 돌아가시고 많이 외로웠겠다.”
“…그러엄.”

서윤이가 파자마 상의를 벌려,  품에서 떼놓지 않는 은색의 로자리오를 빼냈다.
그녀의 H컵 폭유 안에 감싸여 있었을 십자가에서부터 향긋한 바디샴푸 냄새가 났다.

“그치만… 괜찮아. 하느님 아버지가 심심하셔서 데려가셨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한편으로는  됐다는 생각까지도 해.”

그녀가 로자리오를 들고 성호를 그은 뒤, 다시 십자가를 품 안에 넣었다.

“울 엄마, 나 낳고부터 엄청 답답하게 살았거든. 일도 바로 그만두고, 평생 집 안에 갇혀서 나랑만 같이 있었어. 나는 그게 어릴 때부터 너무 불쌍했어.  아줌마, 원래 되게 활발한 사람이거든.”
“그랬구나….”

나는 서윤이와 그녀의 어머니를 향한 강한 애도의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웨이의 입에서 나온 정보는 정말 십중팔구 개씹소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뭐? 불치병 은퇴에다, 고위층 성상납을 해? 지금은 이태리에 수녀로 살아?  평생 니네 형한테 당하고 살아도 정신을 못 차리냐.’

의자에서 일어났다.

우수에 젖은 서윤이의 옆에 앉아, 그녀의 어깨를 포근히 감싸주었다.
서윤이가작은 머리를 내 가슴에 기댔고, 우리는 그 상태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고로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야한 짓은 시도조차 안 했다.

‘딸 치고 난 직후라서 그런지, 발정난 놈처럼 안 들이댈 수가 있네.’

조곤조곤 엄마 얘기를 하던 서윤이가 문득, 예쁜 얼굴을 들었다.

“오빠. 그런데 나… 시험해보고싶은 일이 생겼어요.”
“어떤 건데?”
“…오늘 갔던 실습 던전. 다시  번… 가볼 수 있으려나?”

아까 전까지만해도‘괜찮다’고 했던 서윤이의 눈에는.
꿈속과 환상 속에서 재회했던 죽은 엄마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연히 가볼 수 있지.”

나는 대뜸 확언을 했다.
악마 군주 봉인 건을떠나.
꼭 서윤이가 엄마의 모습을 다시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절대 미련이 안 남을 수가 없어.’

…그게 환상인 줄 알면서도 말이다.

“허가증 받아다줄게. 좀만 기다려.”
“오빠아…!”

서윤이가 아랫입술을 서럽게 밀어 올렸다.
그렁그렁한 눈물이 고인 큰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를 들어올렸다.

―쪼옥

그날 밤은 그렇게.
고요하고 풋풋한 분위기 속에 저물었다.

**

서윤이를 위한 E급 실습 던전 허가증 받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있었다.

첫째.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E급 실습 던전은 엄연한 ‘던전’이다.

아카데미 실습 때 딱 번을 제외하고, 특별한 사유 없이 일반 생도가 들어갈 수 있는 명시적 방법이 전무했다.
심지어 유사한 케이스조차 없었다.

둘째. 나는 일개 생도다.

입장 허가가 날만 그럴싸한 명분을 만들어도,아카데미와 던전 관리자 입장에서는 콧방귀도  뀔 가능성이 높았다.
우리가 들어가게 되면 몬스터를 치우면서 지나가야 한다. 그러면 몹이 리젠 되는 시간 동안 던전의 회전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쩔 없지. 권위에 의존하자.’

나는 이 문제에 가장 큰 도움을   있을 듯한 가까운 지인을 찾아갔고.
불과 첫 시도 만에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괴이현상보고 가능성이 있다라. 명분이 예쁘구나. 제이다운 발상이야.”


담임인 이시카와 레이 교수.

헌터 협회 <괴이현상보고>의 이스트 블루 담당자나 마찬가지인 그녀가, 나를 도와준 것이다.

“교수님. 괜찮지 않아요?”
“동의해. 육서윤 생도가 그런 체험을 했다니…. 내균열의 사전 징조일 수도 있어.최근 계측 기록엔 이상 없지만.”

오랜만에  이시카와 교수의 연구실.
언제나 그렇듯 진한 커피 향기 가득한 방에서, 그녀가 짓궂게 웃었다.

“그건 그렇고. 신연 멤버가 다 됐구나, 김제이. 생전 관심도 없던 괴이나 신이 사건을 다 찾아다니고.”
“하하….”
“난 좋다고 봐. 잠깐만.”

이시카와 레이가 작은 머리 뒤로 곱게 올린 머리를 풀었다.
하얀 셔츠에 감싸인 근사한 상체를 쭉 편 자세로 흑단 같은 머리를 한 차례 흔들더니, 능숙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다시 올림머리를 만들어갔다.
29살의 젊은 나이치곤, 언제 봐도 대단히 성숙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여자였다.

“김제이 넌, 헌터로서 실용적인면이 강해.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 둘 다. 특히 나쁜 의미에서는, 전사戰士 치고 이성의 틀에 박힌 모범생 기질이 강해. 그래서 야수성이 떨어지는 편.”

그녀가 머리를 다 올려 묶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에, 나를 응원해줬다.

“그런 의미에서 신연을통해 폭넓은 세상과 접할 기회를 갖는다는 건, 김제이 너의 잠재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에 도움이 수 있겠지.”
“칭찬 감사합니다, 교수님.”
“사실을 말했을 뿐이란다.”

평소처럼 무표정하게 덕담을 건넨 이시카와 교수가 내 얼굴을 빤히 봤다.

“김제이.”
“네.”
“60의 마력은 다룰  하니?”
“…….”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이게 온전한 내 것이라고 주장할 만큼, 60의 마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 사흘 간 <뇌신>의 컨트롤에도 아무 발전이 없었고, 창술은 오히려 적응문제 탓에 조금 무뎌진 기분….

“널 믿는다. 꼭 잘 해낼 거야.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오고.”
“지금보다 더 정진하겠습니다.”

그때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 들어온 건.

“귀걸이가 예쁘다. 십자가니?”
“네?”
“그거. 쪽에만  귀걸이.”

얼핏 십자가처럼 보이는 귀걸이.

“아니요, …검인데요.”

즉… 메리를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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