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4화 〉74. 제이와 그라비아의 추억(9) (74/145)



〈 74화 〉74. 제이와 그라비아의 추억(9)

“지금부터 던전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오올~ 팀 리더 김제이! 처음 본다~!”
“오빠가 각성하니까 이런 일도 있넹? 엘리사는 오빠가 너무 대견해!”
“…빨리 가자니까.”

오늘 조사의 입안자인 내가.

라라, 하리, 아이린.
선우, 아이웨이, 엘리사, 서윤이까지.

 일곱 명을 인솔했다.

하지만 사실 말이 조사고 던전 탐색이지, 고작 E급 실습 던전이라 분위기는거의 소풍 가는 느낌이었다.

“교수님. 머랭 쿠키 좀 드세요.”
“고마워 선우 학생. 흐음, 프렌치 머랭이니?아쿠아파바? 설탕량은?”
“아하하…. 어쩐지 취조 당하는 기분이네요….”

물음표살인마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녀석 치곤 꽤나 살갑게 대해주는 선우야, 원래 긴장감이 없으니 그렇다손 쳐도.

“저기, 아이린.”
“네, 아이웨이.”
“안나는 요즘… 어떻게 지내?”
“잘 지내고 있어요.”
“…….”

아이린과 아이웨이는 물론이거니와.

“김하리 선배님. 지난 주말에 제이 오빠 방에서 주무시고 가셨던데.”
“응? 엘리사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저희 전공 교수님이 선배님 지도교수님이랑 친하시거든요.”
“그 아저씬 그런 얘길 들었으면 그냥 지나가지 왜 니들 앞에서 하고 다녀. 지 친구처럼 쳐맞아봐야 정신 차리지.”
“그러게요. ……안 그러실 거죠?”

하리와 엘리사는 진짜 거의 놀러 가는 느낌이었다.

‘하긴, 악마 봉인을 할지도 모르는 나도 이런 상탠데 뭐.’

쿠키를 먹으며 공략 장소로 향하는 팀 리더라니.  통솔력은 빵점이었다.

“…….”

긴장한 사람은 오직, 육서윤 한명 뿐.
그녀의 옆으로 가 쿠키를 건넸다.

“긴장 돼?”
“…조금.”

현실이라고 해도 믿을  있을 듯했던 엄마의 생생한 환상을  볼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탓에.
서윤이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맛있는 쿠키를 삼키는 순간조차도 정신이 온통 엄마에게 가 있는 느낌.

‘괜한 말 말자. 어설프게 위로했다가 서윤이 미련만 강해질지도 몰라.’

낄끼빠빠의 정신이 필요한 때였다.
막말로 얘기해서.

죽은 엄마의 환상을  본다고 뭘 어쩔 건데?

차라리 환상을 다시 보지 않는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아다굴이 아다굴인 이유가 있다.

거의 대부분의 신입생도들이 생전 처음 경험하는  던전이. 희귀 타입인 <환상계>이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는 좋은 추억으로 간직되는 것.

어제 나와 선우의 경우, 2학년이 되고 나서 가니까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럼 서윤이의 경우는 어떨까.

돌아가신 엄마의 모습을 꿈에서 보는  넘어서, 생생한 환상으로 보게 된 그 ‘첫’ 감동이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그때부턴 차라리  보느니만 못한 미련만 남게  수도 있는 거다.

첫 경험은 아름답기 ‘때문에’ 예쁘게 기억되는 아니라.

처음‘이라서’ 유독 아련하고 달콤한 추억이 되는 법이니까.

추억이 변질 되서 미련이 되면, 그때부턴 아프기만 할 뿐이다.

‘…허가증 괜히 받아다 줬나.’
[그건 아니다. 크로~ 셀!]
‘아 맞다. 악마 군주 건이 얽혀있지.’

머릿속에서 서윤이를 향한 걱정과 내 경솔함을 지워버리며.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일동 정지. 던전 탐색에 돌입하기 전, 대형부터 짜겠습니다.”

우리는 진형을 정비해 아다굴로 진입했다.


―Woooo

던전 결계를 지났다.
우리 중 감각이 가장 탁월한 하리와 선우가 날 보며 고개를 저었다.

“구보 속도보다는 천천히가죠.”

주의를 세심하게 살피며 이상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어제 혹은 작년의 아다굴 모습과 변한 점은 없었다.
이따금 보인 F급 몬스터들은 아예 죽이지도 않고 지나쳤다. 리젠 시간을 고려해, 그렇게 하기로 한 탓이다.

“왔네, 보스방. 마력파장이상 무.”

하리가 부스스한갈색 생머리를 넘기며 어떻게 할 거냐는 눈으로 날 봤다.

“바로 가자. 시간 끌 필요 없겠지. 핵심은 보스방에 있는 디버프 필드니까.”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리를 제외한 6명이 전투태세를 갖췄다.
팀 리더야 명목 상 나지만, 이 중에 나보다 약한 사람은 한 명 뿐이다.  외엔 모두가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헌터들.

“서윤 씨. 걱정하지 마시고 긴장 푸세요. 좋은 일이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고마워요, 아이린….”
“육 주임. 설사 어머님 환상이 다시 나타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마. 어머님께선  언제나 보고 계실 거야.”
“네, 교수님.”
“수석 선임 연구원이라고 부르도록.”
“후흣. 네, 선임님.”

아이린의 격려와, 놀랍게도 농담까지 곁들인 라라의 위로에 서윤이가 기운을 차렸다.
…라라는 진담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 됐다. 가자.’

나와 눈이 마주친하리가 보스룸 결계에 마력파장을 맞췄다.
우리는 거의 동시에 <트라우마 고스트>가 기다리는 디버프 필드로 진입했다.

그리고.

―Wooooooo


이변이 발생했다.


**

날 깨운 것은 이상한 노랫소리였다.

―{서성이게 해애~♪}

목소리는 졸라 이쁜데 일부러 힘 빼고막 부르는 그런, 웃기고도 귀여운… 노래.

―{눈무을 짓게 해애~♪ 바보처럼~ 아이처럼~ 차라리 그으냥~ 우웃어버~려~♪♪}


기시감을 느끼고 눈을 떴다.
눈앞에는 작년에 봤던 죽어가는 원장 아버지의 환상도.
어제 오전 찰나 만에 깨버린 불타고 있는 희망원의 허상도 없었다.

‘여긴… 거기잖아.’

이곳은 마치 공상계 같았다.

늘 그렇듯, 하얗게 탈색된 <내 방>에서.

누군가가 내 침대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우우웅

마력을 전신으로 돌리며 발출했다.

그러나 환상은 깨지지 않았다.

“누구야!”

연습용 장창을 쥐고 기수식을 취할 준비를 했다.
그러자 침대 위에 있던 흐릿한 인형人形이 말을 걸어왔다.

―{아, 아아. 들리니? 이제 들려?  들리면 아줌마 또 부를 거야. 한다? 아줌마 진짜 한다?}

―{서성이게 해애~♪ 눈무을 짓게 해애~♪}

또다.
그 ‘여자’가 나는  알지도 못하는, 마치 00년대에나 유행했을 법한 발라드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혀를 꽉 깨물어 웃음기를 억지로 지웠다.

“…악마 군주냐.”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건지, 여자로 추정되는 흐릿한 뭔가는 자신만의 삘에 흠뻑 취해 있었다.

―{마이크 쳌! 원투, 원투 쓰리. 쳌! 암더 코리안 탑클래스 미시힙합 노블레스! …아하하하하! 나 지금 뭐하니. 거기, 내 목소리 들려? 들리냐구우!}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는 하이텐션임과 동시에, 대단한 미성이었다.
나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목소리라 생각하며, 창을 내렸다.

[크로셀이다! 초럭키했군~! 이 몸이 전혀 예상 못 했던 건, 이년이 성유물에 깃든 수호천사를 숙주를 삼았었다는 점이야. 그것도 우리들 바로 코앞에.]

반반의 확률로 크로셀이 근처에 있을 거라고 했던 메리의 추측이 맞았던 것.

즉, 저 여자가 날개 잃은 천사 크로셀의 숙주라면.

더구나 ‘그녀’의 <수호천사>라면.

굳이 공격적으로 대할 필요가 없다.

“…….”

말없이, 크로셀의 숙주로 추정되는 여자가 하는 양을 봤다.

―{왜 안 들려어! 너 아줌마 팬이잖아! 오키나와 화보집 보면서 딸딸이도 쳐놓고 왜 이제 와서 아줌마 모른 척해?}

처음에는 어색한 나머지 멀뚱히 서서.

―{꺼이 꺼이 꺼어이~! 나쁜 사라암, 나쁜 사람! 왜 이쁜 아줌마를 안 봐줘!}

나중에는 연예인 ―그라비아 모델이라기 보단, 개그맨 같은― 보는 느낌으로 의자에 앉아서.

‘혼자서 정말 잘 논다.’

크로셀의 숙주는 혼자 놀기 장인이었다. 검사로 따지면 소드 마스터 수준.

―{내  안 들리면 어쩔 수 없지? 우리 서윤이 꿈에서 연애 코칭이나 해주면서 귀신놀이나 하는 거야. 치이익… 치이이익! 빨간 휴지 줄게 서윤아! 둘째 날이라 양이 많잖니. 이러면서.}

조금씩 선명해지는 여자의 모습을 똑똑히 바라보면서.
나는  환상 속에서라도 서윤이가 그녀의 엄마를 그토록 다시 보고 싶어 했는지 약간은 이해하게 됐다.

‘아무리 봐도 뒤돌아서면 또 보고 싶을 그런 사람이야.’

원피스에 한 쌍의 날개를 단, 천사 같은 모습의 여자는 아름다웠다.

작고했을 무렵 30대 중반쯤이었을 텐데도 20대 때처럼 예뻤다.

하지만 그녀의 밝고 명랑한 성격은 그녀의 천사 같은 외모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그래애. 악마 봉인인가 뭔가 그거 못하면, 니가 손해지 아줌마가 손해니? 나는 이제 몰라, 알아서 잘 해봐~!}

한참동안   가운데에서 순회공연을 하던 크로셀의 숙주.


즉, 육서윤의 친모인 <차수진>.

그녀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내 침대에 앉아, 무릎을 두드렸다.
그녀의 가녀린 등에 달린 하얀 날개에서 보드라운 깃털이 내 베개 위에 떨어져 내렸다.

―{하아~ 비가 오려나? 내일우리 서윤이 우산 챙겨줘야겠네. 하나만 가져가라고 해야지. 그래야 요놈이랑 같이 쓸 수 있을 테니까. …훗, 나란 엄마. 어쩜 이렇게 잔머리가 뛰어날까.}

나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

란제리라기엔 숭고해보이고, 드레스라기엔 얇고 가벼운 하얀 원피스를 입은 차수진.
그녀의 목이 딱딱하게 돌아갔다.

―{…너… 다 듣고 있었니?}
“네.”
―{어디서부터?}
“옛날 노래 부르실 때부터요. 지금처럼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  얼마  됐구요.”
―{옛. 날. 노. 래?!}

차수진의,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더럽게 예쁜 얼굴이 확 구겨졌다.

―{너 아줌마 늙었다고 무시하니? 그 띵곡을 어떻게 옛날 노래 취급할 수가 있어? 너 지금 말 다 한 거 인정? 내가  들으라고 일부러 그 노래 부른 건데, 하나도  고마워하는 부분 실화? 쌉에바참치 배은망덕뺑덕어멈 앙앙?}
“…그만하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짜식이. 진즉 그렇게 나왔어야지. 어디 으른 말 듣고 있었으면서 무시를 해. 에베베베~ 나쁜 놈.}

철지난 급식체를 쓰는 차수진의 말투가 웃겨서 고개를 저으며 사과했다.
혼자 노는 모습을 들킨 창피함을 순간적인 기지로 넘겨버린 그녀가씨익 웃으며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김제이, 맞구나. 잘 생겼네. 우리 남편 젊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대신, 젊어! 어리면 됐지 뭐. 어린 게 최고야, 그치?}
“아니 뭐….”
―{왜? 맞잖아. 너 다 늙어빠진 아줌마랑 그거 하고 싶어, 니가 어제 보고 딸딸이 쳤던 19살 때 나랑 그거 하고 싶어. 빨리 골라 3, 2, 1.}
“…….”

30대 중반 모습인 지금의 차수진도 정말 예뻤지만… 솔직히 전성기 때와 비빌 정도는 아니었다.
외모 수준을 떠나, 내 머릿속 차수진과 분위기가 너무 달랐던 것이다.

―{…어이, 젊은 친구. 이럴 때는 예의로라도 ‘아줌마요’라고 해주는 게 매너 아니야? 어차피 좀 이따 물고 빨 사이에 좀 더 신사답게 행동하란 말이야!}
“…….”

순식간에 훅 치고 들어오는 차수진의 대담함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차수진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악마 봉인을 하기 위해서는, 숙주인 자신과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걸.

‘이 아줌마 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거의 다라고 본다. 크로셀과 완전히 동화했어. 크로셀이 권능과 지식만 남긴  그녀에게 주도권을 100% 넘겨 준 듯해. 아마 무슨 딜이 있었겠지.]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차수진에게 물어보았다.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게  건지.

―{후후!}

차수진이 엄지로 자신의 거대한 J컵 가슴을 가리키며 아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좋아♡ 지금부터 수호천사 수진이에 대해서 A부터 Z까지 모두 알려드릴게요!}


문자 그대로 천사天使라서 그런가.
저 얼굴과  몸매로 이렇게 색기가 없기도 힘들 것 같았다.

‘난리 났네. …미동도 안 한다.’

나는  푼수 아줌마랑 나중에 어떻게 섹스를 할지가 벌써부터 걱정됐다

**

차수진 사후, 그녀가 딸의 수호천사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차수진이 극히 희소한 고유능력인 <천국의 사자>를 보유한, 각성자였던 것.

천국의 사자The heaven’s angel.

마력의 재발견 후 신이 잊혀진 지구에서. 진정한 신앙심을 품고 있던 극소수의 각성유력자들에게만 발현되는, 일명 <천사 낙점 증명서>.
프레이야 신관들의 도움을 통해 밝혀낸, ‘반드시 사후에만 발동하는’ 고유능력이었다.

―{아줌마가 불완전각성자였거든. 죽고 나서  꼴이 된 뒤에 알게 됐지. 내 고유능력이 그런 거였다는 걸.}

그녀가 서윤이의 로자리오와 완전히 똑같은 십자가를 들며 피식 웃었다.
차수진은 자신이 딸에게 물려준 이 십자가를 통해 이승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고.

[아하. 저게 성유물聖遺物이 된 거군.]
‘성유물?’
[성인聖人의 유품. 저 작은 십자가가 수호천사 차수진의 성유물이 되어서 육서윤을 지켜주고 있었던 거야. 이번 봉인 때의 아스모데우스는 악마라기보단 정령의 정체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지. 그게 차수진 덕분이었던  같다.]

메리의 말이 맞는지, 차수진이 십자가에 달린 줄에 손가락을 끼워놓고 뱅뱅 돌리며 말을 이었다.

―{아줌마가 원래는 천국에 빨리 갔어야 됐거든? 근데 서윤이한테 그 못된 악마가 붙어있는 걸 죽고 나서야 알게 됐는데, 갈 수가 있어야지.}

―{와, 고 새끼 쎄기도 드럽게 쎄더라? 초보 천사인 아줌마는 물론이구, 능품천사인 크로셀도 쨉이  됐어. 니가 고년 봉인해주기 전까지, 우리 둘 다 숨도 못 쉬고 살았지 뭐야, 아하하!}

못된 악마. 즉, 아스모데우스다.
메리가 추측한 아스모데우스의 잠복 시점은 육서윤의 초경 직전.
차수진이 실족사로 사망했을 시기, 서윤이는 이미 색욕의 군주의 숙주가 된 상태였다.

{암튼 그래서 딸내미 걱정 돼서 갈 수가 있어야지…. 히잉, 그때 바로 갔으면 지금 호봉이 얼만데.}
“그럼 서윤이 중1 때 돌아가신 후로 쭉… 지켜보고 계셨던 건가요?”
―{고럼, 고럼! 그 악마 쉐키 때문에 힘은 많이 못 썼어두, 울 서윤이 옆에서 계속 지켜주고 있었지. 물론, ‘그’ 던전 안에서도.}

차수진이 음흉한 아저씨처럼 웃으면서 내 허리를 콕콕 찔렀다.

―{울 사위가 우리 딸내미 꼬시려고 이빨 터는 거나. 신혼집 짓는 거, 목말라서 지지지지 마신 거! 그리고 남사시런 첫날밤까지! 이 장모님께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아~ 보셨다 이거야!}
“…….”

얼굴을 들  없을 정도로 쪽팔렸다.

어떻게든  딸 한 번 따먹겠다고 눈이 벌개져서 달려든 내가, 엄마인 차수진의 눈에는 얼마나 추잡해보였을까.

더구나 서윤이와 섹스를 했을 때, 나는 진짜 짐승새끼 그 자체였는데.

―{마! 니 임마, 질싸 좋아하제? 으잉? 내가 인마!}

애처럼 흥분한 차수진이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날개까지 요란하게 펄럭이며 나를 놀려댔다.

―{느그 마누라한테 인마! 어저께도! 꿈에 나오고 으이? 느가 어떤 체위 좋아하고 어떤 거 꼴리게 생각하는지 으이?! 마 제이 섀꺄 마,  했어!}

……젠장.

이 순간 나는 깨달았다.

실제로 만난 차수진은 내가 엄한 생각을 품기엔 너무 맑고, 밝고 그리고.

‘이렇게 발랑 까져버린 수진 누나랑은 도저히 자고 싶지 않아!’

지나치게… 아줌마 같았던 것이다!

―{으하하하핰! 성대모사 디게 잘해 진짜! 애 아빠한테 이걸 보여줬으면 질색 팔색을 했을 텐데! 아쉬워서 천국을 어뜨케 가나. …아니지, 아니지! 승질 좀 더 부려서 그 인간 불알이라도 터트려버릴걸. 아아~ 안타깝다!}

그것도 완전 안 좋은 의미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