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1화 〉91. (외전) 먼 바다에 있는 낙원(14) (91/145)



〈 91화 〉91. (외전) 먼 바다에 있는 낙원(14)

사장님의 요트를 타고 두 사람이 세소코 섬으로 향한 뒤.
저녁노을을 등지며 별장으로 갔다.

‘유나는 정말 너무해. 왜 나한테 자꾸 심술 맞게 구는 거야….’

서운함 때문에 튀어나온 입술이 들어갈 생각을 안 했다.
얼음과 음료수가 든 아이스박스를 마구 흔들며 두 개의 나무 건물  큰 곳으로 들어갔다.

―철컥

“미유키! 나왔어.”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짐을 내려놓고, 수영복을 벗고 샤워를 했다.
하지만 다시 나와 보아도 미유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tv는 거실에만 있는데. …자나?’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미유키의 방으로 갔다.

―똑 똑

“미유키. 자? 나 들어갈게.”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없어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나는 깜짝놀랐다.

“헉!”
“뭐. 왜.”

여전히 수영복 차림인 미유키.
그녀가 팔짱을  자세로  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 자고 있었네?”
“응.”
“수영복은 왜…. …안 씻었어?”
“씻고 다시 입었다, 왜.”
“…….”

침만 꿀꺽 삼켰다.
‘스쿠미즈’라는 짙은 남색의 수영복만 입은 미유키가 이쁘기도 하고.
너무 뚱한 그녀의 태도가 어색하기도 해서.

“그, 그래. 계속 쉬어, 누나.”

문을 닫고 내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미유키가 나를 끌어안았다.

“제이 군.”

그녀의 건강하게 그을린 팔이 내 목을 감쌌다. 수영복 위로 봉긋하게 오른 가슴이 얇은 티셔츠 너머로 느껴졌다.

“유나 언니랑. 결혼… 할 거야?”

고개를 끄덕였다.
오키나와로 전학 온다고 약속했으니깐, 아마 나중에 그렇게 되겠지.
결혼. 나는 우주에서 제일 예쁜 우리 유나랑 진짜로 가족이 될 거다.

“그럼 첫날밤도… 치르려나.”
“모, 몰라?!”

얼굴이 확 붉어져서 고개를 저었다.
유나랑 이미 두 사람만의 어른스런 놀이를 잔뜩 한 이후라서,‘첫날밤’에 뭘 하게될지가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제이야. 너 신랑 신부가 첫날밤에 뭐하는 줄은 알아?”

미유키가  귓가에 속삭였다.
샤워를 했다는 말이 진짠지, 그녀의 촉촉한 머리카락에서 상큼한 냄새가 났다.

“……알아.”
“뭐하는데.”
“…세, 섹스!”
“섹스. 그거 어떻게 하는  알아?”
“당연하지! 친구들이 말해줬어.”

미유키가 크크크 하고 웃으며 포옹을 풀고, 내 팔을 잡아당겼다.

“제이 군, 이리와 봐.”
“어어?!”

미유키에게 팔을 잡힌 채 향긋한 냄새가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딸깍

나는 어쩐지 나무 문 닫히는 소리가 천둥보다 더 큰  같다고 생각했다.

“여기 앉아.”

그녀가 나를 침대에 앉히고.
나와 1m정도 떨어진 곳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스쿠미즈만 입어 노출이 심한 미유키의 사타구니랑 그을린 허벅지 때문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딴청을 피웠다.

“와, 침대 디게 푹신푹신하다.  엄청  올 것 같애.”
“제이 군.”
“응?”

미유키 누나가 입술을 삐죽였다.

“내가… 내가 유나 언니보다 너 먼저 좋아한 거. 알지?”
“…….”
“처음보다 나중에 더. 미유키가, 제이 진짜루 좋아져서 잘해준 거… 알지?”
“……응.”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모른 척을 하기엔 미유키가 사흘 간 내게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게 생각나, 그럴 수가 없었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미유키.”
“아니야. 어쩔  없지 뭐. …이 꿈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니까.”

미유키가 몹시 낯설고도 슬픈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녀가 지난 삼일 동안 알던 것과 다른 사람이  듯한 느낌에, 어색하게 물었다.

“…미유키. 꿈이라니?”
“아하하! 아무것도 아니야. 노옹담!”

미유키가 묘했던 분위기를 빠르게 바꾸며,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제이야. 너, 섹스 안 해봤지.”


말문이 턱 막혔다. 침을 꿀꺽 삼켰다.

창피함도 창피함이었지만, 여자 방 침대 위에서 수영복 차림의 예쁜 미유키와 단 둘이 앉아 있는 상황이 너무 이상야릇했다.

“으응.”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엄. 내가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줄까?”

미유키가 양반다리를 풀었다.
그녀의 길고 건강한 갈색 다리가 침대 위에 쭉 펴졌고, 귀여운 발가락이  무릎에 닿았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꼬추가 땅땅해지고 말았다.

‘큰일 났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베개를 들어 꼬추를 가리고,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했다.

“미유키는? 섹스… 해봤어?”
“아니. 수천 년 간. 단 한 번도.”
“수천 년?”

수천 년이라니. 구미호야 뭐야.
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묻자.
미유키가 까르르 웃었다.

“몰라도 돼 바보야! 아무튼 나도 안 해봤어. 그래도 너보단… 잘 알아.”
“나, 나도 잘 아는데?”
“어떻게? 너 야동도 본 적 없잖아.”

나는 미유키가 내가 야동을 제대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는 건지 궁금했지만, 그냥 찍어서 맞췄을 거라 생각했다.

“세, 섹스는… 남자의 거기를, 여자 오줌 누는 곳에 넣는 걸… 말하는 거야.”
“아닌데?”

시원시원한 다리를  뻗고 있던 미유키가, 돌연 두 다리를 좌우로 크게 벌렸다.
그리고 무릎을 들어, 가랑이 사이를 훤히 드러낸 자세를 취했다.

‘아.’

나는 화난 고추가 아파오는 걸 느끼면서 그걸 멍하니 바라만 봤다.
미유키가 그런  보며, 굉장히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거기로 오줌을 누지.”

그녀의 손이 그녀의 수영복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툭

스쿠미즈라는수영복은 아래쪽이 단추로 되어 있나보다.
미유키의 손가락이 움직이자, 밑단이 바로 트였다.

“근데 여자는 아니야. 여자가 소변이 나오는 곳은, 거기가 아니거든.”

미유키가 수영복 밑단을 들어올렸다.

벌어진 수영복 하단에서그녀의 갈색 피부와 달리, 햇볕에 전혀 타지 않은 뽀얀 살결이 보였다.

‘아……!’

나는 결국… 미유키의 거기를 봐버리고… 말았다.

“거기가 어딘지… 확인해보고 싶지 않아?”


미유키의 소중한 곳에서 눈을 뗐다.
고개를 들었다.

까만 밤하늘 같았던 그녀의 눈동자는.

어느새 호박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미, 미유키. 지금… 눈이….”

손을 들어 그녀의 눈을 가리켰다.

“눈? 내 눈이 왜.”

미유키의 아름다운 호박색 눈이 고양이의 그것처럼 세로로 얇아졌다.

―사락

그녀가 수영복 어깨끈을 내렸다.
하나도 타지 않은 뽀얗고 하얀 살결과 봉긋하고 예쁜 가슴이 드러났다.
미유키가 나에게 다가왔다.

“제이야.  눈이 이상하니.”
“…아니. 엄청… 예뻐.”
“정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욕심을 부추기는 황금처럼 빛나는 그녀의 눈과 예쁜 몸. 모든 게 그랬다.
미유키가 물었다.


“그럼 나랑… 섹스. 해볼래?”

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미유키의 호박색 눈에 서러운 눈물이 고였다.

“……왜?”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나는. 유나 꺼니까.”

―딸깍

방문이 벌컥 열린 것은 그때였다.

“!!”
“!!”

나와 그녀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미유키!”

그곳에는 평소의, 아침햇살처럼 웃는 얼굴이 아니라.
아주 소중한 것을 빼앗긴 분노를 드러낸.

“지금 뭐하는 거니?”

유나가 있었다.

**


완전히 화가  유나가 별채에 꼭꼭 숨어버렸다.

―쾅! 쾅!

“유나! 나에요! 문 좀 열어봐요!”

그녀는 불도 켜지 않은 나무집에 틀어박혀 나를 끝내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말이야! 저는 유나 꺼잖아요! 약속을… 지켰다구요!”

 시간이 넘게 화를 풀어주기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는 결국 시무룩한 얼굴로 별채를 나와야 했다.

“이제 오냐. 유나는?”
“…몰라요.”
“크하하하! 고년 참. 승깔 하고는.”

케이코 사장님이 호탕하게 웃으시며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배고프면 알아서 기어 나오겠지. 미유키 말 들어보니까 제이 너는 아무 잘못 없다며? 그럼 됐다. 너만 당당하면 돼. 우린 저녁이나먹자꾸나. 고기도 좋아하는 년이,  먹으면 지만 손해지.”
“제이 구운….”

꾹꾹 하고 누가 옷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유나에게 미안해, 눈이 팅팅 불 때까지 운 미유키 누나였다.

“미안해. 나 때문에….”
“아니야.”

미유키의 잘못은 없다.
그녀가 날 좋아한 건, 죄가 아니니까.
그리고 우리 둘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야한 대화를 했을 뿐.

“누구 잘못도 아니야.”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미유키를 살짝 안아주었다.

“크흥! …미유키는 수저를 놓을게! 빨리 오세요~ 배가 많이 고파요!”
“그래. 니가 수고 좀 해라.”

그녀는 아까의 실수가 부끄러운지 부엌으로 들어갔다.
나는 귀여운 파자마를 입은 미유키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근데 누나 눈동자 색이 또 변했네.’

정말 그랬다. 그녀의 눈동자는 본래의 검은 색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였다.

‘대체 아까의그 호박색 눈동자는 뭐였을까. 혹시 미유키도 각성잔가?’

각성자들 중에 고유 능력의 영향을 받아 눈과 머리색. 그리고 피부색까지도 달라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케이코 사장님께여쭤봤다.

“사장님. 혹시 미유키 누나도 각성자에요?”
“아니. 왜 그러냐.”

나는 미유키의 눈이 그녀의 비밀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말을 삼켰다.

“아뇨,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싱거운 녀석. 자아, 밥이나 먹자!”

나, 사장님, 미유키. 우리 셋은 별장 테라스에 바비큐를 해먹었다.

―치이이이이익

“크으으! 역시 이래야 휴가지!”

사장님께서 고기를 안주로 맥주를 드시며 행복한 얼굴을 하셨다.
들어보니까, 엄청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시는 거라고.
사장님과 유나, 미유키 셋은 원래 이 별장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 예정이었다고 한다.

“제이야. 너 귀국 비행기 표가 내일이랬지?”
“네.”

맥주를 다섯 캔이나 비웠는데도 얼굴 하나 안 빨개진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럼 일단 내일은 일정대로 한국에 가보는 편이 좋겠구나. 유나랑 같이.”
“유나… 랑요?”

케이코 사장님께서 미유키가 건네준 노릇노릇한 갈비를 뜯으시며 웃으셨다.

“그래. 다음 학기에 전학을 오더라도 너희 시설에 유나가 얼굴은 비춰야지. 그게 예의니까.”
“아… 네. 그리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다나카 선생님이 내일 료칸으로 절 데리러온다고 하셨었어요.”
“오냐. 그 복합능력자 말이지? 타이라 엘라라는 꼬맹이의 하수인 같다던.”
“아랫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꿀꺽꿀꺽

바다 너머 세소코 섬 방향을 바라보며 맥주를들이키시는사장님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쥐새끼들…. 어디 숨어 있다 나타나는 건지. 내일이면 면상 좀 보겠군.”

나는 어른들의 사정을 알지 못해 조용히 밥만 먹었다.

하지만 다나카 쌤이나 엘라랑 사장님이 절대로 다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난 다 좋으니깐.’

내가 이 오키나와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은, 전부 좋은 사람들 뿐이었다.

**


저녁을 모두 먹을 때까지도 유나는 별채에서 나오지 않았다.

“제이 군, 설거지는 사장님이랑 내가 할게! 너는 언니한테 가줘.”
“그러려무나. 배가 많이 고플 거다.”

나는 두 사람을 말대로 했다.

약간 식었지만 여전히 맛있는 고기와 밥, 그리고 된장국을 1인용 식사 쟁반에 담아 별채로 갔다.

―똑 

“유나. 밥 가지고 왔어요….”
―……

밥이라는 말에 허기를 느낀 걸까.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고 그녀가 드디어 문을 열어주었다.

‘울진… 않은 것 같네.’

편안한 실크 잠옷을 입은 유나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리고 미유키 누나처럼 눈이 부어있지도 않았다.
나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싱긋 웃었다.

“들어가도 되나요?”

유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주 커다란 방 크기의 별채 안에 들어가, 식탁에 쟁반을 놓았다.

“유나.”
“…….”
“내가 잘못했어요. 너무 너무.”
“…….”
“그러니까 밥 먹어요, 응?”

잠시 말을 않던 유나가 의자에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먹는다!’

나는 너무 기뻐서 그녀에게 물도 따라주고, 휴지도 갖다 주고, 재잘재잘 말을 걸기도 하면서 유나가 혼밥을 하는 데에 심심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래서요, 우리 하리가 그날 받아쓰기를 빵점 맞고 와서 그러는 거에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내가 그녀만큼이나 사랑하는 가족의 얘기를 신나게 하고 있을 때였다.

“제이야.”
“…네?”

식사를 끝낸 유나가 수저를 놓았다.

그녀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제이는. 악마에요?”

악마…?
그게 무슨 뜻이지.

“유나  그래요? 내가  또… 잘못했어요?”

유나가 가로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힘없는 목소리로 아주 조그맣게 말했다.


“악마 같아서. 주변 모든 여자들을 다 유혹하는… 어린 악마 같아서요.”

나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사흘 전이라면 아니라고 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미유키나 엘라까진 이해해. 하지만 유나는. 유나는… 말이  되잖아.’

미유키 누나와 엘라는 나와 같은 중학생이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어떻게 이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나 같은 매력적인 성인 여자가.

내게 첫눈에 반할 이유가 있을까?

그것도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남자’로.

나는… 평범한… 꼬맹이잖아.

“…….”
“생각을 해봤어요.”

유나가 식기를 치우고 물로 입을 행군 뒤, 나를 돌아봤다.

“앞으로도 이렇겠지. 미유키가그런 것처럼. 촬영 스텝 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여관 안의 여자 손님들이 제이를 애달픈 눈으로쳐다봤던 것처럼. 이런 일이 반복되겠지. 아니… 제이가 성인이 되면 더 심해지겠지… 그런 생각.”
“…….”
“아까 케이코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그게 전부 다 제이의 고유능력에서 비롯된 일인  같다고. …제이도 스스로 막을 수가 없는 힘인 것 같다고.”

그녀가 무척 슬퍼 보이는 눈으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이야.”
“네.”
“언젠가 나를… 버릴 건가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나를 버렸으면 버렸지.
내가 먼저 그럴 일은 절대 없을 테니.

이건 각오가 아니라 사실이다.

“나보다 예쁜 여자가 나타나면요?”
“그럴  없어요. 우리 유나는 우주에서 제일 예쁘니까.”
“사람은… 누구나 늙어요. 그건, 운 좋게 그럴싸한 겉가죽을 달고 세상에 나온 나도 마찬가지에요.”

아름다운 유나가 내 뺨을 아주 자상하게 어루만졌다.

“나는 제이보다 나이가 많아요. 제이가 여전히 한창일 때. 아마도 나는 애를 여럿 낳은, 볼품없는 아줌마가 되어 있겠죠.”
“저도 함께 아저씨가 되어 있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그때도 여자들을 유혹하는 고유능력이 발동되고 있으면요?”

유나가 내 뺨에 교대로 입을 맞추며 자신의 걱정을 토해냈다.

“제이가 여전히 멋있는 아저씨가 되어 있을 때, 그리고 주변에 지금의 나보다 더 매력적인 아이들이 나타났을 때. 그때를 생각하면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때의 난, 그냥 늙은 아줌마일 테니까.”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참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유나.”

―쪼옥

그녀의 그렁그렁한 눈을 핥고, 코에 입을 맞추고, 입술을 간질였다.
눈을 꼭 감고 내 품에 얼굴을 묻은 유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유나 꺼에요. 언제까지나.”

그녀의, 언젠가 할머니처럼 하얗게 변할 검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나가 할머니가 되어도. 내가 그때도 이상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도. 그래도 나는 언제나 유나 꺼에요.”

그녀의 얼굴을 들었다.
눈물 젖은 그 얼굴이, 나는 싫었다.
웃게 해주고 싶었다.

“유나가 집에만 있으라고 하면 집에서 TV만 볼게요. 유나가 성형수술을 하라고 하면 병원부터 알아볼게요. 내가 다른 여자랑 말하는 게 싫다고 하면 하리 빼고 아무랑도  안 할게요.”

―치

유나가 아랫입술을 삐죽 올렸다.

“하리라는 꼬맹이가 그렇게 좋은가?”
“네. 내 동생… 꼬꼬마 하리는 빼구.”

이 질문에는 차마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솔직하게 말했던 거였는데.
유나는  답이 마음에 든  같았다.

“요 바람둥이.”

그녀가, 그제야 웃었으니까.

“유나.”
“뭐어.”
“그리고 유나는 내  안 해도 돼요.”
“…왜요?”
“내가 더 사랑하니까. 그래도 돼요.”
“아하하하!”

꼬맹이가 너무 닭살 돋는 말을 했다고 생각한 걸까.
유나가 나를 꽉 껴안으면서 엄청 웃어댔다.

“왜 웃어요?”
“거짓말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진짠데.”
“제이야, 그러엄.”

유나가  코에 자신의 코를 대고,  눈을 똑바로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어젯밤에 목욕탕에서 친구들이  알몸 훔쳐보려고 했을 때.  못 보게 했어요?”

유나가 그 일을… 알고 있었구나.

“내가 제이 여자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 맞죠?”
“……네.”
“크크…. 지금두… 그런가 보네?”

유나가 눈을 아래로 깔았다.
시도 때도 없이커져버린 내 거기를 눈치채고만 거다.

“…몰라요.”

창피한 마음에 유나 목덜미에 고개를 묻자, 그녀가 내 등을 자상하게쓸어주었다.

―째깍째깍

시간은 밤이 깊지 않은 오후 9시.

서로의 몸을 붙이고 있어서일까.

나와 그녀의 체온이 점점 올라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이야. 그럼 우리―”

그때, 유나가 나를 부르며.

“오늘. 결혼할래요?”

그렇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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