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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화 〉102. 제이의 라이벌 등장(8) (102/145)



〈 102화 〉102. 제이의 라이벌 등장(8)

오후 9시 45분. 사람 그림자도 없는 해운대 번화가 옆의 한 골목길.

‘여기구나.’
[아주 봊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살인이 일어난 곳이라는 이유 때문에 꺼려진 탓이었을까.
화요일인 3월 31일 새벽. 부산연쇄살인마가 두 일반인 남성의 모가지를 뽑아버린 이곳은, 썩 많은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었음에도 주변에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펜스는 치웠네. 핏자국만 조금 남았고 나머진 뭐.”

검붉은 피가 닳아 없어진 페인트처럼 묻은 담벼락을 바라보았다.

[할파스다. 제38위 악마 군주.]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던 메리가 빠른 결론을 도출해냈다.

“할파스… 마검 할파스?”
[훌륭하다. 이제 네놈도툭 치면 악마의 지식이 자동으로 나오는군.]

할파스Halphas. 절대악 계열의 악마임에도 동물의 모습을 취한 악마다.
인간들 사이에 숨어들어 고의로 전쟁을 일으켜, 죽은 인간들을 자신이 소유한 마검魔劍의 양식으로 삼는다는 아주 고약한 놈.
패자의 뼈를 무시무시한 마검으로 만드는 독특한 권능을 가졌다고전해진다.

[이제야 알겠다. 놈이 어떻게, 그리고  사람 척추뼈를 모가지부터 뽑아냈는지를. <몰살의 지옥검>. 그거였어.]

메리가 귓불에서 떨어져 나와 피해자의 혈흔이 남은 담벼락을 긁었다.

[놈은 현재 본체인 마검이 없는 상태다. 1600년 전에  몸에게 분쇄 당했으니까. 대신 현재는 숙주를 자신의 검 삼아 의탁한 상태겠지.]
“그럼 살인 사건은 새로 마검을 빚어내기위한 과정이라는 뜻이야? 힘을 강화하려는.”
[확실하다. 놈은 검을 단조하고 있어. 그리고 무슨 영문인지 서두르고 있다.]

나의 검이 단정적으로 말했다.

[오늘 밤도 살인이 날 거다. 그것도 지금까지와 다르게, 여러 번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어떻게 확신해?”
[파트너. 화요일에  몸께서 했던 말을 기억하나?]
“폴리모프 능력이 있거나, 여러 악마가 복합된 양상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말하는 거냐.”
[39위 말파스Malphas. 사기꾼의 총통이 38위 할파스와 연합했다.]

―우우우우웅

메리가 강하게 떨었다.
녀석이, 우리가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되었음을 말해주었다.

[말파스는 죽인 자의 시체를 먹고 해당 존재로 의태할 수 있는 <피륙의 만화경> 권능을 가지고 있어. 이 좆같은 권능의 부작용은 숙주의 살인충동이 날이면 날마다 강해진다는 점이야.]

[아마도 지금은 CCTV에 찍혔던 단발머리 여자나, 경찰서 몽타주에 붙은 파마머리 아낙이 아니라. 전혀 다른 존재의 모습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몸이 쉬이 쫓을 수도 없다. 사람을 죽이고 모습을 바꾸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마력 파장이 바뀌기 때문이야. 안타깝지만, 한동안 사후에 남은 증거로만 추적할 수밖에 없겠지.]


좆됐네.

매번 다른 놈의 모습으로 바뀐 채, <몰살의 지옥검> 권능으로 인간을 죽일 때마다 힘이 강해지는 놈들이라니.
더구나 <피륙의 만화경> 권능 탓에메리가 쉽게 추적할 수도 없단다.

[파트너. 이제 뭘 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발길을 돌렸다.

그런 약속이었으니까.


―터벅 터벅

골목길을 빠르게 빠져나와 대로변으로나왔다.
주황색 가로등 불빛과 부드러운 LED간판들을 보니 안심이 됐다.

‘선우나 하리의 도움이 필요해.’

이번악마 봉인 임무를 위해서는 극도로 뛰어난 기감을 가진 하리나, 정령을 통해 제3의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를 선우의 조력이 필요했다.

‘나나 선우나 다음 주면 시험이 끝나. 하리도 4월은 3월보다 괜찮다고 했고.’

아마도 조만간 다시 부산에내려오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문이 남았다.

‘오늘 뉴스에서 각성자 특별수사대 팀장이 말했지. 자기도 모르겠다고….’

아무리 하리와 선우가 대단하다지만.
과연 현역 S++랭크의 전문 수사관도 찾아내지 못한 추적의 단서를 발견해낼 수 있을까.

살인을, 미리 막아낼 수 있을까.

“아하하하! 야, 그 영화 대박이지 않았냐? 어떻게 개막 셋째 날에 그 영화가 나와. 기자들 기립박수 봤지?”
“맞다, 안 하나! 가스나야, 니 언니 말 듣고 붓산 내려오기 잘 했제?”
“마! 고마 쌔리 확 마! 니 붓산 사람 아이제? 니 영호햄 아나, 으이?!”
“쳐 봐! 아저씨 쳐 보라고요, 예?”

당장 오늘 새벽, 옆 동네인 동래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세상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는  행동했다.

‘봄이라서 다들 저렇게 나왔구나.’

피 몇 방울이 섞인 듯한 연분홍색의 벚꽃나무 아래를 지났다.
나는 몹시 기이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이 행인들 중 누군가가 악마의 숙주이고. 그들 중 누군가가 오늘 밤 반드시 그의 양식이 될 것이라는. 그리고 내가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데에서 오는.

무력감.

이 감정은 그것이었다.

“하아…….”

 한숨이 나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광역수사대에 익명의 문자를 보냈다.

[→(발신자 가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보합니다. 오늘 밤 해운대구 전체에 통행금지를 발표하시고 행인들을 비롯한…]

그리고 나또한 늑대와 양의 두 가지 모습을 가진 군중들 틈에 섞여, 숙소로 돌아갔다.


**

그날 밤이었다.
나는 무척 슬픈 꿈을 꾸었다.

『―아서… 제발 그만 하세요! 당신은… 당신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잖아요…! 이제 제발 정신을… 차려요….』

『―신이시여 부탁드리옵니다! 못난 이놈에게 제발 그녀를 돌려주시옵소서! 이 고약한 신의 종놈이 비나입니다! 부디… 부디그녀를…!』


내 것이 아닌. 혹은 있었을지도 모를 나의 전생의 것은 절대로 아닌.

다른 이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아프디 아픈… 꿈을.

**

딱딱한 레지던스 호텔 소파에서 자고 일어난 탓이었을까.

[깼냐? 으으으… 따뜻하닼ㅋ]

평소보다 한참 늦은 오전 8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내 이마를 전기장판이라 생각하는건지, 자그마한 검신을  붙이고 몸을 떠는 메리에게 물었다.

“너 뭐하냐…. 서윤이는?”

침대위에 고이 잠들어 있던육서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30분 전에 나갔다.톡이 안 온 걸 보니까 1층 카페에 있는 것 같아.]
“그렇겠네. 호텔 조식은 신청 안 했으니까.”

서윤이는 아침을 꼭꼭 챙겨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아마 지금쯤 빵이라도 먹으면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겠지.

“메리.”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젯밤 꿈. 니가 한 거냐?”
[꿈? 무슨 꿈.]
“슬픈 꿈. 아서랑… 누구더라. 어떤 여기사가 나오는 꿈이었어.”

진짜 그랬다. 너무 많이 슬픈 꿈이라, 나랑 전혀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도 보는 내가 눈물이 찔끔  정도였다.

‘정말 드럽게 불쌍하던데.’

눈물이 말라붙은 눈을 슥슥 닦았다.
메리가 내게 핀잔을 주었다.

[야 이 빙추야. 원탁 전쟁광년들에다가 얼간이 아서의 추종자들까지 대체 몇 명의 기사가 있는데 ‘여기사’라고 해. 그럼 이 몸이 어찌 꿈 풀이를 해주겠어.]
“진짜 니가 건 암시 아니야?”
[이 멍청아!]

메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타락천사의 순수>.잊어버렸냐.]


맞다. 나는 정신 내성을 끝까지 올려서 이제 암시가 안 통하지.
그러니 내 허락 없이 누군가 고의로 꿈을 보여줌으로써 내 의사를 조정하는 일은 이제 불가능하다.

[꿈에 누가 나왔길래 그래.]
“가물가물해. 이제는 내용도 잘 기억 안 나. 그냥엄청 슬펐어.”
[쯧쯧….]

메리가 허공을 부웅 떠서 내 귓불에 붙었다. 그리곤 씁쓸함이 담긴 말투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서는 원체 지은 죄가 많은 놈이었다. 폭군이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닌 천하의 개씹새끼였지…. 아서 때문에 눈물 짠 여기사보다 안 운 년을 찾는 게 훨씬 빠를 정도로 말이야….]
“너도 울었냐.”
[바보구나? 이 몸이 그딴 얼간이 색마 때문에 울기는 왜 울어.]

메리가 피식 웃으며맑고 투명한 어린 아이 같은 목소리로 자랑을 했다.

[임마! 지 친누이도 강간하고 부하 애미도 쑤시고 호수의 여왕조차 암캐로 만든 아서가 뒤지기 전까지 유일하게 따먹지 못한 여성체가 누구신진 아냐?]
“어련하시겠어.”

―쏴아아아아

샤워를 하며 나갈 준비를 했다.

메리는 한참 말이 없다가, 그래도 찜찜한지  마디를 덧붙였다.

[만약 간밤 네놈이  꿈이 다른 누군가의 것이라면. 그건 네 고유능력인 <공상 침식>이 발전하고 있다는 조짐이다. 타인의 꿈을 허락도 없이 엿볼 정도로 성장했다는 증거니까.]
“누그으 끄미으쓰까?”

양치를 하며 물었더니, 메리가 어깨를 으쓱하듯 우웅 떨었다.

[이 몸도 모르지. 어쩌면 누군가의 개꿈이었을지도 모르고. 아서  얼간이의 이야기는 세간에 워낙 유명하잖아. 미화가 심해서 그렇지.]

그래 뭐. 아무래도 좋아.
lv.1인  고유능력이 성장하고 있다는 건 정말로 긍정적인 뉴스니까.

―띠띠띠띠 철컥

옷을 입고 카메라 등의 짐을 챙긴 뒤, 호텔방을 나와 카페로 향했다.
우리의 짐작대로 서윤이는 카페테라스에 있었다.

“B등급 동굴형 균열 던전의 마력파장이 세로 진동 계수가 4이고 동굴 전체 규모가 8km일 때 적정 편성은….”

마스크를 쓴  태블릿pc로 공부를 하고 있는 서윤이에게 다가갔다.

“좋은 아침. 일찍 일어났네?”
“조용히 해줄래.”
“…….”
[ㅋㅋㅋㅋ]

나는 왠지 어제 저녁 식사를 할 때보다 훨씬 싸늘해진 그녀의 분위기에, 살짝 쫄아버렸다.

“…신비전 9시에 시작인데 이제 슬슬 갈까?”

―탁!

서윤이가 태블릿pc를 고급스런 백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 서윤아?”

그리고는 내 말을 무시해버린 채, 혼자서 아침의 부산 거리를 걸어갔다.

“야! 그쪽 아니야!  건너서 반대쪽!”

내가 큰 소리로 방향을 정정해주자, 서윤이는 원래 이럴 생각이었다는 듯 횡단보도에 멈춰 서서 폰을 바라봤다.

얼굴이 빨개진 채로 말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재 왜 저래. 내가 뭐 잘못했나.’
[했지 그럼. 안 했냐?]
‘왜. 나 코도 안 골아. 쟤 기분 생각해서 일부러 잠도 소파에서 잤잖아.’
[ㅋㅋ 말해주기 싫어.  알아서 해.]
‘개스키야.’
[네놈 일이잖아! 네놈이 알아서 하라고! 이번 일정 끝날 때까지 나한테 육서윤 얘기 물어보지 마.  눈치코치 밥 말아먹은 멍청한 자식아.]
‘말 다했냐. …야. 야아!’

 말을 끝으로 메리는 입에 자물쇠를 채웠다.

―딩동댕동
―녹색불이 켜졌습니다.

‘젠장, 뭐 되는 일이 없어.’

나는 서윤이의 뒤를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며 오늘하루도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을 받았다.

**

아인체의 신비전.

순회공연을 하듯 전세계 방방곳곳에서 열리는, ‘시체 전시전’이다.
서울에서는 이미 전시 일정이 끝나, 이번 부산 벡스코에서 4월 중순까지만 열린  전시물은 일본으로 간다고.

‘와, 빡세다.’

거의 15년만인가?
초등학교 3학년  보고 나서 처음으로 다시 온 신비전은, 새삼 놀라웠다.

아인종 시신의 종류면 종류, 보존 상태나 역동적인 디스플레이까지.

초딩  공룡전시전 보는 느낌으로 봤던 아인체의 신비전은, 아인종에대한 지식과 육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지금의 나에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프 하피 시신도 있다. 대단한데? 대체 어떻게 교미가  거지.]
‘저기에는 다크엘프와 오크의 혼혈도 있어. …키메라 박물관이 따로 없군.’

감탄만 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나와 서윤이의 목적은 <도촬>.

신비전에 새로 들어온 ‘신상’들을 찍어 신연에 제출해야  의무가 있었다.

‘서윤이도 B관에서 열심히 찍고 있겠지.’

화장실에서 몰래 숨어, 문틈으로 카메라 렌즈를 내밀고 줌을 당겼다.

―지이이이잉
―찰칵 찰칵

미리 익혀둔 연사기능으로 첫 번째타깃인 조인족 남성의 시신 표본을 촬영하고 있을 때였다.


“거기 대포 카메라 드신 남자 분.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우측인 여자화장실 쪽에서 분명히 나를 지칭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걸렸다! 어떻게 찍자마자 이러냐!’

식은땀이 났다.
이 신비전은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서, 걸리면 촬영자료 압수는 물론 입장료의 수백 배를 물게 한다는 어마무시한 공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벌금. 500배.]

나는 덜덜 떨리는 무릎을 펴고, 남자 화장실 안으로 냉큼 숨어버리려 했다.

“김제이 선배.  나오고 뭐해요.”
“…어?

익숙한 이의 목소리에, 문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루이구나.”

나를 부른 이는 서루이였다.
이스트 블루 1학년 C반 생도인 마법사이자, 레즈 꿈나무인 얄미운 녀석.

‘저번에 회식 같이 하면서 나아지긴 했지. 그 뒤론 엄청 잠잠하기도 하고.’

아무튼 노란 블라우스에 흰 스키니 바지를 입은 봄처녀레즈꿈나무 서루이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를 보는 얼굴로 코웃음을 치며 등을 돌렸다.

“카메라 가방에 넣고 따라오세요.”

나는 전파탐지 방해 기능이 있는 백팩―이것도 낸시가 빌려줬다―에 카메라를 넣고, 녀석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나를 벤치가 있는 휴식처로 안내했다.

―탕! 털컹

“선배는 이거 마셔요?”
“고맙다.”

벤치에 앉아 서루이가 뽑아준 밀크티 음료를 마시고 있자, 녀석이 뚱한 얼굴로 물어왔다.

“신연 일 때문이죠? 부산 거.”
“어떻게 알았냐.”
“오픈 톡방.”

그녀가 한쪽으로 땋아 내린 머리를 슥슥 만지며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카데미 안에도 서윤 언니 사생 모임이 있어요. 지금은누구 때문에 거의 나가리 됐지만. 마지막 남은 사생이, 언니가 선배랑 부산에 간다고 말해줬거든요. 근데 저희 집이 부산이라서, 뭐.”

한 마디로 육서윤의 사생팬에게 정보를 공유 받아서, 집에도 들를 겸 따라왔단 소리.
한편 나는 학내에도 사생팬이 있다는 사실보다, 다른 점이 더 놀라웠다.

“너 부산 여자였냐?!”

의심이 가득 담긴  말에 서루이가 녀석 답지 않은 장난을 쳐왔다.

“문디야, 몰랐나.”
“더 해봐.”
“맞나. 오빠야, 부산 억시게조타아이가.”
“한 번만 더. 나 보고도 못 믿겠어.”
“고마 해라. 확 쥑이삐기 전에.”
“크크큭큭!”
“선배.”

선심 쓰듯 몇  장난 받아주던 서루이가 내 가방을 가리켰다.

“신연에서 이번에 도촬해오라고  것 때문에 그러면, 제가 도와줄까요?”
“니가? …아아!”

맞다! 서루이는 도촬 프로페셔널이지!

‘얘 포토그래프 메모라이즈 있잖아.’

고유능력 <포토그래프 메모라이즈>.

마법사 적성을 가진 각성자들 중에서도 굉장히 적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대단히 쓸모 있는 능력이다.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사진 찍듯 기억하는 것.

그리고 그 기억을, 특수한 마도구를 통해 전자 데이터로 복원해내는 것.

그랬다! 서루이는 이 능력으로 육서윤이나 하리, 아이린의 일상을 낱낱이 보고 기억해 팬질을 하고 있었던 거다!

“진짜? 니가 도촬 대신해줄 거야?”
“해드릴 수 있죠. 참고로, 서윤 언니께서는 지금 750만 원의 벌금을 내시려고 ATM을 찾고 계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배는 다를 거 같죠? 여기 가드들 보통 아니에요. C급 헌터는 어림도 없어요. 모니터링 요원도 워낙 많고.”
“…….”

할 말을 잃은 나에게 서루이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왔다.

“제가 해드릴게요. 대신에 조건이 있어요.”
“무슨 조건.
“…….”

목이 타는지 서루이가 꿀꺽꿀꺽하고 밀크티를 원샷했다.
나는 새삼 사복을 입은 루이의 모습을 보니까, 놈이 17살로 많이 어리긴 어리다는 생각을 했다.

“…선배.”
“어.”

하지만 이 어린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제 나이답지 않았다.

“선배 꺼  번만. 한 번만… 보여주세요.”

…뭐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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