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103. 제이의 라이벌 등장(9)
“선배 꺼 한 번만. 한 번만… 보여주세요.”
‘선배 꺼.’ 아무리 의존대명사로 말했다지만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서루이. 너 뭐 잘못 먹었어?”
일반 고등학교라면 반에서 두 번째 정도로 인기 많게 생긴 서루이다. 얼핏 보기엔 차분하고 여성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외모였으니까.
“…호, 혹시 라라 교수님이랑 서윤 언니 때문이시라면 절대 말 안 할게요.”
하지만 놈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하나 같이 예상을 뛰어넘는 것들뿐이었다.
“…서윤이는 그렇다 치고, 내가 라라랑 사귀게 된 건 어떻게 알았냐. 너 내 뒷조사도 하고 다녀? 너 나 좋아해?”
“후우…….”
서루이가 한쪽으로 땋아 오른쪽 어깨 아래로 내린 생머리를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윤 언니와 라라 교수님을 촬영하다 선배도 함께 관찰하게 된 것 뿐이에요. …특히 라라 교수님이랑 선배가 신연 부실 앞에서 키스하는 모습을 본 건,정말 우연이었구요.”
그야 그럴 수 있겠다.
포토그래프 메모라이즈 고유 능력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뽕뽑기 위해 특수한 안력 강화 마법이나, 시야 확보 스킬을 익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납득이 안 되는 바가있다.
“…루이야. 내가 느끼기로 너는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내 그걸 왜 보고 싶다고 한 거야?”
“저도 그게…… 알고 싶어서요….”
서루이가 평소의 어른스러움을 가장하는 무표정한 얼굴이 아니라, 17살 제 나이 또래의 치기와 고민이 담긴 얼굴로 눈을 깔았다.
“선배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선배랑 자고 싶을 뿐인 건지. 그 정도를 넘어서 남자라는 성도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건지. 그게… 알고 싶었어요….”
성 정체성 문제라.
서루이가 아무리 또라이라지만 갑자기 오늘 급발진한 이유를 알겠다.
[lv.2 애욕의 화신. 그것 말고 있겠냐.]
자신이 그동안 레즈 성향만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나한테 원인 모를 성욕을 느껴버리니 패닉이 온 것 같았다.
나는 루이를 대충 보내기로 했다.
생긴 건 예쁘장했지만 얘를 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애초에 내 타입도 아니고, 남혐 낌새있는 애랑 오래 엮이기 싫었다.
“루이야. 아까 그 말은 없었던 걸로 하자. 대신, 오늘 촬영 도와주는 건 내가 어떻게든 빚 갚을게. 괜찮을까?”
“…됐어요. 어차피 신연 언니들을 위해서라도 자발적으로 해드리려고 한 일이에요. 신연은 우리 학교 최애가 세 분이나 계신 곳이라.”
“셋이면… 서윤이, 라라. 그리고… 낸시?”
“맞나. 근데 우야노. 벌써 오빠야한테 둘이나 홀랑 감태해삤다아이가.”
피식 웃은 서루이가 그제야 원래와 같은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녀석이 벤치에서 일어나며 나에게 덕담을 건넸다.
“서윤 언니랑도 라라 교수님처럼 예쁜 만남하세요. 저 오늘부로 사생 안 해요.”
“예쁜 만남은 무슨. 나랑 말도 안 하려고 하는데. 너도 우리 따라다니면서 봤으면 알 거 아냐.”
남은 밀크티를 원샷하며 답답한 마음을 토해내자, 서루이가 등을 돌리며 한 마디를 했다.
“선배를 만나기 전까지의 서윤 언니는 아주 이상적인 부치 타입으로 보이셨어요. 하지만 저도 이젠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러니까 어정쩡한 모습만 보이시면, 언니는 계속 기다리기만 하실 거에요. 학교에서 봬요.”
나는 아인체의 신비전 안으로 사라지는 서루이의 모습을 보면서 의문에 빠졌다.
“메리야. …부치가 뭐냐?”
[남녀 연애관계에서의 남자 역할. 혹은 SM에서 S를 생각하면 편하다. 레즈비언 용어야. 부치의 반대를 펨이라고 하지. 서루이는 자기를 펨이라고 생각하고 있나봐.]
“아하.
레즈비언들이 볼 땐 극도로 차갑고 도도한 서윤이가 이상적인 S역할을 해줄 수 있는 능동적 여성으로 보인 모양.
하지만 우리 서윤이는 S라기 보단 M이다. 누군가가 끌어주길 바라는 그런.
‘애매하게 굴면 기다리기만 한다, 라.’
나는 서루이가 나와 육서윤의 관계에 대해 남긴 마지막 조언을 떠올리며, B관으로 향했다.
‘…얜 근데 진짜 도촬하던 거 걸려서 벌금 500배 낸 거야? 문자도 씹고.’
갑자기 우리 순둥이가 무지 걱정됐다.
**
아인체의 신비전이 열리는 벡스코에 슬슬 사람이 많아져갔다.
특히 교회나 학원 같은 곳에서 숫하게 견학을 왔는지, 애들이 참 많았다
“야! 우리 그 누나 또 보러갈까?”
“누구? 가슴 이마아한 누나?”
“그래! 마스크 걸! 또 보러 가자.”
쪼매난 애새끼들도 남자 아닐까봐 서윤이한테 홀리는 건 마찬가지.
애들 덕에 순둥이를 쉽게 찾게 생겼다.
‘뭘 이렇게 찾냐. RPG게임도 아니고.’
[그만큼 아스모데우스의 화신인 육서윤이 비현실적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라는 뜻이지. 그리고 그건 네놈도 비슷하다. 니가 신경줄이 굵어서 의식하지 않을 뿐이잖아.]
‘대충은 알아. 요즘 주변 여자들 태도 많이 바뀐 거. …내가 요즘에 중앙 도서관을 왜 안 가는데.’
쓴웃음을 지으며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로 보이는 애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애들의 발길이 벡스코 안 쪽 커피숍에서 멈췄다.
꼬맹이들이 유리 창문에다닥다닥 붙어 서윤이를 구경했다.
“우와아, 저 아저씨 디게 좋겠다. 마스크 누나랑 같이 차도 마시네?”
“개부럽네. 남친인가? 잘 생겼다.”
“바보야! 저 아저씨 그 사람이자나. 오늘 아침에 뉴스에도 나온 아저씨.”
“아! 맞다, 부산 연쇄살인마 잡겠다는 경찰 아저씨. 맞는 거 같애.”
나는 애들 말을 똑똑히 기억하며 커피 숍 안으로 들어갔다.
―딸랑
주문을 생략하고 서윤이에게 다가갔다.
“오… 빠아…….”
나를 발견한 그녀의 마스크 쓴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깃들었다. 커다란 눈에 어찌할 바를 모를 동요가 느껴졌다.
“여기 있었구나. 서윤아, 이 분은 누구셔?”
나를 등지고 앉아있는 남자를 보며 묻자, 그가 등을 돌려 직접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각성자 특별수사2팀장 이정엽이라고 합니다.”
각성자 특별수사대 이정엽.
나도 아는 사람이다.
이번 부산 연쇄 살인마 건의 담당 수사관이자. 32세의 이른 나이에 S++급에 오른 이른 바, ‘경찰청의 아이돌’ ‘국가헌터의 미래’가 바로 그였으니까.
“나도 이스트 블루 졸업생인데. 우리 선후배 사이에 악수나 할까요?”
이정엽은 당당함이 엿보이는 리젠트 헤어가 잘 어울리는 액면가 20대 후반의 미남이었다.
그의 굳은 살 박힌 두터운 손을 잡으며 깍듯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이스트 블루 2학년 생도 김제이입니다. 공무가 다망하신 분을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하하! 제이 씨, 인사성 정말 밝다. 얼굴도 잘생기시고 몸도 좋으신데. 검사세요?”
“창을 씁니다. 팀장님은 강령술사셨죠? 어제도 기자회견 잘 봤습니다. 마이튜브로 인천 마약 유통 각성자들 소탕하신 영상은 열 번도 더 봤어요.”
“그걸 열 번이나! 나 이거 쑥스러운데? 그때 빙의 때문에 정신줄 완전 놓아서 진상됐잖아. 앉아요! 다리 아프겠다.”
이정엽이 이 자리의 주도권을 쥔 양 내게 배려를 해주었다.
나는 일단 사정을 모두 듣기 전까지는 참아줘야겠다 생각하며 서윤이의 옆자리에 앉았다.
“오빠….”
순둥이가 미안함과 곤란함이 가득 깃든 눈으로 날 바라봤다.
테이블 밑에서 서윤이의 손에 깍지를 끼고 그녀의 허벅지 위에 올려두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림을 멈췄다.
“흐으음.”
그 모습을 웃는 얼굴로 보던 이정엽 팀장이 서윤이를 향해 턱짓을 했다.
“서윤 씨가 곤란한 일이 생기셨길래 제가 도와드렸습니다. 천하의 삼원그룹 막내딸께서 도촬 건으로 문제 생기면, 괜히 행사 주최 측만 귀찮아지잖아요?”
사정을 알겠다.
신비전 ‘신상’을 도촬하다 걸린 서윤이를 벡스코를 찾은 이정엽이 도와준 모양.
‘원래 둘이 안면이 있었나본데.’
나는 서윤이가 아니라 이정엽에게 물었다.
“팀장님께서 우리 서윤이를 예전에 도와준 적이 있으셨나봐요.”
“…‘우리’ 서윤이요? 하하하하!”
여유가 담긴 웃음을 지은 이정엽이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마셨다.
“예. 저번 블루울프 막내아들 분 마약 수사 건으로 증인 조사 차 뵀습니다. 이번이 두 번짼데, 그 사이 남자친구 분이 생기셨을 줄은 몰랐네요.”
“…….”
“…….”
“아, 제가 실수했나보군요. 미안합니다.”
나와 서윤이의 말수가 사라졌다.
낯선 상황에 급격히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 한 순간에 벌어진 느낌.
‘…….’
내 손을 쥔 서윤이의 손에서 아까보다 힘이 빠진 것을 느끼며, 이정엽을 향해 웃어보였다.
“가까워져가는 과정이죠. 팀장님,그런데 오늘 벡스코에는 어쩐 일로?”
“사실 오늘은 서윤 씨가아니라 제이 씨 때문에 왔습니다. 뭐, 덕분에 서윤 씨를 뵙게 돼서 한 눈을 좀 팔았지만요. 그래도 아무리 일이 좋다지만, 인생에서 연애 사업만큼 중요한 게 있겠습니까, 하하하하!”
쾌활하게 웃는 얼굴에 가식은 보이지 않았다.
이 남자는 지금 선전포고를 한 거다.
니네 둘 아직 안 사귀지.
그럼 나 그냥 들이댄다?
뭐 이런 느낌.
‘서윤이가 자기랑 띠동갑 차이인데 자신감 충만하네. 그럴 만도 하지만.’
내가 32살에 S++급이고, 대한민국의 영웅 취급을 받는 경찰청의 얼굴이면, 나라도저런 자신감을 가졌을 거다.
“팀장님. 근데 벡스코를 저 때문에 오셨다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이신지.”
나는 질문을 하면서도블루울프 최재헌의 마약 건이나, 아스모데우스의 내균열 건으로 온 건가 싶었다.
하지만 내 예상은 틀렸다.
“음… 자리를 옮기죠. 그 편이 제이 씨에게도 좋으실 것 같은데.”
“이유는요?”
이정엽이 스마트폰을 흔들었다.
그의 폰 화면 액정에는 어제 내가 보내놓은 익명의 문제가 들어있었다.
[→(발신자 가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보합니다. 오늘 밤 해운대구 전체에 통행금지를 발표하시고…]
‘번호를 추적했구나. 당연한 걸 수도.’
차라리 잘됐다.
혹시 아나? 이정엽을 통해서 악마 군주의 종적을 추적할 때 경찰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민의 안전이다.
어젯밤. 무려 8명이 살해당했다.
이정엽이 쪼끔 마음에 안 들어도, 공은 공이고 사는 사.
“좋습니다. 곧 점심인데 식사 함께 하시죠. 서윤아?”
“으응, …빠야.”
“지금 벡스코에 루이 와 있더라. 너희 반 그 어린 친구 알지? 17살.”
“루이?”
서윤이가 하얀 귀가 귀엽게 쫑긋했다.
“루이가 왔어? 참, 걔 집이 부산이랬지. 주말이라 본가에 왔나보다.”
“응. 내가 얘기해놓을 테니까, 둘이 같이 점심 먹고 있을래? 나 금방 갔다 올게.”
“네에.”
한껏 멋을 부린 어제와 달리 오늘은 활동성을 중시한 검은 면바지와 파란 아우터를 입은 서윤이다.
그녀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정엽에게 고개를 까딱했다.
“아까는 감사했어요. 그럼 이만.”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서윤 씨, 그리고 웬만하면 이제 답장 좀 주세요.”
“빠… 빠빠야! 유니 갈게요! …빨리 와야 대애?”
“그럴 거야. 점심 맛있게 먹어.”
크게 당황한 듯 발음까지 여러 번 흘려버린 서윤이에게, 그녀가 커피숍을 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루이 톡이… 아 씨발. 차단했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루이에게 서윤이의 호위를 부탁했다. 그녀는 장시간 혼자 두기엔 남자들의 어그로를 너무 많이 끄는 여자였으니까.
내가 하는 양을 가만히 보던 이정엽 팀장이 씨익 웃으며본색을 드러냈다.
“제이 후배. 그렇게 둘이 죽고 못 살면서 왜 안 사귀는 거야? 안 가질 거면 빨리 방생해. 그래야 나 같은솔로한테 기회가 생기지.”
어쭈. 이 공무원 말하는 것 봐.
눈치 볼 여자 사라졌다 이거지.
“당신 지금 시민 취조해? 알고 싶으면 500원 내놓거나 영장 가져와. 둘 다 없으면 민원 넣는다.”
“하하하하!”
재밌는 놈 본다는 듯 웃은 이정엽이 아메리카노를 쪽 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에서 얘기하자. 피차 불편한데.”
“여기서 말씀하시죠, 왜.”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묘한 정적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스나야. 저 분이정엽 팀장 맞다 아이가. 내가 팔로잉했다 안 카나.”
“저 머스마는 누고? 디게 섹시하게 잘생겼네. 얼굴은 곱상한데 어깨는 넙대 한 게, 힘도 직이겠다.”
“새끈한 머스마들 둘이 떡하니 붙여놓으니까네, 억수로 보기 좋다!”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나도 나지만. 너도 참 대단하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
이정엽이 아직도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 내 얼굴을 보면서 농담을 던졌다.
“우리 후배님이 많이 곱상하긴 해도 절세미남은 영 아닌 것 같은데. 난 아까 무슨 엑스틴이랑 있는 줄 알았어. 카페에서 여자들이 다 후배님만 보더라고. 솔직히 나 쪼오끔 존심 상했다?”
“그만하고 가시죠, 선배님.”
쪽팔린 마음에 걸음을 빨리 했다.
“어이, 인기 많은 후배! 어디 가? 내 차 어딨는 줄 알고, 큭큭큭큭!”
“…….”
우여곡절 끝에 찾은 이정엽의 차는 최고급 국산 세단이었다.
공무원임에도 고소득자인 국가직 헌터다운 차량이었다.
―탁!
차문이 닫히자마자 이정엽이 벨트를 매며 내 허리춤을 가리켰다.
“벨트. 나 벌점 아슬아슬해 임마.”
“어디 가는데요.”
“…맞다. 그 얘기를 안 했구나. 껌?”
고개를 젓자, 이정엽이 카오디오 옆에 놓은 껌을 씹으며 내게 물었다.
“어떻게 안 거야? 오늘 새벽에 8명이나 죽게 될지.”
그는 지금, 살인마에 의한 8명의 사망. 그리고 그 전에 내가 보낸 해운대 통행금지 요청 문자 사이의 연관 관계가 있다는 확신을 가진 모양이었다.
나는 일단 발뺌했다.
“알고 보낸 거 아닙니다.”
“에이, 뻥치지 말고. 우리가 익명 제보 한두 번 받아보는 줄 알아?”
이정엽 특별수사대 2팀장이 껌을 쫙쫙 씹으며 엄지로 자신의 가슴을 눌렀다.
“제이 후배가 보낸 문자에서 안타까운 심경이 구구절절 느껴졌어. 이런 건 찐이야. 받아보면 느낌이 달라.”
“어차피 그 느낌도 사고 터지고 나서 받은 걸 거 아니에요. 제 말 틀려요?”
“그건 맞지. 맞는데….”
그가 T존을 선명하게 부각하는 오똑한 코를 만지며 말을 이었다.
“한 번만 도와주라 쫌. 넌 진짜잖아.”
“근거는요.”
“봐봐! 지금 너 간보고 있는 거잖아. 도와줄까 말까. 제보자들 중에 캥기는 거 있는 찐들은 하나 같이 너처럼 행동한다니까? 도와줘. 우리 같이 하자.”
“…….”
할 말이 없었다.
이정엽은 과연 프로 수사관이다.
사람을 볼 때 척하면 척 하고 타입이 바로 구분 되는 수준의 전문가.
“뭐, 좋아요.”
나는 일단 내가 가진 비밀 중 딱 하나를 선보이기로 결심했다. 그것도 나한테 가장 의미 없는 개패를.
“제가 신기가 있거든요.”
“…신기神氣?”
“네. 저도 팀장님처럼―.”
호기심을 담은 눈길로 묻는 이정엽에게, 벨트를 매며 대답했다.
―탁!
“귀신이랑 조금 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