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4화 〉104. 제이의 라이벌 등장(10) (104/145)



〈 104화 〉104. 제이의 라이벌 등장(10)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각성자 특별수사 2팀 이정엽 팀장.

“봄봄봄! 봄이 왔네요~♪ 우리가 춰음 만났더언~♪ 그대의 향귀 그대로~♪”

그는 유쾌한 남자였다.

“노래  그만 불러요.”
“왜, 좋잖아. 나 잘하지 않냐.”
“귀에서 피나겠습니다.”
“휴지는 옆에 있다? ―그대가 앉아 있써둰♪  벤취 옆에 나무도 아직도♪”

젠장. 부르려면 장난을 치지 말고 제대로 부르던가. 저게 뭐야.
시큰둥한 얼굴로 고개를 내려 까톡창을 봤다.

[→라라 마르티넥: 응, 아가야. 오늘은 아가 말대로 집에서 쉬고 있어.  걱정은 하지 마. 네 여자도 헌터잖니. (웃는 얼굴 스티커)]

[→라라 마르티넥: 참. 어제 보내준 파란송어구이 맛있게 먹었어. 고마워, 요즘 프레이야산 수산물 구하기도 어려워졌다는데. (큰 하트 이모티콘) x 3]

내 사랑스러운 여친님께서는 생리 중이셔서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다.

‘오늘도 철분이 많이 든 걸로 하자. 쁘띠 만티코어 고기가 함유된 굴라쉬gulash… 이게 좋겠다. 라라가 예전에 생리 마지막 날에는 국물 있는 게 땡긴다고 했어.’

나는 어제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배달앱으로 라라가 좋아하는 음식을 대신 시켜주었다.

―까톡

메시지를 전송하고 나서 지난 대화 기록을 살펴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확실히 녹육의 축복이 좋다. 권능을 쓰자마자 바로 생리를 시작해버리네.’

일주일 전. 즉, 크로셀의 환상에서 깨어난 지난주 토요일에 나와 라라는 화장실에서 급섹을 했었다.

그때도평소처럼 질싸를 한 다음 그 사실을 까먹고 있었다가, 나는 개식겁을 해버렸다.

〓〓
♀라라 마르티넥 - 수정 완료
임신 1주 차
〓〓

신연 정기모임인 화요일에 라라를 데려다줄 때, 이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즉, 라라가 임신을 해버렸던 것.

원인은 당연히 만렙의 <녹육의 축복> 때문이었다. 수정확률 100% 슈퍼 정자 때문에 얄짤없이 그리된 거다.

[바보. 싸고 나서 사후 처리를 해야 한다고 했잖아. 씨 없는 수박이 된 게 아니라, 불임을 유도하는 식이라고.]

메리의 조언에 화들짝 놀라 그제야 권능을 사용했었다. 그러자 다행히 라라가 예정대로 그날  생리를 시작했다고.

‘실수했지. 에바 때는 바로 적용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까먹어버렸었네.’

나는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비록 한 순간이지만.
라라가 완전히 내 것이 된 것 같아서.

임신을 시켰으니  꺼라는 발상 자체가 존나 무슨,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강간마 같은 저렴한 생각이라고 욕먹을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이 그런 걸 어쩌라고?

그래,  존나 또라이 개새끼 맞다.

‘그러고 보니 앞으로도 항상 섹스를 할 때마다 매번 임신을 시키게 되는 거구나. 매 순간이 교배 섹스가 된다니. …존나 야한데?’

그동안 별 생각이 없었는데 라라와의 사건을 통해 의식을 하고 나니까, 그때부터  사실이 더럽게 꼴렸다.

“크흠!”

가방을 끌어안아 발기한 고추를 감추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톡을 보냈다.

[→나:응, 아이린. 부산 날씨도 좋아. 영화제를  가보는 게 아쉽다ㅠ 아이린이 좋아한다는 감독님도 오셨다던데.]

하리, 선우, 아이린, 엘리사, 낸시, 미아, 아나 코스타 등등. 친한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요즘 괜히 나를 찔러보는 여자애들까지 빠르게 답장을 마무리 했다.

‘서윤이랑 루이한테만 보내고 끊자.’

톡이라는  늘 그렇듯 한  물꼬를 트면 끊는 타이밍이 애매하다.
 여자에게 급한 사정이생겨 신비전을 아예 나가게 됐다는 말을 남긴 뒤, 폰을 집어넣었다.

“팀장님.”
“응?”

어느새 노래를 끊고 운전에 집중하는 이정엽 팀장에게 물었다.

“언제 도착해요. 배고파 죽겠는데.”
“거의 다 왔어. 거기들렀다가 점심 먹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맛없으면 팀장님 인스타 테러할 겁니다.”
“하하하하! 그래라, 임마.”

우리가 향하고 있는 곳은 오늘 새벽에 일어난 범행 현장이었다.
그것도 언론에 발표된 8번의 살인사건이 아니라, 두 시간 전에 발견한 9번째의.

“이 씨발년 진짜….”

9명. 8명인 줄 알았는데 한 명이 더 죽었었다.
그것도 이번에는 여자다.

“진짜 썅년이지. 꼭 잡아 족쳐야 돼.”

이정엽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이를 악물며 악셀을 밟았다.


**


9번째 범행 현장은 청사포라는 이름의 작은 항구에 있었다.

“팀장님! 오셨습니까.”
“어, 국과수 연락은.”
“취했습니다. …그 분은 누구십니까?”
“참고인. 신경 쓰지 마. 서류에 안 올릴 사람이니까. 우리 지나간다?”

사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경찰들을 지나, 이정엽과 함께 펜스를 넘었다.
나는 참혹한 광경을 목격함과 동시에 코를 막았다.

‘피 냄새….’

낡은 고깃배들 사이, 짐승이 파먹은 듯한 여자 시체가 있었다.
메리가 차가운 분노를 드러냈다.

[말파스의 식인 흔적이다. 할파스가 마검에 생기를 흡수하기도 했었군. 지금은 이 여자로 변신해있는 모양이야.]

여자의 사체는 손상이 무척 심해서, 악의가 느껴질 정도로 크게 훼손되어 있었다.
찢겨진 선홍색 내장은 배 밖으로 고스란히 돌출되어 있었고, 척추뼈는 등 밖으로 나와 너덜너덜 뚝뚝 널브러져 있었으며, 얼굴도 만신창이였다.

“개 같은 년! …모두 주목.”

이정엽이 욕지기를 내뱉으며 경찰들의 시선을 모았다.

“30분만 쉬다 오지. 담배들 피고 와.”
“예~!”
“수고하십쇼.”

사람들이 모두 범행 현장을 빠져나간 뒤, 이정엽이 눈짓을 했다.

‘1레벨인데도 되려나.’
[될 거다. 악마 군주에게 당한후유증 때문에 잔존 사념이 남았을 거야.]

나는 사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지금까지 한 번도 써보지 않았었던 악마 군주의 권능을 사용했다.

〓〓
[no.26: 원령 초환 lv.1]
26번째 악마 군주 부네의 권능. 부유령, 악마, 원념  공상계에 유형화하여 실존하는 존재를 실제계로 부를  있음. (※개념화된 존재 초환 불가)
〓〓

약간의 정력이 빠져나는 느낌과 동시였다.

―Ahaaaaaaaaaaaa


참혹하게 널브러진 시신 근처에서, 묘한 음기를 머금은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실화였네? 상급 네크로맨서도 아닌데 이게 이렇게 간단히 될 수 있구나.”

크게 놀란 S++급 강령술사 이정엽이 뒷걸음질을 치며 몸에 마력을 돌렸다. 돌발 상황이 발생할까 염려한 모습이었다.

나는 잠자코 기다렸다.

―Ahaaaaaaaaaaaa……

하얀 아지랑이는 곧 형태를 갖추었다.
피해자의 죽기  모습과 똑같은, 새벽 항구 청소를 하기 위해 나온청소부 아주머니의 모습대로.

“정신이 드십니까. 말씀하실  있으세요?”

내가 말을 걸자, 반투명한 모습의 피해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머님 복수해드리려고 허락도 안 맡고 모셨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Ahaaaaaa……

아니란다.
꼭 잡아달란다.
너무… 많이… 아팠다고.

“…많이 힘드셨죠.”

나는 그 마음을 아주 선명히 느꼈다.

“빙의도 없이 원령이랑 의사소통까지 바로 되는 거야? 와아… 대단한데.”

이정엽이 팔짱을 풀고 강령술사로서의 경외심이 담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고위 강령술사인 그였지만, 존재 등급이 떨어지는 일반인의 원령을 이렇게 손쉽게 강제로 불러 대화까지 직접 나누는 건, 그의 주특기인 빙의/강령술과 백만 광년 동떨어진 분야라고.

―Ahaaaaaa…… aaaaaa……

피해자가 내게 정보를 주었다.

“그 후에 시내 쪽으로 갔다구요?”
―Ahaa… aaaa…… aaa……
“원래는 20대 젊은 여자였고. …마치 완전히 그 사람이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었다고요?”
―Ahaaaaa… aa… aaaaa……
“오늘 밤은 더 많이 죽일 거라고 했다니. …그리고 내일은… 배, 배를 타고 중국으로 간다고 했다구요?!”

이런 씨발!

“중국?! 정말로요?!”

경악성을 터트리며 묻자, 피해자의 원령이 슬피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우야꼬. 내 창시를 뜯어 먹으믄서 그렇게 씨부맀다 아이가. 오늘만 지나믄 중국으로 뜰 끼라고. 총각도… 단디하래이…….

그런 의지가 확실히 전해져왔다.
나는 이제 그녀를 보내줘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좋은 판단이다. 원령과 이승의 이야기를 오래 나눠봐야 이로울  없어.]

반투명한 아주머니의 어깨를 감싸듯 손을 올리며, 아까 이정엽 팀장에게 들었던 정보를 토대로 위로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가족 분들은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그 살인마가 본래의 인간관계 속에 숨어든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해요. 염려 놓으셔도… 될 것 같아요.”
―Ahaaaaaa……

한을 머금은 원령이.
그제야 눈을 감았다.

―사아아아아아…

그녀의 몸이 아지랑이로 화해 4월 초 정오의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원령이 떠난 그녀의 사체는 이제 정말 한낱 고깃덩이로 전락해 있었다.

“…….”

아주 더러운 기분과 그보다 더  사명감을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대화를 고스란히 듣고 있었던 이정엽 팀장이 내게 물었다.

“내일부터 그 썅년이 중국으로 간다고 했다고? 그게 정말이야?”
“그렇게 말했다고 해요.”
“하아……. 이거 큰일인데.”

중국으로 가면 씨발. 어떻게 잡아?
단순히 땅 넓고 사람 많은 게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나라 전체가 씹창이 나 있다.

던전 브레이크를 못 막아서 몬스터에게 점령당해 있는 땅이  성省이나 되고. 한족과 위구르족 간 내전까지 벌어져서 국토 전체가 바람 잘 날 없다.

그런 혼란의 땅에 악마 군주가 도래한다?

지금도 최소 추정 S급인 새끼인데, 중국으로 튀고 난 후에는 얼마나 급속도로 강해질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중국은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반드시 놈을 잡아야 한다.

다음 주에 하리와 선우를 불러올 때까지 절대로 기다릴 수 없다.

두 악마 군주의 권능은 포기한다.

지금은 완전 봉인을 통해, 온전한 권능을 추출할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다.

“팀장님.”
“말씀하시죠, 용하신 후배님.”

이정엽에게 물었다.

“그 새끼 찾으면. 이길 수 있어요?”

그가 엄지와 검지로 입가를 쓸었다.

“붙어봐야 알겠지만 뭐…. 쉽게 지진 않을 거야. 회사 지원도 있을 거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럴 거 같다.

S++랭크의 이정엽 팀장은 국내 랭킹 14위, 세계 랭킹 500등 안에 드는 절대 강자니까. 역량 파악이  되는 선우는 몰라도, 지금 시점에서 우리 하리보다는 확실히 쎄다.

이정엽은 강하다. 신뢰할 수 있다.

‘그럼 오늘 끝낸다.’

놈과 마주할 결심을 굳혔다.

[▶9CP 사용: 보물찾기 lv.1 -> 보물찾기 lv.4]

[▶잔여CP: 4]


진화한 나의 권능을 발동하며.
이정엽을 지나쳤다.

“서두르죠.”
“어디로 가시게?”
“부산 전체.”

내일이 오기 전까지 앞으로 12시간.

〓〓
[no.44: 보물찾기 lv.4]
44번째 악마 군주 샥스의 권능. 사용자가 알고자 하는 지정 대상의 위치, 상태, 연원 등을 파악할 수 있음.

*lv.4 상세보기: 추상적 정보만을 보유한 대상까지 감지 가능(반경 1km 내 접근 시).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대상이 구체화 될수록 위치 파악 용이.
〓〓

우리는 바쁘게 움직여야만 한다.

**


오후 7시. 해가 저물었다.
식사까지 햄버거로 차에서 때우며 부산 시내를 전부 돌아다녔지만, 소득은 없었다.

[▶▶▶▶▶▶▶]

물론, 아예 찾지 못했던  아니다.
9번째 피해자이신 청소부 아주머니로 의태한, 놈의 흔적을 찾긴 찾았다.

10번째 피해자를 발견함으로써.

“…….”
“…….”
“이런 씨팔!”

―콰아아아앙

분을  이기고 날린 이정엽의주먹에, 10번째 피해자의 시신이 숨겨져있던 폐가가 한 순간에 터져나갔다.
이번 피해자는 30대 여성. 그것도 현역 B급 헌터로 추정되는 강자였다.

―Aaaaaaaaa…

흩날리는 먼지 속에서, 나는 원령과의 대화를 통해 놈이 어디로 갔는지를 알아냈다.

“부두로 갈 거라고 했대요. 부산항.”
“밀항을 하실 모양이시군.
“확실해요.”

외투를 벗어 피해자의 쥐가 파먹은 듯한 얼굴을 가려주었다.

―사아아아아아아

내일 비행기로 상하이 파견 레이드를 가려했다는 10번째 피해자가, 그제야 눈을 감고 이승을 떴다.

“피해자 누나가 말씀하시길, 굳이 이번에 헌터를 노린 이유가 있었대요.”

이정엽 팀장이 정신적 피로가 쌓인 얼굴로 본부에 연락을 취하며 물었다.

“뭔데.”
“오늘 밤은 배타야 되니까 조용히 짱박혀 있으려고, 일부러 마력량이 풍부한 헌터를 노린 거래요.  누나 심장을 뜯어먹으면서… 그렇게 말했대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자기가 마지막 피해자일 거라고.”

―으드득

갈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문 이정엽이 이글이글거리는 눈으로 자신의 손등을 보였다.

―치이이이익…

문신과도 같은 검은 줄이 가득 그인 그의 손등에, 새로운 줄이 생겨났다.

강령술사들의 전용 주술인 <강신의 맹약>이었다.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는 엄청난 강제력이 담긴, 일종의 자기 저주.

“후배님, 이거  줄 알지. 너 이스트 블루 필기 수석이잖아.”

날 만나러 오기 전에 뒷조사도 마치셨군.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랑의 라이벌이라고 남의 업적 너프하지 마시죠. 이스트 블루가 아니라, 4대국제아카데미 전체 필기 수석입니다. 면접까지 만점인  제가 최초고요.”
“…후배님.”

이정엽이 흐트러진 리젠트 머리를 양 손바닥으로 슥슥 만지며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니 비밀 안 지키면 나 밥줄 끊기는 수준으로 안 끝나?  인터뷰 봤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모시는 분께서 워낙 그런 쪽에 빡센 분이시거든.”

안다. 강령술사 이정엽이 모시는 신은 선계에서 알아주는 군신軍神.
내가 지금부터 대략적으로 털어놓을 비밀을 향후 이정엽이 발설한다면.

그는 높은 확률로 즉사할 것이다.

“일단 차부터 타죠. 가면서 사정 설명 드릴 테니까. 다행히 이제 곧 그 씨발년 만나겠네요.”
“어이, 김제이! …너 대체 뭐냐.”

―딸깍

이정엽의 고급 세단 차 손잡이를 잡았을때였다. 등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뭐야 임마! 고유능력이 뭔지도 모르는 불완전각성자라면서, 능숙한 복합능력자처럼 행세하지않나. 아무리 우리 학교 생도라지만, 살인 사건을 보고도 동요 하나 없이 일처리를 해? …너 정체가 뭐야.”
“저요?”

차문을 열며 그에게 해답을 주었다.


“주인공. 그냥 평범한, 주인공이요.”

나는 주인공이다.

악마 봉인 임무에 있어 언제나 현상의 중심에 있고. 사건의 핵심을 주도해야하며. 주요 사건들이 주변에 끊임없이 일어날 인과율을 타고난, 중심인물.

그러니까 다른 일에서는 몰라도.

악마 군주를 대함에 있어서는.

절대 흔들릴 수 없다.

“주인… 공?”

중2병 같은 소리를 들었다는 양 눈을 동그랗게 뜬 그에게 피식 웃어주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손등에 줄까지 그어놓고 제 얘기  들으실 겁니까. 빨리 타시죠.”
“…….”

‘이 어린 새끼 태도 한 번 더럽게 재수 없네’라는 눈빛으로  꼴아보던 이정엽이,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러면서 흰 소리를 내뱉었다.

“야. 근데 니가 아무리 주인공이래도 서윤 씨는 양보 못 한다.”
“크큭! 띠동갑 차인데 자신감 보소.”
“웃어? 니가 언제까지 우위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임마. 나 이정엽이야? 못 꼬셔본 여자 없어.”
“존나 부럽네. 벨트나 매요.”

나와 그는 농담 같은 진담을 나누며 전장으로 향했다.

‘이제  만난다. 이제… 곧.’

뇌리에 이미 박혀버린 피 냄새가.
벌써부터 짙어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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