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106. 제이의 라이벌 등장(12)
인간의 몸으로 신을 받아들인 이정엽이 허리를 낮추며 발을 굴렀다.
아까 내가 뇌신으로 쫓았을 때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리차오란에게 다다른 그가, 썅년의 허리를 벴다.
―까앙!
리차오란은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음산한 느낌을 주는 흰색의 검으로 이를 막았다.
―카가가가가가가강!
이 팀장의 목검과 마검 사이에 불똥이 튀어오를 정도의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킥킥킥킥킥! 재밌는데?”
―{언제까지 웃을 수 있는지 보자.}
“킥킥! 계속 그럴 거니까 걱정 마!”
그 와중에도 여유가 있는지, 리차오란이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리곤 자신의 상대가 아닌, 내 쪽을 바라봤다.
“니가 걔지? 참으로 개좆같은 캄비온의 계약자.”
“!”
“쫌만 기다려. 누나가… 먹어줄게!”
―퍼어어어어어어엉!
엄청난 양의 마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소음이 창고 안을 크게 울렸다. 전방 100m앞에서, 이제는 뭐가 뭔지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빠른 공방이 이어졌다.
‘누가 이기고 있는 거야?’
나는 두 사람의 격전을 응시하면서, 여차하면 그냥 바로 나가서 지원 요청을 할 생각을 했다.
어차피 다른 경찰들이 와도, 지금 상태론 리차오란을 사살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각!
그때였다.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소리와 동시에.
―퉁. 퉁. 퉁. 퉁…
소름끼치는 미소를 머금은 리차오란의 머리가 창고 바닥을 굴렀다.
“하아! 하아! 하아!”
썅년의 목을 벤 이정엽이 손등에 돋아난 검은 깃털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리차오란의 대가리를 툭 차며 짧은 승리감을 맛본 그가, 날 바라봤다.
“굿?”
[Nope! 진짜가 온다!]
메리 말이 맞다. 이런 젠장…!
나는 반사적으로 발을 굴렀다.
‘할파스의 해골검은 저게 본체였어!’
너무 급한 마음에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헛!”
내 얼굴에 떠오른 경악을 보고 위기를 느낀 이정엽이 발을 크게 굴러 서전트 점프로 공중에 날아오를 때였다.
―{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
리차오란의 잘린 머리에서 그야말로 악마의 웃음이라 할 수 있는 광소가 터져 나왔다.
―써걱써걱써걱써걱
바닥에 쓰러져있던 놈의 몸뚱이가 부들부들 떨었다. 등이 세로로 갈라졌다.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놈의 하얀 등뼈가 살갗을 찢고 모습을 보였다.
―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써걱
그리곤 피와 살점을 머금은 리차오란의 척추 뼈.
즉 ‘진짜’ <몰살의 지옥검>이.
스스로 날아올라 이정엽을 찔러온 것이다!
‘안 돼, 이정엽이 이렇게 당하면 지원이고 뭐고 끝이야! 나도 죽는다!’
이미 승리를 확신했었던 이정엽이다.
긴급히 허공으로 뛰어오른 현재, C랭크 헌터에 불과한 나조차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는 무방비했다.
―{잘 가, 잘생긴 오빠! 킥킥킥!}
묵빛 검기를 머금은 할파스의 해골검.
그 무시무시한 놈의 진체가 횡이동이 어려워진 이정엽의 몸에 파고들려했다.
‘lv.1은 늦어.’
나는 한계를 쏟아 부었다.
[▶2CP 사용: 뇌신 lv.1 -> 뇌신 lv.2]
[▶잔여CP: 2]
[▶ 시동]
[▶마력 50 -> 45]
시야가 점멸했다.
lv.2의 뇌신은 이제야 좀 익숙해진 lv.1보다 훨씬 빨랐다. 나는 정말 눈 깜박할 순간에 허공 위에 떠 있었다.
‘됐다!’
―차앙!
나의 모든 마력을 머금은 장창이 몰살의 지옥검을 간신히 쳐냄과 동시였다.
―푸욱!
등 뒤에서부터 둔탁한 검은 목검이.
심장에 파고들었다.
[이런 씨팔! 단탈리온! 71위 지옥 대공작! 그 새끼다!]
내 몸은 지상을 향해.
머리부터 낙하했다.
[이정엽이 아니야! 강령술사에게 빙의한 ‘그년’이었다! ‘그년’이 놈의 숙주였던 거야!]
극도로 혼란스러운 와중.
메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놈의 말에 대꾸… 를.
할 수…… 없었. 다…….
의.
식.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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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르르르르르륵!
[▶불사조의 눈물 lv.max> 시동]
[▶재사용 대기 시간: 23: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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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왔다.
**
―화르르르르르르륵!
불사조의 권능을머금은 화염이 내 몸을 감쌌다. 파괴된 심장이 삽시간에 복구되었고, 깨진 머리가 되살아났다.
죽음의 공포와환통이 해일처럼 몰아닥쳤지만,혀를 깨물며 몸을 일으켰다.
[그거야! 잘 이겨냈어, 파트너!]
뇌신을 발동했다.
등 뒤에서 덮쳐오는 리차오란의 해골검, 그리고 ‘새로이 발견한 적’과 거리를 벌렸다.
장창을 쥐고 기수식을 취해 창끝으로 놈들을 겨눴다.
“덤벼.”
―{오올~! 깡다구 죽이는데? 니가 전 놈보다 낫다, 야. 킥킥킥킥!}
숙주의 척추뼈로 벼린 몰살의 지옥검. 그 자체가 되어버린 할파스가 나를 비웃었다.
허공에 둥둥 떠 붉은 마기를 토해내는 마검의모습은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음산했다.
―{단탈리온. 꼭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했어야 했나.}
놈이 검 끝으로, 나와 자신 사이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이정엽.
아니, 71위 악마 군주.
지옥 대공작 단탈리온Dantalion.
그를 향해 물었다.
―{그 입. 다물… 라.}
이정엽의 입에서 도저히 그의 것이라 생각할 수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할파스와 말파스의 악마복합체가 된 몰살의 지옥검이 그를 보며 웃었다.
―{킥킥킥! 몸 주인의 저항 때문에 강신 상태를 유지하기 버거운 모양이로군. 그러니까 뭐 하러 그딴 씨발년을 숙주로 삼았어? 네놈은 항상 그렇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닥치라고… 하였… 다.}
얼굴을 뺀 전신에 검은 색 깃털이 자라난 모습으로, 놈이 몸을 떨어댔다.
단탈리온의 숙주.
즉, 이정엽이 받아들인 신인.
<구천현녀낭랑九天玄女娘娘>.
그녀의 영향 탓이었을까.
이정엽의 목소리는 흡사 중년 여인의 그것처럼 얇았다.
―{…제, 제이 후… 배! 도, 도망―}
이정엽은 이 와중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는 구천현녀의 빙의를 강제로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이 영향으로 종종 신음과도 같은 말소리를 흘렸으니까.
[단탈리온, 이 개새끼야!]
―우우우우웅!
[감히 이 메를리누스님의 계약자에게 공사를 쳐? 넌 오늘 봊된 줄 알아.]
귓불에서 메리가 떨어져 나왔다.
“너도 할 거냐.”
[이래야 2:2잖아.]
“2:3이겠지.”
[할파스와 말파스. 두 버러지 새끼들은 걱정 마. 숙주를 버리고 권능만 남은 이상, 놈들은 좆밥에 불과해.]
“단탈리온은.”
[저 새끼가 문제다.]
환한 빛과 함께 손톱만 하던 메리의 몸이 급속도로 커졌다.
고풍스러운 한손 장검 크기로 변한 마법검 캄비온이 나를 호위하듯 허공을 유영했다.
[공작. 이게 무슨 개수작이지?]
메리의 검 끝이 구천현녀를 숙주로 삼은 악마군주에게 향했다.
[유로파에 짱박혀 힘을 잃은 반쪽짜리 여신을 숙주로 삼아서. 뭘 어쩔 셈이냐?]
―{…….}
[단탈리온 네놈은 원래 이런 씹새끼가 아니잖아? 어서 짖어봐, 네 숙주와 네놈이 어떤 거래를 했었는지.]
―{그 대답은 나의계약자에게 듣도록 하라.}
이정엽의 몸에 빙의한 구천현녀의 머리가 천천히 올라왔다.
―뿌직! 뿌지지직
단탈리온과 이미 동화를 마친 걸까.
선계에 이름 높던 군신의 이마에는 악마의 뿔이 자라나고 있었다.
다만 백광을 토해내는 눈은 선하기 그지없어, 이년이 지금 내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이 몸은 현녀玄女.}
―{아홉 하늘의 선인들을 지휘하는 선계의 가련한 아낙이로다.}
사람인지.선인인지. 악마인지 모를 이정엽의 입에서 몹시 중후하지만 동시에 여성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궁의 우주. 삼천세계의 끝없는 세상 중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 숨어든 이 보잘 것 없는 선인이. 성검의 반려에게 예를 표하노라.}
구천현녀가 오른손을 세로로 새워 짧은 인사를 건넸다.
나는 으르렁거렸다.
“용건만 말하고 꺼져. 그게 아줌마 몸인 줄 알아?”
―{통재로다. 송구하나 이 외에는 그대와 조우할 방도가 없었노라.}
“어째서?”
{선계는 명운을…, 다 했느니……. 그대의… 조력 없, 이… 연기와…같이, 사라질…… 뿐…….}
‘니가 안 도와주면 우리 망해’라는 말을 한 구천현녀의 얼굴이 악마의 그것처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를 본 메리가 크게 탄식했다.
[씨발… 천기를 한 마디씩 내뱉을수록 침식율이 올라가고 있다. 시공간을 넘어 소통을 하게 해준 대신, 단탈리온이 의식의 주도권을 받아가기로 한 모양이야. 그게 거래 내용이었던 거지.]
메리의 말을 새겨들으며 장창을 굳게 쥐었다.
구천현녀가 금방이라도 꺼질 촛불처럼 위태로운 말투로.
―{숲林을… 부탁… 하노라…….}
그리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
숲을 부탁한다, 라….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그게 끝이야?”
[온다.]
이정엽의 숙여졌던 머리가 올라왔다.
놈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좋군. 이게 인간이 느끼는 세상인가.}
아까 구천현녀가 말을 걸었을 때와는 달리, 그의 눈에 더는 백광이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
구천현녀의 의식은 이미 가라앉은 듯했다.
“진짜 끝이었나 보네. 전보도 아니고 씨발… 메시지 이용료 한 번 더럽게 비싸구만.”
나는 뒤로 뺀 오른발을 언제든 구를 준비를 취하며 창을 움켜쥐었다.
구천현녀의 의식을 빼앗아, 빙의한 이정엽의 몸을 온전히 차지한 단탈리온이 목을 살살 돌렸다.
―{1600년 전에는 시기가 한참 늦었었지.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그것을 위해 준비한 그림이었으니.}
단탈리온이 불진을 내던지고, 칠흑의 목검을 두어 번 휘두르며 천천히 다가왔다.
두 악마가 깃들어 있는 몰살의 지옥검이 놈의 옆을 날며 광소를 터트렸다.
―{킥킥킥킥킥! 그걸 말이라고? 단탈리온 네놈은 그 잘난 시공의 전능안 때문에 여유를 너무 부리는 게 탈이야.}
―{이번 일은 잘 해주었다. 할파스, 그리고 말파스. 계획대로 놈을 치우고 마경으로 떠날 준비를 하자.}
―{킥킥! 빨리 끝내. 좆같지만, ‘우리들'은 저 개같은 캄비온을 못 막는다.}
―{알겠다.}
메리의 몸이 우우우웅, 떨렸다.
놈이 검신을 탄환처럼 쏘아보내기 전, 마지막 지침을 전달했다.
[버티기만 해. 놈은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권능도 가지고 있다. 어설픈 잔꾀는 안 통한다.]
“그럴 거야.”
71위 지옥 대공작 단탈리온.
과거-현재-미래를 보는 <시공의 전능안>이나 인간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 <심안> 등의 능력을 가진어마어마한 악마 군주다. 7죄종을 제외하면 그 힘은 가히 최고수준.
저번에 개고생을 하고 봉인한 비네나, 아직은 만나지 못한 마르바스 못지않은 대악마.
“단탈리온 정도나 되니까 나한테 이런 대규모 공사를 치셨겠지…. …그러셨겠지…….”
가슴 속에 뜨거운분노가 차올랐다.
고작 나 하나 잡자고 그간 단탈리온과 두 악마 새끼들은 총 백 명이 훌쩍 넘는 생명을 빼앗았다.
고작, 나 같은 놈 하나 잡자고.
―쾅!
바닥을 박찼다. 시야가 바뀌었다.
[▶ 뇌신 lv.2> 시동]
[▶마력 39 -> 34]
공격은 최선의 방어.
온 마력을 실은 창을 뻗어 놈의 심장을 찔러갔다. 빙의체인 이정엽의 안전을 신경 쓸 수는없다.
그러다, 내가 죽는다.
―까아아앙!
검기를 머금은 목검과 창기를 머금은 장창이 부딪치는 충격에몸이 다 떨려왔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우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메리와 두 악마가, 포탄을 터트리는 듯한 굉음을 내며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둔탁한 각도로 베어오는 단탈리온의 검을 창끝으로 베듯 흘리며, 허리를 틀고 몸을 조여 놈의 허리를 찔렀다.
―까아앙!
막혔다. 지체하지 않고 파지법을 바꿔 창대를 돌려 뺐다. 팔을 굽히고 다리를 뒤로 크게 당긴 뒤, 거리를 유지하며 재차 놈의 몸통을 찔러갔다.
모르는 사람이 볼 땐 지극히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실상은 놈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근면함이 느껴지는 좋은 창술이다.}
단탈리온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내 창을 받아넘겼다.
―{가진 바 경험에 비해 머리가 영특해. 메를리누스는 좋은 반려를 찾았군.}
분명 검술 솜씨 자체는 전혀 뛰어나지 않은데, 공격을 하는 족족 막혔다.
이유야 뻔했다.
“남의 생각 그만 읽어, 개새끼야!”
카앙! 하고 놈의 목검이 내 창대를 때렸다. S++급 헌터인 이정엽의 신체에 담긴 어마어마한 마력의 반동으로, 내 몸은 뒤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칫!’
허공에서 무게중심을 잡아 두 다리로 착지한 뒤, 찰扎의 수법으로 머리를 내려치는 검을 쳐냈다.
까아아앙― 하는 불쾌한 소리와 동시에, 체중과 중력과 마력이 담긴 묵직한 충격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마력회로가, 진탕되었다.
“크흑!”
혈관 하나하나가 찢어지는 것만 같은 고통을 참으며 바닥에몸을 굴러 놈의 검을 피했다.
내 심장을 찔러오는 단탈리온의 검에 묵빛 기가 고체화되어 맺히기 시작했다.
강기鋼氣였다.
―{하지만 너는 아직 설익었다.}
망할 자식! 이제는 검강까지 쓴다. 그새 빙의체의 역량 파악이 끝났나보다.
[▶ 뇌신 lv.2> 시동]
[▶마력 34 -> 29]
울렁거리는 속을 참고 뇌신으로 몸을 빼냈다. 놈이 적응을 마치고 검강을 뽑게 된 이상, 이제 정면 대치는 불가능하다.
―탓!
회피 장소로 택한 곳은 빨간 컨테이너 위. 하지만 빙의체의 적응을 마친 단탈리온은 내 의식의 한계보다 빨랐다.
―{즐거웠다.}
“너도 독일인이냐?!”
창대를 들었다. 이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놈의 검이 너무나 빨랐다.
콰앙! 소리와 함께 창대가 크게 부러졌다. 나는 애지중지해왔던 창을 버리고, 다시 뇌신을 발동해 놈에게서 벗어났다.
[▶ 시동]
[▶마력 29 -> 24]
한 번.
[▶마력 24 -> 19]
[▶마력 19 -> 14]
[▶마력 14 -> 9]
두 번. 세 번. 네 번.
이제 한 번. 뇌신을 단 한 번밖에는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메리!언제 끝나?!”
내 말은 폭음에 묻혀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창고 가운데에서 돌과 쇠가 튀어오르는 어마어마한 굉음이 창고안을 가득 울렸다.
‘어디야?!’
퍼지는 흙먼지에 시야가 가려졌다.
나는너무 지치고 당황해서, 방금 전까지 주목하고 있던 단탈리안의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제이야!!!!!!]
메리의 째지는 고함과 동시에.
놈이 나를 향해 날아오는 일체화된 감각을 느꼈다. 더러운 마기를 뿌리던 두 악마 군주의 기운은 감지되지 않았다.
‘우리 메리가 이겼구나!’
[▶ 뇌신 lv.2> 시동]
[▶마력 9 -> 4]
마지막으로마력을 쥐어짜내 뇌신을 발동했다. 0.1초라도 빨리 놈을 손에 쥐어야만 했다. 나는 적수공권이다.
―까아아아앙!
[단탈리오온!!!!!!!!!!!]
하지만.
메리는 놈의 검강에 저지당했다.
―까앙! 까앙 까앙……
신검 캄비온이 싸구려 고철검처럼 창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직 힘을 온전히 찾지 못한 메리다. 검강에 받은 타격이 상당한지 녀석은 우웅우웅 몸을 떨기만 할 뿐, 내 손을 향해 날아오지 못했다.
―{흐음. 역시 캄비온의 신성력은 대단하군. 대치만 했을 뿐인데 심령이 진탕한다. 할파스와 말파스는… 끝났군.}
단탈리온이 창백한 얼굴로 내게 검을 겨눴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뒤는 온통 컨테이너.
나는 ㄷ자로 된 코너에 몰려버렸다.
“내 생각 읽었으면서 뭘 물어!”
주먹을 쥐고 입식 격투를 준비했다.
1학년 때 B-를 받았던 <대헌터용 개조식 시스테마>를 어떻게 하는 거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머리가 무거웠다. 마력 탈진의 전조다.
―{항전이라. 훌륭한 전사로구나.}
단탈리온이 허공에 검을 들어올렸다.
놈의 묵빛 강기가 30cm가량 길어졌다. 최후의 참격에 걸맞는, 전력을 다한 일격을 선물해주려는 모양이었다.
―{잘 가거라.}
내가 사이드 스텝을 밟아 놈의 검을 피해 안으로 접근하려 마음먹었을 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얗고 성스러운 무언가가.
단탈리온의 정수리에 떨어져 내렸다.
‘이게 뭐야… 십자… 가?’
그것은 거대한 십자가였다.
세로 2.5m. 가로 1m는 되는 듯한.
하얀 빛으로 만들어진, 십자가.
“하느님. 제가 죄를 지어 참으로 사랑받으셔야 할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사오니―”
등을 기댄 컨테이너 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악을 저지르고 선을 소홀히 한 모든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나이다.”
짧은 기도문을 읊으며 성호를 그은 이는 여자였다.
그것도… 수녀.
“당신은……!”
이 상황에서 이 사람을 만날 거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눈을 찢어져라 크게 뜨며 손가락질을 했다.
“다, 당신이 여길 어떻게?!”
“정식으로 소개하죠.”
나를 구해준 사람.
즉, 어제 아카데미 정문에서 서윤이와 함께 조우했던 여자 수도사가.
“제 이름은 킬리 레베카 퍼시벌.”
“황금여명십자회 제1계위 실천자Practicus인 제가.”
“지금부터 악마를 구축하겠습니다.”
주먹을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