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116. 제이와 달콤한 미인주 (9)
중간고사가 드디어 끝났다.
“빠빠야아!”
금요일 오전 시험이 끝나자마자 서윤이가 방으로 찾아왔다.
“우리 서윤이 왔구나. 어서 와.”
“웅!”
오늘의 서윤이는 옅은 청록색 체크무늬가 들어간 생도복 차림이 아니었다.
핑크색과 하얀색이 섞인 긴팔 티를 배위에서 묶어 배꼽을 섹시큐트하게 드러냈고, 하얀색 핫팬츠와 맵씨 있는 핑크색 바람막이를 걸친 가벼운 차림.
그야말로 봄의 여신 같은 모습이었다.
“빠야아. 마니 마니 보고 싶었어여.”
“나도. 내가 전공 실기가 부족해서 그거 준비하느라 같이 공부도 못 하고. 미안해.”
“아니야. 오빠 공부가 중요하지.”
그녀가 침대에 앉아있는 내게 다가와 머리를 꼭 감싸 안아주었다. 마시멜로우 같은 H컵 폭유에 고개를 푹 묻고 있자니 그간의 피로가 단번에 쓸려나가는 느낌이었다.
“오전 시험은 잘 봤어? 오늘은 뭐였더라. 마력운용사I이랑 교양 발표였나.”
“응! 성 사랑 결혼. 교수님이 잘 했다구 칭찬해주셨어여.”
서윤이가 정수리에 쪽쪽 입을 맞춰주며 내 허벅지 위에 앉았다. 나는 단번에 커져버린 성기가 아파서, 빠르게 바지춤을 정리했다.
“어떤 주제로 발표했어?”
“울리히 백이라는 사회학자 논문을 참고해서, 사랑과 성 결혼이 크리스트교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런 거요.”
“잘했네. 너무 고생했어.”
안 들어본 수업이라 뭔 소린지 몰라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
“빠빠야.”
“응.”
“흐응, 이상해애….”
서윤이가 내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으며 쪼옥쪼옥 애기처럼 목을 빨아왔다.
얘기를 들으면서 내내 야들야들한 그녀의 꿀벅지 안쪽을 만지작거렸더니, 애기 마음이 울렁거린 모양이었다.
“유니 여기. 되게 부드러워.”
“몰라아.”
허벅지 안쪽을 긁듯이 만지다, 그녀의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너무 귀엽고 예쁜 배꼽 안에 손가락을 넣어 살살 돌리자, 서윤이가 얼굴을 크게 붉히며 내 손을 잡았다.
“오빠아. 안 대애….”
“왜애.”
“…….”
입술을 오물오물하던 그녀가 욕심 많은 아기를 달래듯이 내 얼굴이 뽀뽀를 해주며 고개를 저었다.
“곧 빠빠야 친구 분들 만나야 하잖아. 나한테 시간 뺏기면 어뜩해.”
“아… 가기 싫다.”
서윤이 말이 맞다. 나는 사실 지금 당장 밖에 나가야 한다.
아이웨이, 선우랑 같이 암시장에 가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목적은 시험 끝난 뒤풀이 겸 경매장 방문.
“서윤아. 나 그냥 가지 말까?”
솔직히 안 가도 상관없었다.
아무리 새 무기를맞추는 게 중요하다지만, 암시장에서 고작 6억으로 좋은 무기를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전혀 안 들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헌터 무기 상점에 가는 편이 낫지.
“빠빠야. 가기 싫어?”
“응. 자기랑 하루 종일 놀고 싶어.”
침대에 서윤이를 눕혔다.
그녀의 풍성하고 결 좋은 금발머리가 베개 위에 비단처럼 퍼졌다.
내 여자의 긴 다리 사이에 파고들어 아름다운 얼굴 옆에 고개를 파묻고 꼭 끌어안으며 응석을 부렸다.
“아우! 내 빠빠야 너무 귀여워.”
유니가 다리를 들어 몸을 포근하게 감싸주며 내 뒷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녀의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자기야.”
“네에.”
“나 1시간만 늦게 간다고 할까? 시간도 여유 있는데.”
서윤이의 숨소리가 잠깐 멈췄다.
그녀가 내 귀를 혀로 간질이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애교를 부렸다.
“여보오. 한 시간이며는… 댈까여?”
그러면서 섹시한 허벅지로 은근슬쩍 내 허리를 조인다.
나는 너무 행복한 기분이 돼서 서윤이의 입술에 마구 뽀뽀를 했다.
“아 귀여워 죽겠다 진짜!”
“아앙! 빠빠야아… 자꾸 그러면 유니 기분 진짜 이상해진단 마리야아.”
“그럼 아예 많이 이상해지게 해줄게.”
“…바부야…….”
서윤이의 귓속에 혀를 넣으며 그녀의 핫팬츠 버클을 풀려 했을 때였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그녀와 떨어져 매무새를 정돈했다.
“누구세요!”
―주인님.
“소피아구나?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나의 메이드가 모습을 보였다.
구김 한 점 없는 메이드 복을 입은, 바다를 닮은 파란 트윈테일 머리가 너무나 귀여운 소피아였다.
“육 주임님과 계셨군요. 안녕하십니까. 오늘 발표는 잘 하셨는지요.”
극히 예쁜 초등학생 같은 외견의 소녀가 보일 듯말 듯한 미소를 머금고 검은 메이드복 치마 양 끝단을 잡으며 무릎 인사를 건넸다.
소피아를 유독 귀여워하는 서윤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소녀에게 다가갔다.
“우리 예쁜 인턴 안녕? 오빠 암시장 가기 전에 잠깐 얼굴 뵈러 왔어.”
“주임님은 2시에 부부장님과 점성술 공부 스케줄이 있으셨죠?”
“응. 오늘은 언니 방이 아니라 부실에서 하려구.”
“그렇다면 제가 부실에서 두 분을 보조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금일 주인님과 반선우님께서 외유를 나가시며, 이 부족한 메이드에게 내일까지 휴가를 주셨습니다.”
“정말?”
서윤이가 환하게 웃으며 소피아의 등 뒤로 돌아가 품에 꼭 끌어안았다.
“오빠, 그러엄. 나 오늘 밤에 소피아랑 같이 오빠 방에서 놀아도 대여?”
“응. 근데 하리 올 수도 있으니까, 그것만 알아두고.”
“네에. 소피아는 어때? 라라 언니도 초대하구, 신연 언니들도 불러서 우리 오늘 파자마 파티 하자. 응응?”
“과분한 제안에 감사드립니다.”
키 차이 때문에, 소피아가 서윤이의 거대한 가슴을 머리에 얹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내 쪽을 바라보며 방을 방문한 용건을 밝혔다.
“보고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인님. 친구 분께서 본 기숙사에 내방하시어 주인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이웨이?”
“네. 반선우님께서도 1층 로비에서 대기를 하고 계십니다.”
쓴웃음이 나왔다.
‘소피아가 안 왔어도 어차피 서윤이랑 놀진 못했겠구나. 오늘은 텄다.’
자리에서 일어나 소피아의 말랑말랑한 볼을 아주 살짝 집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걔들한테는 내가 지금 전화할게. 소피아는 지금부터 쉬어. 오늘 밤에 서윤이랑 재밌게 놀고. 알겠지?”
“주인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응! 유니가 오빠 몫까지 우리 소피 인턴 재밌게 해줄게요.”
사이좋은 자매처럼 나란히 선 이쁜이들을 보니까 새삼 한숨이 나왔다.
‘암시장이라. …거길 꼭 가야 돼?’
**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철썩 처얼썩
“시원~ 하다!”
[바다다! 짠내가 나!]
아카데미를 나와 배를 타고 파란 바다를 보고 있자니,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것만 같았다.
메리도 기분이 썩 좋은지 귓불에 붙어 우웅 떨어댔다.
“형. 나오길 잘하신 것 같으세요?”
선우가 배를 타기 전에 산 그린티라떼를 마시며 물어왔다.
나도 차가운 캬라멜 마키아또를 쪽쪽 빨며 푸르른 대양을 바라보았다.
“응. 해운대에 갔을 때는 너무 바빠서 바다는 구경도 못 했거든. 일 때문에 부두나 여기저기 들르긴 했는데, 도저히 즐길 수가 없는 분위기였어.”
“그러셨구나. 저도 참 좋아요.”
요즘 들어 부쩍 머리가 긴 탓에 이젠 어딜 봐도 여자처럼만 보이는 선우가 난간에 몸을 기대며 조용히웃었다.
“아카데미가 제주도에 있는데도 물을 이렇게 가깝게 보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어진 것 같아요.”
“참, 선우 니네 집도 섬이었지.”
나의 하프엘프 친구 반선우. 국내 3위 세계 50위 권 내의 대형 클랜인 하얀 그림자들의 후계자이자. 국내랭킹 2위 지구랭킹 7위에 해당하는 SSS급 헌터 반지원님의 양아들이다.
얘네 집은 무려 선유도다.
서울시 영등포구 양화대교 아래에 있는 그 선유도 맞다.
반지원님께서 20년 전쯤에 우면산 게이트 건을 해결하시면서, 서울시에 영구임대 받으신 땅이 바로 그곳.
“물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요.”
어릴 적부터 선유도에서 자란 탓에 365일 한강물에 물장구를 치며 살았다던 선우다.
강물이 아니라 바닷물이지만, 그래도 물가에 오니 마음이 훈훈한 듯했다.
‘또 말해보자.’
나는 녀석의 기분이 무척 좋은 이 타이밍에 빚 얘기를 다시 꺼내야겠다고 생각해서 넌지시 말을 꺼냈다.
“선우야, 근데 있잖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6억이나 꽁돈이 생겼으면 적어도 소피아 보수 정도는 내가 내는 게 맞는 것 같아.”
“형. 그건 이미 끝난 얘기 같아요.”
선우가 내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녀석의 예쁜 녹색 머리가 긴 귀 옆으로 바닷바람에 나풀거렸다
“소피아 씨의 계약 연봉은 년 1억이에요. 성과금 상여금을 제외하고, 순수 세전 연봉이요. 형이 6억이라는 돈이 생기셨다지만, 그 돈은 소피아 씨의 2년 보수를 지급하면 없는 돈이나 마찬가지가 돼요.”
“어차피 꽁돈인데 어때.”
“형. 돈이 돈을 부른대요.”
선우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거부의 운을 띄웠다.
“어머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인간들 중 오직 가난한 자들만이 빚을 빨리 청산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축재를 많이 한 인간들일수록 오히려 빚을 오래 묵혀두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그게 참 신기하고 이상한 인간들의 세상 돌아가는 방식인 것 같다고.”
무척 시니컬하긴 했지만, 하이엘프이신 반지원님께서 능히 하실 법한 말씀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아아아
어디선가 포근한 온기를 머금은 바람이 우리를 불렀다. 선우가 부른 바람의 최상급 정령이었다.
“형 머리. 벼락 맞으신 거 같아요.”
“너도 그래 임마. 샴푸 광고 찍냐?”
“잠깐만. …제, 제가 정리해드릴게요.”
자신의 머리를 정돈한 선우가, 바람결에 뒤집어진 내 머리를 슥슥 만져주며 나를 설득했다.
“형은 이제 6억 3천만 원이라는 돈을 가지게 되셨어요. 더는 가난하지 않으시죠. 그럼 가난한사람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실 필요가 있으실까요?”
말이야 선우답지 않게 상당히 셌지만, 내용은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남자치곤 너무 살갑고 자상하게 나를 대해주는 선우가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워서, 녀석의 팔을 자연스럽게 치우며 분위기를 깨버렸다.
“알았어 임마. 오늘 좋은 창 있으면 하나 잘 사서. 살림 밑천 삼아가지고 빨리 부자 될게. 그래야 1800억 빨리 갚지. 안 그래?”
“음.”
선우가 잠깐 생각을 하더니 내가 지금까지 잊고 있던 점을 언급했다.
“신연 활동 자금에 투자하시는 것도 좋으실 것 같아요. 각성자로서 형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은 악마의 권능을 사용하실 수 있다는 점이잖아요?”
신연 활동 자금에 투자라.
낸시와 미아 등의 연구부원들이 건네줄 정보를 바탕으로 외부 활동을 하게 될 때, 지금 가진 이 6억을 현명하게 써보라는 얘기였다.
‘하긴… 부비를 벌써 1/4이나 썼어. 파견 조사 두세 번만 더 나가면 신연 부비가 끊긴다. 다른 사람들은 구경도못 해보고 내가 다 써버리는 거야.’
신연의 일은 이제 단순한 동아리 일이 아니다.
이건 100% 나만을 위한 일이다.
지금까지 부비 대부분이 나만을 위해 쓰였지만, 신연의 진상을 알게 된 이상 내 개인 자금도 투입하는 게 당연하다.
“투자라. 좋은 말 고맙다, 선우야.”
“뭘요. 주제넘게 말씀드려서 죄송해요. 저도 신연에 들어가면 좋았을 텐데 너무 아쉬워요.”
“맞다. 너 서류에서 떨어졌지?”
“아하하! 제빵부 선배들한테 미리 듣기는 했는데, 정말 가차 없더라고요.”
올 봄에 선우가 신연 서류 전형에서 광탈한 얘길 꺼냈더니, 녀석이 수줍게 웃으며 라떼를 마셨다.
참고로 하리는 물론이고 아이린조차 광탈했다.
“이 자식들아! 나 몰래 무슨 작당모의들을 하고 있었어.”
오줌 싸러 간다던 아이웨이가 드디어 돌아왔다. 그리고 그제야 암시장 동행인 세 명이 함께하게 됐다.
“잘 쌌냐? 화장실 되게 구리던데.”
“냄새 존나 나더라. 참, 이제곧 차귀도 도착한다. 모두 긴장 빨아?”
차귀도.
암시장이 열린다는 우리의 목적지다.
아이웨이의 친형인 아오자녠敖嘉年 형님이 우리에게 정보를 주셨다.
입장권이 있는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아주 비밀스러운 암시장이 오늘부터 사흘간 제주특별자치구의 부속 섬인 차귀도에서 열린다고.
지금 시각은 오후 5시. 해가 떨어지는 두 시간 뒤면 암시장이 열린다.
“얼굴 가릴 가면 같은 건 거기서 준다고 했거든? 그리고 쇼퍼가 우리를 도와준대. 그러니까 학생 티 내지 말고 돈 있는척하면서 암시장 구경 좀 제대로 해보자고. 알겠지?”
차귀도에 도착하기 전, 아이웨이가 암시장과 관련한 이런저런 사전 정보를 전해주었다.
“아이웨이. 질문이 있는데요.”
“어. 뭐든지 이 대형한테 물어봐.”
가만히 듣고 있던 선우가 탑승객들을 가리켰다.
“암시장에 오시는 손님 분들께서는 원래 이렇게 개방적이시기 마련인가요.”
“…음?”
아이웨이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나도뭔가 싸한 느낌에 ‘이거 설마 또?’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살폈다.
“으흐흐! 그래서 말이여, 내가 안동에 갔을 때 그 주정을 거기서 딱! 사버렸다 이 말씀 아니야.”
“그러게! 운이 따른겨. 천하의 술꾼인 자네가 그 주정을 안 가지면, 당최 시상 그 누가 그걸 가지겠는가?”
총 20명 정도 되는 승객들은 면면이 아주 다양했다.
낚시꾼으로 보이는 일행들. 연인이 세 쌍. 그리고 등산복을 차려입은 장년층의 아저씨들까지.
‘…뭐야 이거.’
그들은 주머니와 손에 암시장의 입장권으로 보이는 종이를 갖고 있었다.
“자기야. 우리 근데 암시장에서 너무 취하면 어디서 자야 되지? 차귀도는 숙소가 없대서 걱정 되네.”
“돌아와서 자야지 뭐. 정 뭐하면 주최 측에서 캠핑장에 텐트 쳐준대. 아무렴 술파는 데에서 그런 거 안 챙겨줄까.”
“김 씨! 입장권 챙겼어? 또 저번처럼 빠트리지 말고 확인해 봐!”
마력을 귀로 보내 청력을 강화하고 대화를 들어보니… 뭔가… 정말 쎄했다.
“도착했습니다! 차귀도 천하 명주 암시장 가실 분은 여기서 내리세요!”
“어여 내리세! 좋은 자리 맡아야지. 그 암자 크기가 원체 작아야 말이여.”
“자기야 발 조심해? 흔들린다. 등산화 잘 신고 왔지?”
“그럼. 블로그에서 봤잖아. 그 암자 가는 길 험하다구. 자기도 조심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배가 정박했고, 우리는 잔뜩 신난 기색의 승객들을 따라 차귀도에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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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영@
제8회 차귀도 천하 명주 암庵시장
개최일 2X.0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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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대문짝만한 현수막을 보며 나는 절규했다.
‘암시장이 그 암暗이 아니었잖아!”
그랬다.
우리가 도착한 차귀도에서는 기대했던 암시장Black market이 아니라.
뜬금포 술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