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117. 제이와 달콤한 미인주 (10)
iwe2298님의 블로그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웃 분들~!
오늘은 제8회 차귀도 천하 명주 암시장. 그 중에서도 화제의 중심인 미인주에 관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궁금하셨던암시장의 명물이 바로 이 미인주인데요.
(토끼가 손을 모으고 눈을 반짝이는 스티커)
여러분, 암시장! 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들이 떠오르시나요?
비밀스러운 노예 거래가 이루어지는 몹시 음산한 지하 경매장의 풍경?
(오들오들 떠는 토끼 스티커)
수많은 헌터용 레어 무기들과 마법 재료들이 가득한 휘황찬란한 광경?!
(신나서 뛰어다니는 토끼 스티커)
하. 지. 만!
이곳 차귀도 천하 명주 암시장에서는 no, no!
고즈넉한 암자에서 열리는 차귀도 지역 전통의 술 축제를 일컬어 <암시장>이라고 부르고 있답니다!
(확 놀라버린 토끼 스티커)
전국의 주당들이 모여 자신이 담근 술을 사고팔기도 하고!
축제의 개최자이신 서귀포 시장님께서 가져오신 소문의 미인주를 직접 시음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여러분들! 저와 함께 올 봄에는 차귀도로 떠나보도록 해요~!
(신나서 만세를 부르는 토끼 스티커)
**
천하 명주 암시장이 열리는 암자로 가는 길.
나는 살기가 담긴 눈으로 아이웨이를 째려보았다.
“야! 나라고 이런 줄 알았냐?! 이번에는 진짜라고 형이 신신당부했다고!”
놈이 주먹으로 가슴을 쾅쾅 쳤다.
“하긴 니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 너한테 맨날 뻥만 치는 니네 형이 문제지.”
“그니까! 아, 진짜 이번에는 무슨 구라를 이렇게 성의 있게쳐. 입장권까지 보내니까 아주 제대로 낚여버렸네.”
“아하하! 재미있는 형님이시네요.”
아이웨이가 쪽팔리긴 했는지 슬그머니 나와 선우 뒤로 숨어버렸다.
나는 포장이 하나도 안 된 거친 산길을 오르며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었다.
‘아이웨이네 형도 진짜 존나 웃긴 양반이네. 어떻게 자기 동생한테 하는 말 대부분이 뻥이야?’
아까 차귀도에 도착하자마자 어이가 터진 아이웨이가 그의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형님이 하시는 말씀이 가관이었다.
―너희 시험 끝났으니까 맛있는 술이나 빨면서 뒤풀이나 하라는 거였지.
―맨날 게임만 하지 말고 주말에는 밖에도좀 나가고 그래라 아이웨이.
젠장. 형님 덕분에 소중한 금요일을 이렇게 허비한 저희는 뭐가 돼요?
내 서윤이! 내 라라! 내 소피아!
“형, 저기에요.”
5분쯤 산을 탔을까.
정장에 가까운 격식 있는 옷을 입은 선우가 ―블랙마켓에 갈 생각에 우리 셋 다 사실 꽤 신경 써서 입고 왔다― 절벽 위에 멋스럽게 지어진 암자 하나를 가리켰다.
암자 안쪽과 주변에는 돗자리를 펴고 옹기종기 앉아 있는 축제 참가자들이 수백 명은 됐다.
“오, 사람 많다. 이거 꽤 유명한가봐.”
[그건 아니다. 검색 결과 수를 보면 제주 인근주민들만 아는 동네잔치야.]
동네잔치.
그러고 보니 메리의 말이 딱 맞았다.
“아이구, 김사장님 오셨구나.”
“박 사장 오랜만이오. 내가 또 오늘 미인주를 넘길 수가 있어야지. 여기서 한 잔하시고 이따 밤에 서귀포에서 광어랑 물회 조지자고?”
“신입생들 조심해. 술 취해서 괜히 다른 사람들이랑 싸움 붙지 말고.”
“자기야, 대박. 여기 화장실이 없나봐? 그냥 숲에서 싸야 된대.”
중장년층은 거의 주민으로 추정되고, 젊은 사람들 또한 대학생들 MT 혹은 IT회사 등에서 야유회를 온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게, 차귀도가 썩 유명한 관광지라곤 해도 접근성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외지 관광객들이 시간을 쪼개 배타고 들어오기는 빡센 편.
“제이야, 선우야! 내가 돗자리랑 술 받아왔다. 저기 앉자.”
아까 우리 입장권을 가지고 갔던아이웨이가 술과 안주. 그리고 돗자리와 담요 등을 가지고 왔다.
“짜안!”
“짠!
“짜안~.”
얼굴이 벌게져 초저녁부터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 틈에 섞여, 우리 세 남자 또한 술을 마셨다.
그래도 명주 축제라고, 아주 괜찮은 정종과 인삼주 등이 무제한으로 제공됐다는 점은 좋았다. 회와 전 위주의 맛깔 나는 안주 역시 일품이었다.
“크으~! 선우야. 너 헌터법 잘 봤냐.”
“저는 반타작. 아이웨이는요?”
“망했지. 제이랑 답 맞춰보니까 재수강 뜨겠던데? 내년에 또 들어야 되나.”
“공통 교과목에 재수강이 어디 있어 멍청아. 재시험이겠지.”
“야 나랑 선우 또 셤 문제 찝어줘.”
“찍어주면 뭐해 공부를 안 하는데!”
“아하하하!”
우리는 중간고사의 소회를 풀며 학교 얘기, 시답지 않은 여자 얘기와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대해 잡담을 나눴다.
술이 들어가니까 마음이 너그러워져서 그런가. 기분이 아주 좋았다.
‘가끔은 이렇게 남자들끼리만 있으니까정말 좋다. 배려할 필요가 없어.’
나는 여사친이 진짜 많다.
원래 이스트 블루에 들어오기 전에도 그랬는데, 지금은 주변 인간관계의 대부분이 여자다.
하지만 여자사람‘친구’래도, 여자다.
밥을 뭐 먹을지, 어떤 얘기가 금기인지,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성적 긴장감, 남자들과는 영 다른 화제 거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눠야하는 점 등.
남자들이랑 다른 면이 좋다가도, 어떨 땐 같이 있기만 해도 피로가 쌓이는 느낌이 드는 존재가 바로 여사친.
‘아…정말 좋다….’
나는 진짜로 아무것도 신경 안 써도 된다는 해방감이 행복해서, 대자로 돗자리에 누워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김제이 이 새끼 취했네, 크큭.”
“형 담요 베세요. 머리 아프시겠다.”
“몰라 이 새끼들아. 니들도 누워.”
꿀을 많이 탔는지 엄청 단 인삼주를 꺾어 마시며 하늘을 봤다.
수평선이 보이는 바닷가에서부터 물감처럼 번진 저녁노을이 초저녁 하늘을 불타오르듯 물들이고 있었다.
―삐이이이이이익
그때, 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찰칵. 화아아아앗
―찰칵. 화아아아앗
동시에 사회자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서 계신 암자에서부터 우리가 있는절벽 가장자리까지 차례로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아아. 들립니까? 들리십니까.
차귀도 암자 술 거래 장시.
즉, 천하 명주 축제가 시작되었다.
**
―안녕하십니까, 우리 친애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장독수입니다.
그는 서귀포 시장 장독수였다.
보수당 출신이면서, 진보당 텃밭인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재선을 성공한 이 지역 토박이.
“네에~! 장 시장님! 잘 들립니더!”
“어이구, 시장님 신수가 훤해지셨네.”
“시장 할아버지 잘생기셨다! 저희 오늘 용돈 좀 주세요!”
“시장님! 저희 학교 술 좀 보내주세요! 곧 축제란 말이에요!”
제주도에서 장독수의 인기는 아주 좋은 편이다. 이유는 별개 아니다. 돈이 졸라 많아서 인심이 무척 후했으니깐.
이 암시장 축제가 좋은 예다. 이 행사는 서귀포시 예산으로 집행된 게 아니라, 시장이 사비로 연 거다.
―여러분들. 우리 제8회 천하 명주 암시장 축제를 잘 즐기고 계십니까?
“네에에에!”
“그럼요! 안주도 작년보다 더 맛있고, 술도 술술 넘어갑니다!”
사람들의 열성적인 호응에 소문난 주당인 시장이 대머리를 긁적이며 씨익 웃었다.
―여러분들 드시고 계신 볼락 공수하느라 제가 신경 좀 썼습니다. 덕분에 저희 딸한테 손도 벌리고 그랬지요.
“하하하! 벌리면 좀 어때요?”
“맞아! 시장님 따님 엄청 잘 벌잖아.”
서귀포 시장 장독수.
저 할아버지는 이 제주도에서 세 가지로 아주 유명하다.
하나는 막대한 부동산에서 나오는 돈.
두번째는 그의 엄청난 술사랑.
마지막은 그의 늦둥이 막내딸.
특히 장독수 시장의 막내딸은 우리 제주도의 자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는 대세 연예인이다.
그녀 덕분에 장독수가 서귀포 시장을 하고 있는 수준일 정도로.
―하하! 예에, 맞습니다. 저희 딸랑구가 조금 벌지요. 오늘도 암시장 축제에 왔으면 차암 좋았을 텐데, 아니 이눔이 계좌로 요것만 틱 보내주고 잠수 탔다 이거 아닙니까.
장 시장이 손가락을 동글게 말자, 사람들이 웃으며 좋아했다.
정치인 아니랄까봐 장 시장 할아버지는 말주변이 무척 좋은 편이어서, 전문 사회자도 없이 축제 분위기는 무척 달아올랐다.
―그럼 이제 잡설은 그만 하고! 이제 본격적인 순서에 들어가겠슴다. 첫 번째 코너, 천하제일 명주 탐방!
싸구려 엠프에서 따단딴, 하는 음악 소리와 함께 암자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앞으로 나왔다.
하나 같이 자기 몸통만한 항아리를 안고서.
―자, 그럼 참가번호 1번! 안동에서 오신 소주의 장인! 제2회 천하 명주 암시장의 우승자! 서. 용. 나암~!“
“와아아아아아~!”
‘천하제일 명주 탐방’이라는 행사의 순서는 이랬다.
자기가 직접 담근 술을 가져온 참가자들이 우리들에게 술을 나눠주고. 그걸 마신 우리들이 투표를 통해 우승자를 가려내는 방식.
“이게 안동 소주구나. 때깔 좋네?”
“도수에 비해 숙취가 없다고 해요.”
나와 마찬가지로 아이웨이와 선우 역시 술맛보기에 푹 빠졌다. 우리는 안동 소주부터 시작해 이천 막걸리, 완도 구엽주 등 별의별 술을 다 마셨다.
‘아… 취한다. 마력을 돌려야 되나.’
단시간에 너무 많은 술을 마셔서 머리가 띠잉 해졌다.
술을 깨러 잠시 행사장 쪽에서 나와 숲속에 오줌을 누려했을 때였다.
“아니 학생! 미성년자는 오면 안 되지. 왜 술을 안 마시나 했더니,민짜였어? 그런데 술은 왜 받은 거야.”
“……돌려주세요.”
낚시용 라이트 불빛이 달려있는 소나무 아래.
타이트한 여성 정장을 입은 늘씬한 미녀와 행사 주최 측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뭐야 시발. 내 귀에 귓밥이 끼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벙쩠고, 메리는 쪼갰다.
왜냐하면 지금 ‘미성년자’ 운운하면서 행사 진행 요원과 실갱이를 벌이고 있는 사람은 다른 아닌.
킬리 레베카 퍼시벌.
그 싸가지 없는 섹시한 수녀였으니까.
그것도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몸에 좀 끼는 듯한 검은 여성 정장을 입은사복 차림의.
‘저 얼굴 저 몸매로… 18살이라고?’
나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심정으로 두 사람의 실랑이를 바라만 봤다.
“…어서 제 술을 돌려주세요. 그 술은 입장권을 통해 교환한 저의 자산입니다.”
“돌려주긴 뭘 돌려줘! 학생 지금 남의 행사 망치게 하려고 그래? 아무리 행사고, 섬이어서 단속도 없다지만. 이거는 경우가 아니지.”
“곧 생일이 지납니다. …돌려주세요.”
“아직은 안 지났잖아. 보호자라도모시고 왔으면 몰라. 혼자서 떡 하니 정장까지 입고 어른인 척하면, 아저씨 눈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등산복을 입고 팔에는 암시장 완장을 찬 50대 아저씨가 킬리 퍼시벌에게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아즈씨가 임마. 매의 눈이야. 척 보면 척. 18살인지 19살인지. 바로 보면 안다 이거야.”
아아, 알겠다.
저 행사 요원 아저씨는 특수한 고유능력으로 타인의 정보를 일부 얻을 수있는 각성자인 모양이었다.
‘…허어. 킬리가… 18살이었다고?’
성숙한 액면가와 분위기만 봤을 때는 나랑 동갑이거나 누나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완전히 헛다리짚고 있었다. 특히 키가 175나 된 게 결정적이었다.
[ㅋㅋㅋ 언제 눈치까나 했닼ㅋㅋㅋ]
메리는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 녀석은 나와는 달리, 동양인-서양인 간 액면가를 구분할 때 선입견이 없으니까.
[이 둔한 놈아. 몸에 성배를 박은 인재인데도 황금여명십자회의 1계위밖에 안 된다고 했을 때 눈치챘어야지.]
하긴. 메리에게 듣기로 비밀 결사인 십자회는 3계위까지 있다고 했는데, 킬리는가진 바 능력에 비해 지위가 조금 낮은 것 같다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어려 재직 년수가 적은 탓에 1계위인 거면, 말이 된다.
‘그러고 보니까 은근히 나사 빠진 것처럼 굴고, 수녀면서도 엄청 감정적으로 날 대하는 게 이상하긴 했어….’
그렇잖은가.
자애와 평화의 상징인 수녀라는 사람이, 옆 방 섹스 소리 때문에 부숴버릴 것처럼 벽을 쾅쾅 쳐댄다? 그리고 19살인 우리 하리와 진심으로 드잡이질을 벌이려 들고?
‘이제야 수수께끼가 풀리네.’
그 모든 의문이, 킬리가 어린 나이 때문에 머리가 설익어 벌인 충동적 행동이었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다.
내가 만약 18살 때 S랭크/악마한정SSS랭크였다면, 이따금 힘에 취해서 이상한 행동을 벌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거 레알 골 때린다.’
기가 찬 마음에 구석에서 빨리 소변을 누고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킬리, 왜 이렇게 늦게 왔어.”
“…….”
“어? 학생은 누구신가.”
완장을 찬 아저씨에게 신분증을 보여드리며 킬리 퍼시벌 앞에 섰다.
“이스트 블루 생도입니다. 이 친구 보호자구요, 차귀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친구끼리 다툼이 좀 있어서 저희 쪽으로 합류를 안 하고 있었나 봐요.”
“오호라, 그렇게 된 거였구먼.”
아저씨가 압수한 킬리의 술을 내게 돌려주며 그녀에게 면박을 줬다.
“아가씨는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있다고 말을 해줬어야 할 거 아니요! 왜 사람 기를 빼놓고 그래? 아주 그냥… 얼굴은 당장 시집가도 되겠으면서 하는 행동은 여고생도 아니고 참말로.”
“…뭐라구요?”
킬리 퍼시벌이 크게 발끈하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젠장. 이것도 이제 달라보이네.’
나이를 알기 전엔 킬리의 이런 행동에 뭔 의미가 있나, 얘가 왜 이리 예민한가, 내가 뭘 실수했나 싶었다.
그런데 우리 하리나 선우보다도 어린 18살이라고 하니까, 지 성질 못 죽이는 쪼끔 싸가지 없는 애로만 보였다.
“애기야, 그만 하고 빨리 가자.”
킬리의 살인병기와도 같은 주먹을꽉 잡아끌었다. 그녀가 화들짝 놀랐다.
“…누, 누가 애기야! 당신 미쳤어요?”
“사랑해 애기야. 그동안 미안했다.”
노안을 못 알아본 걸.
“김제이 당신! 정말 죽고 싶어?!”
킬리 퍼시벌이 부들거리며 빼액 소리를 지르든 말든, 그녀를 데리고 축제 현장으로 되돌아갔다.
**
“…안녕하세요.”
중간고사 뒤풀이 인원이 추가됐다.
그녀는 같은 반이자 나의 악마 봉인 라이벌인 킬리 레베카 퍼시벌.
굳이 말할 필요 있나 싶지만 그녀가 차귀도에 온 이유야 뻔했다. 나를 감시하기 위해서겠지.
“수녀님을 여기서 만나 뵙게 되네요. 포도주는 드시죠? 제가 따라드릴게요.”
선우가 빙그레 웃으며 킬리에게 술을따라주려 했다. 아이웨이가 만류했다.
“선우야, 우리 킬리는 18살이잖아. 킬리? 오빠가 널 위해서 음료수를 받아왔어. 참! 암시장 정보는 미안해. 이 질풍의 아이웨이도 가끔 헛다리를 짚을 때가 있지 뭐야? 하하하하!”
“흥.”
느끼하게 말을 건 아이웨이에게 코웃음을 친 킬리가 마지못해 사이다를 받아들 때였다.
―툭!
그녀의 타이트한 정장 재킷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렸다.
‘…….’
[데챠앗~ 공감성 수치플에 가버렷!]
그것은 가면이었다.
어린이들 로봇만화에 나올 것 같은, 컬러풀한 플라스틱으로 조잡하게 만들어진 가면. 게다가 무척 급하게 구했는지, 태그조차 떼지 않은 완전 신품.
“쓰, 쓰레기를 줍는다는 걸 품 안에 넣어버리고 말았네.”
당황한 킬리 퍼시벌이 가면을 낭떠러지 아래로 휙 던져버렸다.
나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아이웨이 이 새끼야… 피해자를 얼마나 늘려야 직성이 풀리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