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129. 제이와 봄꽃 축제 (7)
4월 말 제주 봄꽃 축제.
제주특별자치도와 이스트 블루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제주도의 명물이다.
유채꽃 축제를 비롯해 삼다공원 야간 콘서트, 제주도민 체육 대회, 이스트 블루 아카데미의 학내 축제까지 공동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관광 행사.
화룡점정은 물론, 랭킹전이다.
몇 년 전부터 4대 국제헌터아카데미의 랭킹전 본선은 지상파 중계까지 될 정도로 인기 있는 컨텐츠가 되었고.
2년 전부터는 4대 아카데미 중 이스트 블루의 인기가 가장 높아졌다. 이유는 황금세대라 불리는 현재의 구룡칠봉들 덕분.
2학년인 주제에 1위로 명예 졸업을 한 ‘미친놈’ 브라운 보이드나, 더럽게 잘생긴 얼굴로 천만이 넘는 SNS 팔로워를 보유한 유재하 등이 있었던 작년 축제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야. 유재하 선배가 졸업했어도 하리와 아이린이 있어.’
황금세대 16명의 구룡칠봉 중 7명만 남은 현재의 라인업도 만만치 않다. 내 경쟁자이기도 한 그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현 학내 1위 묵룡 타이론 오닐.
-카리스마 천재 마법사 마봉 김하리.
-이스트 블루의 아이돌 백봉 아이린.
-생도회장 유룡 조쉬 매킨지.
-열정의 격투가 화봉 아나 코스타.
-혹한의 사령술사 빙봉 라다은.
-이스트 블루 최고의 궁사 섬봉 안나 살라예바까지.
최소 A+랭크. 혹은 진즉 S등급에 올랐을 것이라 추정/확신하고 있는 이 천재들 기다리고 있고.
제주 자자체와 학교의 모든 인원들이 열과 성을 다 해 준비하는 행사가.
제주 봄꽃 축제인 것이다.
**
“그. 러. 니. 까!”
―쾅
화이트보드 때리는 소리가 신연 부실에울려 퍼졌다.
“축제를 저얼~대 허투루 준비할 수가 없다는 거야. 명색이 이스트 블루 체면이 있지, 외부인들이 얼마나 학교에 많이 올 텐데. 여기 2,3학년들은 알잖아? 봄가을 축제 되게 빡세게 열리는 거.”
나카하라 카에데.
보통 키에 베이비 펌이 들어간 갈색 단발머리를 한 요리연구부 부장이.
로비 중앙에서 목청을 높였다.
“결론만 말할게. 우리 요리연은 작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축제 준비 대충 할 생각 절대 없어! 열정을 다한 동아리 활동은 우리 4대 국제헌터아카데미의 유구한 전통이야. 모두 공감하지?”
“아니…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할 말 있어 토마시?”
토마시 패닌.
썩 근사한 콧수염이 인상적인 제과제빵부 부장이 삼원제과의 시제품 빵을 우물우물 삼키며 손을 들었다.
“낸시 선배. 나 할 말 많은데.”
“좋다. 이제부터 자유토론을 시작한다. 소속 단체와 직급에 상관없이 마음껏 발의하도록.”
회의 사회를 보는 낸시가 발언권을 주자, 제빵부 부장이 요리부 부장에게 딴지를 걸었다.
“축제 준비 열심히 하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요리연 제안은 아무리 봐도 과하잖아. 그 많은 걸 어떻게 다해?”
“뭐가 과해.”
“…그럼 과하지 안 과하냐?”
황당함이 섞인 제빵부 부장의 말에,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하지 아무렴.’
‘존나 오바야.’
‘저걸 어떻게 다 해.’
모두의 시선이 빔 프로젝트 스크린 옆, 화이트보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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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연X제빵부X신연 콜라보 행사@
-런치 식사를 포함한 디저트 카페
(메이드 엘프 코스츔 예정)
-미니 카지노 + 무알콜 칵테일 바
(바니걸 코스츔 예정)
-오컬트 부스
(코스츔 예정 없음 \(º □ º 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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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안은 각 동아리가 원래 하려고 계획했던 안을 그대로 적은 것이다.
문제는 이 셋을 모두 하자는 것이 바로 나카하라 카에데의 주장이었던 것.
“원래 니들이 하려고 했던 거라며. 그런데 이게 뭐가 많아?”
요리부 부장 나카하라 카에데가 재차 화이트보드를 쿵! 쳤다.
“오늘 회의 안 나온 요리연이랑 제빵부 인원까지 다 합치면 근 백 명이야! 그런데 고작 이거 하나 못 해?”
“사람이 많으니까 할 수 있지. 요리연이랑 우리가 식당 겸 카페 하고, 신연에서오컬트 부스 맡고, 남는 인원들 카지노랑 바 보내고. 인력이야 충분하지. 원래도 하려고 했던 거니까.”
“그럼 뭐가 문젠데?”
“이 멍청아! 저걸다 따로 할 거면 뭐 하러 세 동아리가 연합을 해? 일단 우리가 함께 붙을 공간이 없잖아.”
요리연 부장에게 제빵부 부장이 한심하다는 투로 쿠사리를 줬다.
“셋 다 따로 놀 거면, 연합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의미? 있도록 만들어야지. 아이린?”
요리연 부장이 씨익 웃으며 부부장을 불렀다.
“네. 방금 답장 받았어요.”
나의 아이린.
오늘도 천사처럼 아름다운 그녀가 흑단 같은 긴 생머리를 쓸고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에게 따끈따끈한 호재를 전해주었다.
“생도회장님께 세 동아리가 함께 쓸 수 있는 적합한 장소를 받았습니다.”
―촤아악
“생도회관 1층. 구 언어학술 연구회 부실 및 비품 창고.”
나카하라 카에데가 커튼을 걷었다. 그리곤 학내 네 번째로 큰 생도회관 건물을 가리켰다.
“3학년들은 대강 알지? 마지막으로 남은네 개의 언어학술 연구회들, 올해 심사에서 다 폐부 된 거. 지난달에 그 부실들 동방 벽이랑 옆에 비품 창고까지 모두 텄대. 여름방학부터 거기에 휴게 공간을 만든다고 하더라고.”
그녀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로비 중앙에 돌아왔다.
“그래서 그 큰 노는 공간을 우리 아이린이랑 내가 먼저 찜했다 이거야. 한 동아리가 단독으로 쓰기는 너무 커서, 세 동아리가 함께 쓸 거면 어떠냐고 쇼부를 본 거지.”
“그래서 이번에 같이 하자고 꼬신 거구만. 그래, 장소는 됐고. 그럼 다음.”
제빵부 부장이 아까보단 훨씬 솔깃한 말투로 물었다.
“생도회관 그 큰 1층 공간에. 세 가게를 전부 다 차리자고? 컨셉 통일이 안 되서 난잡해지지 않을까.”
“의상은 적당히 타협해서 통일하자. 그리고 인테리어를 손봐서 구획을 나누고, 코스를 만들면 돼. 아, 참고로 이건 신연 부부장이 낸 아이디어야.”
요리부 부장이 화이트보드에 널찍한 직사각형을 그린 다음, 웅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입구를 두 군데로 만드는 거야.”
“하나는 신연의 오컬트 통로.”
“하나는 미니 카지노 겸 바 통로.”
“두 통로를 지난 손님들은, 모두 카페로 모이게 되는 거지.”
썩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일단 입지가 탁월하다.
생도회관은 랭킹전을 빼면 학내 축제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접근성 좋은 1층, 그것도 1/3규모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 잡으면 흥행 걱정은 없을 것.
두 번째로, 컨텐츠가 나쁘지 않았다.
카페나 간이식당은 축제에서 너무 흔해빠졌다. 아무리 잘 꾸며봐야 거기서 거기라서, 특색이 없다.
하지만 우리 신연의 오컬트 부스와, 아직은 감이 잘 안 오는 미니 카지노를 더하면 구색이 맞았다.
“난 괜찮은 것 같은데. 어때?”
부원들에게 물으니, 네 명 다 나와 마찬가지로 표정이 좋았다.
“찬성이다. 신연 단독으로 행사에 참가하는 것보다 내방객을 늘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카하라 카에데의 연합 제안에 동의했다.”
“나, 나두… 조, 조아.”
“저도 괜찮아요.”
“부족한 메이드는 주인님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지금 자리에 없는 라라야, 우리 알아서 하라고 했으니 OK고.
“우리 신연은전원 찬성이다.”
낸시의 선언에 요리부 부장이 반색을 했다.
“좋았으! 그럼 제빵부는?”
“우린 선우만 좋으면 다 좋아. 얘가 이번에 한 건 해주실 거거든.”
제빵부 부장이 콧수염을 살살 쓰다듬으며 선우를 봤다.
그러자 나의 하프엘프 친구가 가느다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카지노만 할 수 있으면 돼요. 카페에 쓸 인력은 명단을 드릴 테니까 요리연에서 스케줄을 조정해주세요.”
“굿, 굿, 구웃!”
나카하라 카에데가 만세를 불렀다.
이걸로 연합은 성공적으로 성사됐다.
[생각보다 일사천리구만.]
‘그러게. 나름 걱정했는데.’
사람이 많으면 잡음도 많은 법.
혹여나 우리 신연에 피해가 갈까 회의에 얼굴을 비추긴 했는데, 돌아가는 꼴을 보니 아주 스무스했다.
‘잘 될 것 같다. 낸시랑 미아가 있고, 아이린도 있고, 선우도 있잖아.’
이번 축제가 벌써부터 조금씩 기대되기 시작했다.
미각성 상태였던 터라 암울하기만 했던 작년과는 달리, 꽤 재미있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다 메리랑 신연 덕분이네.’
올해 새로 사귄 친구들과의 인연이 새삼 귀중하게 다가왔다.
**
―딸랑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부실에서 빠져나왔다. 핑계는 페이퍼 제출.
나오기 전, 신연에 활동 자금 일부를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공적으로 쓰일 부비 빼고, 오늘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부원들 일인 당 100만 원씩 월급으로 줘. 최저임금은 못 챙겨줘도, 간식비는 책임져야지.』
『절대 부담 갖지 마. 신검 캄비온의 검령님께서 주시는 용돈이라고 생각해. 참고로 낸시랑 미아 니네 첫 월급은 니들 방 문틈에 현금으로 넣어뒀으니까 오늘 밤에 맛있는 거 시켜 먹고ㅋㅋ』
『항상 도와줘서 고맙다. 나중에 더 좋은 걸로 보답할게.』
라는 메모가 붙은 통장을 쥐어준 채 도망치듯 나와 버린 것이다.
‘많이 놀라겠지.’
[그걸 말이라고? 어지간한 계집들이면 그 돈보고 뷰지가 벌렁거려서 오늘 밤에 잠도 못 자고 오이부터 찾을 거다.]
‘어쩔 수 없어. 랭킹전 끝나기 전까지 섬세하게 챙겨줄 시간이 없으니까.’
―까톡
―까톡
아니나 다를까.
부실을 나오자마자 신연 운영진에게서 우려 섞인 메시지가 도착했다.
[→낸시 드레이브 블랙베리: 총무, 부비가 너무 많다. 메모 내용도 적절하지 않다. 이 돈은 네가 목숨을 걸고 번 돈이다. 함부로 쓰일 자금이 아니다.]
[→미아 파레스: 제이야 3억은 너무 큰돈이야. 아무리 현상금을 받았다고 해도 이렇게 큰돈을 맡기면 부담스럽지… 그리고 월급은 또 뭐야ㅠㅠㅠ]
3억. 나는 6억의 자금을 절반으로 나눈 거금을 신이연구부에 맡겼다.
이유는 악마 봉인과 관련한 조사 연구를 더 활발하게 진행시키기 위해서.
하지만 그보단 다른 이유가 더 컸다.
‘낸시와 미아는 돈이 한 푼도 없어.’
두 여자는 무려 6년을 학교에 있었다.
그녀들은 ‘성검을 가진 남자가 지구에 있는 네 개의 등용문 중 동쪽 끝의 문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미아의 점괘를 믿고, 졸업을 무려 3년이나 미뤘다.
가진 돈이 있을 리가 없다.
낸시와 미아는 서윤이나 선우와는 다르다. 걔들은 딸을 보기 위해 부모님이 제주도까지 쉽게 찾아오기도 빡빡할 정도의 평범한 서민 집안 출신이다.
두 여자가 괜히 3기숙사와 부실에만 처박힌 방구석 폐인이 된 게 아니다.
알렉세이와 브랜드가 말해주길, 그녀들은 내가 오기 전까지 하루 한두 끼만을 먹었고, 높은 확률로 라면에 맨밥을 말아먹었다고 한다.
심지어 교통비도 없어서, 학기 시작 전 부모님을 뵈러 제주공항에 갔을 때는 내게 차비까지 꿨을 정도였다.
‘헌터 협회에 장학금 명복으로 30만 원씩 받아온 옛날의 나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 요즘은 마이튜브 수익이 생겨서 좀 낫다지만, 작년은 심각했다지.’
[그 말이 맞다. 마이튜브 구독자 1만을 올 2월에 넘었으니, 쌀-라면에 계란 정도 추가로 살 돈을 요즘에야 벌기 시작했을 거야.]
작년이랑 재작년, 그녀들이 어떻게 먹고 살았을지 눈에 훤히 보였다.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안 하는 낸시 성격 상, 가진 바 능력이 뛰어나도 알바 같은 걸 했을 리가 없다. 아마도 미아가 부업으로 생계를 꾸렸을 거다.
‘날 만나기 위해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오느라 6년 간 엄청난 초조함을 느꼈을 거야. 거기다 주머니가 비어버리니까 사람 성격까지 바뀌어 버렸겠지.’
잘 생각해보면 낸시는 냉정침착한 캐릭터로 미루어봤을 때 절대 식탐 같은 걸 부릴 성격이 아니다. 그런데 놈의 식탐은 도를 살짝 넘는 수준이다.
미아도 그렇다. 얘도 기회만 되면 최대한 많이 꾸역꾸역 먹으려고 한다.
그녀들 스스로가 자초한 가난이, 그녀들의 마음을 궁색하게 만들어 버린 것.
‘이놈들은 내가 책임져야 돼.’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얘네 둘은 이미 내 사람이다.
그것도 라라나 선우 등처럼 호감이 기반 되어 조력을 얻는 관계가 아니라.
악마 봉인 임무를 나보다도 먼저 시작해온 진정한 의미의 ‘동료’들.
[로맨틱하게 표현하자면, 운명 같은 우연으로 만난 필연적 인연이라는 거!]
그래서 다른 부원들에게도 공평하게 월급을 주라고 했다. 무려 총알이 3억이나 있음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면서.
낸시와 미아가 느낄 부채감을 최대한 덜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나는 그녀들에게 강한 인연의 끈을 느끼고 있다.
[→유니♥: 응응+_+ 언니들한테 잘 말씀드릴 테니까 걱정 마~! 아, 언니들이랑 빠빠야 너무 애틋해서 눙물난당ㅠ]
[→소피아: 주인님 말씀대로 PC 등의 조사장비 구입 건을 통해 부장님과 부부장님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이 메이드의 수완을 믿어주시길.]
[→라라마르티넥: 알겠어. 아가가 말한 대로 이따 전화해서 다독일게. 참, 학회에 같이 간 여교수가 오늘 병원에서 날 진료한 여의사에게 있잖니―]
다른 부원들도 날 도와주기로 했으니, 낸시와 미아도 오래 튕기지는 못할 것 같았다. 앞으로 며칠 간 잘 피해 다니면, 구렁이 담 넘듯 지나가게 되겠지.
[좋구나. 왕은 대범해야 해. 그래야만 기사도도 생기는 법이지. 이 몸은 파트너의 배려심 깃든 결정을 지지한다.]
“응. 부비로 3억을 태워도 어떻게든 잘 되겠지 뭐.”
“하하! 뭐가 잘 돼?”
탁, 하고 어깨를 쳐오는 감촉에 고개를 돌렸다.
“조쉬.”
그는 유룡 조쉬 맥킨지였다..
생도회장이자 현 아카데미 최고의 창수가 아공간B훈련장 입구에서 내게 아는 척을 해온 것이다.
“제이야, 누구랑 얘기하고 있었어?”
그가 눈짓으로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지적했다. 나는 늘 그래왔듯, 대충 둘러댔다.
“혼잣말. 안녕, 조쉬. 훈련하고 오는 길이냐?”
“어. 랭킹전 준비 때문에 A훈련장이 꽉 차서 말이야. 김제이 넌 원래부터 B훈련장에서 수련해?”
“응.”
밝은 금발이 매력적인 훈남 조쉬 맥킨지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 스포츠 백을 툭 쳤다.
“우리 창쟁이들은 원래 A에서 수련하는 게 짜세잖아. B훈련장에는 검술 전공 애들이랑 권사들이 많지 않아?”
“그렇지. 근데 예전에 아영 누나가 시뮬레이션 더 많이 돌고 싶으면, 창술 전공 애들이랑 대기 순서 안 겹치는 B훈련장이 좋다고 했거든.”
“아아, 신아영. 걔는잘 지낸데?”
“글쎄. 요즘 연락을 안 해봐서.”
내 첫사랑이자, 창술전공 선배인 아영 누나랑은 졸업하고 서로 한 번도 연락을 안 했다.
아영 누나는 재학 중 구룡칠봉에 항상 간발의 차로 떨어진 실력자인지라, 조쉬 역시 그녀를 알고 있었다.
“신아영이라… 그리운 이름이군. 후배였던 애가 나보다 먼저 졸업을 했네.”
“크큭! 넌 언제 졸업하려고 그러냐.”
학교를 벌써 5년째 다니는 조쉬다.
생도회장과 구룡칠봉 자리를 3년째 지키고 있는 살아있는 암모나이트.
다만 낸시나 미아와는 경우가 조금 달라서, 그는 생도회장 일로 중간에 휴학을 많이 해 현재가 3학년 2학기다.
“이번 겨울에는 졸업하려고.”
조쉬가 창을 어깨에 대고 목을 좌우로 까딱여 풀며 그렇게 말했다.
“겨울? 코스모스 졸업이 아니라?”
“생도회장을 올해도 맡았는데, 중간에 도망가면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서. 졸업 유예하고 마무리 잘 해야지.”
“그래. 넌 워낙 학교에 애정이 많은 애니까. 난 왠지 니가 생도회장이 아니면 어색할 것 같아.”
“하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근데 있잖아, 제이야―”
조쉬 맥킨지가 기분 좋다는 듯 씨익 웃었다.
그리곤.
“너 귀에 찬 거. 혹시 에고 소드야?”
그렇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