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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화 〉130. 제이와 봄꽃 축제 (8) (130/145)



〈 130화 〉130. 제이와 봄꽃 축제 (8)

“너 귀에 찬 거. 혹시 에고 소드야?”
“…….”

말문이 턱 막혔다.

[뭐야  새낀 갑툭튀해가지고.]

메리가 경계심 섞인 말투로 조쉬 맥킨지를 예의 주시했다.

“미안, 미안. 사정 설명을 안 했네.”

조쉬가 고개를 살짝 숙인 한국식 사과를 했다. 그리고 어깨에 지고 있던 장창을 내려 내게 보여주었다.

“얼마 전에, 졸업하면 에스원에 가겠다고 계약을 했거든. 그때 계약금 조로 이걸 받았어. 근데 이놈이 썩 신기한 놈이야? 독특한 힘을 가진 무기만 보면 막 떨어대더라고.”

조쉬의 무쇠같은 손에 들린 파란색 장창을 봤다.
슬쩍만 봐도 최소 수백억은 나갈 듯한 장창의 모습에 침을 한 번 삼키고, 유심히 녀석을 봤다. 그러자―

―우우우웅

우리 메리가  귓가에서 떨어대는 것처럼, 가늘게 울음을 토해낸 것이다.
울기만 한 게 아니었다.

―안녕. 생도. 김제이. 나는. 흑염룡.

심지어 창 주제에 말까지 했다.
나만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우리 메리와는 다르게, 창대가 진동하며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인사를 해온 거다.

“조쉬. 이거 설마….”
“맞아 에고 웨폰. 지능은 아직 약인공지능 정도인데, 나중엔 중학교 2학년까지는 성장한데.”

조쉬가 창을 바닥에 세우며 실실 웃었다.

“그래서  이름을 ‘흑염룡’이라고 지었어. 아무리 커져봐야 중2병 환자밖에 더 되겠나 싶어서.”
“재밌는 이름이네. …창 좋아 보인다.”

부러움이 섞인 눈으로 조쉬의 장창을 바라보고 있자, 메리가 코웃음을 쳤다.

[속았군, 멍청한 놈. 중학교 2학년의 지능? 개소리다. 세상 그 어떤 장인도 중2 수준의 지능을 탑재하기 위해 에고 웨폰을 만들지 않아. 그럴 바엔 더 싼 유로파산 AI 나노머신을 장착하지, 뭐 하러 인조 정령을 무기에 박아?]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나는 이왕 들킨 거, 조쉬 맥킨지라면 믿을  있겠다는 생각에 메리의 말을 전해주었다.

“흑염룡 참 용하다. 내 귀걸이, 이거  맞아. 근데 얘가  사기 당했대.”
“…사기?”
“중2까지만 자라는 지능이 아니라는데. 그런 에고 웨폰은  만든대.”

조쉬의 안색이 크게 흐려졌다.

“……그러면.”
[이그, 머저리야!]

메리가 한심하다는 듯 그를 나무랐다.

[봉인이 걸려 있는 에고 스피어잖아! 아마 특약 등의 회수 조건을 걸어놓고 영구 임대 방식으로 저 창을  걸 거다. 고유능력 의 소유자인 조쉬 맥킨지가 저 창의 봉인을 풀면, 에스원 입장에서는 대박이 터진 거지. 아니면 마는 거고.]
“쎅쓰?”
[뷰지.]
“뭐야.  검이 뭐라고 했어? 갑자기 무슨 섹드립이야.”

조쉬가 궁금증을 못 이겨날 다그쳤다.

“조쉬  이거영구 임대 받은 거야? 설마 에스원 측에서 봉인 해제되면 회수하겠다는 특약 운운하면서 준  아니지.”
“…헐 shit.”

그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사람이 우르르 나오기 시작한 아공간B훈련장 입구를 힐끔 본 뒤, 창을 들었다.

“김제이. 시간 좀 내줄  있을까?”
“이따가 해도 되냐. 나 B랭크 자동인형 예약해놨는데.”
“이봐 친구.”

조쉬가 피식 웃으며 내게 어깨동무를 했다.

“A++급 허수아비를 앞에 두고 자동인형 얘기를 꺼내. 너 이렇게 나오면 이 경험치 보따리님이 무지 서운하다?”
“!”

나는 반색이  얼굴로 파트너에게 동의를 구했다.

‘괜찮지? 조쉬 착해.’
[이 몸도 안다. 네놈이 아카데미 입학하기 전부터 봐왔으니까. 이정엽 못지않은 영웅의 기질을 가진 놈이야.]

허락이 떨어졌으니 대련 장소를 찾아야할 때였다.

“우리 어디서 붙을까?”
“하하! 좋은 데가 있지.”

유쾌하게 웃은 생도회장이 흑염룡의 창끝으로, 거대한 생도회관의 위를 가리켰다.

“권력 좋다는 게 뭐겠어, 친구.”

**

권력의 중심 조쉬 맥킨지를 따라 출입금지 지역인 생도회관 옥상에 갔다.
 년에 몇  씩이나 투신자살하는 생도들이 나왔던 탓에, 15년 전부터였나? 그때부터 출입이 금지된 곳이라고.

―철컥

녹이 슨 두꺼운 철문을 열었다.
화사한 꽃밭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와, 누가 가꾼 거야? 예쁘다.”
“아이린이랑 안나. 걔들이 옥상 허전하다고 재작년부터 심었지. 덕분에 나랑 엠마누엘이 국립공원에서 흙 퍼 옮기느라 개고생 했고.”

조쉬가 소박하게 꾸며진 널따란 꽃밭을 가로질러, 잡초가 피어오른 테니스장으로 갔다.

“읏챠!”

벤치에 편하게 앉은 그가 그리움이 가득 담긴 말투로 추억을 얘기했다.

“엠마누엘 아이유. 유재하. 브라운. 장추엔. 카마라…. 작년 이맘 때 남자들끼리 여기서 맥주 까면서, 이번 봄에는 축제 준비를 어떻게 하나 했었는데. 참, 나중에 안나랑 아나도 왔었구나.”
“하리는?”
“걔가 잘도 왔겠다.”
“하긴.”

우리 하리는 1학년 1학기 때부터 구룡칠봉의 일원이었는데도 학교 대표다운 모습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다.
갠 이런 단체 활동을 워낙 싫어한다.

“하리는 아카데미 간 통합 경쟁전에서나 도움이 되지. 평소에는 기어 다녀. 오빠인 제이 니가 더 잘 알 거 아냐?”
“큭큭큭.”
“웃기는 년이지. 너랑 아이린 없었으면 걔 진즉 자퇴했다.”

나와 조쉬가 헛웃음을 지으며 분위기를 환기했을 때였다.
내가 먼저본론을 꺼냈다.

“얘 이름은 메리라고 해.”

귓불에서 신검 캄비온을 떼어냈다.

―우우웅!

곧바로 고풍스런 한손장검 크기로 돌아온 메리를 보고, 조쉬가 입을 쩌억 벌렸다.

“야… 이거 대박인데?! 고지능에다가 질량이랑 부피 조절도 된다고? 게다가 심령까지 연결 되서 의사소통도 속으로 하고? 와… 너 이거 어디서 구했어.”
“주웠어. 아공간B훈련장 창고에서.”
“하하! 그거 부러운 얘기구만.”

창에 미친놈 조쉬 맥킨지가 하나도 안 부러우면서 그렇게 말했다. 더 물어보지도 않았다. 진짠지 아닌지도 관심이 없는 모양.
나는 아까의 그 화제를 이었다.

“메리가 그러더라고. 너 사기 당한 거 같다고. 니가 흑염룡의 봉인을 풀어주길 에스원이 기대한다는 것 같다던데. 말이맞아?”
“…좀 다르긴 한데, 짐작 가는 데가 있어.”

조쉬가 그의 에고 스피어, 흑염룡을 쓰다듬으며 얼굴을 굳혔다.

“계약서에 그런  있었거든. 『갑은 향후 에고 웨폰으로 인해 을에게 발생하는 모든 불상사를 책임지지 않겠다』 는, 기분 더러워지는 특약이.”
[설마 했는데 마창魔槍이로군.]

메리가 조쉬의 말을 받았다.

[지금의 어리숙한 자아는 위장된 거야. 조쉬 맥킨지가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서 마창의 봉인을 풀면, 조쉬는 광전사가  거다. 장담하지. 이대로 창을 계속 쓴다면 언젠가 마창에 영혼을 잠식당해 이성을 잃거나, 강력한 최면에 걸려 꼭두각시가  거다.]

녀석의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하.”

조쉬 맥킨지의 선한 눈에 강맹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나는 멋진 광경을 목격했다.

―고오오오오오

우수에 쥔 조쉬의 마창, 흑염룡에서 파란색 강기鋼氣가 뻗어 나온 것이다.

그가 S랭크의 헌터라는 증거였다.

‘역시 넘으셨구만.’

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나만이 아니라, 아카데미  누구라도 그럴 것.
조쉬가 S랭크인데 학교  다니려고 랭크 갱신 안 한다는 건, 지나가는 학교 짬타이거도 아는 소문이었으니까.

“어떡할 거야.”
“생각 좀 해보고. 마음에 들었거든.”

휘익, 소리가 나게 창을 돌린 조쉬가 강기를 거둬들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마음에 든 무기가 마창이라. 그것도 에스원 이 개새끼들은 그 사실을 알고도 줬다라….”

이건 정말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아무리 조쉬 맥킨지가 다방면에서 능력이 뛰어난 S급의 헌터라고 해도, 마창의 힘까지 빌려 강제로 포섭할 그런 급은 아니다.

에스원은 세계 최강의 클랜이니까.

조쉬 정도의 근접전투원은 이미 많다. 당장 내년에 그가 입사하게 되면, 당분간은 상위 공략대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빡센 곳이 바로 에스원이다.

즉, 그들은 아쉬울 게 없다.

‘그러니까 뭔가가 있어.’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에스원은 조쉬를 통해서 다른  얻어내려고 하는  확실하다.

“조쉬. 너도 혹시 재벌집 아들이냐?”
“우리 부모님 개장사하신다. 지금도 맬러뮤트 댕댕이들 이 잡아주고 계셔.”
“맬러뮤트?”

조쉬가 창을 쥐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나알래스카 출신이잖아. 낸시랑 고향 친구. 너 몰랐지?”
“낸시는 그런 말  하던데.”
“우리 엄마랑 낸시 엄마가 베프셔. 난 낸시가 미국 시설이 아니라 한국에서 입양 됐다는 사실을 같이 들었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어.”

조쉬는 올해 스물여섯이다.
생일이 지난 낸시는 스물넷.
두세 살 차이면 뭐, 거의 또래지.

“참고로 낸시  나 안 좋아해. 정확하게는  옛날 일을 아는 사람을 모두 꺼려하는 거지만.”

…낸시가 자기 옛날 일 아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이건 또 뭔 소리야.

“야 이 새끼야! 너 왜 자꾸 말 돌려. 에스원이 너한테 꿍꿍이 있다니까?!”

내가 답답해서 소리를 지르자, 조쉬가 장난기를 지우며 창을 내게겨눴다.

“덤벼. 빡치는데 몸이나 풀자.”

―우우우웅

흑염룡의 창날에서 웅혼한 창기가 피어올랐다.

‘이런 씨발… 뭐가 이리 살벌해.’

쫄리는 마음을 접고, 연습용 장창을 꼬나 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뜨자!”
“무기 차이 심하다고 안 봐준다? 경쟁전은 전용무기 허용이잖아.”
“기대도안  새끼ㅇ―”

―차앙!

S랭크의 전사 조쉬가 번개 같은 속도로  연습용 장창을 날려버렸다.

―채앵! 챙, 투웅……

“정신 차려, 친구.”

조쉬가 테니스장 구석으로 날아간 창을 주워 내게 던지며 씨익 웃었다.

“나 지금 진짜 화났어. 이해해줘.”
“…….”
[ㅋㅋㅋㅋ]

벌써부터.
B랭크 자동인형이 그리워지려 했다.

**

귀창鬼槍의 소유자 조쉬 맥킨지.
창을 너무 사랑하고 창이 그를 더 사랑해, 모든 창술에 긍정적 효과를 받는 그의 실력은과연 대단했다.
게다가 화까지 났다? 말해 뭐해.

“아, 씨발 허리야…….”

3관으로 돌아가는 길.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간신히 발을 움직였다.

낮에 올린 70의 정력이 아니었다면, 마력 탈진이 온데다 얻어맞아 기절까지 한 이 몸으로 절대 이렇게 걷지 못했을 거다.

[쎄긴 쎄드만. 왕년의 퍼시벌을 보는 것 같았다. 그때 그년은 창을 썼거든.]

나는 메리에게 대꾸할 기운도 없었다.
그저 빨리 방에 가서 샤워하고, 자고 싶었다. 부산에서 밤새 서윤이를 안았을 때에 이 정도로 지치진 않았다.

[이쁜이도 랭킹전에 나오려나? 조쉬 맥킨지와 붙으면 좋은 승부가 될 텐데. 아참, 고년은 권사였지. 고걸 잊었넹~.]

메리가 킬리 퍼시벌 얘기를 꺼냈다.
내 대답을 기대하고 있다기 보단, 아까 마창과의 만남이 썩 기분 좋아서 혼잣말이 절로 나오는 모양이다.

“클래스 차이를 느껴서 기분 째져?”
[떽뜨.]

메리는 아까 격돌했던 마창 흑염룡을 처음에는 꽤나 경계하는 듯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창수다보니, 좋은 창을 보니까 마음이 동했다― 점차 여유를 되찾았다.

[좆밥이자너! 이 몸께서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50합 이내로 부숴버릴 수 있어. 놘 또오~ 뫄창이라구 모 대다난~ 줄?]
“크크큭.”

시간은 자정이 훌쩍 넘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축제가 가까운 시간이라지만, 3관으로 가는 메타세콰이어 길에는 인적이 없었다.
나는 남 눈치 안 보고 메리의 기분을 맞춰주었다.

“너는 임마, 신검이잖아 신검神劍. 반신보다 신에 한없이 가까운 사람이 만들었다며. 그래봐야 인간이나 악마가 만들었을 마창이랑 같냐?”
[우효~! 신조병장 납신다~! 1600년 전부터 카르마도 많이 쌓아서 신비도 오지시지요~! 썅년들아, 뷰지 오너라!]

메리가 귓불에서 떨어져 봄기운 넘실대는시원한 밤하늘을 날아다녔다.
나는 그 모습에 마음이 찡했다.

‘…내가 신경  쓰게 해주려고 일부러 저러는구나.’

메리는 나의 검이다.
하지만 나는 창쟁이다.
메리는 내심 서운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도 실은 많이 미안하다.
하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가 없다.

‘S랭크. 창으로 S랭크에 오를 거야.검을 써야 될 때가 온다면,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고 싶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원장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분의 방에 걸린 창을 우러러보며. 그분의 현역 시절 레이드 영상과. 수없이 많은 창을 쓰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미디어 물을 보며.
소망을 키워왔다.

창을 쓰는 좋은 헌터가 되는, 꿈을.


나는 가난한 고아다.
게임이나 만화 같은 취미는커녕, 인터넷조차 잘 하지 않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빡빡한 삶을 살아왔다.
그렇게 살아온 나니까, 인생에 있어 한 가지 정도는 고집을 부려보고 싶다.

‘신체적성이 검에 걸맞고, 신검이 내 옆에 있다고 해도. 한동안은….’

그래, S랭크의 창수가 될 때까지는.
그 길이 너무 멀면, 적어도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꿈을 계속 꾸고 싶다.

[파트너! 빨리 방에 가봐라.]
“왜?”

한참을 날아다니다 귓불에 다시 붙은 메리가 걸음을 재촉하자고 했다.

[ㅋㅋㅋ 가보면 안다.]

나는 혹시 낸시랑 미아가 월급 문제 때문에 내 방에서 대기라도 타고 있나.
혹은 낮에 서윤이와질펀하게 섹스하느라 새로 빤 이불보를 소피아가 나보다 먼저 걷어버렸나 싶어서, 쫄리는 맘으로 기숙사를 향했다.

―딸랑

‘아닌데?’

일단 낸시, 미아, 소피아는 아니었다.

“미아, 양장피도 아주 맛있다.”
“으응! 소, 소피아, …자, 잘 찌, 찍고 이, 있지?”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새로 산 이 캠 모델은 화질이 워낙 좋아서, 이 정도 거리에도 잘 찍히고 있습니다.  주임님만 오시면 두 대를  놓아서 파노라마 모드로 찍어보죠.”
“파노라마 모드의 먹방이라, 아주 좋은 생각이다 소피 인턴.”
“감사합니다, 부장님.”

그녀들은 로비 1층에서 피자, 치킨, 짜장면, 탕수육, 깐풍기, 족발 등등등. 어마어마하게 많은 음식을 시켜놓고 먹방을 찍고 있었던 거다.

[먹방인데 녹방이라니. 하여간 저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내비 둬.’

나는 문화찐따라, 먹방을 녹방으로 하는 게 뭐가 나쁜지 잘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그냥 그녀들이 눈치 못 채도록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띡띡디디딕

카드키를 열고 별 생각 없이 방문을 열었을 때였다.

“빠빠야!”
“…어?”

내 침대 위에는 고급스러운 실크 파자마를 입은 서윤이가 있었다.
잘 준비를 완전히 마친 아주 귀엽고 예쁜 모습으로, 날 기다렸다는 듯 반겨준 것이다.

“우리 유니외출증 끊었어? 1층에서 애들이랑 같이 맛있는 거 먹지 왜. 걔들 너 기다리는 것 같던데.”
“으응! 빠야 얼굴 보고 내려가려고 했었지.”

싱글벙글 웃은 서윤이가 침대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고 다가왔다.

“오빠 배고프겠다. 뭐 먹고 시퍼여? 씻고 있어, 유니가 갖다 줄게.”
“어? 아무거나….”

나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내 여자친구의 말을 따랐다.
그리고 오늘은 너무 피곤해, 심야 먹방을 찍고 있는 서윤이가 돌아오기도 전에 바로 곯아떨어져버렸다.


**

그리고 다음 날 밤.

“빠야 빠야 빠빠야~♪”
“…서윤이?”

늦은 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자, 토끼처럼 사랑스러운 여친님께서 또  방에 계셨다.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그녀를 달랬다.

“서윤아. 너 외출증 이번 주 꺼 어제 벌써 썼잖아.  이러다 벌점 많이 받아. 무단 외박이 벌점 얼마나 쎈데.”
“받으려구.”
“…어?”
“앞으루 벌점 마아니 마니 받을 거야.”

서윤이가 풍성한 금발머리를 위로 올려 사과머리를 만들며, 장난을 꾸미는아가 같은 얼굴로 배시시 웃었다.


“유니도 2학기에 3관으로 올 거거든.”


……얘 천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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