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1화 〉131. 제이와 봄꽃 축제 (9) (131/145)



〈 131화 〉131. 제이와 봄꽃 축제 (9)

서윤이가 2학기에3관으로 오겠노라 선언한 그날 이후.
내 인생의 색깔이… 달라졌다.

“후응….”

육서윤. 단지 보고만 있어도 심장이 떨려 미칠 것만 같은 그녀에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내 침대 위에서 색색 잠들어 있는 내 여자를 향해.


“갔다 올게.”


오늘 아침도.
그 인사를 건넸다.

‘나중에 봐’ 나, ‘조심해서 들어가’ 같은, 아쉬움이 담긴 말이 아니었다.

―철컥, 띠리리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나왔다.
나는 요 며칠간 그랬듯, 그 상태로  분을 말없이 서 있었다.

“…….”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여자가 내 방 안에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나의 연인이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 아직도 무척이나 낯설었다.

‘서윤아.’

이따금 내 방에서 자고 가는 하리나 선우의 경우와는 느낌이 달랐다.
라라의 집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하며 느꼈던 설렘과도 차이가 있었다.

―짹 쨋쨋

눈을 뜨자마자 그녀를 안느라 평소보다  시간이 밀려버린 나의 아침.
새벽 훈련에 늦어 초조함으로 얼룩졌어야할 내 마음은 기숙사 복도 창가에 들어오는 노란 햇살만큼이나 고요했다.

세상이… 이렇게 환했었나.

잠깐 눈을 감으면 지금도 붉은 온기를 가진 그녀가 품 안에 있는 듯했고. 다시 눈을 떠보아도 따스하고 시원한 노란 봄의 아침이 나를 반겨주고 있다.

‘내 꺼… 맞구나.’

화요일 밤부터 일요일 아침인오늘까지  5일의 밤을 함께 묵고 나서야.
…아니지. 신입생 OT에서부터 그녀에게 마음을 품은 이후로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내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새삼 가슴 떨리게 느끼고 있다.

―우우우웅

[그래서 그런지 네놈이 육서윤을 안는 방식도 많이달라지고 있다.]
“왔어?”
[떽뜨. 오늘 아침도 쥬지 없을 무!]

오늘도 서윤이의 안전을 위해 3관 내부와 주변을 빠르게 정찰하고 와준 메리가 귓불에 붙으며 날 놀렸다.

[정복욕이나 소유욕. 그리고 끓어오르는 색욕을 확연히 넘을 무언가가 네놈 속에 싹텄다는 뜻이겠지.  드럽게도 느린 놈앗!]
“그러네. 내가 많이 둔한가봐.”

기숙사 계단을 타고 내려가며 피식 웃었다. 진짜 그렇긴 했으니까.

‘사랑한다고? 예전에는 유니에게  말을 어떻게 쉽게 했던 걸까.’

지금은 오히려 못하겠다.
너무 고맙고, 예전보다 그녀가 훨씬 더 소중하고 예뻐 보여서, 이제는  말이 입에서 잘 나오지가 않았다.
서윤이의 맑디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을 때면 가슴이 너무뭉클해져서,  흔한 말을 뱉어주어야 할 입술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홀린다 거닼ㅋ 애욕의 화신에게 완전히 넘어가버린 거야. 이제 네놈 큰일 났다. 절대 저 요망한 뇬 못 벗어나.]
“나 이제 어떡하냐.”
[괜찮다.]

요 며칠 사이 급격하게 바뀌어가는 내 태도를 놀리는 데에 맛 들린 메리가 아주 로맨틱한 멘트를 던졌다.

[참사랑이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인생 최고의 드라마다.  세포가 깨어나는 듯한 그 감각을 소중히 여기도록 해. 그 감수성을 갈고 닦을수록, 세상이 네게 웃어주는 것처럼 희망적으로느껴질 테니까.]

나는 메리에게 속으로 ‘그럴게’ 하고 대답해준 뒤, 1층 복도를 지났다.

“이 자식들 또 여기서 자네.”

낸시와 미아는 오늘 아침도 식당 테이블 위에서 졸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요즘 그녀들이 매달리고 있는 신이 현상에 대한 자료와, 먹다 남긴 야식들이 마구 널려 있었다.

[…호옹이? 스톤헨지네. 하여간 이년들 감 좋은 건 알아줘야 돼.  안 해도 알아서들 용하게 찾는구만.]
‘스톤헨지고 스톤헤드고. 맨날 이런 데서 자다가 나중에 얘네 치매온다.’
[그땐 네놈이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을 똥꼬까지 빨아주면 되잖아.]
‘그전에 치매 예방이 먼저 아니냐?!’

 여자를 차례로 안아 낸시의 방에몰아넣어둔  3관을 나왔다.

**


―딸랑

“주인님, 아침 훈련을 가십니까.”

기숙사 옆 공터에 가꾸어진 텃밭에서.
흙을 만지고 있던 소피아가 예의바르게 인사를 건네 왔다.
웬일로 오늘 아침에는 선우가 없었다.

“안녕 소피아. 오늘은 혼자니.”
“반선우님께서는 축제 준비를 위해 이른 새벽 시내에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인님의 도시락에 넣어드릴 부추를 뽑은 뒤, 텃밭을 정돈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랬구나. 어쩐지 식탁 위에 도시락이 안 보이더라.”
“착오를 드려 죄송합니다. 갓 딴 부추를 더욱 맛있어하실 듯해서.”

소피아가 흙이 묻은 하얀 장갑을벗은 뒤,  앞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이 예쁜 초등학생이 흙장난을 하다 나이 많은 오빠에게 들킨 듯해서, 나는 자연스레 아빠 미소를 머금었다.

“소피 잠깐만? 묻었다.”
“이런 실수를. 감사합니다, 주인님.”

무릎을 꿇고 소녀의 메이드복 치마 끝에 묻은 흙을 조심스럽게 털어주었다.
언제 봐도 인형 같은 소피아의 모습에, 나는 끌어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고생을 했다.

“…흠. 소피아의 다정하신 주인님?”
“응.”

그때 소피아가 어쩐지 평소보다 딱딱한 어조로 이런 말을 해왔다.

“육 주임님께서 최근 주인님의 방에 기거하고 계시더군요. 원기를 회복하시라는 의미에서 오늘은 특별히 다량의 부추를 첨가하였습니다. 빼놓지 말고 모두 드시어. 더욱 많은 사랑을. 폭넓게. 베풀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

소피아에게서 세 개의 거대한 도시락을 받아든 뒤, 뚜껑을 열어보았다.

‘이게  뭐야.’

밥마다 부추가 이불처럼 넓게 깔려있었다. 더구나 반찬은 장어구이, 구운아스파라거스와 스테이크, 아보카도를 섞은 닭가슴살 샐러드 등이었다.
그야말로 정력 보양식메뉴 구성.

[이 깡통계집, 네놈을 완전히 종마로 만들려는 모양이다. 여기서 더 정력을 올려서  어떻게 할 셈이지.]
‘눈치 주는 걸 수도. 귀가 밝은 애라 소리를 들었을지도 몰라. 개쪽팔린다.’

비록 안드로이드라지만 소피아의 외형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다.
이 어린 소녀에게 나와서윤이의 불같은 섹스를 낱낱이 들키고 있다는 사실이 창피해, 빨리 자리를 뜨려했다.

“고마워, 소피아!도시락 잘 먹을게!”
“부족한 메이드의 마땅한 본분일 따름입니다.”
“이따 보자. 일요일  쉬고?”

그러나 나는 어린 메이드에게서 바로 벗어나지 못했다.

“주인님. 잠시―”

소녀가 귀여운 검정 애나멜 구두에 감싸인 발뒤꿈치를 들며 내게 손짓을 해온 것이다.
나는 비밀 얘기를 할 셈인가 싶어서 무릎을 다시 굽혀 귀를 대주었다.
그러자 소피아가 애기 같은 고사리 손으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새 또 훌쩍 자라셨네요.”
“진짜?”
“정말 장하세요.”

소피아와 같은 높이에서, 눈과 눈을 마주쳤다.
파란 바다보다 깊은 눈을 가진 어린 메이드가 옅은 웃음을 지으며 내 볼을 상냥하게 어루만졌다.

“바레트 M82보다  기특하신 분.”


**


훈련장에 도착해 신체의 변화를 측정한 뒤, 나와 메리는 입을 쩌억 벌렸다.

‘…진짜 컸네?’
[이 몸도 눈치 못 챘다. 근민체마 성장에만 신경을 썼었는데.]

신장이 2cm 정도 커졌다.
근육이 불어 몸무게가 3kg 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지까지 4mm 정도 굵어졌다.

정력을 70까지 올린 뒤, 불과 일주일 가까운 시간 만에 이렇게 된 거다.

‘아니, 키랑 근육은 그렇다 쳐.’

이런 그러려니 한다. 예상도 했다.

정력vitality이란, 일종의 생명력.

인간을 한참 초월한 생기 덕에, 내 신체가 그에 맞게 성장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나와 메리는이 점을 미리 예상해서, 키와 근골 성장에 맞는 근량을 유지하려 영양섭취를 미친 듯이 했다.

‘그래서 우리 소피아가 고생했지.’

탈의실라커에 넣어둔 육중한 도시락이 증거다. 소피아가 나의 근성장에 얼마나 신경을 써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185cm / 86kg.

180cm에 80kg 정도였던 각성 전과 비교했을 때보다 나아진 신체스펙을 가지게 됐다.
게다가 몸은 오히려 날씬해졌다.
그나마 남아있던 군살이 날아가 버려, 근육이 야무지게 압축된 덕분이었다.  덕인지 요즘 민첩이 크게 올랐다.

‘조금이지만 마력까지 성장했어.’

정력 덕분에 마력회로를 구성하는 세포들까지 힘을 얻었기 때문일까.60이 넘은  그토록 오르지 않던 마력조차 올랐다.
심지어 공상계 존재등급까지 상승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
[계약자: 김제이]
실제계 등급: C+ / 공상계 등급: E+

[신체능력]
근력53 ▲(+4)
체력65 ▲(+6)
민첩63 ▲(+8)
마력63 ▲(+2)
정력7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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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일주일 간 행한 맹훈련의 결과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랬다.
399의 보유CP를 제외하고도, 그 짧은 기간 내에  정도 수준이 된 것이다.

‘나… 미친놈인가?’

내가 봐도 또라이 같은 성장세가 수준을 강제로 B등급 문턱까지 끌어올려버렸다.
더구나 공상계 등급도 성장 조짐을 보이고 있다니, 아무리 봐도 상태창이 내 것 같지 않았다.

[아하. 네놈의자지가 미세하게나마 굵어진 연유를 약간은 알았다.]

부상방지용 속옷과 가상현실 전용 훈련복을 입으며 메리의 말을 들었다.

[공상 침식. 네놈의 고유능력이 다음 단계로 성장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게 아닐까 해. 자지가 더욱 커졌으면 한다는 네놈의 강력한 욕구를 읽고, 신체 성장에 묻어가면서 커져버린 거지.]
‘그런 생각 안   같은데. 무의식적으로는 했나.’
[안 했다고?흐음… 그럼 뭐지.]


―전투분과 창술 전공 생도 김제이

―시뮬레이션  no.8 입장 대기


장창을 챙겨 훈련장 입구에 섰다.

메리가 확신이 담기지는 않은, 단순한 추측을 이야기했다.

[고유 능력의 영향이 아니라면, 남성기 성장이 있을 수가 없는데. 특이한 2차 각성을 겪거나 환골탈태라도 하지 않는 한, 남성기가 또 자랄 수는 없어. 뭐… 팅팅 분 거면 모를까.]
“크큭! 불기는 뭐가 불어.”

고츄가 짜장면도 아니고… 불기는….

“…….”
[…….]

우리는 불현 듯, 왜 나의 성기가 4mm나 부풀었는지 이유를 알았다.

말해 뭐할까.
당연히 우리 유니 때문이다.

당장 오늘 새벽에도 쥬지가 불어터질 때까지 해댄 탓이었다.

“…요즘 너무 많이 하긴 했지.”
[ㄹㅇ 귀두에 봇물 마를 날 없었다.]
“고유능력 성장은 시벌. 자지 용불용설을믿는 게 낫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헛웃음을 지은 우리는 이내 장난기를 지웠다.

―지이이이이잉
―시뮬레이션 룸 no.8 개방
―어지러움에 주의하세요.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B랭크가 아닌 A급 시뮬레이션.
A랭크부터는 자동인형이 아니라 오감 간섭을 통한 가상 전투가 이루어진다.

―철컥 철컥

육중한 중갑을 입은 기사가 가상현실의 배경으로 설정된 콜로세움 맞은편에서 걸어 나왔다.
 또한 뜨거운 열기까지 전해지는모래 바닥을 박차며 각오를 다졌다.

‘간다.’

드디어 다음 날부터 예선이 시작된다.

‘내일. 이제 하루 남았다.’

나는 한 자루의 창을 벼리는 마음으로 랭킹전 직전의 하루를 시작했다.


**


오전 공통수업을 마친 월요일.

축제 한 주 전인 오늘부터 전공수업은 없다.

우리 창술 전공자들만 그런 게 아니라, 전투분과 전 생도가 그렇다.
진짜 축제 기간인 다음  수요일부터 사흘간은, 전 생도가 자유를 만끽한다.



공고가 뜸과 동시였다
아카데미를 흐르는 공기에묘한 긴장이 섞였다.

‘시작됐구나.’

침을 꿀꺽 삼키며 폰으로 일정을 확인하고 있자 아이웨이가 물어왔다.

“제이 너 몇  어디야?”
“3시.네 번째 야련장.”
“장소는 나랑 같네. 엘리사는?”
“히잉, 난 4시  1훈련장.”

나와아이웨이는 빠르게 점심을 먹고 제4 야외 훈련장으로 갔다.
엘리사는 우리와 반대 동선이었고, 선우는 올해에도 랭킹전에 불참할 거라면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 밖으로 나갔다. 클랜 일을 처리해야 된다나.

―잠시 후인 오후 2시에 열릴 랭킹전 예선 1회전에 참가하게  생도 분들은 조속히 해당 조의 경기장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대형 축구 경기장 크기의 제4 야외훈련장에 대전 관련 공지가 큰 소리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쩌렁쩌렁 울리는회색의 스피커 너머 맑은 하늘 아래, 부푼 기대와 걱정을 안은 생도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 우리 학교 진짜 좆같애! 대체 마법사가 랭킹전에 왜 나가야 되는데?”
“마법사는 그나마 낫지. 압둘라는 봉술 잘 쓴다고 부두술산데도 끌려왔잖아. ‘이거 스태프에요~! 저 힘 법사 아니에요~!’  지랄했는데도얄짤 없어.”
“아이고! 씨발…  무식한 근딜 새끼들을 위한 축제가돌아왔구나. 궁사는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지랄, 작년에 본선까지  새끼가.  나랑 싸울래? 가뜩이나 마력 회복 다 안 돼서 짜증나 죽겠는데.”

예선전은 아카데미 곳곳에서  6일 간 치러진다.
 32개 조로 나뉜 4100여 명의 생도들이 각 조에서 1위를 해야만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구조.
그렇게 힘겹게 본선에 나가야만, 비로소 A랭크 이상의 괴물 생도들과 겨룰 자격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아흐~! 올해에는 본선 좀 가봤으면 좋겠는데.”

1조에 배정 받은 아이웨이가 기지개를 쭉 폈다. 실실 웃는 놈의 실눈 사이에서 반짝이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웨이가 작년 가을에 예선 결승에서 떨어지고 이를 갈았었지.’

참고로 나는 28조다. 우리 둘 다 적어도 예선에서 마주칠 일은 없다.
놈에게 이온음료를 건네며 어깨를 툭 쳤다.

“본선에서 만나자.”
“그래야지! 김하리 눈치  보고 김제이 줘 팰 수 있는 기회가 랭킹전밖에 더 있냐. 참, 하리랑 아이린은?”

A급 이상의 고위 랭커들은 그들끼리만 따로 선발전을 거친다.
예선을 면제 받은 대신, 서른  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릴 내부 경쟁을 벌이는것.
 점은 구룡칠봉조차 예외가 아니다.

“하리는 통과했대. 아이린은 이번엔 불참할 거고.”
“아이린이야 귀족인 힐러니까 원래 안 나와도 되잖아. 걔는 전공 특별랭킹평가 빵점 맞아도 구룡칠봉에서 안 밀릴 걸. 헌터 연맹이 인정한 제주 도내 최고 힐러 아니시겠냐.”

맞다. 아이린은 힐러라서 랭킹전에 불참해도 다른 방식으로 학내 랭킹을 부여 받을 수 있다.
작년 가을처럼 직접 참가해 본선 16강까지 오른 것이 아주 이례적인 일. 그때 그녀의 검방술은 참 대단했다.

“김하리 이번에 몇 번 싸웠대? A랭커들은 한두 번만 싸우면  아니냐.”
“응.  한 번으로 끝났대.”
“누구랑.”
“라다은.”

―푸우우웃!

녀석이 음료수를 성대하게 내뿜었다.

“빙봉氷鳳?! 그 중2병 꼴페미년?”

라다은이 꼴페미는 아니지만 아이웨이가 음료수를 뿜을 만은 했다.
그녀는 하리나아이린과 마찬가지로 1학년 1학기 때부터 구룡칠봉을 사수해온 대단한 네크로맨서였으니까.
참고로 중2병인 건 맞다.

“쿨럭! 거짓말이지?”
“진짜야. 방금 톡 왔어.”
“이런 미친… 하필이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하리한테 떨어지냐? 걔도 진짜 재수 더럽게 없다.”
“대진운이  좋았지 뭐.”

빙봉 라다은. 아카데미 내에서 하리의 유일한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여자다.

단, 항상 진다는 게 문제.

실력이면 실력, 인기면 인기, 심지어 필기시험 성적까지. 하리에게 항상 한 끗 차이로 밀리는 그녀의 별명은 이다. 2인자 라다은이라는 뜻.

‘안 됐네.’

딱히 라다은한테 아무 감정은 없지만 떨어졌다고 하니까 막상 아쉬웠다.

“그래도 A랭커들은 지들끼리 패자부활전도 하잖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니 동생한테 떨어진 거니까, 기를 쓰고 올라오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구룡칠봉에 걔 없으면 허전할 거 같아.”
“난 별로. 꼴페미 수장년인데 씨발,떨어지면 어때?”
“그거 하리랑 아이린이 루머래.”
“진짜? 자세히 말해봐.”

아이웨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긴장을 풀던 중이었다.

―잠시 후인 오후 3시에 열릴 랭킹전 예선 1회전에 참가하게 될 생도 분들은 조속히 해당 조의 경기장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내 차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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