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134. 제이와 봄꽃 축제 (12)
“예, 자매님. 예선전에 지친 김제이 생도에게 여가 시간을 줌으로써, 본선에서 그가 더 영광된 활약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영화 관람을 제의하였습니다.”
…이 수녀님 보소? 지금 누구 아이돌한테 잘 보이려고 이래!
아이린은 나랑 더 친하단 말이야!
“응 맞아. 근데 아이린 아직 팝콘 안 샀지? 내가 사다줄게. 참! 너 핫도그도 좋아하잖아. 그것도 같이 사올게.”
질투심에 사로잡혀 맞불을 놨다.
킬리 퍼시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럼 콜라는 제가 사오겠습니다.”
“큿. 우리 아이린은 사이다를 좋아하는데?”
“조, 좋은 정보 고맙군요!”
“킬리는 고마워만 해, 사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네가 영화 보여주잖아. 먹을 건 내가 사야 면이 살지.”
“그럼 제 것은 김제이 생도가 사고, 자매님의 것은 제가 사면 되겠군요.”
[이것들 나이 어디로 처먹은 거야.]
우리 둘의 초딩 싸움을 잠자코 보던 메리가 한소리를 했다.
아이린 역시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이렇게 물었다.
“혹시 두 분. 지금 싸우시는 거 아니시죠?”
“당연하지! 무슨 소리야.”
“염려놓으셔도 됩니다, 자매님.”
“참 다행이네요.”
반사적으로 손을 내저은 우리를 향해 아이린이 흉터 하나 없는 하얀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여름 아침 햇살 같은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 손과 킬리의 손을 잡아 한 데 모았다.
“항상 오늘처럼 사이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기대할게요. 왠지 두 분은 서로 참 좋은 친구 사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어요.”
“…….”
“…….”
눈이 마주친 나와 킬리 퍼시벌의 관자놀이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생각하고 있는 바는 같았다.
‘아이린. 아무리 너라고 해도 이번에는 그 예감… 틀린거 같다.’
‘자매님은 지나치게 착하셔서 탈이셔. 이 남자의 본성을 하나도 모르신다.’
마음이 착할 뿐 눈치가 없는 게 아닌 아이린이 아까보다 더 강한 어조로우리 둘에게 덕담을 건넸다.
“두 분. 잘 지내시길. 기대할게요?”
아이린의 천진난만할 정도의 순수함에 우리는 결국,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그래, 뭐.”
“…네, 자매님.”
**
킬리 퍼시벌이 내게 보여준 작품은 홍콩에서 만든 액션 영화였다.
퍼스트 컨택트 이전 배경의. 순수 육체로만 싸우는 비각성자 권법가의 일대기를 담은 전기 영화.
[마력 없는 깡주먹이라. 낭만적이네.]
나나 메리나 킬리나, 영화를 무척 집중해서 봤다. 셋 다 무도에 지식이 있어서, 주연 배우의 수준 높은 무술 실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영화 재밌게 잘 봤다, 킬리.”
답례로 점심을 사주기 위해 데려온 이탈리안 레스토랑.
킬리가 부담을 느낄 걸 우려해 일부러 프렌차이즈 식당을 선택했다.
“무슨 속셈이죠?”
“또 뭐가.”
그녀가 머리 수건에 소스가 닿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며 토마토 파스타를 한 입 삼켰다.
“…왜 저에게 또 식사를 대접한 건지 묻고 있는 거예요.”
말투는 퉁명스러웠지만 행동은 솔직했다.
따끈따끈한 토마토소스에 바게트를 찍는 모습이 음식이 썩 입에 맞는 모양.
“혼자 밥 먹으면 심심하잖아. 아이린이랑 약속은 오후 3시야. 그때까지 나 혼자서 뭐해?”
“자매님이 영화 감상을 하신 뒤에 이르게 만나면 되잖아요.”
“점심은 생도회 사람들이랑 선약이 있대. 모르는 사람들 틈에 내가 낄 순 없잖아.”
“흥!”
킬리가 바게트 빵을 맛있게도 우물우물 먹으며 도저히 18살로는 안 보일 섹시한 얼굴로 내게 경고했다.
“날 허투루 보지 마요. 당신 주변에 있는, 당신에게 홀려버린 있는 여자들이랑 날 같다고 생각하지 말라구요.”
“내, 내가 언제 그런 생각을 했어!?”
나는 크게 찔려서 버럭 성을냈다.
사실 킬리가 18살이라는 점만 빼면 외양적으로는 내 타입이라서, 엄한 생각을 종종 하긴 했었으니까.
고해성사실 속 금단의… 뭐 그런 거.
“나 미성년자 건드리는 그런 놈 아니야! 너 나 되게 쓰레기로 본다?”
“수도사이기 때문에 여자로 안 본다는 말은 죽어도 안 하는군요. 천사 같은 여자친구도 둘이나 있는 주제에.”
“…….”
[이건 쉴드 못 치겠닼ㅋ]
할 말이 없네 시발.
“…걱정 마. 너한테 추근거리려고 밥 먹자고 한 건 아니니까.”
이건 진심이다. 나는 현재로선 킬리 퍼시벌에게 손을 댈 생각이 전혀 없다.
물론, 오늘 아침 서윤이를 안지 못한 탓에 밥을 먹고 있는 이 순간조차 풀발기를 했고. 지금 내 옆을 지나가고 있는 별로 예쁘지도 않은 점원의 치마를 당장이라도 벗겨서 뒷머리 붙잡고 박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지만.
‘아직은 아냐. 이 정돈 참을 수 있어.’
진짜로 딱히 킬리를 꼬셔야겠다는 그런 마음 때문에 밥을 함께 먹자고 한 건 아니다.
“…….”
킬리 퍼시벌이 한동안 말없이 식사를 잇더니, 돌연 아까의 얘기를 꺼냈다.
“혹시 당신… 아이린 자매님에게 흑심을 품고 있으니까, 그 분께 잘 보이려고 저한테 친한 척 하는 건가요.”
“아까 그거? 그건 별로. …야 근데화덕피자 먹을만 하냐. 너 잘 먹는다.”
이 자식 벌써 혼자 5조각 먹었네.
“주, 준수한 맛이에요!”
킬리가 하도 음식을 맛있게 먹으니까 나도 배가 고팠다.
피자를 한입 베어 먹고 양송이 스프를 떠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메리랑 약속했어. 너랑 친하게 지내겠다고. 그러니까 난, 킬리 너랑 친구는 못 되더라도 최소한 우호 관계 정도는 만들어 둘 거야. 그게 내 목표지.”
“…메를리누스님께서요?”
“어. 1600년 전에 우리 메리가 가장 친했던 사람이 퍼시벌 경이었다며. 나도 너랑 각 세우고 싶지 않아. 그럼 메리가 슬퍼할 테니까.”
파스타를 입에 넣으려던 킬리 퍼시벌의 움직임이 멈췄다.
―투둑
빨간 소스가 그녀의 왼쪽 가슴에 떨어져 내렸다. 검은 수녀복에 피가 묻은 것처럼 붉은 물이 스며들어갔다.
“…당신은 퍼시벌 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죠.”
가라앉은 목소리로, 킬리 레베카 퍼시벌의 자신의먼 조상에 대해 물었다.
“너처럼 성배를 몸속에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그냥 일반 사람들이 아는 정도. 거의 그 정도만 알아.”
“왜… 여쭤보지 않았죠.”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스프 접시에 고개를 처박으며 대답했다.
“슬퍼질까 봐.”
“…네?”
부산에서 꿨던 꿈을 떠올렸다.
너무 서글픈 꿈이어서, 일어나자마자 눈물을 훔쳐내야 했을 정도로 가슴 아팠던 꿈을.
『―아서… 제발 그만 하세요! 당신은… 당신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잖아요…! 이제 제발 정신을… 차려요….』
『―신이시여 부탁드리옵니다! 못난 이놈에게 제발 그녀를 돌려주시옵소서! 이 고약한 신의 종놈이 비나입니다! 부디… 부디 그녀를…!』
이 꿈이 누구의 것인지, 이제는 안다.
아마도 그때 옆방에서 자고 있었던 킬리 수녀의 꿈이었겠지.
[응. 성배 속에 새겨진 기억이다. 성배의 상속자들은 전대 주인의 기억까지도 일부 상속해. 퍼시벌도 그랬다.]
벌써부터 촉촉해진 메리의 투명한 목소리에 마음이 아려왔다. 귓가에 손을 가져가 녀석을 어루만져주었다.
“퍼시벌 경의 얘기를 듣고, 슬퍼지고 싶지 않아.”
메리를 떼어내 손바닥 위에 얹고 엄지로 쓸며 킬리 퍼시벌에게 대답했다.
“나는 나를 알아. 꽤나 감상적인 성격이지. 리차오란과 세 악마 새끼들 때문에 150여 명이 죽은 게 내 탓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돼. 나도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좆같은데, 사건에 몰입해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고. 그게 내 성격이야. 감상에 쉽게 빠지는 거. 요즘 말로 과몰입이라고 하지, 그런 걸.”
킬리의 회색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과… 몰입.”
“그래, 과몰입. 그러니까 퍼시벌 경 얘기를 듣고 나면 내가 널 지금처럼 평범한 마음으로 대하지 못하게 될 거라는걸 알아. 난 그게 싫어.”
“…….”
킬리 퍼시벌이 말없이 포크를 들었다.
파스타를 돌돌 돌려 마는 그녀를 보며 결론을 말해주었다.
“나는 아서 펜드래곤이 아니야.”
“아카데미 생도 김제이지.”
“그리고 너는 1600년 전의 퍼시벌 경이 아니라, 킬리 레베카 퍼시벌이야.”
“그러니 예전에 일어났던 슬픈 일이 우리랑 무슨 관계가 있겠어. 메리와 퍼시벌 경 사이에 있었던 좋은 인연 이야기만 하기도 빠듯한데.”
피자 칼로 마지막 남은 한조각 피자를 반으로 갈랐다.
한쪽을 그녀에게 밀어주며.
“안 그래, 킬리?”
억지로 웃어보였다.
**
킬리 퍼시벌을 보내고, 오후에는 미식가 아이린과 신나는 데이트를 했다.
“오빠…! 너무 맛있어요! 이런 맛집은 대체 어디서 찾으셨어요? 어지간한 제주 맛집은 다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늘 나를 도와주는 아이린이 고마워서, 내 친구한테 부탁해서 알아냈어.”
[에헴! 무려 아카식 레코드까지 접속해서 찾은 맛집이다 이 말씀이야.]
“감사해요 정말…! 입에서 녹는 거 같아요.”
아이린은 내가 데려간 딱새우 회집이 그렇게나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감탄을 하면서 맛나게 먹어주었다.
참고로 나는 딱히 맛을 잘 몰랐다.
회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 거니까.
“제이 오빠, 내일 본선 꼭 응원 갈게요. 힘내세요?”
“응. 요리연 친구들 잘 만나고. 내일 오후에 또 보자.”
“네. 오늘 정말 잘 먹었어요, 오빠.”
서귀포시에서 아이린과 헤어진 뒤, 아카데미로 가는 셔틀 버스에 올랐다.
―이스트 블루로. 직행하는. 노선입니다. 한라산국립공원에. 가실 분들은. 다음 버스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버스가 출발하자 기다렸다는 듯, 메리가 물었다.
[왜 거짓말 했어.]
그랬다.
나는 킬리를 속였다.
퍼시벌 경의 이야기를 모른 척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킬리를 동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걔가 싫어할 테니까.’
[바보냐. 미움 좀 받으면 어때.]
‘너랑 약속했잖아. 친해지겠다고.’
메리가 잠시 말이 없다가.
[…너는 가끔 짜증나는 데가 있어.]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말없이 어둠이 내려앉은 산과 들을 바라보았다.
[…….]
나의 친구는 1600년 전에 있었던 비극을 떠올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낸시와 미아에게 신연의 진상을 들었던 날. 즉, 시험기간 주 화요일에 들었던 ‘그 얘기’를 말이다.
내가 킬리는 물론, 라라와 서윤이조차 피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그 주 내내 나를 괴롭혀왔던 그… 기도 안 차는 옛날 얘기를.
‘잊어버리자. 지금은 생각하지 마. 내 일도 아니야. 남의 일이야.’
나는 또 다시 울적해지려는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눈을 감고 상상했다.
‘64강 대전 상대로 묵룡을 만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하지만.
감은 눈 사이로 보이는 것은.
『―퍼시벌, 나의 퍼시벌…! 돌아와다오 제발! 이 못난 연인이 찢어지는 심장으로 울고 있다! 자네의 여린 마음에 비수를 꽂은 내가 이렇게 목놓아 빌고 있다! 이제 그만 돌아와다오, 나의 퍼시벌! 짐을… 용서해다오…….』
피눈물을 흘리는.
아둔한 기사왕의 그림자였다.
**
대망의 본선 시작 아침 날이 밝았다.
간밤. 그리고 오늘 새벽은 서윤이를 안지 않았다. 킬리와의 이야기나 아이린과의 데이트 때문에 영향을 받아서가 아니다.
정력을 보존해 남성 호르몬 수치를 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빠빠야! 컨디션 어때여?”
“좋아. 몸이 터질 것 같아.”
또한 섹스로 인한 정신력 낭비를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쾌락이 주는 도파민 분비는 뇌를 아주 지치게 만드니까.
“…내 꺼 멋있어.”
서윤이. 내 여자가 드로즈만 입은 채 전신 거울에 비춰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볼을 발갛게 물들였다.
어젯밤부터 날 배려해주느라 품이 넓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서윤이지만, 소름 돋게 관능적인 몸매와 신비로운 얼굴을 다 가릴 순 없어 나는 빠르게 흥분을 해버렸다.
“안 대애! 자기가 나한테도 거부해달라고 부탁해짜나….”
아직 뭘 하지도 않았는데 서윤이가 문고리를 잡으며 도망갈 준비를 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녀를 유혹했다.
“자기야, 학교 가기 전에 뽀뽀만 하자? 한동안은 진짜로 참을게.”
“안! 대!”
장난기가 돌아서 권능을 사용했다.
[▶ 심안 lv.1> 시동]
마음의 눈을 뜬 상태에서 다시 물었다.
“진짜 나 뽀뽀도 안 해줄 거야?”
“…으, 응! 한동안 접촉 금지야!”
(안아줘 안아줘 안아줘 안아줘!)
서윤이의 내면은, 눈썹이 팔자가 된 그녀의 얼굴과 완전히 일치했다.
“포옹도 안 돼?”
“당연하지? 나 접금윤 모드야.”
(만져줘! 쓰다듬어줘! 입 맞춰줘!)
이번에는 팔짱까지 끼며 새침한 척했지만 눈으로 힐끔거리며 나를 훑는 게 자기도 아주 갈등되는 듯했다.
나는 계속 이 장난을 치다간진짜 못 참을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봤다.
“자기 뭐야. 벌써 사랑이 식었어?”
“…유니 가요!”
(♥♥♥♥♥♥)
도망치듯 5층 계단을 내려가는 서윤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섹스를 하지 않았는데도 충만한 무언가를 느꼈다.
‘좋아, 훈련장 가자.’
연습용 장창과 전투복을 챙겨 백에 넣은 뒤, 생도복을 입고 1층으로 갔다.
새벽 6시의 이른 아침임에도 기다렸다는 듯 나의 메이드가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입니다, 주인님. 도시락을 준비해두었습니다.”
“고마워 소피아. 이따 보자?”
“건투를기원하겠습니다.”
5층짜리 찬합에 가까운 도시락 통을 들고 3관을 나오려할 때였다.
로비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낸시와 미아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건을 상기시켜주었다.
“총무, 오늘 숙주로 추정되는 그 여자가 온다. 잊지 않았길 바란다.”
“으응! 오, 오후에 하, 학교로… 올 거, 래. 토요… 일까지, 이, 있어.”
“…맞네. 악마 군주 봉인.”
“여기.”
미아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품에 있던 보고서를 다시 건네주었다.
요약이 된 글줄을 읽고 있자 그제야 예전에 봤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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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 5월 연구주제(미리 당김)
1. 대상: 윤이랑 SBC 공채 34기 기상캐스터 겸 프리랜서 아나운서
2. 신이현상요약: 비각성자인 대상 윤아랑의 비정상적일 정도의 동안 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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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위 자간의 숙주로 추정되는 윤이랑.
그녀가 이스트 블루 랭킹전 본선의 사회자로 방문한다.
즉 오늘 오후.
자간의 숙주와 만난다.
[심지어 이 몸도 잊고 있었다.]
메리조차 까먹을 정도였으니 우리가 랭킹전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고맙다,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놈들에게 다가가 손바닥을 내밀었다.
―짝
―짝
졸린 눈을 비비며 하이파이브를 한 두 여자가 옅게 웃었다.
“응원한다. 두 일 모두.”
“히, 힘내! 제이야.”
“땡큐, 밤에 보자. 마이튜브로 보기 눈 아프면 이따 오던가.”
―딸랑
3관을 나와.
마음속 창 한 자루를 가는 마음으로.
평소와 같은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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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맞이한 오후.
“안녕하세요, 본선진출자 생도 여러분!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정말 반가워요. 저는 SBC 기상캐스터 겸 아나운서로 재직 중인 윤이랑입니다!”
[쎅쓰. 자간의 숙주가 맞다.]
타깃이 제 발로.
내 앞에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