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8화 〉138. 제이와 봄꽃 축제 (16) (138/145)



〈 138화 〉138. 제이와 봄꽃 축제 (16)

B랭크에 간신히 오른 내가 A-랭크의 검사. 더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희귀등급 마법검까지 가진 학내 랭킹 149위 권지후를 이긴 반향은 컸다.

“오빠아! 흐잉… 큰일 날  했잖아!”
“김제이  미친 새끼야…. 너 그 이동기술 연속으로  수 있었어?!”
“대단했다 총무. 사자두왕 비네의 권능을 그토록 능숙하게 쓸 줄이야. 우리 미아는 감격해서 울기까지 했다.”
“내, 낸시이!”
“오셨습니까, 주인님. 약속된 승리를 쟁취하신 주인님을 위해 축하 대신 특제 프로틴을 준비했습니다.”

이 외에도 선우는 그저 “축하드려요, 형.” 하고 빙긋 웃었을 뿐이었고, 하리나 아이린도 예선을 돌파했을 때보단 오히려 담담하게 축하를 건넸다.
참고로 우리 라라는 지난 주말부터 답장도 별로 없었다.

[→나: 내일 비행기 타시죠? 통화가 안 돼서 걱정 되가지구 톡 남겨요. 서윤이나 애들이랑은 자주 통화하시면서 내껀 왜…ㅠㅠ  서운해요ㅠㅠ]

[→나: 저 이겼어요 교수님. 권지후 그 나쁜 자식한테 복수했어요^^v]

[→나: 라라야.  무슨 일 있어?]

나는 라라가 2차 각성을 결국 못해서 마음이 상해 이러는 건가 싶었다. 때문에 속사정을 길게 물어보지도 못했다.
그녀는 축제 당일인 수요일에 아카데미로 복귀한다. 그때 만나서 얘기해보면 사정을 알 수 있겠지.

[→나: 모레 봐요. 빨리 보고 싶다.]

나는 라라의 사랑을 전적으로 믿는다.

[→라라 마르티넥: 나도… (엉엉 우는 이모티콘) (엉엉 우는 이모티콘)]


다만, 그녀가 걱정될 뿐이다.

‘다행히 아주 큰일은 아닌  같네.’

아무튼 이렇게 각양각색이었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반응이야 오히려 양반이었다. 주변이 더 난리였지.

대표적으로, 권지후의 징계 건.


[→(이스트 블루 징계위원회): 본선 준비 중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권지후 생도의 제적 건으로 재차 연락드립니다. 증언 자료가 위원회  회의 상정되었고, 추후 김제이 생도가…]

[→(알  없음): 제주지방경찰청 각성자특별수사대 오인수 경위입니다. 용의자 권지후의 비허가 불법이식 건으로 참고인 조사  연락드렸습니다.]

나는 형사 사건의 피해자이자 중요 증인이다.  때문에 승리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지도 못하고 월요일 저녁을 거의 통째로 날려버렸다.
뭐, 소비된 마력과 심력을 보충하기 위해 훈련 일정은 없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피곤한 일을 처리해야 했다.

[→유진 클랜 비서실장님: 김제이 생도의 멋진 승부  봤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놀랍게도, 헌터 클랜들의 연이은 미팅 제의 건이 있었다.
그것도 적당한 클랜들 만이 아니라, 초대형 클랜들의 이름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유진 그룹 비서실장님: 마봉님의 오라버님 각성 소식은 저희 측에서도 알고 있었는데, 그간 저희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너무 중차대해 연락을 못 드렸네요. 클랜장께서도 크게 아쉽게 생각하신다고 말씀 전하셨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내달 있을 클랜장님과 여동생 분의 정기 오찬 자리에 김제이 생도 분도 함께 자리를 빛내주실 수 있을지연락드렸습니다.]

[→(알 수 없음): 맑은 봄빛처럼 밝으시고 타는 노을처럼 헌앙하신 친애하는 김제이 생도께 인사 올립니다. 저는 김제이님의 영원한 동반자이신 반선우 특임대장님께서 몸 담고 계시는 하얀 그림자들의 부클랜장 클레어 로즈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알 수 없음): 에스원 HR본부 아시아 인재발굴팀 리야즈 칸입니다. 인재개발 특별스폰서쉽 프로그램 참가 제의를 드리고자 연락드렸습니다. 저희 에스원은 오직 협회 직속 4대아카데…]

세계최강 에스원와 그의 라이벌 유진.
그리고 오직 여자만 클랜원으로 받는 것으로 유명한 하얀 그림자들까지.
개벽, 파이란, 아마테라스와 같은 수위의 대형 클랜들의 연락이나. 이름도 처음 들어본 중견 이하 클랜들의 제의도 참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취재 연락.

[→하연주 기자님: 김제이 생도 하이^^ 나 하연주에요. 잘 지냈죠? 권지후 건으로 물어볼  있는데 통화 가능해요? 아, 정엽 오빠가 육서윤 생도를 제이 씨한테 뺏긴 것 때문에 내일 모레 때려주러 간대요.   물고 대기타라던대?ㅋㅋㅋ]


저번 부산 연쇄 살인마 취재 건으로 만났던 신세계일보 하연주 기자를 시작으로, 많은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알 수 없음): 대한일보 기자 유학영입니다. 인상적인 본선 경기 잘 보았습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면…]

[→(알 수 없음): 평양일보입니다.다름이 아니라 권지후 생도 건으로…]

[→(알 수 없음): KBC 정태우 기자입니다. 괜찮으시다면 내일 2차전 진출 전 저희 단독으로 인터뷰를 딸 수…]

이렇듯, 나를 둘러싼 세상이 불과 하루 만에 뒤집어졌다.

**


정신이 하나도 없는 하루를 마무리한 깊은 밤. 스트레칭을 마치고 샤워를 한 뒤 침대에 누웠다.


2차전 첫 번째 대전)

궁술전공 마르타 코레데라 vs 창술전공 김제이


내일 있을 A급 궁사와의 전투를 어떻게 치러야할까 고민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눈을 감았다.

‘하필이면 마르타 선배네. 고유능력이 너무 좋아서 빡세겠는데. 어떡하지.’

내가 복합능력각성자인 가진 마르타 코레데라를 어떻게 이길지 수를 강구하고 있을 때였다.

[파트너. 네놈 말은 틀렸다.]
“뭐가.”
[오늘 있었던 일. 주변인 반응, 권지후 징계, 클랜의 컨택, 언론 취재 요청. 이거 말고도 많잖아.]

뜨뜻한 이마 위에서 검신을 지지고 있던 메리가 창피한 화제를 입에 담았다.

[일반인 반응이랑 언론 기사는 왜 빼. 정보량으로만 보면 그쪽이 압도적인데. 그렇게 민망하냐.]
“…….”

메리 말이 맞았다.
내게 직접 연락이 온 클랜이나 기자들의 케이스들보다, 오히려 아무 인연 없는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이 나를  당혹시켰으니까.

‘에휴.’

폰을 들어 인터넷에 들어갔다.
스포츠란에 들어가 뉴스창에 내 이름을 검색하자 여러 기사가 눈에 띄었다.
마이튜브에도 인기 동영상란에 나와 관련한 영상이 올라와 있을 정도였다.

―『이스트블루 랭킹전 특집③: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 창술전공 김제이 (2학년, 대한민국)』
―『마봉 김하리의 남자, 본선 돌풍의 주역 김제이는 누구? - “제이는 아카데미의 열등생이었어요”』
―『이스트 블루 봄꽃 축제 요모조모: 본선 1일 차의 주인공, 이스트 블루의 대표 훈남 김제이를 알아보자.』

하지만 이런 기사나 마이튜브 영상들은 아주 점잖은 편이었다.
댓글이나 커뮤니티게시글 같은 건 진짜 난리도 아니었던 것.

―[태생 E급 근접 창쟁이가 각성 3개월 만에 B급이 됐다고? 성장속도 실화냐. ㅁㅊㅅㄲ 아니야]
―[→ 더 좆되는 건 희귀등급 무기 쥔 A-검사를 쳐발랐다는 거임ㅋㅋ 랭크 하나 차이 무시하고 고유능력 빨로 개발라버리기~ 수저 차이 오진다!]
―[→→ 개소리죠. 불법무기 이식 수술 받은 권지후  새끼, 홍지연 아들인데? 쟤도  애미처럼 산들바람의 시 가지고 있어. 인스타 들가봐]
―[→→→ 홍지연? 1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랭킹 100위  들었던 블루울프 그 아줌마?]
―[→→→→ ㅇㅇ SS급 마물도살자]
―[→→ ㄷㄷㄷㄷㄷ]
―[→→ ㄷㄷㄷㄷㄷ]

읽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댓글이 갱신 되서, 나는 올라오는 모든 글을 차마   수 없었다.

“내가 오징어야 뭐야.왜 이렇게 남 일을 물고 뜯고 씹으셔.”
[주머니를 뚫고 나온 송곳의 숙명이다. 반선우와 김하리는 이보다 훨씬 과격한 관심 속에 살고 있어. 알다시피 육서윤은 너보다 천 배는 시달리며 살아왔고. 게다가 훨씬 악의적이었지.]
“그래 뭐….”

 정도야 나도 참을 만했다.
다만 이따금 내 창술에 관한 크리티컬한 얘기가 나와서 마음이 아팠다.

―[근데 김제이 창술, 그렇게 대단하진 않음. 조쉬 맥킨지 같은 타고난 창병은 아님. 얘기 들어보니까 사정이 있어서 창으로 진로 택한 거 같은데, 신체적성 때문에 잘해야 A급이 한계임. 하루라도 빨리 검 안 쥐면 조만간  슬럼프 온다. 벌써부터 신체 밸런스 문제 때문에 창술이 망가질조짐이 보임. 진심으로 안타깝다. 쟤는 검을 쥐어야 돼. 단창도  돼. 검이다.]

특히  글이 대박이었다.
그야말로 뼈를 때리는 촌철살인.

―[→ 좆문가납셨네. 누가 봐도 흠잡을  없는 개깔끔한 창술이구만. 악플 달 거면 제발 인증부터 해라.]
―[→→ (삭제된 이미지 파일)]
―[→→→ 너 설마 브라운이냐?]
―[→→→ 브라운이네  새끼ㅋㅋ]
―[→→→ 브라운이면 ㅇㅈ 들은 얘기라는  김하리나 아이린한테 들은 걸 테고ㅋㅋ]
―[→→→ 킹 오브 더 어스가 한 말이면 킹정이지ㅋㅋㅋㅋㅋ]
―[→→→ (비밀 댓글입니다)]
―[→→→ 김제이! 빨리 우리 과로 전과 안 하고 뭐하냐ㅋㅋㅋ 브라운이 너랑 동기 되고 싶다잖아ㅋㅋ]
―[→→→ (비밀 댓글입니다)]

물론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이블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대부분이 내 창술을 칭찬해주었다.
하지만 날 아는 사람이 많은 이블라에서만큼은 예외였다. 쉴드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로 나는 발가벗겨졌으니까.

―[우리 창술전공자들은 같은 전공자인 김제이 학우를 응원한다. 김제이 학우의 신체적성이 한손장검이어도 상관없다. 창을 쥐면 그때부터 창쟁이다. 부족한 건 열정이다. 재능은 근성으로 극복하면 된다. 창은 모든 한계를 뚫어버릴 수 있으니까.]
―[→ 창은 만병지왕이다.]
―[→ 창은 만병지왕이다.]
―[→ 창은 만병지왕이다.]
―[→→ 창잽이 개새끼들 또 폭동 일으켰네. 하여간 브라운 명예졸업하고 조쉬 세상 오니깐 지랄들은. 김제이 그 새끼도 창뽕 존나 심해서 전과하란 소리 아무리 해도 안 들어처먹어]
―[→→→ ㅇㄱㄹㅇ 김제이 허구헌날 에비뉴 할배한테 전과하라고 개털리는뎈ㅋㅋ 아 지들이 S++ 할배나 쌉천재 검잽이 브라운보다 눈이 좋냐고요]
―[→→→ ㅇㅇ 김제이  ㅅㅌㅊ고 노력이랑 센스는 ㅆㅅㅌㅊ인거 백번 인정함. 근데 그래도 우리 과 애들 사이에 서있으면 멸치로 보임ㅋㅋ]

물론 나도 다 아는 얘기다.
하지만 씁쓸했다.

‘본선 1차전을 이겨도 이 얘기가 나오는구나. 하긴, 권지후가 졸전을 펼치긴 했으니까. …앞으로 잘해야지.’

그래도 없는 얘기를 한  아니니 내가 노력으로 극복해야할 일이었다.

그리고  당황시킨 진짜 문제는.

“…….”

남자들의 것이 아니었다.


―[제이야ㅠㅠㅠ 요즘 갑자기 더 섹시해졌어ㅠㅠ 나 니가 레이저 피하고 권지후 머가리에 창 꼴아박을 때  젖었잖아… 아직도 벌렁거려ㅠㅠㅠ]
―[→ 존나 야하네 ㅁㅊㅋㅋ 김제이가 그렇게 쌔끈함? 영상으로 보면 그냥 꽤 괜찮은 정도던데. 보호구 벗을  보니까 ㅈㅈ는 존나 크더라.]
―[→→ 걔는 실물이 ㄹㅇ임. 색기 돌았음. 실제로 보면 진심 개꼴림. 남자애들이 말하는 꼴린다는  뭔지 그냥… 보면 알게 돼.]
―[→→→ 2222222222]
―[→→→ 3333333333333333]
―[→→ 실제로 봐야 됨. 나 취업 결정 되서 걍 자퇴할까 생각했는데 김제이 때문에 졸업할 거임.  덕질 제대로 할만함. 어제 대포 카메라 샀음.]
―[→→ 김제이 존나 야해 씨발새끼]
―[→→ 제이 오빠 거기ㅜㅠㅠ 너무 커요ㅠㅠㅠ 생도복 바지 위에 가끔씩 실루엣 보이면…ㅠㅠㅠㅠㅠㅠㅠ]
―[→→ 진짜 커. 박히면 밑빠질 듯]

70까지 찍은 정력 탓에 여자들을 홀리는 기운이  강해진 모양이었다.

[색기가 진해졌다. 이젠 lv.3 수준이야. 육서윤의 수준에 근접했어.]

메리가 말하길, 애욕의 화신 권능과 높아진 정력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고.

[그뿐만이 아니다. 네놈이 B랭크에 달하면서 존재등급이 높아졌잖아. 애욕의 화신의 적용범위가 확대된 거다. 이제 B랭크 이하 헌터는 물론이고, A급과 S급도 일부 적용 받아.  큰일 났어.]

그 말이 사실인지 나와 관련한 커뮤니티 게시글은 예전보다도 훨씬 많이,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있었다.


―[제이 주인님. 저 오늘부터 오빠 노예 할게요.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이미지 파일입니다.)]
―[→ ㄷㄷㄷㄷㄷㄷㄷㄷ]
―[→ 제이야 2차전도 힘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이미지 파일입니다.)]
―[→ 헐ㅋㅋ 그럼 나둥♥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이미지 파일입니다.)]
―[→→ 감사. 압도적 감사. 김제이 힘내라! 오늘부터 형이 니 동생할게.]
―[→ 여기두 제이 꺼♥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이미지 파일입니다.)]
―[→ (비밀 댓글입니다)]
―[→→ 이 ㅁㅊㄴ들… 이블라에서 김제이 친구들이 넷카마 짓하는  알았는데 ㄹㅇ이었네 ㅆㅂ 개부럽…]

―[김제이 후배님 잘 생겼네요. 마이튜브 인기영상 올라온 거 보다가 학교 생각나서 간만에 이블라 들렀습니다. 달글 보니까 우리 후배님 실물이 그렇게 쩐다는데 진짜에요? 사실이면 이번 리쿠르팅 때 제가 모교 담당 자원하려고요ㅋㅋ (개벽 클랜 사원증)]
―[→꼭 오세요 언니! ㅁㅊㅇ ㅁㅊ]
―[→언니 학교 오실  생리대 차고 오세여. 저 우리 제이랑 같은 반인데 학교 갈 때마다 차고 가요. 보기만 해도 맨날 젖어서ㅠ 제이 나쁜넘ㅜ]
―[→→ㅁㅊ 너 아이웨이냐ㅋㅋ 훌리짓도 선 지키면서 해라 씨발.]
―[→→→ ?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이미지 파일입니다.)]
―[→→→→ 이런 ㅁㅊ;;;;;;;;;;]
―[→→→→ 또라이년 갑자기 ㅂㅈ를 까버리네]
―[→→→→ 너 누구야.]
―[→→→→ 너 혹시 ㅇㅇㅁ니?]

그냥… 감당이  되는 수준이었다.

[네놈이 이블라에 글도 안 쓰고 SNS도 안 해서 망정이다. 했으면 지금 제정신 유지 못 했을 걸.]
“그럴 거 같애.”

불특정 다수가 보는, 그것도 심지어 신원유출의 우려가 있는 학교 커뮤니티에도 야한 사진을 올릴 정도인데.
만약 나한테 직접 닿을 채널이 있었다면, 아마 나는 딸딸이만 치다가 70의 정력을  써버렸을 거다.

“…….”

사실 지금도 존나게 하고 싶다.
자위 수준이 아니다.
가슴이나 허벅지 안쪽 은밀한 곳에 내 이름과 응원 문구를 써놓은 여자들에게 쪽지를 보내, 지금이라도 당장 불러내  여자들을 마음껏 따먹고 싶었다.

‘참고 자자.’

하지만 그럴 순 없다.
본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심기를 최대한 날카롭게 가다듬으려 한다.

[히야~! 얜 진짜 몸매 죽인다. 누구지? 더럽게 야하네. 뷰지도 핑크색이고. 누구한테 따먹히고 싶은 건지 아랫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시네.]
“…….”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몸이 힘들어야 그 생각도 덜 날 테니까.


**

몸이 힘들어야 야한 생각이 안 난다.
그렇게 기대하며 맞이한 본선 2차전.


―승부 끝! 승자 창술 전공 김제이.

시각은 오후 3시 00분 3초.

3초.

나는 불과 그 찰나의 순간 만에 A랭크 궁사 마르타 코르데라를 이겼다.

완벽하게 허를 찌른 덕이었다.

은신 및 궁술과 관련한 고유능력을 가진 복합각성자 마르타 선배였지만, 부저가 울리자마자 뇌신으로 접근하니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하고 져버린 것.

‘뇌신을 숨길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이제부터 전력을 감추지 않을 각오로 승부에 임한 덕에 얻은 낙승이었다.

“…후우. 이거 정말 너무하네.”

마르타 선배가 보호구를 벗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녀의 찰랑이는 검은 곱슬머리가 무척이나 섹시했다.

“아니… 200m를 예비동작 없이 1초 만에 도약한다고? 니 창이랑 부저가 임마, 니 몸보다 늦었어!”

사실이었다. 2레벨 뇌신으로 마르타의 앞에 다다른 뒤, 창끝으로 그녀의 목을 겨눌 때까지가 2초.
상황을 인식한 심판이 경기종료의 부저를 눌러 마력음이 결계 내부로 퍼져 우리 귓가에 닿을 때까지가 1초.

“쪽팔려서 진짜… 얼굴을 못 들겠다.”

A랭크 궁사 마르타 코르데라.

그녀는 내게 단 삼초 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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