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145. 제이와 봄꽃 축제 (23)
경기 시작 부저가 올렸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그와 동시에 두터운 마력결계가 총 10만 명의 관중을 수용 가능한 이곳 대경기장 무대 위를 단단히 덮어 쌌다.
경기장 내 끝과 끝인 200m 거리에서, 유룡 조쉬 맥킨지와 대회 최대의 다크호스 김제이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늘 둘의 무장은 평소와 달랐다.
도전자 김제이가 창을 열두 자루.
유룡이 창을 세 자루 들고 왔다.
그들은 일부를 경기장 바닥에 꽂고, 또 일부를 등에 찬 상태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해설을 맡은 이정엽과 홍 후에이가 시청자와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분석에 들어갔다.
―두 생도가 만전 상태로 승부에 임하고 있습니다. 거리가 있는 만큼 투창부터 시작할 모양이네요. 역시 창수들에게 최고의 공격력을 담보하는 기술은 뭐니 뭐니 해도 투창 아니겠습니까?
―할버드를 사용하는 조쉬 생도 또한 김제이 생도의 투창을 염두에 두고 여분의 장창을 가져왔군요. 스피어가 주무기인 김제이 생도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대비라 할 수 있습니다.
정답이었다.
김제이는 오늘 투창을준비해왔다.
그 전까지의 모든 상대는 투창 없이도 해결이 가능했기에, 그는 여분의 창을 가지고 승부에 임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상대는 유룡 조쉬 맥킨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했다.
―애초에 제이 생도의 주무기인 스피어는 투창을 염두에 둔 찌르기 중심의 창. 할버드를 사용하는 조쉬 생도와는 전투 스타일이 상당히 다릅니다.
―이정협 해설위원님. 하지만 김제이 생도의 창을 보면 양날이 있는데요?
―애각창입니다. 주문제작품이죠.
헌터협회 소속의 해설자 홍 후에이가 턱을 쓰다듬으며 김제이를 바라봤다.
중국 산동 출신인 그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흐뭇함이 떠올라 있었다.
―사실 창병들에게 그리 선호 되는 창은 아닙니다. 조쉬 생도의 할버드에 비하면 파괴력이 떨어지는 편이지요. 날 면적도 좁은 편이라 대인전에 있어서는 숙련자의 섬세함이 요구되는 창입니다. 진입 장벽은 할버드보다 낮지만, 대성하기는 오히려 까다로운 그런 무기입니다. 또한 투창 전용으로 쓰기에는 창대가 길고 날이 있어, 고전적 스피어 보다 투사체로서의 효용이 떨어집니다.
―이점도 많습니다.
이정엽이 바득바득 김제이의 쉴드를 쳤다.
―스피어 계열이지만 창날이 완전 투창용보다는 넓기 때문에, 범용성이 넓습니다. 또한 속도 면에서는 모양 상 공기저항이 있고 무게가 무거운 할버드보다 빠를수밖에 없습니다. 대인전에서 날렵한 창술을선보일 수 있는 위협적인 무기죠.
―애각창이라면 혹시 삼국시대의 상산 조자룡 장군이 썼다는 무기 아닌가요? 과연, 그동안 김제이 선수가 섬광 같은 빠른 창술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군요.
―역시 윤이랑 캐스터님, 상식이 풍부하시군요. …어어! 말씀드리는 순간입니다! 김제이 생도가 선공을 시작했어요!
대경기장 관중 10만명.
그리고 TV와 인터넷, 라디오로 승부를 생중계로 보고 있는 전 세계 수백만의 시청자들의눈이 고정됐다.
―퍼어어어어어엉!
한 발.
김제이의 첫 번째 투창이 끝났다.
흡사 작은 포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유룡이 서 있던 자리에 조그마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최소 60의 마력이 없이는 흉내도 못 낼 파괴력이었다.
―오오! 시작됐습니다. 조쉬 생도가 놀라운 반응속도로 투창을 회피했어요. 과연 이스트 블루 최고의 창병다운 몸놀림입니다!
말마따나 유룡 조쉬 맥킨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연습용 장창을 피해냈다.
하지만 첫 번째의 투창은 정말 시작에 불과했다.
―어어…?! 김제이의 생도가?!
―허어! 이건…….
두 번째는.
무려 10연발.
그것도.
―공중입니다! 김제이 생도가 주특기인 그 고유능력으로 조쉬 맥킨지 선수의 허공을 점했습니다!
오직 사각에서만 이루어진.
무차별 폭격이었으니까.
**
[▶lv.2> 시동]
[▶마력 63 -> 58]
등 뒤와 허리에 찬 10자루의 연습용 장창과 함께 허공을 날았다.
조쉬의 머리 위 상공 100m에 이르자마자 던져진 한 자루의 연습용 장창이 나와 함께 떨어져 내렸다.
‘공기저항을 고려했을 때 안정 투창 사거리인 20m까지 약 5초.’
시간이 빠듯했다.
우선은 한 발.
―우우우우우우웅!
마력을 힘껏 담아 봐도, 발을 디딜 곳이 없어 파괴력은 아까의 첫 번째 투창보다 낮았다.
하지만 중력가속도를 머금은 창은 한 박자 늦게 나의 위치를 알아차린 조쉬에게 카드 한 장을 쓰게 만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쇠끼리 부딪히며 나는 소리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굉음에, 나는 첫 번째 계획이 성공했음을 알았다.
“하.”
어이없는 웃음을 흘린 조쉬의 손에 들린 연습용 장창은 이미 크게 꺾여 제 구실을 못 하게 된 상태였다.
일단 이걸로 조쉬의 투창 잔탄은 하나만 남았다. 변수 하나가 사라진 셈.
‘둘.’
이번에는 두 자루다.
첫 번째 공중 투창을 한 반동으로 시야가 뒤집어져 있었다.
창을 한 자루 잡아채 강하게 쥠과 동시에, 전투화에 낀 투창 보조기에 창 하나를 끼워 넣었다.
―철컥!
수없는 연습 끝에 허공에서도 쓸 수 있게 된 접착식 보조기다. 창이 걸리는 소리가 무척 경쾌하게 들렸다.
나는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세 번째와 네 번째 창을 쏘아 보냈다.
―피시이이이이이이이
―피시이이이이이이이
회전을 추가한 덕에 속도가 더욱 올라갔다. 거리가 아까보다 가까워져 중력의 힘을 덜 받게 됐지만 괜찮다.
일단 이걸로 조쉬의 움직임을 봉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퍼어어엉! 퍼어어엉!
두 자루의 장창이 바닥에 꽂히며 조쉬를 경기장 구석으로 조금 더 몰아넣었다. 하지만 유룡은 머리가 좋은 놈이니 더 빨리몰아쳐야 했다.
더구나 이제 곧 놈의 사정거리에 들어온다.
[▶ 뇌신 lv.2>시동]
[▶마력 57 -> 52]
이번 번개의 강림 장소 역시 공중.
조쉬의 뒤통수 대각선의 허공이다.
―철컥!
왼발에 하나.
―탁!
오른손에 하나.
총 두 자루의 장창을 놈에게 쏘아 보냈다. 결과는 보지도 않았다. 이런 걸로 유룡을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없다.
―까아아앙! 까앙!
아까보다 훨씬 둔탁한 쇳소리가 들려온 것을 보니, <흑염룡>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이름의 에고 웨폰을 쥔 모양.
사각에서 이루어진 고속의 투사체를 차마 피하지 못해, 창으로 막은 모습이다.
‘한 발은 기어코 아끼시겠다 이거군.’
유룡 조쉬 맥킨지의 반응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내가 마음먹고 뇌신을 쓰면 놈의 입장에선 잡을 수가 없다.
조쉬는 뇌신의 발동 조건을 모른다.
즉 내가 마력을 소모해서이, 순간이동 같은 이동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단지 ‘추측만’ 하고 있다는 뜻.
하지만 만약 아니라면?
그 경우 놈은 골치가 아플 거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조쉬는 나를 반드시 빠른 시간 내에 잡아야만 한다. 안 그러면 자신이 먼저 지쳐버릴 테니까.
해서 놈이나 나나 투창을 준비한 것.
놈은 나를 잡을 틈을 만들려고.
그리고 나는 적은 마력 소모로 조쉬의 움직임을 소극적으로 만들며, 동시에 놈의 70후반대로 추정되는 개좆같은 마력을 조금이라도 소모시키려고.
―콰아아아아아아앙!
이번에는 한 발이었다.
그것도 전에 없던 강력한 마력을 담은, 진심의 투창. 이번 일격을 강하게 가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선공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지. 뇌신에 쓸 마력이 모두 소진되기 전에 놈을 잡아야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어깨를 떨치고 왼손을 툭 쳐올려 네 개의 창을 허공에 띄웠다.
―팟 팟 팟 팟
두 자루를 아까처럼 오른손과 왼발로 쏘았다. 그리고 그 직후 방금 전보다 더 센 마력을 머금은 두 발을 함께 쏘아 보냈다.
―쏴사사사사사사
―쏴사사사사사사
―쏴사사사사사사
―쏴사사사사사사
바람을 찢는 치명적인 비명을 토해내는 네 자루의 스피어가 시간 차 없이 조쉬 맥킨지의 사방을 덮쳤다.
놈의 머리. 심장. 배. 그리고 놈의 터질 것처럼 부푼 핏줄이 올라온 오른손까지. 창이 빛살처럼 내달렸다.
강력한 일격에 이어진 네 개의 투창을 막아내느라, 조쉬는 여전히 허공에 있는 나를 의식할 여유가 없었다.
‘…어?’
그렇게 생각하며 뇌신을 써 놈의 후방을 점거하려던 참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조쉬 맥킨지의 흑색 장창에서, 창대가 떨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마력을 머금은 거친 용의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룡의 고유능력 <귀창>이 발동될 때 보이는 시그니처 같은 소음이었다.
나는 불길함을 느껴 뇌신을 쓰지 않고 그대로 지면에 착지했다.
―부웅
조쉬가 자세를 낮췄다. 놈이 창을 한 바퀴 휘저어 등 뒤로 팔을 돌린 채, 기수식을 취했다.
나는 놈이 뭘 하려는지 알아챘다.
-제국오가창식
-빌레르만의 춤
그것은 놈이 3년 전.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프레이야의 유니테르 제국에서 배워왔다던, 창무槍舞였다.
―카강!
유룡의 창과 몸이 하나가 되어 휘돌았다. 축발로 균형을 잡은 채, 대각선으로창대를 후려치며 한 자루.
―카강! 카가앙!
그 직후 반동을 이용해 할버드의 부리로 낚아 채 한 자루. 그리고 허리를 반대로 굽히며 창대 아랫부분을 지렛대 원리로 쳐올리며 한 자루.
―퍼버벙!
마지막은 비어있던 왼손이었다.
마력을 잔뜩 머금어 보호한 조쉬 맥킨지의 손에 나의 연습용 장창이 잡히며 포대자루 터지는 소음이 울렸다.
“후우.”
아주 짧게 심호흡을 한 조쉬가 등을 돌렸다.
놈의 근사한 금발 머리가 잘생긴 놈의 하얀 얼굴을 간질였다. 언제 봐도 하이틴 미드 주인공 같은 새끼였다. 나이야 스물다섯이니까 살짝 많았지만.
“투창 존나 느낌 있는데?”
콰직. 놈이 내 연습용 장창을 반으로 부러트렸다.
“니 고유능력이랑 합쳐지니까 아주 식겁했다 임마. 정신 차려보니까 이렇게 코너에도 몰려 있고.”
놈이 혀를 내두른 뒤 손바닥을 보여 나를 불렀다.
“안 와? 이미 한 번 참았잖아. 또 참으면 병 생겨.”
“큭큭!”
나와 메리는 약 20m 밖에서 그 모습을 보며 욕을 퍼부었다.
“…망할 놈. 뇌신 아끼길잘했군.”
[감각이 성장했다는 증거다. 조쉬 저 새끼 아주 능구렁이야.]
우리는 방금 좆 될 뻔했다.
아까 조쉬 맥킨지의 등뒤로 돌아갔다면, 나는 오히려 놈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갔을 테니까.
‘창무에 휘말렸을 거야.’
빌레르만의 춤.
마력회로에 7의 마력을 한 호흡 돌리는 사이, 호흡이 이어지는 동안 35의 마력을 품은 창무를 출 수 있다는 유니테르 제국의 비기였다.
나로서는 반년이라는 짧은 교환학생 기간 동안 도저히 배울 엄두가 안 나는 고등 기술.
―탁!
애각창을 쥐고 붕붕 돌리며 감각을 익혔다. 아까 연습을 하긴 했는데, 아직 손 떼가 묻지는 않아서 어색한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쉬 역시 투창을 손으로 잡아챈 손바닥이 아픈지 주먹을 쥐었다 펴며 곧이어 펼쳐질 결전을 준비했다.
“도망칠 생각 없나보네.”
“정면 승부해야지. 노인네 부탁이잖아? 언제 향냄새 맡으실 줄 알고.”
“부탁? …아아 그거.”
유룡 조쉬 맥킨지.
그의 부드러운 인상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김제이. 네놈이 되겠냐.”
내가 과연 신체적성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증거를 보일 역량이 되겠냐는 뜻이었다.
“창을 맞대 보면 알겠지.”
“좋아. 어디까지 짖나 보자.”
“…조쉬 너 좀 재밌다. 악역 캐릭터에 몰입하기로 작심했어? 니가 무슨 음란한 김 선생이냐.”
“농담 집어치워, 개자식아.”
조쉬가 밑도 끝도 없이 욕을 했다.
나는 기분이 상하다기보단, 이 새끼가 대체 왜 급발진을 하지 싶었다.
그도 그럴게, 조쉬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성격 좋은 생도회장이니까.
“…너 더위 먹었냐. 바람 좀 쐬라.”
창을 머리 위로 몇 바퀴 돌린 뒤 창날을 앞으로 향하며 돌격 자세를 취했다.
조쉬 또한어쩐지 무척 비장한 각오가 감도는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바람?더럽게 많이 쐴 거야. 오늘 널 죽이고.”
이 착한 새끼가 나를 죽인단다.
…근데 정말 좆같은 건… 방금 조쉬에게서 살기가 느껴졌다는 사실이다.
“아우, 살벌하네. 너무 무섭다 야.”
“김제이,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진지해져. 나는 진심이다. 각오를 굳혔어.”
“조쉬, 너 장난이 심해! 무슨 일 생겼냐?”
하지만 생도회장은 ‘각오를 굳혔다’는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
놈답지 않은 같잖은 도발에 넘어갈 정도로 나는 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무척 싸하다는 점이 걸렸다.
‘……설마.’
어쩐지 요 몇 주간 묘하게 잡힐 듯 말 듯 뒤통수를 간질였던 것과 지금 조쉬 맥킨지가 이렇게 나오는 게, 연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너 귀에 찬 거. 혹시 에고 소드야?
발단은 조쉬가 갑자기 메리의 정체를 물어본 일부터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다.
신검 캄비온의 검령인 메리가 흑염룡 따위의 마검에게 정체를 들킬 리가.
[그러네. 그 직후 조쉬랑 서로 에고 웨폰 커밍아웃을 해버리고 나니까, 나중에 그 상황을 반추할 생각을 못 했다. 이 몸의 완벽한 실수야. 미안하다 파트너.]
그 일부터 시간 순으로 하나하나 사건들을 되짚어보았다.
극히 희박한 확률을 뚫고 요시모토 겐지-권지후와 연속해서 만나게 된 사건.
지금까지 구룡칠봉들이 서로 그 누구도 상대로 만나지 않을 확률.
오늘 갑자기 원장 쌤이 애각창을 들고 찾아오신 일과 하리가 내게 눈물로 사과한 일.
그리고 에비뉴 할배의 하루아침에 달라진 태도까지….
‘……설마.’
5m 앞 거리였다.
장창을 쥔 우리들에겐 그야말로 지척.
나는 부정의 대답을 바라며 물었다.
“하리가 부탁하든? 나 검 잡게 해달라고.”
조쉬가 그제야 무거운 입술을 뗐다.
“역시 제이 넌 머리가 비상해. 아! 답을 알려주지. 처음엔 그랬어. 그저 김하리의 눈물겨운 오빠 사랑을 도와주려는순수한 마음이었지. 겸사겸사 빚도 갚을 겸. 참고로 권지후는 내 자의야. 원래 하리는 요시모토만 부탁했었어. 뭐, 아무튼 첨엔 그랬다고. 못난 후배 한 명 구제해준다는… 그런 심정.”
―부웅!
유룡이 그가 자랑하는 최고의 창법.<노병의 창술>을 준비하는 기수식을 취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야. 너는 구제가 안 돼. 너는 이미 ‘생도회장’ 조쉬 맥킨지의 손을 떠났다.”
녀석이 할버드를 대지와 수평이 되게 들어 올린 독특한 자세로 날 가리켰다.
“랭킹전에게 네게 창술로 압도적인 굴욕감을 심어준다는 원래의 계획은 이미 틀어졌다. 나는 알아버렸거든.”
“어지간한 패배로는 절대로 네놈 손에서 창을 놓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차라리―.”
“창병 김제이. 널 산산이 부수겠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놈의창에서.
푸른 강기鋼氣가 뻗어 올랐다.
그와 동시에 실격 부저가 울렸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S랭크 창수 생도회장 조쉬 맥킨지.
그의 이번 학기 명예졸업 및 랭킹전 참가 자격 박탈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주심과 부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부전승 or 대전 속행>
랭킹전 룰에 따라 심판들은 내게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
부전승을 택하면 나는 구룡칠봉이다.
아니. 나는 ‘이미’ 그것이 되었다.
아무 이득도 없는 대전을 속행하면 나는 죽을 수도 있다. 조쉬의 살기는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
“…….”
노교수와 찰나 간 눈이 마주쳤다.
아마도 에비뉴 할배 단 한 명만이 조쉬의 각오를 사전에 알았던 모양이다.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창강이다! 조쉬가 S랭크였구나!
―와아! 역시 조쉬가 브라운보다 아래가 아니었어. 강기 길이 좀 봐.
―조쉬가 갑자기 왜 저래. 명예졸업? 이 타이밍에? 그럼 생도회장은?
―쟤랑 김제이가 뭐가 있나….
말소리가 마력결계를 넘지 못한 탓에, 유룡의 뒤편으로 보이는 10만의 관객들은 일제히 얼이 나가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말 미워죽겠는… 우리 하리와 원장 쌤도 있었다.
기대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펼쳐져 자기들도 아주 크게 놀란 모양. 그만큼 조쉬 맥킨지의 행동은 파격적이었다.
‘하.’
나는마음으로 울었다.
사랑과 호의로 가득 찬 주변인들의 순수한 선의가, 어쩜 이렇게 악의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건지.
머리로는 왜들 이러는지 백번 알겠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러니까. 모두 합심해서… 창병으로서의 나를… 깨부숴주시겠다?”
다시 놈을 응시했다.
내년 2월에 졸업할 때까지 힘숨찐으로 살 거며 실실 웃던 조쉬. 그가 내게 겨눈 창끝에는 여전히강기가 맺혀 있었다.
“해봐. 할 수 있으면. 그런데 아마 납득시키기 더럽게 어려울 거다.”
기수식을 바꾸었다.
숨겨놓은 3할의 전력까지 전부 풀었다.
-조가창법趙家槍法
-운룡세雲龍勢
“나는 너처럼 창을 쉽게 배우지 않았거든.”
나의 9년은.
적어도 나에게만은.
한없이 무거운 세월이었다.
뇌신 lv.2>뇌신 lv.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