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62회
"...여기가 네 연구소라고?"
"응. 조금 크지?"
"...조금?"
얄밉게 웃는 모습이 상당히 아니꼬왔지만, 솔직히 감탄사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영주의 저택 지하.
저택의 부지보다 더욱 넓고 깊은 그 공간은 마치 지하에 건설된 거대 콜로세움에 들어선 것 같았다. 관중석 대신 수십 개의 방문이 늘어서 있다는 게 다르긴 하지만, 모양만 따지면 매우 흡사했다.
이거 깊이로만 봐도 '키메라의 둥지' 지하 3층 정도와 비슷할 거 같은데.
이런 규모라면 확실히 시간을 벌어달라고 부탁할만 하겠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테니.
"이런 시설을 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처음부터 이렇게 커다랬던 건 아냐. 점차 규모를 늘리다보니 이렇게 됐지. 게다가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어. 나는 골렘을 다룰 수 있는데다 중간부터는 지배한 마을 사람들도 전부 동원했으니까."
"허어..."
관중석 대신 무수히 많은 방이 있는 콜로세움의 바닥, 그러니까 검투사가 전투를 벌일 법한 공간에는 엄청난 수의 아이언 골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손발이 투박하긴 하나 크기만 거의 3미터에 달하고 급소라 부를만한 부위가 없어보이는 녀석들이라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저게 네가 가진 병력의 전부야?"
"응? 아니, 저건 그냥 일꾼들인데? 지금은 쓸 곳이 없어서 잘 정리해둔 거고...뭐, 전투에도 사용할 순 있겠지만 그렇게 쓸모 있진 않을 거야."
"......"
"저 골렘들에 비하면 오히려 마을 사람들이 더 강할 걸."
"뭐? 정말?"
"그럼.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개조한 놈들인 걸. 마력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데다 변신 능력도 갖추고 있고 재료도 아낌없이 합성해서 만들었으니까..."
"...그럼 여기 있는 방들은 뭐야?"
"아아, 3할 정도는 비어 있어. 나머지 7할에는 신경 써서 만든 작품들과 작업에 필요한 재료, 기계 같은 것들로 들어차 있지."
"너...이런 엄청난 병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뭘 그렇게 쫄았던 거야?"
"이런 걸론 어림도 없으니까 그렇지. 나 혼자서는 아무리 날고 기어도 한계가 명확해. 그만큼 신성교는 강대한 세력이라고."
"......"
신성교가 그렇게나 강한 곳이었어? 탈주각 제대로 잡아야겠군.
"흐음...방어 준비하려면 상당히 고민이 많겠네."
"그렇지."
"힘 내."
"...너 이 새끼. 아무리 내가 시간만 벌어달라 부탁했어도 그렇지 설마 아무것도 안 할 생각이냐? 짐 옮기는 거라도 도와. 신성교에게 한 방 먹일 용도의 버려도 되는 것들과 도망칠 때 챙길 것들을 구분해야 하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르다고."
"아무것도 안 하긴, 저주를 걸어주기로 했잖아? 자랑은 아니지만 저주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그리고 그거 말곤 할 생각도 없고."
능글거리는 내 태도에 샤미엘은 한숨을 쉬더니 찌릿, 눈에 힘을 줬다.
"그럼 아까 그 빌어먹을 개사기 버프 스킬은 뭔데!"
"아, 그거. 그것도 할 줄 알긴 하지. 마침 잘 됐네. 한 번 실험해 볼까?"
아이언 골렘들을 보며 히죽거리자 샤미엘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응? 뭐 할려고?"
"아리, 나와봐."
-샤아아아..!
"잠깐, 어쩌려는 거야?"
걱정이 듬뿍 담긴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원념의 파동을 일으켜 아리에게 주입하니 아리는 그것을 증폭시켜 아이언 골렘들에게 균일하게 나누었다.
"...허어. 이게 되네?"
놀랍게도 성공이었다. 악신의 축복은 생물이 아니더라도 통하는 것이다.
흠, 그럼 길가의 돌멩이나 건물에도 걸릴까? 왠지 그건 안 될 것 같은데. 아마 어떤 조건이나 제한이 있겠지만 알 방도가 없군. 하여간 설명이 부족한 게임이라니까.
"너...설마 아이언 골렘에게 버프 스킬을 쓴거야?"
"응. 확인해봐."
"....!"
급히 허공에 시선을 던진 그녀가 분주한 손놀림으로 무언가를 조작하더니 이내 얼굴을 경악으로 일그러뜨렸다.
"이게 대체...! 나한테 걸린 것보다 능력치 강화 비율이 높잖아!"
"어, 그래? 하긴 균일하게 효력을 발휘하는 스킬이 아니니까."
내 감정의 영향도 있을 테고 내가 모르는 변수도 있을 것이다.
"...이거면 진짜 한 방 먹일 수 있을지도."
샤미엘의 얼굴에 희망이 떠오르며 벅찬 미소가 치고 올라온다.
"아하하핫! 뭐야~ 능력남이었잖아? 할 줄 아는 거 없는 기생충 새끼라고 생각했던 거 사과할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그녀가 크게 웃으며 내 등에 스매싱을 찰싹찰싹 날린다.
아오, 저 주둥이를 그냥.
"그래? 이길 수 있겠어?"
"한 두번 정도는 가능할지도."
"한 두번이라..."
"좋았어! 그럼 곧바로 작업 시작하자!"
"엉?"
샤미엘이 들뜬 기색으로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로부터 약 3시간 동안, 그녀의 손에 이끌려 온갖 기괴하고 흉측하며 아름다운 작품들에 악신의 축복을 걸어줘야만 했다. 그 작품에는 토르카 영지의 마을 사람들도 포함돼 있었다.
"후우...이제 끝난 거지?"
"응!"
어울리지 않게 해맑은 미소로 대답한 그녀는 허공을 조작하며 연신 헤벌죽거린다.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괜히 미소가 그려지네.
"그럼 난 이제부터 탱자탱자 놀고 먹을 건데...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돼?"
"응? 으음...예상치 못하게 전력이 강화됐으니 그 다음은 전술을 연구하고 함정을 준비하고 장비를 갖추는 거지! 겸사겸사 이삿짐도 챙기고!"
"그래? 뭐, 열심히 해봐."
"사실 전술이야 그렇다쳐도 장비가 상당히 힘들 것 같아. 아니, 구하려면 구할 수도 있고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야. 수천에 달하는 병력을 좋은 장비로 무장시키는 건 단시간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아, 그러냐..."
흥분한 탓인지 말이 많아진 그녀는 흥미도 없는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그럼 당분간은 바쁘겠네?"
"뭐, 그렇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을 만큼...뭐 해?"
슬쩍 그녀와 어깨동무를 하자 날카롭게 치뜬 눈이 사납게 노려본다.
그럼에도 더욱 밀착한 나는 능글맞게 웃으며 손길을 조금씩 가슴쪽으로 내렸다.
"아니, 그래도 밥 값은 했잖아? 너도 바빠질 것 같으니 그 전에 한 번 찐하게...어때? 나쁘지 않은 생각 아냐? 너도 스트레스 풀고 좋잖아?"
"신성교가 언제 쳐들어올 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렇게 태평해? 나 참, 원숭이도 아니고...그리고 하고 싶으면 네 주변 여자들이랑 하던가."
"뭐든 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렇게 나오실까? 섭섭하게시리. 그리고 남자는 언제나 뉴페이스를 원하는 법이라고. 설마 싫다고는 안 하겠지?"
꽉 감싸안자 의외로 가녀린 몸이 품 안에 쏙 들어온다.
성격과 몸의 괴리감인가? 안는 느낌은 귀엽네.
"...어, 어라..?"
고개를 틀어 날 노려보던 샤미엘의 낯빛이 문득, 붉게 물들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것처럼 허둥거리면서 말이다.
"뭐야? 왜 그래?"
"아, 아니...차, 착각하지 마! 넌 내 취향 아니거든!? 존나 못생겼어!"
"......"
누가 뭐라 그랬냐.
필사적으로 톡 쏘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는 것 같다.
하이에나 같았던 이미지가 고슴도치로까지 작아지다니 조금 귀엽네.
"아하. 뭔지 알 것 같다."
그때, 샤미엘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묘란이 짝, 하고 박수를 치며 생긋 웃는다.
"응? 뭐가?"
"아하하핫, 샤미엘 언니. 지금 설렜지?"
"어!? 무, 무슨...개소리를 하는 거야!"
정곡이 찔린 것처럼 큰소리를 내는 샤미엘을 향해 묘란은 얄미운 얼굴로 웃으며 그녀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크후후...알아 알아. 인정하기 싫지? 저런 변강쇠 같은 남자에게 한 순간이나마 꽂혀버렸다는 사실이?"
"꼬, 꽂히긴 누가..! 자꾸 개소리할래!?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나도 그랬으니까. 잘 생각해보면 오빠에게 두근거리는 건 당연한 거라고? 한길 오빠는 현재 드림아웃에서 가장 사람냄새가 진한 사람이거든. 그야말로 현실의 인간이란 말이지."
아, 언젠가 묘란이 저런 말을 한 적이 있긴 있었지.
"아...!"
깨달은 것처럼 입을 벌린 샤미엘은 이내 무언가를 멋대로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그랬구나. 호오...너 의외로 머리 썼다? 일부러 캐릭터 외형을 현실 그대로 가져온 거지? 이런 틈새시장을 노리고!"
"응? 어어..."
이 모습 그대로 인정받기를 원했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흥...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보게 되네. 사람 냄새라...확실히, 이렇게 구수하게 생긴 사람은 현실에서도 보기가 쉽지 않지."
이왕이면 남자답다고 해줬으면 좋겠는데.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샤미엘이 내 얼굴을 요모조모 뜯어보는 것에 간지러움이 느껴졌기에 재차 그녀를 품 안에 쏙 집어넣었다.
"하여간 오케이라는 거지? 자자, 그럼 어서 침실로 가보실까?"
급한대로 음흉한 표정을 짓는다고 지었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본 샤미엘과 묘란은 죽이 잘 맞게도 푸훕,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귀엽네."
"그치? 한길 오빠는 의외로 귀여운 면이 많아. 우후훗."
"끄응..."
저들끼리 꺄륵거리던 둘은 조금 애기를 나누더니 이내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며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호오, 물건이 그렇게나 굉장하다고...?"
"그렇다니까. 드림아웃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의 대물이야. 귀두가 우산처럼 생겼는데 그게 안쪽을 박박 긁어대는 게 아주..."
대부분 들려왔지만 말이다.
흥미롭게 듣던 샤미엘은 별안간 눈을 반짝이고는 팔짱을 껴왔다.
"쿠쿡, 좋네. 흥미가 생겼어. 좋아. 이리와."
"......"
어느새 그녀가 리드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내가 바란 시추에이션은 이게 아닌...에이, 뭐 아무려면 어떠랴.
그녀가 나를 끌고 데려간 곳은 무수히 많은 방들 중 하나였는데, 안에는 커다란 침대와 탁자, 와인 밖에 놓여 있지 않았다.
"상당히 살풍경한 방이로군..."
"쉴 수만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응? 잠깐! 너희들은 왜 들어와? 따라 들어오지 마!"
우르르 몰려오는 여자들을 보고 화들짝 놀란 샤미엘이 급히 방문을 가로막았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 당연히 같이 하기 위해서지!"
"네 년 비켜라! 나는 신...이 아니라 여보를 보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전 항상 주인님 곁에 있어야 해요!"
"당신 말을 따를 이유는 없어..."
순서대로 묘란, 카론, 에필리아, 클라라가 노려보며 한 마디씩 하자 샤미엘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손을 휘휘 저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꺼져. 난 난교 취향은 없거든?"
고인물치곤 엄청나게 온건하군. 취향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애들아. 잠시 쉬고 있어."
샤미엘에 이어서 나까지 한 마디 하자 그녀들은 주춤거리더니 이내 서로의 얼굴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달링의 명령이라면."
"주인님을 따를게요."
"알겠어. 오빠."
조금 서운해보이는 표정들이로군. 나중에 잘 달래줘야겠어.
그렇게 세 여자는 간단히 물러섰지만, 묘란은 여전히 문턱을 밟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뭐야? 안 가?"
"안 가...아니, 나는 못 가!"
"뭐?"
"난 무조건 오빠 곁에 있어야만 해."
묘란의 서슬퍼런 눈동자에 귀기 비슷한 것까지 서리자 샤미엘은 어처구니 없다는 눈으로 이쪽을 쳐다봤다.
"대체 애한테 무슨 짓을 하면 이렇게 돼?"
"아 뭐...어쩌다보니. 샤미엘. 묘란은 좀 봐줘."
"에휴...할 수 없지. 하지만 누가 지켜보는 건 신경쓰여서 싫어. 그러니까 너도 같이 해."
그녀를 안으로 들이고 문을 닫은 샤미엘의 말에 묘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같이 하자면 하겠는데...취향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
"무슨 소리야? 네 상대는 한길이가 아냐,"
히죽, 샤미엘의 얼굴에 음침함이 감돌았다.
"소환, 안드로이드 3호."
목소리와 동시에 허공에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어느새 은색으로 빛나는 기묘한 녀석이 우리 앞에 서있었다. 형태는 인간과 같았으나 이목구비는커녕 주름 하나 없이 반짝이는 몸은 거울처럼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뭐야 그건?"
"내가 만들어낸 합성 생물."
"생물? 살아있는 거야?"
"으음...아니. 엄밀히 말하면 살아있는 건 아냐. 그렇다고 기계라 하기도 애매하지만...뭐, 게임이니 적당히 알아먹으라고. 어차피 스킬로 만든 거라 정확한 매커니즘은 나도 몰라. 아, 그리고 이 녀석은 전투용보다는 이쪽 용도로 개조한 녀석이지."
샤미엘이 손가락을 튕기자 녀석의 몸이 물결치는 것처럼 출렁이더니 고간에서 거대한 자지가 자라나고 몸과 팔다리에 남성적인 근육의 결이 깊게 파였다.
음, 그래도 내 것보단 조금 작군.
"호오..."
"서, 설마 이것과 하라는...?"
묘란이 망연한 기색으로 안드로이드 3호를 가리키자 샤미엘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모텔에서 보는 야동처럼 야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라."
"시, 싫어! 난 이런 취향 없다고!"
"억지로 끼어들려고 했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이 녀석은 생물이 아냐. 그냥 도구라고. 사람 같이 생긴 딜도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편해. 3호. 움직여."
"......"
명령을 받은 안드로이드 3호는 이목구비가 없는 매끈한 얼굴을 돌려 묘란에게 향하더니 빠른 움직임으로 다가가 그녀의 몸을 번쩍 들어올렸다.
"자, 잠깐! 싫어! 앗, 차가워! 뭐가 이리 차갑...히익!?"
순식간에 침대 위로 옮겨진 그녀는 녀석의 얼굴 하부가 꿀렁거리며 도톰한 입술과 혀가 만들어지자 얼굴을 하얗게 물들였다.
"무슨...우읍!"
"난 시끄러운 거 싫어하니 조용히 해."
"오우..."
은색으로 빛나는 얼굴 없는 남자에게 강제로 입술을 뺏긴 채 옷이 벗겨지고 몸 여기저기를 주물러지는 묘란의 모습은 매우 자극적이었다.
"괜찮은 광경인데..."
마른침을 삼키며 눈을 떼지 못하자 샤미엘이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렇지? 저건 내가 만들어낸 녀석 중에서도 움직임이 유연해. 핵심은 모양이 자유자재로 변하는 금속이지."
나를 테이블 앞에 앉힌 그녀는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따고 내 다리 위에 앉아 유리잔에 술을 따랐다.
"일단 천천히 마시면서 구경하자."
"좋지. 근데 왜 잔이 한 개야? 너만 마시게?"
"후훗...우리도 천천히 달궈야하지 않겠어?"
살짝 와인을 머금은 샤미엘이 그 퇴폐적인 눈초리를 그윽하게 뜨더니 목을 휘감아 입술을 겹쳤다.
"읍..."
"으훙..."
포개진 입술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달콤쌉싸름한 와인의 맛과 매끈하고 부드러운 혀가 얽히는 감촉.
"꿀꺽...이거 꽤 괜찮은데."
"그렇지?"
[스킬 '원념의 지배자'에 의해 '적의', '악의'를 가진 공격의 위력을 감소시킵니다.]
[사역마 '천호'에 의해 부정한 액체가 정화됩니다.]
[스킬 '아리'에 의해 상태 이상 '중독', '세뇌', '복종'에서 벗어납니다.]
"...응?"
이게 뭔가 싶어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중독에 복종에 세뇌? ...이 여자 설마하니 나를 꼭두각시로 만들려 했던 거야? 왜? 그래봤자 어차피 신성교가 오는 이상 도망가야 하는...아하, 그렇군.
나를 '강력한 흑마법사'로 꾸며 신성교에게 제물로 던져줄 생각인가.
신성교가 나를 성기사에게 저주를 걸 정도로 강력한 흑마법사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만족스럽게 토벌한 뒤 얌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처음부터 이걸 생각하고 도와달라고 연막을 친 건가? 한 방 먹이니 마니 했던 건 전부 구라였고? 하지만 아이언 골렘에게 악신의 축복을 걸었을 때 보여준 희망찬 미소가 연기라고 보긴 힘든데...아, 그렇군. '보험'이 늘어나서 기뻐한 건가. 혹시 나를 제물로 바치는 데 실패하거나 일이 잘못되면 정말로 신성교와 한 판 붙어야 할 수도 있으니...
거참 두뇌 회전은 칭찬해줄만 하네. 역시 닳고 닳은 고인물이야.
천호와 아리가 없었다면 꼼짝 없이 당할 뻔했군.
"우후후...기분이 어때? 박한길."
샤미엘의 눈이 요사스럽게 빛난다.
순간 울컥해서 저주로 반격해줄가 싶었으나 불현듯 이대로 내버려두는 게 더 재밌겠다는 생각에 진한 미소를 그리며 그녀를 마주봤다.
"한 잔 더."
"어, 응...? 어어. 그, 그래.."
내 여유로움을 보고 눈에 띄게 당황하는 샤미엘.
그래. 당황스럽겠지. 내가 중독되고 세뇌당하지 않으면 곤란할 테니까 말이야.
시간은 유한하고 신성교의 병력은 시시각각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굴려진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점점 크고 무겁게. 애가 타고 조급하겠지. 자칫하면 정말로 신성교와 싸울 준비를 해야 할 판이니까.
하지만 천호와 아리가 있는 이상 너는 내게 아무런 위해도 끼칠 수 없어.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내가 네게 이용당할 일은 없을 거다.
그러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눈 똑바로 뜨고 가만히 지켜보는 것 뿐이다.
부드럽게 내 턱을 감싼 그녀가 술병을 기울여 입 안에 와인을 머금고는 그대로 입술을 마주쳐 와인을 넘겨주기 시작한다.
"응츄..."
"우음..."
아까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와인을 마시며 격렬하게 그녀의 입술과 혀를 맛봤다.
[스킬 '원념의 지배자'에 의해 '적의', '악의'를 가진 공격의 위력을 감소시킵니다.]
[사역마 '천호'에 의해 부정한 힘을 품은 액체가 정화됩니다.]
[스킬 '아리'에 의해 상태 이상 '중독', '세뇌'에서 벗어납니다.]
혀를 빨아들이며 진하게 눈웃음을 그리니 그녀의 얼굴에서 슬쩍 핏기가 가신다.
부디 느긋하게 감상하라고. 위험이 눈앞까지 들이닥치는 광경을.
"응아...! 자, 잠깐. 너무 격렬하잖아..."
혼란스러운 기색으로 물러나려는 그녀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이렇게 달궈놓고는 튕기는 거야? 샤미엘."
치마 안에 손을 집어넣고 가디건을 벗기자 한 손에 쏙 들어올 것 같은 가슴이 찰랑, 내려앉는다.
"흐흐, 귀여운 가슴이네. 한 입에 쏙 들어올 것 같아."
젖꼭지를 꼬집으며 놀리자 그녀는 뱀처럼 상체를 미끄러뜨리며 눈을 앙칼지게 떴다.
용케 평정을 유지하는군.
"이건 효율을 중시했을 뿐이거든? 저런 괴물 가슴하고 비교하지 말라고."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묘란이 은빛 금속 인간에게 짓눌린 채 가슴을 주물러지며 유린당하고 있었다.
"아앙! 히이익...! 차, 차가워어...! 커다래앳..!"
쇳덩이나 다름 없는 은빛 거근이 그녀의 내부를 마구 휘젓고 있었는데, 넣고 있는 곳이 보지가 아니라 후장이었다.
"아~아. 저 녀석 또 잘못 넣었네...언제쯤 제대로 인식하려는지..."
"헤에, 저 녀석하고 많이 놀았나봐?"
"가끔 쌓였을 때 사용하긴 하지."
"근데 움직임이 너무 거친 거 아냐?"
"그건 어쩔 수 없어. 저 녀석은 애무나 섹스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거든. 그저 명령한 대로 움직일 뿐이야. 게다가...그 거친 느낌이 좋아."
"호오...?"
"응후후...흥분했어? 엉덩이에 뭔가 단단한 게 닿고 있는데?"
굼실굼실 움직이는 그녀의 엉덩이에 자지가 짓눌리자 자근거리는 쾌감이 올라왔기에 나는 복수하듯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유두를 튕겼다.
"너야말로 꼭지가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는데?"
"우후후..."
위협적으로 웃은 그녀는 내게 기대오며 목과 볼에 끈적한 키스를 이어가며 숨결을 점차 거칠게 내뱉었다. 그에 따라 내 몸도 점차 뜨겁게 달아올랐기에 그녀의 옷을 벗기고 몸을 매만지는 손길이 바빠진다.
"헤에..."
실 한오라기 걸치지 않은 그녀의 몸은 가녀린데다 뱀처럼 미끈하고 유연했다.
차가운 인상이었으나 실제로 닿는 감촉은 따스하다 못해 뜨끈했다.
"아~ 난 이거 좋더라. 배에 있는 십일자 복근. 이게 꼴림 포인트지. 거기에 얇은 허리와 살집이 붙은 허벅지까지...최고야."
그녀의 배를 쓰다듬으며 가슴에 얼굴을 문지르자 그녀는 또아리 트는 것처럼 밀착하며 조금씩 자지를 꺼내기 시작했다.
"후후, 좋게 봐주니 고맙네. 네 여자들은 전부 가슴 괴물 밖에 없어서 마음에 안 들어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말야."
"난 편식 안 해."
"어련하시겠어...어머."
빳빳해진 자지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자, 샤미엘의 입이 쩍 벌어진다.
"...괴물."
"칭찬 고마워?"
"자, 잠깐만...이건 아무리 그래도 안 들어갈 것 같은데? 너무 크잖아."
"괜찮아. 너보다 작은 애도 너끈히 받아들였으니까. 것보다 저기 있는 안드로이드 3호와 크기도 비슷하잖아?"
"아니, 그거야 당연히 크기를 조절하는...앗, 잠...!"
곧바로 보지를 벌리고 집어넣으려 하자 그녀는 자세를 바꿔 정면으로 마주 앉으며 요염하게 앙탈을 부렸다.
"잠깐마안~ 천천히, 응? 제발 천천히..."
"아하하하, 보기와는 다르게 겁이 많네?"
"이건 누가 와도 겁 먹는 사이즈라고! 게임이니 죽진 않겠지만..."
"아프지도 않을 거야. 게임이잖아?"
"앗!? 아크윽...!?"
엉덩이를 잡고 벌린 뒤 허리만 움직여 보지를 귀두로 문지르자 그녀는 목을 조르다시피 밀착하며 전신을 파들파들 떨었다.
"힘 안 빼면 더 힘들어진다? 자, 더 깊이 들어간다~ 천천히~"
"크으응...! 귀두...! 너무 두껍..."
"흐읍!"
"아크햐아앙!?"
예고 없이 끝까지 밀어넣자 배가 가득 찬 샤미엘은 전신에 힘을 준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오오...끝내주게 조여주네..."
"아...학...!"
"이런, 숨 쉬어야지."
질펀하게 젖은 내부를 휘저으며 엉덩이를 찰싹 때리자 정신을 차린 그녀가 크게 숨을 뭉텅이로 토해냈다.
"하악...하으윽...!"
"어때?"
"압박감이...!"
"괜찮아. 천천히 문지르면 곧 기분 좋아질 거야."
"움직이지...마아...!"
그녀의 말을 무시한 나는 안드로이드 3호의 무기질적이고 기계적인 움직임에 느껴버리는 묘란의 모습을 구경하며 느긋하게 샤미엘의 질육을 문질렀다.
"아응..하읏, 크흐응...야아앙..! 햐아아응..!"
"오, 목소리가 달콤해졌는데? 슬슬 익숙해졌어?"
"아그으읏...!"
좌우로 문지르며 자지를 지렛대처럼 이용해 내부를 벌리자 그녀의 이가 악물렸다.
"조금 더 기다려야하나..."
뭐, 나는 샤미엘과는 달리 시간이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아앗, 흥그응, 응오옥...!"
"하아앙! 흥아아아! 캬흐으읏!"
귓가를 간질이는 샤미엘의 달큰한 교성과 능욕당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교성을 내뱉는 묘란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허리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