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67회
일이 조금 많이 커졌다.
기대도 안 했던 흑마법사가 천 명이 넘는 성기사와 사제를 전멸시켜버렸단다.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했던 건지 상상도 하기 힘들다. 설마 숲에 풀어놨던 언데드로 전멸시킨 건가? 그게 가능해? 상극이라며?
"망했어! 이젠 토르카 영지를 뜨는 수밖에 없어! 젠장! 전부 망했다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주먹을 치켜드는 샤미엘을 보고 황급히 두 손을 휘저었다.
"지, 진정해...일단 진정하고 처음부터 천천히 정리해보자. 그러니까 그 흑마법사가 성기사들을 전멸시켰고...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건데?"
침착하려고 애쓰는 나를 눈물 맺힌 두 눈이 예리하고 사납게 찔러온다.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흑마법사한테 한 방 먹은 신성교가 가만히 있을 리 없잖아! 안 그래도 실종된 성녀 때문에 개빡친 놈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당연히 척살령이 내려졌어! 그것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
미안, 걔네들이 개빡친 것도 사실 나 때문이야.
샤미엘 입장에서 나는 그야말로 재앙 덩어리구나. 살짝 죄책감이 생기네.
"으음...척살령이라...엄청난 수의 성기사들이 온다는 거야?"
"그래! 거기에 고위 성기사와 사제들도 섞여서! 최소 만 명 가까이 되는 병력이 모일거라고!"
"어이구야, 단번에 열 배냐..."
일이 제대로 꼬였군.
"그리고 그 만 명 가까이 되는 신성교 새끼들이 제대로 된 보급을 받으려면 베이스가 있어야 해. 당연히 그 베이스는 가까운 토르카 영지가 될테고 흑마법사가 가까이 있으니 일단 대대적인 탐색이 이뤄지겠지! 그럼 뽀록나버리는 거야! 자칫 여기가 흑마법사의 마수하에 놓였다고 생각해서 몰살시켜버릴지도 몰라!"
"뭐? 그런 게 가능해? 아무리 신성교라도.."
"당연히 쉽게는 안 되지! 여긴 라바크 제국이니까!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잘못하면 왕국군까지 덤으로 얹힐지도 몰라!"
"......"
일이 꼬인 정도가 아니라 터졌군.
적당히 전쟁 놀이나 하다 슬쩍 빠지려 했더니 그것도 못하겠어.
"...미리 쨀까?"
"뭐!? 그게 지금 네가 할 말이야!? 이 나쁜놈아!"
칼이 있으면 주저없이 찔러댔을 것 같은 예리한 눈빛으로 히스테리를 부린 샤미엘은 분한 얼굴로 눈물을 훔치며 연신 코를 훌쩍였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너 일만 명이 넘는 신성교 병력에 왕국군까지 감당할 수 있어?"
"할 수 있겠냐...!"
"그럼 째자. 별 수 없다면 깔끔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지."
"지꺼 아니라고 아주...! 젠장,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게 또 빡치네."
신경질적으로 다가온 샤미엘은 털썩, 내 다리 사이에 앉더니 등을 기대왔다.
반사적으로 가슴을 움켜쥐려하자 날쌔게 움직인 손바닥이 따끔한 맛을 보여준다.
"넌 이럴 때까지 그런 생각이 들어? 훌쩍...징하다 징해."
"쳇...그래서? 어쩔 건데?"
내 물음에 고민하는 기색으로 뒷머리를 어깨 부근에 이리저리 문대던 그녀는 한숨을 내셨다. 깔끔해진 숨소리를 들으니 어느 정도 진정한 모양이다.
"에휴...어쩌긴 뭘 어째. 도망가야지..."
"역시 그렇지? 그거 밖에 없겠지? 어디로 도망갈 건데?"
"글쎄...지금 생각해둔 곳은...아니 근데 이 망할놈이 도망칠 생각 밖에 안 하네? 시원하게 지른다며? 그 패기는 어디 갔어?"
"이미 질렀잖아?"
"흑마법사를 이용해 성기사들 없앤 게 네가 지른 게 되는 거야?"
"그럼?"
"어휴...한심하다 한심해. 지가 한 건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생색내는 꼬라지 하고는...그러고도 네가 남자야?"
"...그렇게까지 도발당하면 나 진짜 진심으로 해버린다?"
내 말에 샤미엘은 약올리듯 비웃으며 빙글거리는 미소를 그렸다.
"할 수는 있고? 괜한 허세 부리지 마. 좆밥이 그래봤자 안타까울 뿐이니까."
"이게 진짜."
"캬하아앙!?"
그녀의 클리토리스가 납작해질 정도로 강하게 꼬집고 비틀어올리자 샤미엘의 눈망울에 눈물이 어림과 동시에 황홀경이 스쳐지나간다.
"그렇게까지 말한다 이거지? 좋아.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고. 모조리 쳐부숴 줄테니."
"카흐윽...! 이, 이거부터 놓고...!"
"안 돼. 감히 암캐 주제에 주인을 욕보인 벌이야."
"히그응으윽..! 누가 주, 주인이라느으으은...! 햐아아앙...!"
한동안 클리를 이리저리 잡아 꼬집던 나는 그녀가 절정하는 걸 본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오빠. 제가 도와드릴게요."
"응? 클라라. 뭔가 생각이라도 있어?"
나른한 몸짓으로 목을 휘감아온 그녀가 내 목덜미와 볼에 쪽쪽 키스세례를 날리더니 조금 사악하게 웃어보였다.
"드디어 제가 활약할 기회가 온 것 같네요."
***
클라라의 요청에 따라 가장 먼저 한 일은 그 흑마법사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넙죽 엎드렸다.
"오오오..! 신이시여! 다시 찾아오시길 기다리고 있었나이다! 명하신 대로 모든 성기사들을 죽이고 그들이 가장 혐오하는 언데드들로 바꿔놓았습니다."
"응 그래. 잘 했고. 네가 더 해줄 일이 있다."
"무엇이든 말씀해주십시오. 이 목숨 바쳐 해내겠습니다!"
바닥에 쿵쿵 이마를 찧으며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절로 사악한 미소가 그려진다.
"네 능력이 상당히 출중하니 일대의 땅을 네게 하사하마."
"네...? 땅을...?"
보아하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보면 알아. 어디 보자..."
나는 성역을 발동해 스킬이 미치는 범위를 늘렸다.
이 숲을 넘어서 토르카 영지와의 거리를 중간정도 되는 지점까지 모조리 뒤덮도록.
[성역의 범위가 확장됩니다.]
알림음과 동시에 흑마법사의 어깨가 흠칫 떨린다.
"이, 이건...!"
"느껴지냐?"
"네! 그렇습니다! 어마어마한 흑마력이 내려앉는...아아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드디어 내 말의 진의를 깨우친 그가 재차 이마를 찧으려는 것을, 발등으로 막았다.
"쓸데없이 피를 흘리려 하지 마라. 앞으로 지겹게 흘리게 될테니 그때까지 아껴둬."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아, 그 전에. 너 이름이 뭐냐?
"저, 저는 카멜로(Camelo)라고 하옵니다. 아아...영광입니다. 신이 제 이름을...아아아...!"
"그렇군. 카멜로. 네게 주는 다음 선물이다. 클라라?"
"네. 오빠."
내 부름에 클라라가 앞으로 나서자 카멜로의 눈이 화등잔만 해진다.
"이, 이 여인은...?"
홀린 것처럼 초점이 흐려지는 그의 눈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우리 클라라가 좀 예쁘긴 하지.
"네게 또 다른 축복을 내려줄 나의 대리자다. 클라라. 시작해."
"네."
그녀가 손을 치켜들자 검고 불길한 빛이 뿜어져나와 안 그래도 어두컴컴한 동굴을 더욱 어둡게 물들였다. 내가 발하는 검은 안개와 비슷하지만 모양새와 기세가 상당히 다른 기운이었는데, 저건 그야말로 '빛'이라는 느낌이었다. 어두운 빛.
이윽고 나직하게 읊조리는 클라라의 목소리가 동굴벽에 부딪혀 반향을 만들어낸다.
"칠흑의 장막, 오염된 사지, 심연의 눈물, 원념 증폭."
"오, 오오오...!? 이, 이럴 수가...!"
반영구적이고 주로 어둠 속성과 관련된 능력과 스킬을 강화시켜주는 그녀의 버프가 끝나자 카멜로는 그야말로 경악하여 나와 자신의 몸을 번갈아보길 반복했다.
"어때? 조금 강해진 것 같아?"
"무, 물론입니다! 이, 이전에 힘을 주셨을 때보다 무려 다섯 배 정도 강해진 것 같습니다!"
"다섯...?"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진짜 어마어마하네. 과연 악신의 성녀라 할만하다.
"후후후. 좋아. 카멜로, 잘 들어라."
"네!"
"신성교가 너를 심판하기 위해 더 많은 병력을 불러들였다. 아주 건방진 녀석들이지. 일만이 넘는 병력에 고위 성기사와 사제도 수두룩 하겠지만...이길 수 있겠지?"
"문제 없습니다! 아니! 설령 불가능하다 해도 이 목숨 바쳐 모조리 길동무로 데려가기라도 하겠나이다!"
"좋은 대답이야...그럼 너는 여기서 힘을 기르고 있도록. 연락용 수정구를 놓고 갈테니 정기적으로 보고해라.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고. 아, 하지만 토르카 영지까지 영역을 확장하진 마라. 내가 있는 곳이니."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손을 휘둘러 퀘퀘한 동굴 밖으로 나온 나는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일단 첫 번째는 끝."
"후후, 오빠 수고했어요."
"수고는 무슨. 클라라가 다 했는데."
푹 안겨드는 클라라의 가슴에 파묻혀 몇 번 숨을 내쉬고 있으려니 불현듯 욕구가 치밀었다.
"카론. 빨아."
"네. 여보."
그녀는 즉시 무릎을 꿇고 자지를 꺼내 지체없이 입에 물었다.
묘란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변한다.
"오빠. 할 일 더 있는 거 아니었어? 여기서 이렇게 농땡이 피고 있어도 돼?"
"흐흐. 사실 이게 가장 귀찮은 일이었고 나머지는 별 거 아닌데?"
"으웅, 츄웁, 쮸웁..!"
카론의 커다란 입이 커다란 자지를 한껏 머금고 빈틈없이 감싼 채 두껍고 긴 혀를 입술 사이로 내돌리는 모습을 보던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마주쳤다.
"카론. 이베라 이블의 힘을 빌리고 싶다."
"...! 흐붑, 흐거븝...!"
"아, 고개만 끄덕여."
한껏 벌린 입술을 최대한 오므린 채 볼을 홀쭉하게 만들고 인중을 쭉 늘어뜨릴 정도로 열심히 빠는 그녀의 모습은 꼴리면서도 가학심을 불러일으켰다.
"으굽...!? 커윽...!"
목구멍 깊숙히 자지를 밀어넣으니 조금 괴로운 듯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에 만족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전면적인 힘을 보태달라는 건 아냐. 내가 필요한 건 정보다. 특히 적의 병력과 관련된 여러 정보들. 할 수 있겠나?"
"응굽, 커흑...!"
"오오...그거 좋은데. 혀를 더 움직이라고."
퍼억퍼억.
머리를 붙잡고 오나홀 사용하듯 세차게 고간을 부딪혔으나 그녀는 오히려 기쁜 얼굴로 내 허벅지를 끌어안고 온 힘을 다해 입술을 오므린 뒤 혀를 최대한도로 팔딱거려 자지를 문질렀고 목구멍 속 자지가 훑는 타이밍에 맞춰 식도를 꽉꽉 조여주었다.
"우읏...싼다."
"응그급, 우읍...우으읍...!"
식도에 자지를 끝까지 처박은 채 사정하자 세차게 펌프질하는 자지를 따라 그녀의 커다란 몸이 움찔움찔 떨린다.
"후우..."
이내 자지를 빼내고 도톰한 입술이 남은 정액을 빨아들이자 한 주먹은 될 양이 그녀의 입에 고였다. 내가 봐도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 쌌군.
"읍..꿀꺽, 꿀꺽...푸핫..."
모든 정액을 진중하게 마신 카론은 잠시 눈망울을 촉촉하게 적시며 여운을 음미하듯 나를 올려다봤다. 고간을 보니 옷이 벌써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
"하아아...아! 여, 여보. 그게...아까 물으셨던 것, 가능합니다."
"그래? 그럼..."
"하, 하지만...저 혼자서는 조금 불안합니다. 제가 관리하는 이베라 이블의 병력들은 주로 무력을 담당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베라 이블의 대주교 중 하나인 칼릭스(Calix)의 힘을 빌린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겁니다."
"칼릭스?"
"잠복과 은신, 첩보에 특화된 여자입니다. 저보다는 훨씬 정보를 쉽게 얻을 겁니다."
"호오, 여자란 말이지?"
정보를 어쩌구 하는 것보다 여자란 말에 더 관심이 간다. 이베라 이블 같은 칙칙한 곳의 높은 자리에도 여자가 있구나.
"예쁘냐?"
"앗, 그게."
순간 불안한 눈빛으로 눈치를 살피는 카론.
"...저보다는 덜합니다."
"뭐어? 푸하하핫!"
그녀의 당당한 선언에 빵 터져버리고 말았다.
"카론. 견제하는 거야? 응? 버려질까봐 불안해?"
"그, 그런 것이 아니오라...여, 여보오...!"
얼굴을 쑥쓰러움으로 붉게 물들이고 눈빛을 간절함으로 일렁인 카론이 드물게도 애교 비슷한 것을 부리며 자지에 볼을 부벼왔다.
아주 귀여웠기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그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우리 예쁜 카론이 불안해하니 어쩔 수가 없네~. 쿠쿡. 정보만 보내라고 해."
"네, 네!"
그녀는 커다란 꽃이 꽃봉오리를 펼치듯 활짝 웃어보였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닷새...아니! 사흘 안에 도착할 겁니다."
"좋아. 연락은 네게 맡길게."
"맡겨두십시오!"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을 들으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참, 라키바인에게도 똑같은 부탁을 해놔야겠다.
인벤토리에서 연락용 수정구슬을 꺼내 브레이크 머즐의 수장 라키바인과 한동안 대화를 나눈 나는, 잠시 후 정보를 알아보겠다는 대답을 듣고 싱글벙글 웃었다.
***
그 다음 내가 찾아간 건 샤미엘이었다.
"...그러니까. 초장부터 전면에 나서서 들이박자고?"
"응."
해맑게 웃는 내 얼굴에 차마 침을 내뱉지 못한 그녀는 울화를 꾸욱 억누르는 듯한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셨다.
"...일단 들어나보자.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야? 내 영지는 최후의 수단으로 밀어두는 거 아니었어?"
"어차피 여기가 베이스 캠프가 될거라며? 게다가 탐색까지 하고...그럼 그냥 들키는 거나 다름없잖아. 자칫하면 몰살당할 수도 있고."
"'아' 다르고 '어' 다른 거야. 그 흑마법사...뭐, 카멜로라고 했던가? 카멜로의 마수가 뻗쳐 있다는 거랑 이 마을 자체가 신성교와 대적하는 건 아예 다른 문제라고."
"결과적으로 그게 그거 아냐?"
"...토르카 영지로써는 비슷한 결과겠지만, 최소한 내 지하 연구소를 지킬 수 있냐 없냐가 걸린 문제야."
"그냥 버려. 뭘 미련을 가지냐? 이미 절체절명으로 내몰렸는데. 어차피 도망갈 때 전부 가지고 갈 수도 없는 거잖아."
"......"
그녀는 분노와 원망을 담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한참이나 노려보며 고뇌하다가 이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셨다.
"...이길 순 있는 거고?"
"이겨. 무조건."
"하아~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부딪혀나 보자! 물론 내뺄 준비도 빠짐없이 할 거지만, 그 망할 신성교 놈들에게 한 방 거나하게 먹일 수 있다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지!"
"좋았어! 그럼 일단 네가 만든 합성 생물부터 보러 가자!"
"어? 응? 왜? 섬세한 애들이라 함부로 건드리면..."
"잔말 말고! 더 강하게 해주는 거니까!"
"악신의 축복 말고 다른 스킬을 쓰려는 거야? 흐음...뭐, 좋아."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수긍하고는 우리들을 손수 만들어낸 작품으로 안내했다.
이때부터 고생한 건 클라라였다.
악신의 성녀로써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클라라는 샤미엘의 감동 어린 눈물을 보고는 훗, 하고 웃으며 아주 조금, 콧대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