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86회 (86/189)



〈 86화 〉86회
"크크크...장관이구만. 에필리아. 잘 했어."
"헤헤헤...네! 주인님!"

플헤미님 숲의 몬스터는 매우 다양했다.
판타지 몬스터 삼대장인 고블린, 오크, 오우거부터 시작해서  맨, 놀, 웨어울프, 리자드맨, 하피,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에필리아의 스킬 범위에 있는 수백, 수천 마리의 온갖 몬스터들이 거센 파도처럼 휘몰아쳐 신성교의 병력들을 뒤덮다시피 하고 있었다. 막상 성기사와 사제가 입는 피해는 별 것 없었고 대부분이 회복과 버프를 받는 성기사들의 검에 죽어나갔지만, 숫자가 워낙 많았기에 병력들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성녀, 성녀...아, 저게 성녀인가?"


멀찍이 떨어진 높은 나무에서 한참 헤메고서야 눈에 띄게 아름다운 여자들을 발견했다.
무시무시하게 날뛰는 탱커, 궁수, 마법사와 새하얀 빛을 끊임없이 뿜어대는 여자.

"보아하니 저게 그 성녀인 모양이로군. 그런데...정말 엔피시 맞아?"

성녀라는 여자의 외모는 엔피시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은 불길처럼 휘날렸고 매끄러운 피부는 빛이 나는 듯 했으며 붉은 눈동자와 입술은 늠름하고 정열적인 빛을 머금어 절로 시선을 끄는 존재감을 가졌다. 무엇보다 모델처럼 길다란 키와 늘씬한 팔다리, 가파른 S라인을 그리는 몸매가 인상적이다.

"크크...꽤 먹음직한 여자로군."
"오빠. 우리가 있는데 다른 여자에게 눈독 들이는 거야?"
"적당히 했으면 좋겠어요."
"하여간 남 생각은 쥐똥만큼도 안 한다니까. 혹시 인간이 아니라 발정난 원숭이인 거 아냐?"

묘란과 클라라가 입맛을 다시는 내 옆구리를 쿡 찌르고 샤미엘이 적나라한 독설을 날리자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크흠, 커흠...하여간 신성교 녀석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군. 나라면 신수를 꺼내지 않고는 못 배길 거야. 내가 가까이 있다는  눈치챘다면 더더욱."

그러나 네 번째 성녀인 레드포드는 몬스터의 파도가 반절 이상 깎여나갈 때까지 이를 악물기만 할 뿐 갈등하는 기색으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뭘 저렇게 고민해? 나라면 진작에 꺼냈을 텐데. 신수라면  정도 몬스터는  거 아닐  아냐?"
"오빠. 신수라는  원할 때마다 손쉽게 꺼내   있는 편리한 사역마가 아니에요. 오히려 대등한 입장에 있죠."
"뭐?"

클라라의 말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사용하는  제약이 있다는 거야?"
"네. 신수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소환할  있는 시간에 한계가 있고 오래 사용하면 친밀도가 떨어져요. 친밀도가 떨어지면 말을 안 듣게 되고 의사소통이 힘들어지죠."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인데? 아니, 것보다 난 그런  없어."


쓰게 웃은 클라라는 슬쩍 이쪽을 흘겨봤다.


"오빠의 경우는 특별 케이스죠. 여신에게 권능을 나눠받은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오빠의 사역마로 삼은 거잖아요.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오빠 자체가 비정상적이니 그냥 그러려니 해요."
"흐음...그럼 장기전으로 갈수록 내게 유리하다는 말이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분투하는 레드포드를 바라보던 나는 슬쩍 웃으며 그녀를 가리켰다.

"그럼 신수를 꺼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줘야겠군."


감정이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원념의 파동이 피어오르자 가장 먼저 그것을 느낀 레드포드가 경악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본다.

"오호, 과연 성녀인가. 재밌네. 애들아. 준비 됐어?"
"물론이야 오빠."
"맡겨만 주세요."
"두 말하면 잔소리지."
"달링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목숨 바쳐서라도."
"준비는 이미 옛날에 마쳤어요! 주인님!"

전투 태세를 갖춘 그녀들의 든든한 목소리를 듣자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좋아. 그럼 어디 날뛰어보자고."
"오빠 조심하세요. 레드포드는 특히나 전투에 특화된 성녀에요. 저와 똑같이 생각하다간 큰일날 수도 있어요."


성녀도 각자 특기가 있다는 건가. 그건 조금 성가시구만.
...솔직히 고생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새겨듣기는 해둘까.


"알겠어. 너무 걱정하지마."

의지를 발하자  손의 뱀문신이 불길하게 빛난다.
마음 같아선 천호도 함께 꺼내고 싶지만 그건 일종의 조커다.
불난 신성교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 뻔하기에 되도록이면 꺼내고 싶지 않다. 녀석들이 지금 이상으로 미쳐 날뛰면 상당히 성가실 것 같으니까.

"아리. 쓸어버려."

-샤아아아아!

명령과 동시에 음습한 냉기를 흩뿌리며 튀어나온 거대한 뱀이 수목림을 마구 찢어발기며 성녀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

급박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린 레드포드가 사나운 표정으로 이를 악무는 모습이 보인다.
오른팔을 들어올린 그녀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나온  순간.

-히히히히힝~!


거대한 말이었다.
유니콘을 연상시키는 뿔과 페가수스를 연상시키는 한 쌍의 새하얀 날개를 지니고 푸르게 불타는 갈기를 뽐내는 백마...였으나.

"신수라는 것들은 다 저렇게 생겼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거기서 끝이었다면 성스럽고 멋져보였을 텐데 녀석의 네 다리에는 붉은 비늘이 빛을 받아 번쩍이고 있었고 말의 꼬리 대신 전갈의 꼬리가 달려 있었으며 무엇보다 육식 동물 특유의 뾰족한 이빨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 이질감이 너무나 흉악하고 기괴해보였다.


"아리가 이길 수 있으려나..."

검은 뱀과 기괴한 말이 마침내 충돌했다.


-샤아아아아!
-히히히힝~!

검은 안개와 새하얀 빛이 경합을 벌이며 뒤얽히고 터져나가는 모습은 언뜻 보기에 호각으로 보였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군.
어느새 앞서나간 일행들이 용사 파티와 대치하고 있었기에 나도 원념의 파동을 이용해 몸을 날렸다.

"...당신이 '악의 씨앗'인 박한길인가요?"

성녀와 조금 떨어진 곳에 내려서자 그녀는 눈에 잔뜩 힘을 주고 한껏 경계 태세를 취했다.

"흠..."


대답하지 않고 잠시 일행들이 용사 파티와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거대한 방패를 든 탱커는 카론과 공방을 펼치고 있었고 궁수는 민첩하게 주위를 맴돌며 온갖 합성 생물로 몸을 감싼 샤미엘과 원거리 전을 펼치고 있었으며 마법사는 에필리아와 클라라를 동시에 상대하느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은신으로 몸을 숨긴 묘란이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니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대답하세요!"


레드포드 또한 불리하다는 걸 이해하고 있는지 초조한 기색으로 목청을 울렸다.

"그래. 내가 박한길이다."
"...까드득!"

그녀는 마치 원수라도 마주친 것처럼 노려보며 이를 갈아붙인다.
내가 뭔 잘못을 그렇게 했다고.


"당신을 심판하겠습니다! '신성한 업화'!"

폭발적으로 치솟아 덮쳐오는 푸른 불길.

"스읍...!"

그것에 대항해 할 수 있는 거라곤 원념의 파동을 일으키는 것 뿐이었다.
 통할까 걱정이었으나 원념의 파동은 다행스럽게도 다가오는 불길을 훌륭하게 막아섰을 뿐만 아니라 점차 불길을 침식해나가기 시작했다.

"크윽...! 이토록 삿된 기운이라니...!"

놀란 얼굴로 더욱 신성력을 일으킨 레드포드의 눈이 공격성으로 맹렬하게 빛난다.

"심판의 쐐기!"

전후좌우 지척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새하얀 덩어리들이 전조도 없이 그 끝을 날카롭게 세운 채 달려들었다.


"큭!?"

황급히 원념의 파동을 둘러 종이 한 장 차이로 막아냈으나 쐐기에 신성력이 얼마나 깃들어있는 건지 맹렬하게 원념의 파동을 관통하려한다.

"후욱...! 힘 좀 쓰게 만드는구만...! 그래도 이런 종류의 힘싸움이라면...!"

즉시 전력으로 감정을 일으키니 꿀렁거리며 농도가 짙어진 검은 안개가 쐐기들을 순식간에 밀어내더니 꾸물꾸물 집어삼켜 없애버렸다.

"저, 저럴 수가! 말도 안 돼!"
"후우...다 했냐? 그럼 이제  차례지?"


레드포드를 가리키며 끌어올려진 감정에 더욱 날을 세우자 원념의 파동이 성게처럼 뾰족하게 일어선다.

"일단 신성력부터 봉인해야겠군."


별  아닌 읊조림.
그러나 그 작은 목소리는  자체로 막대한 저주가 되어 그녀를 향해 내달렸다.


"얕보지 마라!"

저주의 기운을 느낀 그녀 또한 눈부실 정도로 신성력을 발산하며 대항하려 했으나, 이내 그 표정은 경악과 공포로 일그러졌다.

"마, 말도 안...! 어떻게 이런 저주가 존재할 수가...!"

변변찮은 저항도 하지 못하고 사그라든 그녀의 신성력은 몸 깊숙한 곳에 묶여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됐다.

"허억, 허억...! 시, 신성력이...!"
"크크크. 끝이야? 그럼 조금 싱거운데."


진한 미소를 그리며 다가가자 그녀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주춤거리면서도 나를 한껏 쏘아봤다. 기개가 있는 여자로군. 마음에 들어.

"괴물 같은 놈 같으니라고...! 다가오지 마라!"
"그렇게 걱정하지 마. 잡아먹진 않으니까. 아니, 다른 의미로 먹긴 먹겠구나. 크흐흐.."


노골적으로 몸을 훑어보자 그녀는 수치스런 얼굴로 이를 갈았다.

"짐승같은 자식...! 다가오지 말라고 했다!"
"괜찮아 괜찮아. 기분 좋을 거라니까?"
"성녀 님! 위험합니다!"

그때,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성기사 하나가 검을 치켜들며 화살처럼 짓처들었다.

"미쳐라."
"크윽..!? 아아아악...!? 크아아아아!"
"꺄아악!"

말 한마디에 간단히 정신을 잃은 성기사는 돌연 검의 방향을 돌려 성녀의 오른쪽 눈을 십자로 그어버렸다. 워낙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말리고 자시고 할 틈도 없었다.

"아이고...이거 미안하네.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크윽, 아아악! 저, 저리가!"


원념의 파동으로 성기사 녀석을 쳐죽이고 다가가자 그녀는 얼굴이 피투성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휘둘러 나를 밀쳐내려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에 대한 적개심을 유지하다니 대단하군.


"쯧, 조금 자고 있어라."
"으으으...!"


읊조림의 저주. 그녀는 필사적으로 저주에 저항하려 했으나 이내 스르륵 눈이 감겨 곤히 잠들고 말았다.

"좋아.  여자는 일단 챙기고 그 다음으로는..."


성녀를 들쳐업고 혼란스러운 전장을 쭉 둘러봤다.
대부분의 성기사들은 여전히 몬스터 패닉에 휘말려 정신이 없어보였고 아리는 천마를 상대로 약간 밀리는 듯 했으며 숫자부터 열세인 용사 파티는 놀랍게도 내 여자들을 상대로 비등하게 버티고 있었다.

아무리 폭렙을 했다 해도 착실하게 레벨을 올린 유저에겐 모자르다는 건가.


"그래도 당장 질  같진 않으니...일단 아리가 지면 저걸 감당할 방법이 없으니 먼저 처리해야  텐데..."
-히히히히히힝~!
-샤아아아악!

푸르게 불타는 갈기를 휘날리며 날뛰는 천마와 그런 천마를 꽁꽁 휘감은 채 음습한 냉기를 자욱하게 퍼뜨리는 검은 뱀. 그야말로 괴수 대전을 방불케 하는 광경에 나도 모르게 넋을 잃게 된다.


"해볼  있는 것부터 해볼까."

원념의 파동으로 아리를 강화시켜보았다.

-샤아아아아아!

그 순간 아리가 내뿜는 음습한 냉기가 한층 더 짙어지긴 했지만, 천마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쳇. 결국 천호를 불러내야 하는 건가..."


가능하면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없다.  싸움을 오래 끌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천호. 물어 죽여."
-크르르아아아아아!!

부르자마자 튀어나온 천호가 푸른 불길을 내뿜으며 목덜미를 내씹자 천마는 순식간에 붉은 피를 쏟아내며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역시 단숨에 결판이 날 것 같진 않았기에 혀를 찼다.

"이, 이럴 수가...!"
"저건 다섯  째 성녀인 클라라 님의...?"
"그분이 우릴 배신했단 말인가!?"
"이럴수가!"
"이, 이 사실을 어서 총단에 알려야만 한다!"


신수들의 싸움을  성기사들이 슬슬 전장을 빠져나갈 기색을 보인다.

"쯧!"

급히 원념의 파동을 일으켰으나 지형지물이 넘쳐나는 숲에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200명의 성기사와 사제를 처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치욕스러워도 도망가라! 도망가서 이 사실을 알려야만 한다!"
"반드시 지금의 굴욕을 갚아주겠다!"
"부정한 자여! 네 놈은 반드시 천벌을 받을 것이다!"

몬스터들에게 공격 받으면서도 악착 같이 흩어지는 그들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일단 시야에 들어오는 놈들은 모조리 저주를 걸고 원념의 파동을 최대한 퍼뜨려 원념폭주와 원념흡수를 사용했지만, 역시 모두를 잡아두기에는 불가능했다.

"키이이익!"
"캬아아아아!"


갑작스레 상대하던 성기사들이 없어지자 미쳐 날뛰는 몬스터들을 피해 나무 위로 오른 나는 더욱 혼잡해진 일행들과 용사 파티의 전투를 지켜봤다.

"크하하핫! 좀 더 힘내보지 그래!? 용사 나리!"
"큭...!"


여러 합성 생물들을 대동한 샤미엘과 궁수는 전장을 빠르게 돌며 서로를 향해 원거리 스킬을 난사하고 있었는데 전투의 양상은 비등했으나 악귀처럼 날뛰는 샤미엘의 기백에 압도된 궁수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흐아아압!"
"카아아아!"
"아악...!"

중간에 전황이 바뀐 건지 에필리아와 카론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 탱커는 제대로 된 공격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기에 조만간 승부가 날 듯 싶었고.

"대체 뭐냐고 너는! 뭐라도 하란 말야!"
"...혼미, 무기력."
"아아앗...!"

마법사를 상대하는 클라라는 이렇다 할 공격 수단이 없기 때문인지 마법사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버티고 있었다. 그 굳건함을 보아하니 평생 저렇게 둬도 괜찮을  같았다.


-푸허어억...!

그 때, 천마가 괴상한 단말마를 남기고 그 거대한 몸을 뉘였다.

"오, 드디어 결판이 난 건가. 역시 신수로구만. 대등한 신수 두 마리를 상대로도 이만큼이나 버티다니...응?"


-샤아아아...!

다음 일격으로 천마를 죽일 수 있겠구나 싶던 순간, 돌연 입을 쩍 벌린 아리가 천마의 머리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천호는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

뿌득, 뿌드득!


빠르게 입을 전진시켜 천마를 삼켜나가던 아리는 몸통 부분에 이르러서는 턱 힘 만으로 다리뼈를 분쇄시키더니 마침내 꼬리털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삼켜버렸다.


[스킬 '아리'가 신적인 존재 '천마'를 흡수함으로써 신격을 얻었습니다.]
[스킬 '아리'가 한 단계 진화를 이룹니다.]
[스킬 '아리'가 신격을 얻었기에 아리의 주인인 '박한길' 또한 신격을 얻게 됩니다.]
[스킬 '신위(神威)'가 생성되었습니다.]

[신위(神威)]
마침내 신격을 얻은 당신은 이제 신의 위엄을 겉으로 표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신위 앞에서 그보다 못한 격을 지닌 존재는 기꺼이 고개를 조아리게 될 것입니다.

-이 스킬은 스텟 '원한'과 '악신성'의 보정을 받습니다.
-이 스킬의 위력은 스킬 '원념의 파동'으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
-스킬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존재의 전체 스텟이 30% 감소합니다.
-스킬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존재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45% 감소합니다.
-스킬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존재에게 '공포', '위압' 상태 이상을 부여합니다.


"워후..."


말할 것도 없는 개사기 스킬이다.
뭐 이리 생기는 스킬마다 개사기냐.
아, 이럴 게 아니라 곧바로 써봐야지.

나무에서 내려선 나는 미쳐 날뛰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신위."

스킬명을 읊은 것과 동시에 주변 대기가 묵직하게 내리앉더니 이내 중력이 강해지기라도 한 것처럼 모종의 인력이 작용해 놈들의 몸을 끌어당겼다.

"키이이익!?"
"크아아아...!"

무언가에 이끌린 것처럼 오체투지하며 머리를 땅에 박아대는 수백의 몬스터들.
스킬의 위력이 어마어마하군.


"저, 저게 무슨...! 끄아악!"


 그래도 상처투성이였던 탱커가 한 눈을 팔고 말았다. 카론의 결정적인 일격이 그녀의 방어를 풀어헤친 것과 동시에 숨어있던 묘란이 나타나 스턴을 걸었고 에필리아가 마지막 일격으로 목숨을 끊어놓으려 한다.

"하, 항복! 항복하겠어!"

탱커의 그 외침이 시작이었다.

"나도 항복.  못해먹겠네."
"하아...젠장. 저도 항복이요."

궁수와 마법사 또한 무기를 버리고 두 손을 들어올려 깔끔하게 승복했다.
과연 고인물들이라 그런지 상황 파악이 빠르군.

"쩝, 조금 허무한 결말이네."
"오빠. 이제 어쩔 거야?"
"글쎄..."

 주변으로 몰려든 여자들은 항복한 용사 파티와  어깨에 걸쳐 있는 성녀 레드포드를 번갈아 쳐다봤다.

"여보. 전부 살려서 데려가는  좋을  같아요. 인질로 사용할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래? 으음...좋아. 그럼 일단 전부 묶어."
"네!"
"마침 내게 좋은 물건이 있어."


샤미엘이 제작한 쇠사슬로 꽁꽁 묵인 성녀와 용사 파티는 체념한 듯 얌전히 우리를 따라왔다.

***

"큭, 죽여라...!"


남몰래 숙소를 잡고 그녀들을 들키지 않도록 끌고오는데 고생한 우리들은 침대에 누워있다가 정신을 차린 성녀의 한 마디에 빵 터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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