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115회
내게 구해진 실험체들 중 하나이자 드림아웃의 고인물인 락커라는 유저는 몰바하투 제국의 국경도시 크라바툴(Kravatul)의 영주라고 한다. 백작이며 훌륭한 연금술사임과 동시에 국경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기에 수많은 사병과 권력을 거머쥐고 있다던가.
"추운 곳이로군."
"몰바하투 제국은 혹한의 땅으로 유명해."
"흐음..."
라바크 제국에서 다른 제국으로 향하는 모든 텔레포트 게이트가 마비됐기에 우리들은 샤미엘의 그리핀을 타고 꼬박 보름 넘게 이동하고나서야 몰바하투 제국의 남쪽 국경도시 크라바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고생해서 왔는데 별 것 아니면 진짜 화날 것 같은데..."
내 말에 일행들은 뚱한 표정으로 나를 흘겨본다.
"그럼 우린 뭐야? 나 참, 이렇게 예쁜 여자를 곁에 두고도 좆질이나 하러 싸돌아다니다니...벌써부터 현실의 생활이 걱정된다."
대표로 나선 묘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여? 이게 다 너희들을 위해서인데 그걸 몰라주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사람이 말이야. 맨날 같은 것만 먹으면 질리지 마련 아니겠냐?"
"...그래서, 우리가 질린다 이 소리야?"
더욱 눈에 힘을 주는 여자들을 향해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뭐어...!?"
어처구니 없다는 듯 인상을 쓰는 그녀들의 궁둥이를 한 번씩 두드려 준 나는 능글맞게 웃었다.
"물론 너희들이 최고의 여자들이라는 건 알아. 그러니까 그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 일부러 맛이 덜 한 것들을 맛보는 거란 말씀."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당당하게 하니 설득당할 것 같네..."
"묘란. 너는 내가 네게 질리는 걸 바라는 거야?"
"어? 응? 그건 물론 아니긴 한데..."
"그럼 이런 일탈도 좋게 봐줘야지. 너는 최고의 여자인데 자기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모른다니까. 가만히 기다리면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올 거라는 자신감도 없어?"
"아니, 그건 아닌데...어라? 그런 건가?"
묘란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리는 게 보인다. 좋아. 다 넘어왔군.
"헤에, 재밌는 소릴 하네."
그때, 샤미엘이 끼어들어 음흉하게 미소지었다.
앞이빨이 없었기에 조금 멍청해보인다.
"한길아. 그럼 우리들도 네게 질리지 않기 위해 다른 남자에게 안겨도 되겠네? 응?"
"...그건 안 되지."
"왜? 어차피 한길이 네게로 돌아올 텐데?"
"나는 되지만 너희들은 안 돼."
"푸하핫! 내로남불 개쩌네. 왜 안 되는데? 응? 설명해봐."
"......"
할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변명거리가 없을 땐 막 나가는 게 최고다.
"에이 씨, 배 째! 아무튼 나는 되지만, 너희들은 안 돼!"
"얼씨구. 푸하핫. 한길아. 네가 무슨 애새끼야? 떼 쓰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아? 자꾸 그러면 다른 남자한테 가버린다? 뒷감당 가능하겠어?"
능글거리는 샤미엘의 얄미운 말투에 그녀를 노려봤다.
"뭘 잘 했다고 눈을 그렇게 떠? 나이가 몇인데 애새끼처럼 억지나 부리고 말야. 뭐, 나야 너무 사랑하는 네가 다른 여자랑 몸을 섞는 걸 보고도 흥분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닐 것 아냐? 네가 기분 나쁜 건 다른 사람들도 나쁘다고."
"끄응..."
정론에 할 말을 잃었다.
"...그래?"
"당연하지!"
"좀 그렇긴 해요."
우선적으로 묘란과 클라라가 대답했다. 나는 말 없는 카론과 에필리아를 바라봤다.
"너희들도 그래?"
"...네."
"전 괜찮아요! 오히려 기뻐요!"
카론이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데 비해 에필리아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기뻐? 무슨 소리야?"
"욕망에 충실하다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흐음..."
에필리아 나와 똑같은 자지가 있으니 내 심정을 이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만들어진 생명체다. 어떤 식으로 설정되었는지는 몰라도, 평범한 인간과는 생각의 궤를 달리할 것이다.
"끄응..."
잠시 고민하다 곧 승복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그만두지 뭐."
"응? 정말?"
"정말로요?"
"진짜 그만둔다고? 그 거짓말 진짜야?"
"......"
계속 방긋거리며 놀리는 샤미엘의 이빨을 한 개 뽑아주었다.
"크햐아아아앙...! 크흐으응...!"
바들바들 떨며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황홀경에 찬 신음을 흘리는 샤미엘.
"너희들이 기분 나쁘다며? 내 아내 될 여자들 마음에 대못 박으면서까지 좆질할 생각은 없어. 그 뭐냐...아무리 그래도 너희들은 거시기...소중하니까."
으악!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아!
어울리지 않는 소릴 했더니 전신이 배배 꼬인다.
"......"
"......"
"......"
"......"
반면, 에필리아를 제외한 네 명의 여자들은 오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얼굴을 색기 있게 붉히고는 뜨뜻미지근하게 웃으며 들러붙어왔다.
"흐흐...오빠. 나 지금, 엄청나게 오빠 아이를 가지고 싶어졌어."
"저희를 위해 그렇게까지 했으니...그만큼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네가 그럴 줄은 몰랐는데? 한길아. 너도 사람이긴 했구나?"
"여보...흐으윽...!"
카론은 아예 운다.
그렇게 감동할 일이냐. 꽤 오래전부터 그런 식으로 생각했었는데...역시 말로 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법인가. 앞으로는 자주 말해줘야겠군.
"그런데 오빠. 그 생각 너무 늦은 거 아냐? 여기까지 왔는데?"
"...그러게 말이다. 이왕 온 거 그냥 돌아가긴 아깝지? 관광이나 좀 하다 가자. 샤미엘. 그 락커라는 사람에게는 잘 말해줘."
"응. 맡겨둬."
목적을 바꾼 우리는 그대로 국경도시 크라바툴의 번화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두터운 옷을 입고 있었고 국경도시답게 많은 이들이 무기를 차고 다녔다.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이곳 사람들이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지, 그간 다녀봤던 국경도시에 비하면 이벤트도 적고 활기가 부족하며 우중충한 느낌이었으나 그건 또 그것만의 정취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내 취향에 맞았다.
"후르륵. 캬아~ 국물이 끝내주네."
번화가의 노점상은 대부분 몸을 녹여주고 후끈하게 만들어 줄 뜨끈한 것들이 주를 이뤘다. 온갖 것을 넣고 끓인 국물 요리와 데운 술, 고구마, 버터 감자, 통 바베큐 등의 즉석 구이처럼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음식들 말이다.
"응?"
다섯 여자와 한참을 먹고 떠들며 데이트를 즐기던 내 눈에 불현듯 번화가 구석에 엎드려 오들오들 떨고 있는 거지가 보였다. 이제 막 열 살을 넘겼을까 싶은 작은 아이.
"흠."
"응? 어디가 오빠."
"금방 갔다 올게."
"우리 몰래 여자 만나러 가는 거야?"
"그런 거 아냐. 아까 그런 말까지 했는데 날 못 믿는 거야? 섭섭해지려 하네?"
"그게 아니면 우릴 내버려두고 어딜 가려는 건데?"
묘란의 끈질김에 지쳐 손을 휘저었다.
"어휴, 됐다. 그럼 따라오던지."
나는 인파를 헤치고 나가 아이 앞에 쭈그려 앉았다.
"꼬맹아."
"네, 네!?"
단지 말을 걸었을 뿐인데도 겁먹은 것처럼 어깨를 움츠리며 부르르 떨었다.
자세히 보니 발이 기형적으로 뒤틀려 있었고 발가락이 몇 개 없었다.
"...몇 살이냐."
"그, 저, 저는...여, 열세 살입니다..."
"열세 살이라고?"
기껏해야 열 살 이내로 보이는 작은 몸이었다. 너무 마르고 앙상해서 도저히 그 나이 또래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들을 돌아보니 시선을 받은 그녀들의 얼굴에 미소가 어린다.
"오빠는 이런 거 못 지나치는 성격이구나? 착한 건지 호구 같은 건지..."
"그러게 말야. 이용해먹기 딱 좋은 성격이야."
묘란과 샤미엘의 말에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저런 말 듣기 싫어서 혼자 오려 했던 건데.
"클라라. 이리 와봐. 이거 치료할 수 있겠어?"
"...힐. 리커버리."
클라라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스킬부터 사용했다. 검은 기운이 아이의 발을 휘감는 것을 보니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으악...앗? 응?"
불길해 보이는 기운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소스라치게 놀랐던 아이는 곧 발에서 묘한 감촉을 느꼈는지 빤한 시선으로 내려다봤다. 기운이 걷히고 드러난 아이의 발은 뒤틀림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처럼 곧았고 발가락도 멀쩡하게 자라있었다.
"괜찮은지 확인해."
"엇, 그...괘, 괜찮은 것 같아...요."
서둘러 일어나 발을 몇 번 구른 꼬맹이는 아직 현실감이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 집은 있냐?"
"...아뇨."
"그러냐. 그럼 친구는 있냐?"
"...네."
"그 친구들도 너처럼 거지냐?"
"네에..."
"그렇군. 안내해라."
"...네?"
휘둥그레지는 꼬맹이의 얼굴.
꼬질꼬질한 얼룩이 묻어 있어 더러웠지만, 눈동자만은 이상할 정도로 순수하고 반짝거려서 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허, 혼나고 싶어? 빨리 안내해."
"히, 히익...! 죄, 죄송합니다. 아, 안내...안내할게요...!"
"......"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살짝 장난친 것이었으나 거의 경기라도 일으킬 것처럼 겁먹은 아이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오빠. 애한테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하여간 그 장난기가 문제라니까."
"쩝..."
할 말이 없어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좋은 교훈을 얻었다. 이런 처지의 아이는 모든 것을 두려워하고 어려워한다는 것을. 앞으로는 행동에 조심해야겠군.
"이, 이쪽..."
"..너 신발 없어?"
"네? 네에..."
맨발로 골목길을 들어가려는 아이의 모습에 혀를 찼다.
"카론."
"네."
"흐아악!?"
내 말에 그녀가 아이를 번쩍 안아들었다.
더러운데다 불쾌한 냄새가 날 텐데도 눈썹 까딱 하지 않는다.
"꼬맹아. 친구가 있는 곳을 가리켜라."
"어...어? 어어? 네? 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녀석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나와 카론을 번갈아 본다.
"꼬맹아. 어서."
"아, 그..저, 저쪽이요!"
"오냐."
녀석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크라바툴의 골목길은 복잡하고 더러운데다 차갑고 어두컴컴했다.
"아이가 너무 떠네. 카론. 체온도 뎁히고 기분 좋게도 해줄 겸, 그 애 대딸이라도..커흑!?"
"오빠. 적당히 해."
옆구리를 찌른 묘란의 팔꿈치가 경고하듯 비비적거렸다.
"끄응..."
유부녀 같은 카론과 작은 남자 아이의 조합은 엄청 꼴릴 것 같은데...쩝, 지금은 자중하는 수밖에 없나.
***
"여기야?"
"네에..."
안내받은 곳은 골목길 깊숙한 곳에 위치한 폐건물이었다. 짓다 만 것처럼 뼈가 앙상한 건물에는 조악한 솜씨로 너덜너덜한 천이 씌워져 있었다.
"친구들 불러봐."
"저, 저기...왜 그러시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것처럼, 아이의 어깨가 잘게 떨리고 태도가 조심스러워진다. 해코지라도 할까봐 두려운지 불안에 떨면서도 얼굴조차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
또 장난기가 샘솟았으나 꾸욱 억눌러 참았다.
"커흠...괜찮으니까 어서."
카론이 내려주자 아이는 눈치를 보더니 돌연 휘장 같은 천을 제치고 뛰어들어가며 고래고래 소릴 질렀다.
"빌리! 보노! 브렌다! 있어!? 도망가! 빨리!"
"엉?"
멍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온다.
-차, 찰스? 무슨 일이야?
-야! 왕초가 자고 있다고! 큰소리내면 또 맞을 거야!
-도망가야해! 어서! 무서운 마법사들이 왔다고! 우릴 전부 죽일 거야!
-뭐, 뭐라고!?
-빨리빨리! 늦으면 이 건물을 불태워버릴 지도 몰라!
안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건 내 잘못인가?"
"...조금 경계하도록 만든 감이 없잖아 있긴 하지."
"좀 더 상냥하게 대했어야 했어요. 오빠."
"뭐, 온전히 한길이 때문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으음..."
한 마디씩 하는 그녀들의 말을 들으며 한숨을 내셨다.
-이 녀석들! 뭐가 이리 시끄러! 너희들 할당량은 전부 채우고 떠드는 거냐!? 아무래도 맞은 지 오래돼서 까먹은 모양이구나!
그때, 굵직하고 커다란 목소리가 폐건물을 쩌렁쩌렁 울렸다.
듣는 것만으로도 몸집이 제법 되는 성인 남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들어간다."
짧게 선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흐음..."
가장 먼저 보인 건 더럽고 낡은 그릇과 가구들이었는데, 벽이 없어 휑한 먼지 구덩이 속에 놓인, 그나마 깨끗한 가구들의 묘한 생활감은 이질감을 선사했다. 그 이질감 넘치는 공간에 일곱의 아이들과 성질 더러워보이는 덩치 하나가 있었다. 놈은 지 혼자만 잘 처먹는지 앙상한 아이들에 비해 살이 통통하게 올라있었다. 입고 있는 옷도 비교적 멀쩡했고.
"뭐, 뭐야? 당신들 누구쇼?"
막 아이들을 손찌검을 하려다 멈춘 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눈동자를 굴리다 여자들의 모습을 보고는 음탕한 눈으로 군침을 삼켰다.
음...내가 생긴 걸로 차별하는 사람은 아닌데. 저 놈은 진짜 지능이 낮아보이네.
"헤헤...귀족들이 이 더러운 곳에 찾아올 리는 없고...모험가인가? 응? 모험가가 왜 그렇게 쭉쭉빵빵해? 창부 저리가라 하겠구만, 근데 지금 남의 집에 멋대로 들어온거유? 응? 내가 누군줄 알고? 혹시 '검은 사자'에 관해 들어봤으려나?"
"......"
내가 아무 말 없자 녀석은 구석에서 녹슨 검을 집어들더니 의기양양하게 치켜들었다.
"내가 비록 말단 조직원이긴 하지만, 이 도시에서 '검은 사자'에 찍히면 어떻게 되는 지는 들어봤겠지? 크크크...무슨 용건인지는 몰라도 너희들은 잘못 걸린 거야. 아, 하지만 여자들 중 하나만 놓고 가면 내가 특별히 아량을 베풀도록 하지."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위협하듯 건들건들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에필리아."
"네?"
"깨끗하게 먹어. 최대한 고통스럽게 다리부터."
"네~"
단번에 앞으로 튀어나간 에필리아의 몸이 뿌득거리며 기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무슨...히, 히익!? 괴, 괴물!?"
녀석은 너무 놀라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으나 그런 공격에 당할 에필리아가 아니었다.
검은 에필리아의 털 한 가닥 자르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뒤이어 거친 파도처럼 놈을 뒤덮는 무수한 아가리의 탁류.
수십, 수백 종류의 짐승과 몬스터의 이빨이 녀석을 다리부터 뜯어먹고 피를 핥았다.
"끄, 끄아아아아악!?"
성인 남성이 사라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옅은 핏자국만이 방금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히, 히익...?"
"아아아...!"
"흐어어어엉...!"
이런, 아이들에게 보이기엔 조금 끔찍한 광경이었나.
...뭐, 괜찮겠지.
나는 의자를 가지고 와서 털썩 주저앉았다.
삐이걱! 삐그덕!
"...쯧."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흔들리는데다 앉는 감촉도 형편없어서 즉시 몸을 일으켰다.
"카론."
"네."
투명의자 자세를 취한 카론의 허벅지 위에 앉아 팔 위에 팔을 걸치고 턱을 괴었다.
일곱 아이들은 도망칠 생각도 못하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른 애들은 없어?"
나는 아이들이 무서워하지 않도록 최대한 상냥하고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히익...!"
"크으흡...!"
이상하게도 아이들의 눈에 깃든 두려움은 더욱 크고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