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157회
좆같은, 개같은, 씨발, 빌어먹을, 씹새끼, 망할...
대체 어떤 욕으로 지금의 심정을 형용할 수 있을까.
몬스터에게 점령당한 곳의 인간들은 전부 죽은 줄 알았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여기가 드림아웃도 아니고, 몬스터가 인간을 씨받이로 이용할 수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런 말은 들어본 적 없다.
정말이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후우..."
초췌하고 앙상한 몰골로 널브러진 수십 명의 인간들을 보고 끓어오르는 증오와 원한을 억누르기 위해 두 눈까지 질끈 감아야만 했다.
"......"
개씨발 좇같은 새끼들!
감히 몬스터 주제에! 인간을! 인간에게!
찢어 죽여주마! 고스란히 되돌려주마! 고통에 잠긴 채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주마!
"스읍...! 후우우...!"
감정을 끌어올리지 않았음에도 들끓는 격정에 심장이 미친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당장 모든 원념을 폭주시켜 저 건방진 녀석들을, 혐오스런 몬스터들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찢어죽이고 싶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건 내 몫이 아니었다.
"정신 차려라."
원념의 파동으로 그들을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샤아악...!
내 의지를 눈치 챈 아리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 원념을 악신의 축복으로 변환시켜 수십의 사람들에게 균일하게 주입하였다.
"...아...?"
"으윽...?"
정체불명의 힘에 의해 원기를 회복한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가 깃든 눈동자를 굴리며 몸을 들썩인다.
"...나는 신이다."
"아, 으...?"
"무슨..."
"당신은...누구신가요?"
수십의 사람이 있음에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이는 드물었다. 정신적 충격을 받아 백치가 된 이들도 있었지만, 물리적으로 혀와 이빨, 성대가 뜯긴 사람이 훨씬 많았다. 아마 그녀들이 내지르는 비명이 거슬렀겠지.
"뿌드득!"
어금니가 갈려나갈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후욱, 후우욱...!"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심호흡으로 감정을 다스렸다.
아슬아슬하다. 조금만 더 부추겨지면 폭발할 것만 같다.
짧은 시간 동안 정신력이 크게 좀먹혔음을 느낀다.
아아, 젠장...내 여자들을 안고 싶다. 부드러운 살결에 파묻혀 나른한 쾌감에 둘러싸이고 싶다.
"...신을, 찾은 적은 없는가."
"...?"
"누, 누구십니까...아니, 그것보다 몬스터들은...?"
"서, 설마! 헌터 분이십니까? 저희들을 구하러...!?"
누군가의 외침에 그들 사이에 들불과 같은 희망이 번져나간다.
"아니, 나는 헌터가 아니다."
"대체...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헌터가 아니라고? 하지만 여긴 분명...!"
"몬스터는, 몬스터는 어떻게 된 겁니까?"
의혹 가득한 시선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원념을 느끼고자 집중하니 그들과의 연결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악성 사슬.
"후우...!"
그것을 통해, 그들에게 내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위. 신의 위엄을.
그것을 느낀 순간 그들의 눈망울에 커다란 파동이 일렁인다.
이지와 이성을 벗어난 존재감을 느낀 그들은 본능적으로 눈물을 흘리고 두 손을 겹쳐 치켜들었다. 압도적인 존재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걸 느낀 그들의 몸에서 일시에 긴장과 고통이 사그라든다.
"아, 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 신이시여. 신이시여...!"
"흐윽, 저희들의 기도를 듣고...!"
황급히 무릎을 꿇은 그들의 시선이 나를 우러러본다.
"...너희들의 손으로 속박을 끊어라."
"아, 아아아...!"
"흐윽, 흐아아아...!"
절규와 같이 흐느끼며 벌벌 떨리는 두 손으로 구속구를 부여잡은 앙상한 손아귀가 너무나 쉽게 나무와 쇠를 잡아찢는다.
"아아아아아...!"
"자유다! 크흑...! 자유라고!"
"드디어. 드디어...!"
울부짖는 이들을 둘러보던 나는, 고블린들의 새끼를 노려봤다.
"복수 또한 너희들의 몫이다."
"...!"
"야아아아아!"
-끼익! 끼히익!
-끼에에엑!
내 말을 알아들은 이들의 주먹과 발이 고블린 새끼들의 몸을 곤죽으로 만들어놓는다.
"흐윽, 흐으윽...!"
"아아아아...!"
"으어, 으어아아..!"
몬스터의 새끼를 품은 여자들이 이성을 잃은 눈으로 자신의 부른 배를 내려다본다.
검은 기운이 맺힌 주먹이 스스로의 배를 내려치기 직전, 나는 원념의 파동으로 그들의 팔을 제지했다.
뱃속에 든 몬스터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여자들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저걸 당장 처리할 수는 없을 테니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크르르르응!!
임신한 여자들의 문제를 뒤로 미루려던 순간, 돌연 문신이 빛나더니 푸른 불길을 휘감은 호랑이가 튀어나왔다.
"천호?"
이 녀석이 멋대로 튀어나오는 일은 드문 일이다.
"무슨 일이야?"
-크르릉...!
녀석의 푸른 불길이 임신한 여자들 쪽으로 일렁인다.
"...설마 정화할 수 있는 거야?"
-크릉...
나직하게 목을 울린 천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천호. 뱃속에 든 것들만 없애야 해. 알겠지?"
-크르르아아아!
우렁차게 포효한 천호의 푸른 불길이 여자들의 몸을 순식간에 뒤덮었다.
"꺄악!?"
"아아아아!"
난데없이 불길에 휩싸인 여자들이 비명을 질렀으나 곧 그녀들의 얼굴은 의문으로 뒤바뀌었다. 아무래도 고통은 없는 모양이다.
"아아...!"
"하아아아...!"
오히려, 푸른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며 몸 안으로 스며들수록 교성과 닮은 황홀한 목소리로 신음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하아앙...!"
부풀어 있던 그녀들의 배가 점차 홀쭉하게 변하더니 모공이 활짝 열리고 검은 땀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고약한 냄새가 났으나 그 검은 땀마저도 푸른 불길에 휩싸여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렸다.
"호오..."
천호가 이런 것도 가능했다니, 정화와 관련되면 능력의 한계가 없는 건가?
"이, 이럴 수가..."
"기적, 아아...기적이야...!"
천호의 푸른 불길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녀들은 배가 부풀었을 때보다 더욱 활기가 넘쳤다. 백치가 된 여자들은 그저 느껴지는 감각이 좋아서 웃는 것 같았지만.
"응? 잠깐. 천호. 몇 명은 배가 그대로인데?"
-크르릉...
아직도 배가 불러 있는 몇 여자들을 가리키자 천호는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설마 저 뱃속에 천호의 능력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들은 건가?
"자, 잠깐만요! 이 여자의 뱃속에 있는 건 저희의 아이들입니다!"
"마, 맞습니다!"
그때 용기 있게 나선 남자들에 의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군. 인간이었나.
"...따라와라."
"신이시여. 신이시여...!"
"아아...!"
그들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비틀비틀 몸을 일으켜 내 뒤를 따랐다.
***
"어헉...!"
"히익...!"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레드 홉 고블린들을 본 그들의 반응은 일률적이었다. 하나같이 두려움에 질려 얼굴을 새파랗게 물들이고는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두려워하지 마라."
짧게 말한 내 몸에서 대량의 검은 안개가 스멀스멀 뿜어져나와 그들의 몸에 스며들었다.
"너희들의 증오와 원한을 모조리 끄집어내라. 내 권능이 그들을 심판할 것이다."
악성 사슬로 그들 내면에 잠들어 있던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스킬 '저주'를 일시적으로 그들에게 옮겨놓았다.
"아, 아아...!"
"이익...!"
"크흑, 흐으윽...!"
감정이 끌어올려진 그들의 눈이 들불처럼 뜨겁게 타오르고.
"이, 이...! 망할 새끼들아아아!"
"죽어! 전부 죽어버려!"
"내가 느꼈던 고통을 너희도 느껴! 뒈져! 전부 뒈져!"
"죽어서도 고통 받아라! 이 개새끼들아!"
"아아아아아아아!"
그들의 절규와 같은 외침은 단 하나도 남김 없이 저주가 되었고 고블린들을 향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으어어어어! 아으아아아!"
"아아아아! 흐어어어어!"
말할 수 없는 이들, 백치가 된 이들 또한 핏발 선 눈으로 쉴 새 없이 외친다.
구체적인 말이 아니었음에도 그들의 의지가 깃든 외침은 훌륭한 저주가 되었다.
대량의 저주가 일시에 퍼부어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저주의 기운은 그 엄청난 규모만으로도 몬스터들을 짓뭉갤 것처럼 난폭하게 휘몰아쳤다.
-끼에에에에엑!?
-캬아아아아!!
-끄어어어어억!
폐허가 된 도시에 몬스터들의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녀석들은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극한의 고통과 공포를 느끼며 죽지도 살지도 못했다.
***
복수가 끝난 뒤, 나는 사용인에게서 뺏어왔던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누구십니까?
"아, 송선재 아저씨? 나야 나."
-한길 님!? 지금 대체 어디십니까! 그렇게 갑자기 이동하시면 매우 곤란합니다!
"아하하. 미안해. 아, 그것보다 에필리아를 보내줬으면 하는데."
-...지금 어디십니까?
"강원도 강릉."
-뭐라고요!?
크게 울려퍼지는 목소리 때문에 귀가 아팠기에, 스마트 폰을 멀리 떨어뜨렸다.
몇 시간 뒤.
에필리아와 구호 물자를 태운 헬기가 도착했다.
당연히, 그녀 혼자 오진 않았다.
"주인님!"
"오빠!"
"달리이잉!"
사랑스러운 다섯 여자들이 만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얼굴을 보니 당장에라도 터져버릴 것 같던 부정적 감정들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다섯 명 중 가장 빠르게 달려온 건 묘란과 에필리아였다. 클라라와 샤미엘은 피지컬적으로 한참 딸렸고 카론은 그나마 바짝 뒤쫓긴 했으나 묘란과 에필리아를 추월할 정도는 아니었다.
"쿠헉!?"
트럭과 부딪힌 것 아닐까 싶은 충격에 순간 뒷골이 파르르 뒤흔들렸다.
하지만 향긋하게 풍겨오는 살내음과 가슴의 부드러운 감촉에 금세 잊어버렸다.
"엄청 보고싶었다 이 녀석들아!"
"앗, 으응!? 뭐야, 엄청 격렬한데?"
"무슨 일 있었나요 주인님?"
양팔 가득 그녀들을 끌어안고 가슴골에 얼굴을 마구 부비며 엉덩이를 움켜쥐자 그녀들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다 앙상하고 추레한 몰골의 사람들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오빠. 이 사람들은?"
"뭐야? 한길아. 조난당한 사람들을 구하기라도 한 거야?"
"아니, 그건 아냐. 이 사람들은...처음부터 여기에 있었어."
"응? 그게 무슨..."
나는 차분하게, 이성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며 떠듬떠듬 그들에 관해 설명했다.
"그런..."
"그럴 수가..."
"그런 얘긴 처음 들어보는데?...정부가 감추고 있던 건가?"
황망한 얼굴로 구출자들을 바라본 그녀들의 얼굴에 연민과 동정이 가득 담긴다.
카론과 에필리아는 그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넌 뭐하고 있는 거야."
어느새 우리를 향해 스마트 폰을 향하고 있는 송선재를 흘겨보자 그는 능글맞은 얼굴로 카메라 렌즈를 휘두르며 나와 구출자들을 번갈아 찍는다.
"한길 님. 이런 건 찍어둬야 합니다. 한길 님의 신적인 면모는 모든 신도들의 교육 자료로 쓸 수 있을뿐만 아니라...이러한 현실을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에휴...그래, 뭐 마음대로 해라. 도중에 섹스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알아서 편집하던지...아니다. 오히려 모두에게 보이는 편이 더 흥분되려나?"
"...알아서 자르겠습니다."
"크크크...아, 아저씨. 저 사람들 헬기 태워서 데려가. 옷도 갈아입히고 맛있는 것들도 먹이고...아, 먼저 몸상태부터 검사해야겠지."
"물론입니다."
송선재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자, 그 동안 가만히 눈치를 보던 생존자들이 돌연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흰 신과 함께할 것입니다!"
"...엉?"
"박한길 님과 떨어지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저희의 신이 이곳에 있는데 저희가 어딜 간단 말입니까! 부디 저희를 굽어살피소서!"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그 몸으로 어딜 따라온다고. 악신의 축복이 다 좋은데 이런 후유증이 있는 건 좀 그렇군.
"아아...역시 한길 님이로군요. 그 짧은 시간 동안 이토록 맹목적인 숭배를 받다니...그들이 받은 한길 님의 자비와 베품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부럽긴 개뿔이. 송선재. 잔말 하지 말고 저 사람들 데리고 가."
"아뇨. 저는 남아서 한길 님의 거룩한 모습을 찍어야만 합니다. 저들은 헬기를 조종하는 신도들이 잘 보살필 것입니다."
"...에휴, 마음대로 해라."
우리의 대화에 구출자들은 더욱 광분해서 날뛰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지 마옵소서!"
"제발! 제발! 당신의 곁이 아니면 안심할 수가 없어요!"
"부디 불쌍한 저희에게 평온을 주옵소서! 신이시여!"
"흑, 흐으윽...! 한길 님 곁이 아니라면 차라리 죽겠어요...!"
"그래! 차라리 죽어버리겠어요!"
"......"
나를 향한 의존이 정도를 넘어선 것 같다. 진정하려면 한참 걸릴 것 같은데...강제로 기절시켜? 아니지, 그랬다가 깨어나서 진짜 자살하면 말짱 도루묵이니...
"...알겠다 알겠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아아아!"
"아아! 신이시여! 신이시여!"
울고불며 신을 외치는 그들의 모습을 찍으며, 송선재는 흐뭇한 얼굴로 웃었다.
"역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는 법이로군요. 한길 님."
"...누가 내 자식이야."
"저희는 모두 한길 님에게 구원 받고 새로운 인생을 받은 당신의 자식들입니다. 아버지시여. 굽어살피소서."
"......"
무언가가 두 어깨를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느낌이다.
"끄응..."
다 내가 뿌린 씨앗이라 침음성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
할 수 없이 헬기로 옷을 비롯한 응급처치 키트와 음식을 전달받은 우리들은 그것들을 생존자들에게 나눠줬다.
"흐윽! 흐어어엉...! 제 생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봅니다...!"
"크허어어엉...!"
"우와아아! 이쁜 옷이다!"
"이거 뭐예요!? 엄청 맛있어요!"
십수 년 만에 제대로 된 옷과 음식을 먹은 어른들은 감격에 겨워 통곡했고 그러한 것들을 처음 접해본 아이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그것들을 만져보고 먹어봤다.
묘란은 그 광경을 보며 눈물을 찍어냈고 샤미엘은 하늘을 우러러 봤으며 클라라는 아예 오열하고 있었다.
"젠장...현실로 오면서 이런 광경은 안 볼 줄 알았는데..."
"정말이야. 망할...현실에서 저런 광경을 보니 더 씁쓸하네."
"흐어어엉~ 흑, 흐아앙~"
카론은 얼굴을 찡그리긴 했지만 울진 않았고 유일하게 에필리아만이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론 쪽이 감정이 닳아 없어진 사람의 반응 같다면, 에필리아는 아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반응이다.
"에필리아. 저 광경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아?"
"네...잘못된 건가요?"
시무룩해 보이는 그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아니, 전혀. 당연한거야. 따지자면 넌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아기나 다름없으니까...오히려 울고불고 난리쳤으면 연기하는 거 아닐까 의심했을 걸."
"......"
"천천히 배워. 배울 수 있을 거야. 넌 인간이잖아?"
"...헤헤헤."
배시시 웃는 에필리아의 모습이 귀여워 엉덩이를 톡톡 두들겨주었다.
"오빠!"
"한길아!"
"오빠아!"
묘란, 샤미엘, 클라라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졌다.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던 세 여자는, 뜨거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오빠. 당연히 이대로 그냥 갈 건 아니지?"
"당연히 두고보지 않겠지. 한길인데."
"흑, 흐어엉...절대...용서할 수 없어요...!"
그녀들의 반응에 나는 잔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당연하지. 모조리, 전부 쳐죽여버릴 거야."
빌어먹을, 잡것들. 뿌리까지 모조리 뽑아 잘근잘근 씹어먹어주마.
당장에라도 미쳐 날뛰려는 증오와 원한을 깊숙히 억누른 채,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