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화 〉188회
그로부터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던 6개월이었다. 신을 쳐부수고, 놈들의 신성을 흡수하고, 연합한 놈들의 약점을 공략하고 또 공략당하는 치열한 싸움 끝에 마지막 발악으로 합체하여 창조신에 근접하게 된 거대 신까지 죽여 흡수한 뒤에야 수만 명의 여신들을 이끌고 개선장군처럼 지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흐어어어엉~! 이 나쁜 놈아아아! 금방 올거라며!"
"나빴어요...정말 나빴다구요오...!"
"훌쩍...으으...훌쩍!"
"으흑...으흐윽...!"
"흐으으으윽...!"
다만, 나를 반기는 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환대가 아니라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서글픈 통곡이었지만 말이다.
송선재에게 수많은 여신들을 맡기고 세계 최대 규모의 창관을 만들라는 지시를 한 뒤 집에 돌아오니 한참 동안 멍하니 내 얼굴을 쳐다보던 아내들이 와락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지, 진정해. 이렇게 무사하잖아? 뭘 그렇게 울어? 응?"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나빠! 나쁘다고!"
"쓰레기! 악신! 아내 생각은 하나도 안 하는! 나쁜 놈!"
"흐어어어엉~!"
배가 남산만하게 부푼 여자들의 통렬한 비난과 통곡이 뒤섞여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누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겠고.
"지, 진정하라니까...! 너희들 너무 흥분했어! 아기한테 안 좋다고!"
"흐어어어엉~!"
"이 나쁜 놈아! 나쁜 놈!"
"얼마나...얼마나 기다렸는데에에!!"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 지는 알아!? 흑...!"
"흐윽...훌쩍...!"
글렀다. 아무래도 그녀들의 기세가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하아..."
달래길 체념한 나는 가만히 두 눈을 반개한 채 먼 산을 바라보며 때리고 흔드는 그녀들의 손짓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약 두 시간 뒤.
"훌쩍...흑..."
"크흥! 후우..."
"흑...흑..."
그녀들이 조금씩 울음을 멈추기 시작하자 정신을 차린 내가 그녀들의 뺨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이제 진정 됐어? 자, 그럼 일단 대화를..."
"흐으...흐...흐어어어엉~!"
"흐아아아아~!"
"......"
내 얼굴을 보더니 다시 울기 시작하는 그녀들을 황당하게 쳐다보던 나는 다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다시 두 시간 뒤.
"흑..."
"훌쩍..."
"...이제 진짜 진정 됐지?"
"흐...!"
"흑...!"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서럽기 짝이 없는 얼굴로 재차 울음을 장전하는 모습에 재빨리 손을 내밀었다.
"잠깐! 이제 그만 울어! 울면 그냥 가버린다?"
"이...나쁜 놈아아~! 흐어어엉!"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흐아아아앙~!"
결국 운다.
"아...미쳐 버리겠구만."
그리하여 또 두 시간.
나는 이제 완전히 체념한 상태로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그녀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훌쩍...오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
"맞아요...다친 곳은 없어요? 훌쩍..."
"크흥! 후우...아...너무 울어서 목이 쉬었어..."
"배 고프진 않나요? 피곤하실 텐데 먼저 주무실래요?"
"주인님...너무 그리웠어요...미쳐 버릴 만큼..."
퉁퉁 부은 얼굴로 포옹하려 한 그녀들은, 자신들의 부푼 배 때문에 제대로 끌어안지 못하자 다시 인상을 못 생기게 찌푸리며 울어버리려 한다.
"자, 잠깐! 이제 그만 울어! 내가 안아줄게!"
황급히 한 명씩 꽉 끌어안아주자 가까스로 진정한 그녀들은 입술을 삐죽이며 나를 안방으로 끌고가 침대에 눕히더니 그 주변에 둘러 앉거나 누웠다.
아, 하긴, 식탁이나 거실 탁자에 앉기에는 불편하겠군.
"음...일단, 라온. 대략적인 설명을...아니다."
몇 십만이나 되는 신과 싸웠다고 하면 또 울 것 같아서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하려면 몇 날 며칠이 걸려도 모자라니, 일단 너희들 얘기부터 듣자. 일단...몸은 괜찮아? 아기는 무사해? 무슨 일 없었고?"
"응...아기들은 순조롭게 자라고 있어. 곧 있으면 태어날 거야."
묘란이 언제 울었냐는 듯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던전이나 균열도 없으니 매우 평화로웠죠. 뭐, 범죄자들이 하나 둘 기어나오고 있긴 하지만...신도와 헌터 협회가 힘을 합치니 치안 유지에도 문제가 없고요."
"그거 다행이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잠시 아내들과 눈을 마주쳤다.
"......"
"......"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들과 만나면 할 말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막상 이렇게 마주하니 그런 사소한 것들보다도 반가움과 기쁨, 해소된 그리움의 아릿함으로 가슴이 진탕되는 것만 같다.
"...보고 싶었어."
"..흑...!"
"흐아...!"
"잠깐! 울지마!"
아니, 뭔 말을 못 하겠네! 뭐만 하면 울려고 하냐!
"자자, 인상 펴고 이리와. 뽀뽀나 한 번씩 해보자."
"뭐야...훌쩍."
"어허. 싫다는 거야?"
음흉하게 웃으며 눈을 흘기고 있던 묘란의 탱탱한 가슴을 주무르니 그녀를 비롯한 여자들이 조건 반사적으로 배시시 웃는다.
"우와, 한길이의 징그러운 웃음 엄청 오랜만에 본다."
"그러게요. 파괴력이 이렇게 강했었나요?"
"저 방금 고간이 짜르르 울렸어요..."
나만큼 변태인 여자들은 금세 눈망울을 뜨겁게 달구더니 달뜬 몸짓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피식 웃은 나는 빠르게 바지를 벗고 팽팽하게 발기한 자지를 드러냈다.
"후와아...!"
"아! 이 냄새...!"
"스읍, 하아...! 스으읍...! 하아앙...!"
흐리멍텅한 얼굴로 다가오는 그녀들의 얼굴을 향해 언제 봐도 우람한 자지를 과시하듯 흔들자 여러 쌍의 눈동자가 데굴데굴 구르며 자지를 따라다닌다.
"아하핫. 요 귀여운 녀석들."
"아, 더 못 참겠네!"
"나도!"
냉큼 고간에 얼굴을 파묻고 손과 입으로 어지럽게 자지를 애무하는 그녀들의 눈빛은 맹렬한 동시에 애절했다.
"하아...좋네."
가랑이와 불알은 물론이고 기둥 사이사이를 휩쓰는 욕망 가득한 혀놀림과 손길은 거친 만큼 강렬한 쾌감을 선사했다.
"귀두는 누가 맡을래?"
"저요!"
"제가 할게요!"
"내가!"
클라라, 에필리아, 샤미엘이 거의 동시에 대답하고는 서로를 찌릿, 노려본다.
"싸우지 말고 순서대로 해. 우리 묘란이랑 카론을 봐. 각각 한쪽 불알 맡아서 사이좋게 빨고 있잖아."
"우흥, 츄릅, 츄르릅!"
"하앙. 여보의 냄새. 정말 오랜만이에요..."
두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리를 쩍 벌리자 수직으로 꼿꼿하게 고개를 쳐든 자지가 살아있는 것처럼 불끈거리며 맥동한다.
"하아, 하아앙...!"
기둥의 중간을 움켜쥐고 훑어대며 귀두목을 탁탁 치던 샤미엘이 참지 못하고 냉큼 귀두끝을 물었다.
"앗!?"
"치사해요!"
싸우지 말랬더니 기어코 싸운다.
클라라와 에필리아가 샤미엘의 머리를 밀어내고는 경쟁적으로 귀두를 머금고 꿀럭꿀럭 흘러나오는 쿠퍼액을 열심히 핥아먹었다.
"크하아...!"
귀두가 닳을 정도로 유려한 혀놀림에 등골까지 짜릿한 쾌감이 올라온다.
"우웅, 우우웅...!"
"츄르릅, 츄르릅!"
"쪼오오옵!"
다섯 여자들의 입과 손은 내 고간을 빈틈없이 감싼 채 서로의 욕망을 채워나갔다.
"크흐...이제 싼다."
불끈! 불끈!
"푸하아앗..!"
"아앙, 아깝게...!"
"나도 좀..."
거의 1.5배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격렬하게 펌프질하기 시작한 자지가 대량의 정액을 뿜어내자 시끄럽게 떠들던 여자들은 각자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정액을 핥아먹기 바빴다.
"크흐...이 요망한 년들. 흐아, 기분 끝내주는구나..."
그녀들의 손길과 입술이 펌프질에 맞춰 자지를 쥐어짜내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하아, 하아...!"
"후우우..."
다섯 여자들이 배부르게 먹었을 즈음 사정을 멈추자 그녀들은 자신들의 배를 쓰다듬으며 만족스럽게 웃더니 슬쩍, 눈치를 본다.
"오빠. 자지 크기 줄여."
"응?"
"설마 이 크기로 박을 셈이었어?"
"아, 그건 아니지. 알겠어."
고개를 끄덕인 나는 즉시 자지를 작게 줄였다.
"어때?"
"꺄하핫! 귀여워~"
"한길이 오빠에게 작은 자지라니...엄청 신기한 광경이네요."
"그러게. 자지 크기만 바뀌었을 뿐인데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야."
그거 자지가 본체라는 말이지? 이것들이.
"모두 각오해라! 어흥!"
"꺄악~"
"아하하핫!"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들을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눕히자 그녀들은 환하게 웃으며 앙탈을 부렸다.
***
"으아아아앙~"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섯 아기의 울음 소리가 겹쳐서.
"!!"
분만실 앞에서 초조함에 다리를 달달 떨고 있던 나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섰다.
빠르게 다가온 간호사가 환하게 웃는다.
"아내분들 모두 무사히 출산하셨습니다! 남자 아이 셋에 여자 아이 셋이네요!"
"전부 무사합니까!?"
"네! 산부, 아기 모두 무사하셔요!"
"하아아...감사합니다."
긴장감이 사르르 녹아내려 하마터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다.
"지금...들어가도 되는 겁니까?"
"네. 아, 하지만 자녀분들은 여러 검사를 거친 뒤에 안아보실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분만실 안으로 들어가니 나란한 병원 침대에 누운 묘란, 클라라, 샤미엘, 에필리아, 카론, 라온이 땀에 절은 얼굴로 나를 보며 흐릿하게 웃고 있었다.
가슴이 벅차올라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모르겠다.
"아아...!"
자칫하면 기쁨의 함성을 내지를 것만 같아 꾹 억눌렀다.
"...수고했어."
그녀들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아주자 마주 꽉 잡아온 그녀들이 씨익, 웃는다.
"이제 둘째 가져야지?"
"맞아요 오빠. 첫째 가졌더니 둘째 욕심도 나네요."
하여간 못 말린다.
"몸조리부터 잘 해. 산후조리 해야지...둘째는 그 뒤에 만들자."
"헤헷...알겠어."
그녀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아하핫. 오빠 지금 얼굴 엄청 웃겨."
"진짜 너무 못 생겼다."
"구수해. 아, 된장 찌개 먹고 싶다."
"아기들은 우리 닮았으면 좋겠네."
"......"
내 감동 돌려내 이것들아.
***
"정말 괜찮겠어?"
내 걱정스러운 물음에도 여섯 여자들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오빠만 외롭게 둘 수는 없어."
"맞아요. 우리가 죽고 오빠가 슬퍼할 걸 생각하면...벌써부터 두려워요."
"게다가 신이 되는 거잖아? 흐흐...그걸 거부할 이유가 없지."
그녀들의 말에 나는 침음을 삼키며 깊게 고민했다.
아기들을 돌보며 상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고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나온 수명에 관한 문제.
나는 신이라 사실상 정해진 수명이 없다. 즉, 그녀들이 전부 늙어 죽어도 나는 억겁의 세월 동안 존재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 사실을 알리자 그녀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더니 자신들도 신이 되겠노라 선언했다.
"난 이미 이렇게 돼버려서 돌이킬 수 없지만...충동적으로 선택할 일이 아냐. 잘 생각해봐. 우리 아기들이 늙어 죽어도 너희들은 여전히 창창한 젊음을 유지하고 있을 거라고. 그걸 버틸 수 있겠어?"
"그럼 오빠는? 우리 자식에 더해 우리 죽음까지 지켜봐야 하는데? 버틸 수 있겠어?"
"......"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괜찮다니까 그러네. 오빠. 우리들이라면 분명 견뎌낼 수 있을 거야."
"맞아요.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지 마요."
"...젠장."
절로 탄식이 터져나왔다.
"조금 더 고민해봐. 시간은 많으니까."
"오빠. 우리는 이미 결심했어."
"맞아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그녀들의 말에도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더 고민하고 결정해."
이건 다른 선택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그녀들에게 시간을 주었다.
그런데 그녀들은 그 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졸라대는 게 아닌가.
"오빠! 어서 우리 신으로 만들어 달라니까?"
"이러는 동안에도 저희는 늙고 있다고요!"
"맞아 한길아! 늦으면 늦을 수록 너도 후회할 걸? 탱탱함이 사라질 테니까!"
이런 식으로.
"나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슬퍼. 우리가 죽고 난 다음에 오빠가 망가질 것 같아서..."
"흑...!"
"걱정되는 건 사실이야. 미쳐버릴 만큼."
혹은 이런 식으로.
"오빠앙~ 제발 부탁이야. 응? 평생의 소원!"
"다신 이런 부탁하지 않을게요오. 네?"
"한길이 너도 제법 버틴다? 하지만 우리의 애교를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또는 이런 식으로 말이다.
결국, 한 달 동안 그녀들에게 시달리다 항복을 선언하고 라온의 도움을 받아 그녀들에게 신성을 부여해주었다.
그리하여 지구에는 나 말고도 여섯의 여신이 추가되었다.
억겁의 세월 동안 함께할 것이라는 맹세와 함께 말이다. 이젠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질 수 없게 되었다.
"에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우리들은 앞으로 수많은 인연들과 마주치고 헤어지겠지. 그것을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분명 괜찮을 거야. 슬프긴 하겠지만...우리 모두가 함께라면 괜찮아."
"오빠가 버틸 수 없다면 제가 기둥이 되어줄게요. 그러니 제가 버틸 수 없을 때 기둥이 되어주시겠어요? 후훗...너무 낭만적인가?"
그녀들의 말만이, 내 걱정에 대한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어쩔 수 없나. 일단 살아보는 수밖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걱정은 의미가 없다. 그저 앞으로 전진하며 문제와 사건을 헤쳐나갈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