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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화 〉25화 (25/189)



〈 25화 〉25화

병원에서 하루 내내 오후에게 시달렸던 설희는  병원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돌연 종일 억눌렸던 서러움이 왈칵 북받쳐 눈시울이 붉어졌다.


“흑...”


같이 나오던 난희는 깜짝 놀랐다.

“엣?! 왜 그래요? 오후 그 자식이 또 무슨 짓을 했어요? 아까 저녁 먹을  좀 나아진 듯이 보이드만...”


설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다지 별로...”

“근데요?”

“저 오후 오빠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네?”

“이대로 계속 오빠한테 속박 받고 학대당하면서 살아야 되는 걸까요? 죽을 때까지... 흑...”


난희는 마음이 못내 안쓰러워졌다.


“설희 씨...”

“간호사님은 어떡해요?”

“네?”


“간호사님도 오빠가 계속 괴롭히고 있잖아요?”


“그게...”


난희는 덜컥 말문이 막혔다. 오후가 설희를 강간하는 걸 돕는 대가로 자기는 오후의 퇴원과 동시에 자유를 얻기로 약속을 받은 상태였으니까. 물론 그게 지켜질 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난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때 설희가 난희의 손을  손으로 덥석 붙잡았다.


“간호사님, 저  도와주세요. 아니 우리 서로 도와요. 네?”

설희의 눈동자가 정말 간절히 떨렸다. 난희는 그런 설희의 눈빛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네... 우리 같이 힘내요...”


설희는 대번에 얼굴이 환해졌다.

“간호사님... 정말 감사해요! 감사해요, 간호사 님!”

“설희 씨...”

오후는 둘이 그러는 모습을 자신의 뷰재킹 능력으로 다 엿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입에서 나온 말은...


“흥, 지랄하네.”


이 한마디였다. 설희와 난희의 심리 상태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 배설희
- 복종심: 93 (↓2)
- 분노: 8 (-)


오난희
- 복종심: 25 (↓1)
- 분노: 32 (↑2)


오후는 침대에 누워서 폰질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앞으로 설희와 난희를 어떻게 조교를 할까 궁리를 하게 되었다.

'흐음...'


잠시 후 오후는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몰래 병원을 나섰다. 그리고 백팩을 하나  뒤 어제 갔었던 성인용품점에 가서 백팩을 가득 채울 정도의 각종 용품들을 샀다. 금액이  200만원이 넘었다. 가게 주인은 입이 완전 귀에 걸려서 오후한테 이런저런 사은품들까지 얹어주었다. 오후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왠지 여기가 단골이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후후.’

그러다 문득 한 빌딩의 대형 전광판에 영화 ‘조커’의 광고가 뜨는 것을 발견했다. 오후 같은 찐따들에게 요즘 인기라는 배트맨의 상대 악역 ‘조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안 그래도 오후는 설희한테 불의(?)의 코박죽을 당하기 전 심야에 혼자라도 보러 가볼까 생각하던 중이었었다. 그리고 지금 자연스럽게 퇴원하면 설희랑 저거를 보러 가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결정했다.

“좋았어. 보자. 보는 김에 아예 제대로 데이트도 하고.”


그러고 보니 여자랑 데이트를 하는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그것도 웬만한 연예인은 뺨을 수십 대 후려치고도 남을 미모의 여자와. 오후는 자꾸만 낄낄 웃음이 나왔다.

“큭큭! 아하하!”

지나가는 사람들이 웬 미친놈인가 싶어 힐끔힐끔 쳐다봤다. 하지만 오후는 이제 그런  따윈 상관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에 주눅 들지 않았다. 마치 영화 ‘조커’의 포스터에 나온, ‘계단 위에서 자지러지고 웃고 있는 조커’처럼... 세상을 다 가진  같은  기분...

병실로 돌아온 오후는 뷰재킹 능력으로 난희와 설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체크해봤다.


난희는 벌써 씻고서 팬티와 헐렁한 티셔츠만 입은 채 침대에서 뒹굴며 폰질을 하고 있었다. 아깐 우는 설희를 위로하며 그렇게 난처해하는 얼굴이더니 지금은 그 때의 일은 다 잊은 듯 아주 홀가분해하는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하루 이틀만 더 참으면 오후에게서 해방이었으니까.


물론 오후를 100% 믿고 있진 않았다. 그렇지만 불행한 미래가 닥칠 가능성에 대해선 애써 외면하고 싶었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외면하고 있었고.

오후는 피식 비웃었다.

“흥. 그래, 실컷 좋아하고 있어라.”


그러곤 이어서 설희가 무엇을 하고 있나 엿봤다. 설희는 목욕을 하고 있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몸을 담그고 있었다. 딱히 씻으려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루 종일 오후한테 시달렸던 피로를 풀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마음의 피로가 풀리지 않으니 몸의 피로도 따라서 풀리지가 않았다. 한숨만 푹푹 나올 뿐이었다.


“하아...”


물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김처럼 걱정도 같이 홀가분하게 날아갔으면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설희는 몸에 물을 몇 번 끼얹는  마는  하고는 일어나 물기를 닦고 욕실에서 나왔다. 그러다 문득 방에 있는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알몸이 눈에 들어왔다. 촉촉히 젖은 머리, 적당히 봉긋하게 솟은 가슴, 그리고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엉덩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설희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계속 쳐다볼 수가 없었다. 자꾸만 오후가 자기의 몸을 더듬고 더럽히던 광경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결국 거울을 외면하고 돌아섰다.


서랍에서 갈아입을 속옷을 꺼냈다. 하지만 곧 멈칫하고 말았다. 앞으론 팬티와 브래지어를 허락 없이 잊지 말라는 오후의 말, 아니 명령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오후 앞에서는 물론 집에 있을 때도 입지 말라고 했었다. 그랬다간 정말로 무서운 벌을 내릴 거라고. 뺨을 맞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벌. 알몸으로 길바닥에 던져버리는 것 같은...


‘하지만 집인데... 집에서만 입고 있으면 모르잖아?’

결국 설희는 고민 끝에 팬티와 브래지어를 입었다. 집에 혼자 있을 때조차도 다리를 벌리고 앉지 않는 설희에겐 아무리 집이라도 노팬티 노브라로 있는다는  그 자체로 수치고 불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엿보고 있던 오후는 어이가 없었다.

“흥,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래서 설희가 잠옷까지 다 입기를 기다렸다가 전화를 걸었다. 벨소리를 들은 설희는 반사적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엣?!”


그리고 그 전화가 오후에게서 온 거란 것을 알게 됐을  더욱 놀라며 안절부절못했다.

“으으...”


하지만 늦게 받았다간 또 불호령이 떨어질 터,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여보세요...?”

오후는 어이없다는  말했다.

“이거 영상 통화야.”

“엣?!”

설희는 너무도 얼어버렸던 나머지 영상 통화인 줄도 모르고 습관적으로 폰을 귀에다 가져다  것이었다. 오후는 다짜고짜 말했다.

“벗어.”

설희는 흠칫 놀랐다.


“네?!”

“벗으라고! 당장!”

설희는 일단 허겁지겁 볼륨을 줄이며 이어폰을 휴대폰에 꽂았다. 오후의 목소리가 폰의 스피커를 통해 방에 쩌렁쩌렁하게 울렸기 때문이었다. 오후는 계속 쏘아붙였다.

“방에  거울 있지?”


“네...”


“거울 앞에 서서 폰으로 거울  비추면서  벗어.”


이어폰을 꽂은 채로 전신이 찍히게 영상통화를 하면서 옷을 벗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취한 조치였다. 하지만 설희는 벌벌 떨며 일어나질 못했다. 오후가  그러는지 알았으니까. 자기가 속옷을 입었나 안 입었나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걸.


“오빠...”


“왜?”


하지만 설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눈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리고 결국 이실직고를 했다.

“잘못했어요... 흑...”


하지만 오후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뭘?”

“그... 속옷을... 입었어요... 흑..”

“그래서?”


“네?”

“지금 이실직고를 했으니 용서해달라는 거야?”


“그건...”

“난 잘못은 용서해주지 않아. 잘못했으면 벌하고 잘했으면 칭찬을 해줄 뿐이지. 벗어.”

결국 설희는 머뭇머뭇 일어나 전신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잠옷 치마를 벗었다. 하늘색으로 깔맞춤 된 귀여운 팬티와 브라가 드러났다. 오후는  웃었다.


“니가  아주 우습게 알았구나?”

설희는 바로 거울 앞에 꿇어앉아 싹싹 빌었다.

“아니에요, 그런 거. 제발...”

“폰 거울에 똑바로 비춰!”

설희는 흠칫 놀라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오후의 폰에 잘 전달 되도록 폰을 똑바로 들었다. 폰을 든 손이 벌벌 떨렸다.

“흐으으...”

“자 이제 벌을 내릴 거야.”


그러자 설희는 다시 벌벌 떨며 싹싹 빌었다.


“제발 벗고 밖에 나가란 말은... 제발...”

오후는 뜬금없어 했다.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조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치미를 뗐다.

“안 돼. 당장 벗고 나가.”

설희는 벌써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됐다.

“오빠... 제발...”

오후는 잠시 생각하는 척을 했다.

“흐음...”


그리고 말했다.

“좋아, 그럼 이번  번만 그 벌은 면해줄게.”

설희는 대번에 눈이 휘둥그레져 연신 거울에 대고 머리를 조아렸다.

“감사해요! 감사해요, 오빠!”

“대신...”


“네?”




====== ≪현재 여자들 심리 상태≫ ======


- 배설희
- 복종심: 93
- 분노: 8


- 오난희
- 복종심: 25
분노: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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