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119화
7월의 첫째 날. 슬슬 진짜로 더워지면서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물론 집에선 에어컨을 틀고 있었지만 밖에서 내리쬐는 햇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오후는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제 슬슬 설희네 엄마를 먹어볼 때가 됐는데...’
아직 먹어보진 않았지만 분명 맛있을 것 같았다. 나이는 설희보다 최소 20살은 많아 보였지만 느낌 상 그맛은 지금의 설희의 10년 후 쯤의 맛이 아닐까?
아무튼 일단 먹어보고 맛이 있으면, 설희나 난희처럼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복종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세 여자를 거느리고 한 집에 살고 싶었다. 즉 하렘을 구축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실행은커녕 계획을 짜보려고 해도 설희나 난희 때와는 달리 선뜻 ‘이거다!’라는 확신이 드는 계획이 떠오르질 않았다. 둘과는 달리 설희 엄마, 즉 ‘박은애’는 유부녀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는 건 남편이 있다는 얘기고, 다시 말해 완벽히 자기 것으로 복종시키기 위해선 은애를 남편, 즉 설희의 아빠로부터 완벽하게 단절시킬 방책이 필요하단 얘기인데...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고...
물론 돈을 써서 살인을 청부해볼까 하는 생각도 아주 잠깐 해봤었다. 그러나 그건 왠지 꺼림칙했다. 무슨 영화에서 볼법한 특급 암살자가 아닌 이상 요즘처럼 CCTV와 블랙박스 등이 사방 천지에 널린 세상에서 완전 범죄를 저지르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또 솔직히 사람을 죽일 자신은커녕 살인을 청부할 자신도 오후한테는 없었다. 나름 치사한 방법으로 난희와 설희를 복종시킨 오후였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만큼은 정말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또 그런 방식으로 은애를 자기 여자로 만들어 봤자 성취감은 오히려 반감되고 맛도 떨어질 것 같았다.
‘흐음, 어떡한다... 일단 저지르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해 봐?’
그러다 불쑥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능력이 생각났다. 그건 바로 ‘가능/불가능’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이에 바로 체크를 해봤다.
‘박은애를 남편과, 아니 친척들하고까지 완전히 단절되게 하고 내 걸로 만들어서 설희랑 난희와 함께 하렘을 구축하는 게 가능할까?’
대답은... 그러니까 잠시 후 오후의 뇌리에 뜬 메시지는 ‘가능!’이었다. 오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응?!”
원했던 대답이긴 했지만 막상 확인을 받고 나니 흥분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준 건 아니니 처음에만 잠깐 흥분을 했을 뿐 곧 다시 고심에 빠졌다.
“흐음...”
그러다...
“뭐 일단 대비는 해 놓을까?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이 정리된 오후는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차를 끌고 설희의 집으로 갔다. 설희는 약속 시간에 맞춰 밖에 나와 있었다. 차를 세우자 설희는 차에 오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래, 얼른 타.”
“네.”
설희의 심리 상태는 지난 번 무인텔에서 두 번째 애널을 당하고 또 자기와 난희의 똥꼬를 연이어 쑤신 자지를 난희와 함께 쪽쪽 빤 이후로 오후가 제법 다정하게 대해준 덕분에 많이 개선되어 있었다.
- 복종심: 379 (↑32)
- 분노: 12 (↓24)
난희도 마찬가지였다.
- 복종심: 469 (↑19)
- 분노: 0 (↓2)
오후는 당분간 설희는 물론 난희의 심리 상태까지도 신경을 써서 잘 관리할 계획이었다. 왜냐하면 곧 있을 설희의 엄마를 복종시키는 과정에서 둘이 받게 될 엄청난 심리적 충격에 대비시키기 위해서였다. 특히 설희의 경우는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판단됐다. 당연한 소리지만.
설희는 차에 탈 때도 다리를 꼭 모은 채 두 손을 무릎 위에 다소곳이 올리고 있었다. 오후는 다정하게 웃으며 설희의 손위에 자신의 오른손을 얹고 차를 출발시켰다.
설희는 또 오후가 자기 허벅지를 더듬진않을까 살짝 긴장을 했다. 물론 막 두려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성적인 긴장감’이었다.
하지만 오후는 섣불리 설희의 허벅지를 더듬으려 하지 않았다. 그냥 손만 다정하고 감싸 쥐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시간이 지나면서 설희의 긴장감도 차차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후가 그런 설희의 표정을 보고 씽긋 웃자, 바로 수줍어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와 동시에 설희의 심리 상태가 또 다시 다소 개선되었다.
- 복종심: 382 (↑3)
- 분노: 10 (↓2)
차가 난희가 일하는 병원의 지하 주차장에서 세워지자마자 바로 난희에게서 톡이 왔다.
- 나 지금 퇴근해. 어디야?
오후는 바로 설희한테 답톡을 보내게 만들었다.
- 지금 병원 주차장이에요. 차는 지하 4층 엘리베이터 출입구 근처에 있어요.
- 알았어. 곧 갈게.
- 네, 얼른 오세요.
잠시 후 난희가 차에 올랐다.
“아, 피곤해... 더우니까 더 지치네.”
“병원에 에어컨 나오잖아?”
“그래도 더워. 정부에서 전기 절약이다 뭐다 해서 실내온도 규제하잖아. 겨우 찜통만 면하는 수준이지. 그리고 여름이란 거 자체가 지쳐. 아~, 빨리 휴가가 왔으면 좋겠다. 우리 휴가 어디로 갈 꺼야? 계획 세웠어?”
“안 그래도 오늘 세우려 그래. 계곡 가서 백숙 뜯으며 생각해 보자.”
“진짜? 와! 나 그런 거 되게 좋아해. 가자! 렛츠 고!”
평소 난희답지 않은 명랑함이었다. 진짜 좋아하나보네.
오후는 바로 시 외곽에 이는 계곡으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제법 경치가 좋은 계곡 옆에 자리 잡은 식당에 차를 세웠다.
“다 왔어. 내려.”
“네.”
“어!”
엊그제 비가 내려서인지 계곡에 물이 아주 많았다. 물소리가 거의 콸콸콸 들려서 조금 과장하면 물 옆의 자리에선 서로의 말소리마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셋은 여름 기분을 내기 위해 물 바로 옆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주문을 했다.
“토종누룽지백숙으로 주세요. 한 마리면 셋이 충분하죠?”
“네.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 콜라랑 사이다도 하나 씩 주시고요.”
“네.”
잠시 후 직원이 밑반찬과 얼음이 동동 뜬 냉수, 그리고 병 표면에 성에가 빼곡이 낀 콜라와 사이다를 가지고 왔다. 오후는 직접 사이다와 콜라의 병뚜껑을 병따개로 땄다.
똑! 똑! 싸아...
탄산거품이 부글부글 병입구까지 올라오는 소리가 물소리와 어우러져 아주 시원하게 느껴졌다. 셋은 유리컵에 콜라와 사이다를 따르고 건배를 했다.
“건배!”
“건배~!”
“건배~.”
꿀꺽꿀꺽...
“크으, 시원하다! 역시 이런 데선 사이다를 마셔줘야 돼.”
난희는 바로 바캉스 계획에 대해 물었다.
“어디로 갈 생각이야? 바다? 해외?”
오후는 사실상 생애 첫 바캉스였기 때문에 그 동안 영상으로만 보며 꿈에 그렸던 해외 유명 휴양지로 가보고 싶었다.
“해외가 낫겠지?”
난희는 손뼉까지 치며 좋아했다.
“어디? 어디로 갈 건데? 발리? 보라카이?”
오후는 그곳들에 대해 잘 알진 못했지만 왠지 보라카이라는 지명이 끌렸다.
“보라카이 어때? 거기 멀지 않지?”
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비행기 타면 금방이에요.”
“가봤어?”
“네, 가족, 친척들이랑 몇 번...”
“잘됐네. 그럼 니가 계획 좀 짜 봐라. 예약 같은 것도 하고.”
“그렇게 할게요.”
그때 난희가 아주 얄미운 표정으로 설희를 겨냥하며 말했다.
“그런데 국내도 아닌 해외를 며칠이나 갈 수 있겠어? 부모님께서 허락하실까?”
내심 설희는 떼 놓고 자기만 오후와 단둘이 바캉스를 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설희는 당황하긴커녕 오히려 아주 당돌한 표정으로 지지 않고 말했다.
“친구들이랑 간다고 하면 허락해주실 거예요. 그렇게 고리타분하신 분들은 아니니까.”
설희 말대로 오후가 보기에도 설희의 부모는 고지식하고 착할 지언정 고리타분한 사람들은 아닌 걸로 보였었다. 설희의 당돌하고 태연한 태도에 난희는 오히려 제가 먼저 당황해 말을 얼버무렸다.
“뭐 그럼 다행이고...”
오후는 그런 난희를 보고 피식 웃었다.
‘녀석,’
오후와 눈이 마주친 난희는 괜히 무안해져서 계곡을 보며 애꿎은 콜라만 꿀꺽꿀꺽 마셨다.
“...”
오후는 웃으며 설희한테 말했다.
“그럼 예약할 땐 한 사람 더 추가해서 해 놔. 비행기나 방 같은 것도 전부 다.”
설희와 난희는 얼떨떨했다.
“왜...”
“왜? 누구 또 갈 사람 있어?”
오후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고. 혹시 몰라서.”
난희는 불쑥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그 사람이라는 게 필시 여자일 거란 촉이 왔기 때문이었다. 아니 누가 봐도 그 사람은 여자일 게 틀림없었다.
“누군데? 설마 그새 또 다른 여자 생겼어? 말해 봐!”
설희 또한 대놓고 캐묻지는 못했지만 많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
하지만 오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을 비켜갔다.
“니가 알아서 뭐하게?”
난희는 울컥했다.
“뭐어?! 야! 너 나랑, 아니 우리랑 사귀는 거잖아! 그런데 또 어떻게...”
그러나 오후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꾸했다.
“설희는 되고, 딴 여자는 안 돼?”
난희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당연하지! 설희 허락해준 것도 어딘데 또 다른 여잘 끌어들이겠다고? 여기가 무슨 이슬람이야?”
하지만 어이가 없긴 오후도 마찬가지였다.
“야, 입을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해라. 니가 설희를 허락해준 거냐? 설희가 널 허락해준 거지. 설희가 나랑 먼저 잤는데?”
“뭐?”
난희는 덜컥 말문이 막혀 버렸다. 하지만 분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설희를 보며 눈빛으로 SOS를 쳤다. 하지만 설희에겐 난희 같은 그런 전투력이 없었다. 그냥 서운해하며 속으로 삭이면 삭였지 오후한테 그렇게 대놓고 따질 순 없었다. 이럴 땐 차라리 혼자 울고 마는 게 속이 편한 그런 아이였으니까...
난희는 설희의 그런 흐리멍텅한 태도에 더욱 조바심이 났다.
“왜? 너도 뭐라 말 좀 해 봐! 안 억울해? 안 분하냐고!”
“그, 그게...”
오후는 좀 아이러니했다. 막상 그 새로운 여자가 박은애라는 걸 알면 난희보다 설희가 더 펄쩍 튈 텐데... 훗.
오후는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는 난희한테 결정타를 날렸다.
“그래서? 넌 안 갈 거야?”
난희는 멈칫했다.
“어?”
“원하면 빼줄게. 설희랑 그 여자하고만 가면 되니까.”
난희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으으...”
그러나 안 간다는 말은 끝내 나오지가 않았다. 결국 애꿎은 콧방귀만 흥 뀌며 고개를 홱 돌렸다.
“흥!”
그렇게 난희의 반항은 소심하게 끝이 났다. 하지만 난희를 비롯한 둘의 심리 상태는 조금 악화가 돼 있었다.
- 오난희
- 복종심: 440 (↓29)
- 분노: 17 (↑17)
- 배설희
- 복종심: 361 (↑21)
- 분노: 1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