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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화 〉050화 호르마키 시, 이틀째 (04) (50/99)



〈 50화 〉050화 호르마키 시, 이틀째 (04)

어째서인지 실패만 잔뜩 했다. 심지어는 바지를 사는 일마저도.


옷가게 사장 년이 가져온 바지들은, 치마보다도  나을 게 없는 옷들이었다. 너무 짧거나, 너무 짝 달라붙거나, 너무 화려하거나. 그러니까, 너무 여성스러운 바지들 뿐이었다.


좀 더 통이 넓은, 한마디로 말해 아저씨 핏이 나는 옷은 없냐고 물었더니 하는 대답이란 게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 가게에는 손님의 체형에 맞는 바지는 이런 정도가 전부라……. 원하신다면 한 벌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만, 어떠신지요?”

……이랬다.


그래서 맞춤옷은 얼마나 걸리겠냐고물어 봤더니 이틀은 걸린단다.


별  있나. 그냥 있는 거 입어야지. 그래서 내가 택한 바지는 결국은 그나마 제일 수수한 것일  밖에 없었다. 왼쪽 허벅지에 장미 무늬가 새겨진, 몸매가 다 드러나는……. 당연하지만 여성용 바지였다.

젠장. 이걸 당연하다고 말하는 내가 싫다.


그래도 겨우 치마를 벗어났다는  대한 만족감은 있었다. 이게 진짜 얼마만에 입는 바지냐. 장장…….. 1주일 만이구나. 아니,  됐나?


아무튼 간에, 치마에서 탈출한 덕에 가뿐해진 발걸음으로 여관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찻집에서 차나 한  하고 가자고 요구하는 세크톤 놈을 떼어놓고 오니 더 가뿐했다. 그리고 그 가뿐한 마음은 돌아오자마자 깨질 수 밖에 없었다.




“어디 갔다 온 거야?”

이졸드는 내가 돌아오자 마자 불같이 화내며 따져물었다.

“응?  사러 갔다 왔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손에 든 옷봉투를 이졸드에게 내밀었다. 어젯밤에 찢어 먹은 속옷도 제대로 채워 넣었으니, 별 문제는 없겠지.

하고 간단하게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이졸드는  말에 더 화난  같았다. 녀석은 턱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또 세크톤 그 새끼랑 같이 갔던 거야?”


“응. 옷 사러 간다니까 사주겠다면서 따라오더라고. 근데 어떻게 알았어?”

“아저씨 목.”


 목?


“아저씨가 자기 돈으로 그런 물건을 살 리가 없잖아.”

아, 세크톤이 사 준 목걸이. 나는 목덜미에 걸린 목걸이를 매만졌다. 부드러운 재질로 된, 장미 장식과 레이스 장식이 들어간……. 개줄이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목걸이를 풀었다.  얼굴에 싫은 표정이 떠올랐다.

그게 이졸드에게는 대답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보인 모양이다. 이졸드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코웃음을치고 말했다.

“하. 진짜였어? 아저씨 게이야?”

“뭐? 그게 무슨……..”


“세크톤 그 새끼랑 같이 다니면 막 보지가 벌렁벌렁 하냐? 대주고 싶어?”

“아니,이게 갑자기  이래?”


갑작스럽게 시비를 걸어오는 녀석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이런 폭언이라니. 마음 같아서는  대 후려패 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내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때린다고 녀석이 곱게 맞아 줄 녀석도 아니고. 나는 침착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게이가  나오는데?”


“그럼 아니야? 남자 따라 나가서 목걸이에 옷에 속옷에……. 그런 것들 선물받고서. 아저씨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아, 귀찮아. 받으면 받은 거고 돈 굳었으니 된 거지 뭘  선물이 무슨 의민지 그런 데 신경을 써야 돼?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돈 아낀 거지, 거기 무슨 의미가 있냐?”


하지만 내 해명은 이졸드에겐 부족한 것 같았다.


“……. 좋아. 아무 의미 없다고?”

“아무 의미 없다니깐.”

“그럼 나도 아저씨한테 속옷 선물할래.”

이건 또 무슨……..


“상관 없지? 그냥 속옷 선물하는 거니까.”


“아니, 야. 너…….”

너한테 속옷 받는 건 상관 없는데, 이상한 변태같은 속옷이나 주려고 그러는  아냐. 나는 그런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아니, 하려다가 끊겼다. 이졸드의 행동은 재빨랐다.


“그럼 가자. 아저씨.”

이졸드는 그렇게 말하고 내게 팔짱을 꼈다. 이졸드의 볼륨감 넘치는 가슴이 내 팔에 닿았다. 순간적으로 흥분됐지만……. 바지 너머로 녀석의 단단하게 발기한 자지의 느낌이 전해지자 마자 순식간에 그 흥분은 사그라들었다.


“야, 너 그거…….. 좀 수그리면 안 돼?”

나는 녀석에게서 엉덩이를 엉거주춤하게 빼며 말했다. 이졸드는 내가 몸을 빼려고 하자 더 가까이 달라붙어서 말했다.


“조용히 해. 아저씨 지금 나한테 혼나는 거야.”

아니, 내가 뭘 했다고 혼나야 돼? 억울한 감정을 한껏 얼굴에 드러냈지만 녀석은 신경쓰지 않았다. 다짜고짜로 내 팔을 잡아끌며 나를 방 밖으로 끌고가려고 했다. 거 참.

“야, 너 지금 발기해 버리면 주변에 다 보일 텐데 그건 괜찮고?”

내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녀석은 멈췄다. 휴. 이제 뭔가 대화가 좀 통하려나?하고 생각하고 녀석의 팔짱낀 팔을 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졸드가 나보다 빨랐다. 그녀는 내게서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켈리!”


“네, 주인님.”


켈레이드는 짧은 주문을 외웠고, 나는 그게 이졸드의 고간에 건 인식 방해 주문이란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 이러면 됐지? 가자.”

그러면서 녀석은 이렇게 덧붙였다.

“아저씨가 신경만 안 쓰면 이 마법 안 풀릴 거야.”


그게 가능할 리가 있나!

그러니까, 흥분해서라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다. 내 바로 옆에 자지를 바싹 가져다 대고선 비비고 있는데, 그걸 신경을 쓰지 말라니.


농담이지? 하는 표정으로 이졸드를 올려다 보니, 그녀는 진담이야, 하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젠장. 이 녀석 대체  이래? 도저히제정신 박힌 사람의 사고방식이 아니다. 내가 난감하다는 건 전혀 아랑곳 않고, 이졸드는 내 팔을 잡아끌었다. 나는 이졸드에게 여관 밖으로 끌려나가면서 켈레이드 녀석의 한숨 섞인 외침을 들었다.


“도서관 예약에 늦지 않게 주의하세요.”




그러고 보니 도서관이 호르마키 시에 온 목적이었지. 나는 잔뜩 흥분해 있는 이졸드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저기, 팔짱은 풀고 가는 게 어떨까?”

 말에 이졸드는 고개를 숙이고 내 귓가에 속삭였다.


“그럼 내 자지 다 들키라고?”

이졸드는 내게 바싹 붙은 채, 나를 따라오는 척 하면서 나를 앞세워 움직이고 있었다. 하아. 한숨 쉬는 것도 버릇 되겠네, 진짜.


돌겠다. 여관을 나서고 거의 직후, 아마 열 걸음도 못 갔을 때였다. 이졸드는 내게 가슴과 자지를 들이대고 그걸 자꾸  몸에 문질러 대고 있었고, 나는 최대한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졸드의 발기한 자지의 감촉은 도저히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졸드의 자지가 내 엉덩이에 닿았을 때, 내 신경은 온통 거기로 쏠렸다. 정확히는, 내 엉덩이에 닿은 자지에 쏠렸다.


지나친 관심이 집중되는 것과 동시에, 쨍그랑 하고 주문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졸드는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이 내게 더 찰싹 달라붙었고.

“마법 풀렸잖아. 변태.”

“그게  탓이야?”


“신경 안 썼으면 안 깨졌을 텐데.”

이졸드가 이죽이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녀석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어떡할 거야? 다시 주문 걸러 돌아갈래?”

이졸드는  말에  팔에 낀 팔짱을 더 단단하게 조이며 말했다.

“아저씨한테 주는 벌이라고 그랬지?”


“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게 무슨 벌…….

“앗!”

인식 방해 마법이 깨지니 이졸드의 자지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니, 이졸드가 더 가까이 달라붙었기 때문이겠지. 내 몸으로 자기 발기한 자지를 숨기려고.

이졸드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이대로, 아저씨 아까 갔던 옷가게로.”


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불어넣어져서 순간적으로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젠장. 야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들었다. 나는 브라 안에서 유두가 서는 걸 느꼈다. ……아래에도 찌르르한 신호가 왔다. 젖지는 않은 것 같으니 다행인가.

나는 이졸드의 발기한 자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애쓰며, 그리고 욕정 수치가  늘어나지 않도록 애쓰며 천천히 이졸드를 ‘제비꽃’ 옷집으로 이끌어 나갔다. 이졸드는 그걸 도저히 도와주질 않았다.

“아저씨, 저거 어때?”

“아저씨, 이 반지 예쁘다.”


“아저씨, 이 머리띠 한 번  봐. 잘 어울릴 것 같아.”


노점에 늘어선 장신구들을 때마다 이졸드는 한 마디씩 했다. 기필코 세크톤보다 많은 걸 해줘 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말들이었지만, 나는 이졸드의 가슴과 자지의 위 아래 동시공격을 견뎌내는 데에도 벅찼다.

“세크톤 그 새끼가   것보다 훨씬 좋지 않아?”


이졸드가 이런 말을 했을 때는, 내 인내심이거의 한계에 달해 있을 때였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졸드에게 되물었다.

“너야말로 왜 그렇게 말끝마다 세크톤, 세크톤 해 대는 거야?  혹시 질투하냐?”

내가 그렇게 말하니 이졸드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설마……?


“미쳤냐? 내가 그딴 아저씨를 왜 질투해?”


“너 나보고도 아저씨라고 부르잖아.”


“그건 그거고!”

이졸드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로 보나 내가 훨씬 더 예쁘고 세고 돈도 많고 능력도 좋은데, 내가 그딴 새끼를 왜 질투해?”

아이고야. 진짜 질투하나 보네. 녀석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는 걸 보니 확실하다. 나는 손사래를 치고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알긴 뭘 알아? 내가 진짜  새끼 질투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야.”

“아니긴 무슨. 따라와.”

이졸드는 그렇게 말하고 내 손목을 잡아끌고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엥?  하는 거야? 나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그대로이졸드에게 끌려갔다.

아니,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게 아니었다. 갑자기 왔던 길이 아닌 쪽으로 꺾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려는 순간, 녀석은 나를 어두운 골목길 구석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좋은 예감은 최근 1주일간 너무 잘 들어맞고 있다.


##주인님이 노예를 발정시키기 시작합니다!
##상태이상 <발정(2)>을 획득!

“이,  개년아……!”

나는 낮게 소리질렀다.  뱃속이 자꾸만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가슴을 감싸쥐고 이졸드의 앞에 거의 주저앉았다. 몸 속이 너무 뜨거웠다. 겨우 고개를 들어 보면, 이졸드는 나를 내려다보며 비틀린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언제든지 이렇게 따먹을 수 있는데, 내가  새끼를 왜 질투해?”


……그래. 대단하다, 썅년아. 그런 말을 해 주고 싶었지만,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전혀 다른것이었다.

“아흐으응……..”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느껴졌다. 나는 입을 가렸다. 젠장. 이졸드는 그런 내 모습이 뭐가 우스운지 실실 웃어대고만 있었다.

“이거…… 당장 풀어…….”


“풀어? 뭘?”


녀석은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발정 상태이상?”

나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버릴 것 같았다. 내 몸을 만지고 싶었다. 가슴이 저려오고, 보지가 욱씬거렸다. 아니, 반대인가? 아무튼, 얼른 편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붙어 있는 정신줄이 여기는 길거리라고 내 주의를 환기시켰다.

“장난해? 여기서 발정을 풀자고?”

이졸드는 그렇게 말하고 깔깔대며 웃었다. 녀석은 웃으면서 내 손목을 붙잡고 나를 끌고 걸었다. 나는 휘청이면서 녀석을 따라가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녀석에게 안기고 말았다. 녀석이 내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그렇게 당장 풀고 싶으면, 지금 풀어 볼래?”

나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여기서 고개를 끄덕여야 될지.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실낱같은 이성이 끊어지기 직전에 이졸드는 내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말했다.

“농담이야.”

이 정도까지 왔는데 모르면 말이 안 된다. 틀림없었다. 녀석은   꼴로 만들어 놓고, 이대로 날 끌고 거리를 돌아다닐 셈인  분명했다. 내가 발정을 참으려고 애쓰는  보며 즐기겠지. 치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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