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게으른 사랑의 노래. 3 (56/106)



〈 56화 〉게으른 사랑의 노래. 3

잤다.
기절했었던  수도 있다. 언제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정신이 들자마자 곁에 유지안을 찾았다. 곤히 잠들어 있는 유지안을 발견하고 무척 다행스러웠다.

오래 잠들어있던 건 아니었다. 이제 막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유지안을 만져보고 싶었지만 깨울  같았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에 지안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일어났다.

욕실에서 나왔더니 지안이 깨어 있었다.

“일어났어?”
“일어나려고 했어.”
“응?”
“일어나려고 했지만 일어나지 못했어.  좀 부축해줘”

다리에 힘이 없다는 유지안을 부축해줬다. 어기적거리며 일어난 유지안이 간신히 욕실로 향했다.

“이제 됐어. 걸어 볼게”
“욕실이 미끄러울  있으니까.......”
“괜찮아. 할 수 있어.”
“조심해”

살짝 고개를 끄덕인 지안이 욕실에 들어갔다. 이미 닫힌 욕실 문을 향해 질문했다.

“뭐 좀 먹을래? 배고프지 않아?”
“응. 아무거나.”

피자를 주문하고 환기를  시켰다. 엄청나게 차가운 바람 때문에 후회했다. 옷부터 입고 창문을 열었어야 했다.
충분히 환기도 시키고 다시 방안의 온도가 적절해졌는데 유지안이 욕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야! 유지안! 욕실에서 자냐?”
“기다려! 금방 나가!”

남자라면 샤워가 아니라 목욕을 해도 괜찮을 시간이 지나고 유지안이 나왔다. 욕실에 들어갈 때처럼 어기적거리지는 않았어도 걷는 게 불편한  같았다.
몸에 걸친 게 없어서 더 그래 보였다.

내가 옷을 입고 있는  보고는 유지안도 옷을 입기 시작했다.

“환기 시켰나봐?”
“응. 추워?”
“아니. 좋아.”

꼬물거리며 옷을 입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추리닝을 다 입은 유지안이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옷 입는 것도 힘들다.”
“어. 미안.”
“아니. 뭐. 나도 재미있었는데”

재미있다고 말하는 유지안의 표현이 재미있다. 마치 힘들지만 재미있는 운동을 끝낸 사람처럼 말했다.

“그럼 우리 또 할까?”
“아. 제발. 좀. 배고프지 않아?”
“참. 피자 시켰어.”
“딩동!”

적절한 타이밍에 피자가 왔다.
유지안이 거의 움직일 수 없어서 바닥에서 먹기로 했다. 보일러 덕분에 바닥이 더 따뜻해서 좋단다.

“냠냠. 연예인이 되는 것 때문에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거야?”
“우리가........차지훈 너랑 내가 무슨 사이가 되었던 건 아니잖아.”
“그냥 이사 가버릴 수도 있었잖아.  마지막으로 찾아왔어?”
“음........아쉬웠거든. 나도 너랑 하고 싶다는 생각을 엄청 많이 했었는데.......이대로 떠나면 뭔가 되게 아쉬울 것 같더라.”
“이렇게 하고 떠나면 덜 아쉬울  같아?”
“.......야. 좀 먹자. 먹을 때 이런 얘기하면 체할 것 같지 않아?”

다시 먹기나 하려는데 유지안이 먹던 피자를 내려놨다. 한숨을  내쉬더니 나를 보기에 일부러 맛있게 먹는 척 했다.

“먹어.”
“별로 배가 고픈  같진 않네.”
“........최희영은 누구랑 사귀는 거야?”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던 남자애라더라.”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게 다야?”

이번엔 내가 먹던 걸 내려놓았다. 무슨 말을 해도 좋을  없었다. 물어볼만한 것도 없고 적당히 꺼낼 말도 없다.

유지안은 창밖을 바라봤고  콜라를 마셨다. 절반도 먹지 못한 피자를 치웠다. 유지안이 욕실로 향하기에 물었다.

“칫솔 줘?”
“아까 이미 네 것으로 닦았어.”

침대에 드러누웠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데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다 내가 유지안 같은 애랑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엄청난 행운 같은데 또 마지막이라니까 아쉽다.
뭐가 잘못된 거고 좋은 건지 구분하기 힘들다.
전부 잘못된 것 같기도 하고 전부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욕실에서 유지안이 나왔다.

“넌 이 안 닦아?”
“응? 있다가.”
“이 닦고 키스했으면 좋겠는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유지안이 내가 누워있던 자리에 누웠다.

이를 닦고 욕실에서 나왔더니 유지안이 침대에 모로 누워 있었다. 창 쪽으로 누워있는 유지안의 곁에 가서 누웠는데 유지안이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 유지안을 뒤에서 안았다.

“차지훈.”
“응”
“너.  좋아했잖아.”
“........응”
“왜 고백 안했어?”

그럴 기회도 없었다. 야외에서 나체로 있던 모습을 봤던 여자애에게 무슨 고백을  수 있을까. 가까워지기도 전에 바로 윗집으로 이사 와서는 노출을 시작하는 여자애에게 어떻게 고백을 할 수 있을까.

“차지훈.”
“어.”
“나도 너 좋아했다?”
“.......어.”
“그래서 좀 후회가 되네?”
“뭐가.”
“조금 서둘렀으면 좋았겠다.”

우리에게 서두를 시간이 있었던가?
작년 가을부터 난 꽤나 바빴다. 불과  달 사이에  명의 여자가 거쳐 갔더라?
분명히 엄청난 축복일 텐데 이제 와서 후회가 된다. 내가 아는 어떤 녀석들이라도 나를 부러워 할 텐데 이제 와서 아쉽다.
내가 좋아했던 건 유지안이었다.

“유지안.”
“응.”
“지금은 늦었어?”
“모르겠어. 모르겠는데........만약에 말이야. 그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내가 너랑 사귄다고 치자. 그러면 네가 날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 난 너를 어떻게 감당해? 계속 생각날 것 같단 말이야. 네가 이수진이랑 사귀고 최희영이랑 잤다는  내가 알잖아. 그걸 우리가 어떻게 감당해?”
“.......그래서 마지막인 거야?”

대답 없는 유지안의 추리닝 상의에 손을 넣었다. 브라를 위로 올리고 가슴을 만졌더니 유지안이 브라를 풀고 다시 누웠다. 이번엔 나를 향해 눕는다.
편하게 유지안의 가슴을 만지니까. 유지안은 내 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다. 이미 단단해지기 시작한  것을 만지작거리며 내 입술에 살짝 키스했다.

“차지훈. 네 탓이야. 너는 너무. 너무 말이야.”
“여자가 많았지.”
“짜증나게 그랬어. 참 웃겨. 너를 내 마음대로 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어쩐지 그럴 수 있을 거 같아서 서두르지 않았는데”
“게을렀지.”
“게으른 건 너였고.”

마주보고 누워서 나는 유지안의 가슴을 만지고 유지안은 내 것을 쥐며 잘도 대화를 했다. 아까 피자를 먹으며 말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유지안의 작은 손이 내 것을 쓰다듬어준다. 기둥을 살며시 쥐었다 놓길 반복하더니 아래에 구슬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차지훈 넌 시간이 있었잖아. 봄에 내가 그러는 걸 보고도 날 계속 무시하지 않을 수 있었잖아.”
“내가 널 무시한  아니라. 네가 날 무시했겠지.”
“아니야. 그런 모습을 들키고도 도망가지 않았잖아. 내가 휴학을 하거나 학교를 그만두지도 않았잖아. 그건 네게 기회를 준 거란 말이야.”
“그래서 내가 게으른 탓이라고? 그래서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그런  보여준 여자애가 너한테 먼저 다가갈 수는 없잖아?”

이제는 슬슬 유지안의 가슴보다 아래가 만지고 싶어졌다. 천천히 손을 내리려는데 유지안이 이불을 치우고 일어났다.
내 다리 사이에 앉은 유지안이 내 바지와 팬티를  번에 내리고 내 것을 쥐며 말했다.

“이 것 때문인가 많이 고민해봤는데 아니더라.  네가 여기 사는  알았거든.”
“.......”
“뭐. 마음대로 생각해도 괜찮아. 거짓말이라고 생각해도 돼. 네가 조금만 더 부지런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야.”
“입으로 해줘.”

쌀쌀맞은 미소를 지은 유지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다는 표정으로 바뀌자마자 내 것을 입에 물었다.

한참을 정성껏 빨아주던 유지안이 일어났다. 바지와 팬티를 벗고는 내 위에 자세를 잡았다.  것을 쥐고 자신의 틈 사이에 맞추더니 눈살을 찌푸린다.

“으음.”

유지안의 작은 신음과 함께  것이 유지안의 틈 사이로 스며든다. 빡빡하게 조이며 내 것을 덮어오는 유지안의 안쪽을 느꼈다.
 것을 완전히 넣은 유지안이 눈을 지그시 뜨며 말했다.

“요즘은 누구랑 하고있어? 옆집 언니?”
“......응”
“그런 것 같더라. 나도 다른 남자 만났어.”
“내가 처음이라며?”
“맞아. 오늘이 남자랑 하는 건 정말 처음이야. 이러는 내가 정말 처음이라는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야.”

말투는 마치 지혜누나처럼 능숙해 보였지만  것을 넣고 움직이는 동작은 정말 어색하긴 했다. 일부러 어색한 티를 내는  아니라 약간은 불편해 보일 정도로 어설펐다.
유지안이 내 위에서 허릴 천천히 움직이며 계속 말했다.

“내가 정태랑 헤어질 때마다 나한테 찾아오던 선배 알아?”
“그런 놈이 한둘이었나?”
“뭐. 아무튼 그런 선배가 있는데. 지난달에 오랜만에 연락이 왔어. 평소라면 만나주지 않았을 텐데 너랑 옆방언니가 같이 있는 걸 봤던 날이거든.”
“재밌었어?”
“아니. 하나도 재미없더라. 너랑 했던 걸  선배랑  수는 없잖아. 무슨 얘긴지 알겠어? 너 때문에 난 남자들이랑 평범한 진도를 낼 수가 없더라고. 하으~”

천천히 움직이던 유지안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뒤로 누웠다. 유지안의 틈 사이에서 반쯤 빠져나온 내 것을 뽑아냈다.

“유지안. 엎드려 봐.”

더 대화하긴 힘들었다. 유지안이 엎드려 헐떡였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윽. 하으윽. 하윽.”
“철썩. 철썩. 철썩.”


우리는 다시 침대에 널브러졌다.
내 품에 다시 안긴 유지안이 숨을 고르고 말했다.

“하아. 하아. 하아........ 숫자는 앞에서부터 세는  맞잖아. 하나 둘 셋 넷........이렇게. 그런데 우린 아홉 열 열하나 열둘....... 이랬어.”
“부지런했네.”
“게으른 거야. 처음부터 세는  맞는데 그걸 건너  거잖아. 그러니까 게으른 거야.”
“그럼 다시 처음부터 세면?”
“그럴 수 없잖아. 하나가 뭔지도 잊어 버렸으니까.”

그런  같다. 처음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잠시 우리는 서로를 안아준 채로 침묵했다.

내 가슴을 만지작거리던 유지안이 일어나 앉았다.
어느새 오후가 된 모양이다. 다시 길어지기 시작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누군가의 휴대폰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우리는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았다. 가끔 키스를 하고 서로의 몸을 만지작거렸다.

다시 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 올 사람 있어?”
“대답이 없으면 가겠지.”

아니었다. 문을 쿵쿵 두드리기에 일어나야 했다. 지혜누나일 것 같았고 지혜누나가 맞았다. 아까 울리던 휴대폰은  휴대폰이었던 모양이다.

지혜누나가  앞에 서서 말했다.

“아. 누가 있네?”
“네.”
“그렇구나. 그래서 전화도 받지 않고 그랬구나. 짜증나네.”

문이 세게 닫혔다.

침대 위에 유지안은 내가 일어나기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체로 다리를 벌린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옆방언니?”
“응”
“화를 내는 것 같던데? 사귀고 있던 거야?”
“아니.”
“하긴. 나도 너랑 사귀는 것도 아니었는데 짜증났었으니까.”
“지금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괜찮아.”

다시 내 것을 유지안의 안에 넣으며 생각했다. 계속 마지막에 머무를 수는 없는 걸까? 그러면 되는 게 아닐까?

그럴  없었다.

“아악! 하악! 하으윽! 하아앙! 꺄아아악!”

유지안이 비명 같은 신음을 질렀다. 아까는 이렇게 신음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일부러 그런다. 지혜누나가 옆방에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혜누나가 들으라는 듯 크게 신음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머무를 수는 없다. 쾌감에는 항상 끝이 있다.

분출과 동시에 유지안의 몸 위에 쓰러졌다. 지안이 그런 내 머릴 헤집어주며 중얼거렸다.

“차지훈. 네가 말이야. 나는 네가 지금 이런 순간들을 평생 아쉬워했으면 좋겠어. 아니 평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내가 잊을 때까지라도 나를 그리워하고 괴로워하고 보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
“그럴 거 같아.”
“아니. 넌 그러지 않을 거야.”
“아니. 그럴 거야.”

둘 중에 누군가 울거나 하면 꽤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슬픈 기분이 들긴 해도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랬다. 유지안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아니 유지안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꽤나 해맑은 미소다.
너무 게을러서 슬픔 따윈 건너뛰고 오래전 일들을 즐겁게 회상하는 미소였다.

“또 할 수 있어?”
“괜찮아?”
“아니. 아파”
“그런데 왜?”
“아파 죽을  같지는 않거든.”

그런 것들이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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