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3화 〉043. (43/138)



〈 43화 〉043.


열람되었다는 알림을 처음 본 후.
같은 알림을 보게 된 건 두 달 쯤 후였다.

이후 한 달이 조금 안 되어 또 열람이 되더니, 갈수록 짧아져서 최근에는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보기도 했다.

‘무슨 공공재도 아니고.’

마치 지금도 중국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그의 개인정보와 비슷한 상황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적어도 매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긴 하니까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좋아.’

처음 받았던 건 계란 크기 정도의 황금이었다.
항상 그런  받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때로는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불분명한 돌멩이를 받기도 했고,  어떨 땐 그에게 더 없이 필요한 것을 받기도 했다.

“오....”

이번에도 그런 경우였다.
임시 보관함을 열어본 최강혁은 그곳에 들어있는, 은은한 하늘색으로 발광하는 일종의 상품권을 조심조심 집어들었다.

[고급 인벤토리 교환권 1장]


‘이깟 인적사항, 얼마든지 들여다보라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속으로 그렇게 이야기한 그는 들고 있던 것을 곧장 사용했다.

-고급 인벤토리 1칸을 획득하였습니다.

고급 인벤토리.
그것은 가로세로높이 1미터짜리의 정육면체 정도 공간으로, 일반 인벤토리로는 1천칸에 해당했다.

지금은 그의 인벤토리 취급 단계도 많이 올라가서, 실제 일반으로 1천칸을 그렇게 고급 한 칸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은 했다.

하지만 신중해야 하는 건, 그렇게 바꾸면 반대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었다.

‘특수칸 업그레이드에도 필요하니까.’

어차피 같은 공간인데 바꿀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면, 고급 1칸의 경우 일반 1천칸보다 유지에 들어가는 마나량이 훨씬 적다고 답할  있다.

‘거의 일반 10칸 정도 되나? 그것보다 조금 안 되는  같기도 하고.’

동급의 공간이지만, 유지비용이 100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다. 되돌릴  없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것만 빼면 무조건 바꿔야 할 정도다.

‘그래도 벌써 14칸이나 되었네.’

하지만 일반 인벤토리를 고급으로 바꾼 건 두 번 정도 뿐이었다.
인적사항 열람 대가로 그것의 교환권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굳이 일반칸을 그쪽에 쓰기보다는 특수칸 업그레이드에 몰아주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쪽에 엄청 부었지.’

[특수 인벤토리 내역]
-1- 6.87t (9 / 10) / 10t
-2- 4.31t (3 / 10) / 10t
-3- 0kg (0 / 7)/ 5t
-4- 0kg (0 / 5)/ 2t
-5- 639.1kg (1 / 2) / 2t


특수 인벤토리의 경우 5칸이 최대라는 건 일찌감치 알아냈다.

이후에는 각 칸을 업그레이드하는 수 밖에 없었는데, 2톤 이후에는 비용으로 요구하는 칸이 오르지 않고 동일한 건 다행이었다.
하여  이후부터는 1번 칸부터 차례차례 최대치까지 올리는 중이었다.

또한 때때로 ‘고급 인벤토리 교환권’ 과 비슷한 ‘특수 인벤토리 무게 증가권’ 같은 것도 열람의 대가로 들어올 때가 있었다.

그것들까지 섞어서 사용하니, 벌써 1번과 2번을 최대로 올리고 이제 3번을 업그레이드하는 중이었다.

‘전부 최대치까지 올리면 단계가 상승한다고 했었지.’

슬롯을 더 만들 수 있게 되거나, 아니면 업그레이드 가능한 최대 무게가 확장되지 않을까 싶었다.

‘10톤도 애매할 때가 있으니.’

숲 깊은 곳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한 개체의 무게가 수백 킬로그램을 넘어서 거의 1톤에 육박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그런 녀석들을 쉽게 사냥할  있는 건 아니지만, 종종 다람쥐나 새 같은 작은 친구들이 좋은 정보를 줄 때가 있었다.

나이가 들어 쇠약해진 몬스터, 혹은 수명이 다 하여 자연사한 몬스터가 어디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요샌 자연사 케이스가   나오던데.’

사라 레드우드에게  몬스터의 핵도 그런 녀석들 중 하나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그가 직접 사용했다면 마나 최대치를 100이상 올려주었을 테지만, 한동안 마나가 부족할 일은 없을 것 같아 쟁여두었었다.
그 때였다.

-귀하의 인적사항이 열람되었습니다.

“뭐야. 하루에  번?”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나, 혹시 인기가 있는 건가?”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체 어디서들 그렇게 들여다보는 걸까.

“음. 이번엔 이거구나.”

열람의 대가로 들어온  ‘마나량 증가의 비약’ 이었다. 병의 크기를 보아 하급이었고, 지난 번과 같은 효과라면 아마도 최대치를 10에서 20정도 늘려줄 것이다.

“이것도 일단 키핑.”

비슷한 비약이 인벤토리에 몇 개 더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몬스터의 핵을 취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고.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겠네.’


[체내 마나]
2,781 / 3,218

아마 최대량 3천을 달성하고부터 추가적인 섭취나 흡수를 행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발전해, 벌써 2백이 더 올라가있는 것이다.

‘전투 계열이면 아쉬울 수도 있겠구나.’

한 번 사용할 때마다 마나를 소모하는 식의 스킬이라면, 3천이 넘는 양으로도 금방 바닥을 보이지 않을까.

‘나도 전투 방식이 달라지면 그렇게 될 수도 있고.’

돌격소총에 부착된 특수장치.
마나를 충전해 활용하는 방식이기에, 대놓고 쓰다보면 비슷하게  것이다.

‘마침 탄약도 보충했으니까.’

사라 레드우드와 그녀의 일행을 숲 바깥까지 배웅했을 때였다. 그곳에서 위장막과 풀더미로 덮어둔 무장차량과 수송차량들을 보았다.

혹시 탄약이 남으면 조금 사고 싶다고 했더니, 아마   거라고 그녀가 답했었다.

‘가난하다고 여기는 건가 했었지.’

알고 보니, 테러 집단에 가담하게 되면 계좌를 막고 자금을 압류해가는 모양이었다.
단말기에 빼놓은 것까지 가져가진 못한다지만, 그가 수중에 지닌 코인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거저 줄 줄은 몰랐어.’

탄약은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라던가.
알고 보니, 본국에서 넘겨받지 않고 이쪽 현지에서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레드 캠프라고 했지.’

그런 것들을 취급하는 캠프가 있다고 했다.
무기에서 탄약까지, 관련 기업들이 들어와 이쪽 지역에서 자체 생산을 한다고.

‘나중에 기회되면 방문해볼까.’

당장은 하루 하루 살기 바쁘다.
이제는 첫날에 비해 무척이나 여유가 생긴  같기도 하지만, 사실 지금의 평화는 그가 있는 곳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외곽이라 그런 것이었다.

‘자생하는 식물들도, 서식하는 짐승들도... 하다 못해 공기 속에 들어있는 마나까지도 모두 저 안쪽이 훨씬 좋아.’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숲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크고 강력한 녀석들이 서식하는  말이다.

‘음?’

어차피 저녁부터는 소용 없으니 태양광 충전기를 수습하려던 그는 오늘따라 자주 뜨는 시스템 알림창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이건 또 뭐야.’

메시지라니.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종류의 알림이었다.
챙기던 것을 마저 끝낸 그는 조심스럽게 알림 창을 건드렸다.

그곳엔 ‘메시지 보관함’ 이라는 것이 새로 생겼다는 내용과 함께, 도착한 메시지가 1개 있다고 적혀있었다.

‘역시, 지금 생긴 거구나.’

그러니까 몰랐지.
최강혁은 메시지 보관함을 찾아 열어보았다.

“......?”

마치 메일함을 보는 듯한 인터페이스는 익숙한 구조여서 위화감이 없었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한 메시지는, 그 제목부터가 뭐지 싶었다.

[있습니다. 여러 비약. 할인 판매 중]

“딱 봐도 스팸인데 이거.”

괴상한 특수문자 같은 건 섞여있지 않았지만, 제목부터 약을 팔고 있으니  볼 것도 없는 수준이었다.

‘설마, 열어본다고 랜섬웨어에 걸리거나 하진 않겠지?’

그렇다고 안 보기도 애매해서 열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약장수였다.

“아. 조금 전 그 비약을  곳이구나.”

그의 인적사항을 열람한 곳.
하급 비약을 대가로 준 곳이 알고보니 그런 제품들을 취급하는 곳인 모양이었다.

‘신기하네.’

통신도 연결이 안 되는 지역인데.
이걸 보낸 곳은 어디일까.

아무튼 그들이 보낸 하급 비약은 일종의 호객 상품이고, 그것보다 효과가 좋은 비약들을 사라고 광고를 보낸 것이었다.

‘중급 비약이 일반 인벤토리 2백칸이네. 이걸 화폐처럼 쓰는  맞나보구나.’

중급도, 상급도 살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좋은 무기 같은 걸 판다고 하면 혹했을 것 같은데.”

해당 메시지를 지울까 하다가, 혹시 나중에라도 필요한 일이 생길지 모르니 그냥 두기로 하고 창을 닫았다.

‘잠깐... 그러면, 지금까지 내 인적사항을 열람한 곳들은 나한테 용건이 없어서 메시지를  보낸 건가?’

인기남인 줄 알았더니 반대였나보다. 약장수 말고는 말을 걸 이유도 없던 거겠지.

“쓸쓸하구만.”

마침 저녁노을이 지고 있었다.
멀리 지평선 너머로 기울어지고 있는 이쪽 지역의 태양과, 주황색에 녹색이 섞인 느낌의 노을을 바라보던 그는 조심조심 나무 안으로 돌아갔다.

***


찍! 찍찍!

“멋지지? 턱걸이는 이렇게 스릴 있게 해야 하는 거야.”

지상에서 30미터 높이의 굵은 나뭇가지.
그곳에 철봉을 만들어 박아넣은 건 사실 운동 목적이 아니라 로프를 감으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편한 경로가 생긴 후에는 그곳에 묶었던 것을 풀고, 시간이 날 때마다 턱걸이를 하고는 했다.

“왜 그런 눈으로 보냐.”

 뻘짓을 다한다는 듯한 눈으로 찍찍거리던 다람쥐는 곧 쪼르르 달려가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딱히 그에게 용건이 있거나 해서 온 게 아님을 알고 있었다. 평소에도 그렇게 주변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어서 아는 정보도 많았다.

“으어... 온다. 자극이 온다.”

풀업에 집중하던 최강혁은 몇 번만 더 하면 팔에 힘이 빠져서 추락할 것 같을 때가 되어서야 그만두었다.

실제로 추락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착지가 잘 되었는지, 오른쪽 대퇴골에 금이간 것 빼고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쾅! 쿠콰쾅!

그 때, 멀리서 시작된 거센 폭음.
최강혁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또 시작이네.”

그렇게들 포기를 못하고 또 몰려온 건가.
하긴, 이렇게 좋은 목재들을 구할 만한 곳이 많지는 않겠지만.

‘욕심이 너무 커.’

문제는 저들의 목표가 적당한 수준의 벌목이 아니라, 이 숲을 점령하는 것이라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단순히 나무를 원하는 게 아니라 숲 자체를 차지하려는 것 같기도 했다.

‘제대로 알지 못해서 부릴 수 있는 객기지.’

숲의 외곽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
적당히 쾅쾅 시끄럽게 하면 달아날 만한 녀석들이 대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만 갖고 이곳을 평가하면 피를 보게 된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음? 나름 방식을 바꿨나보네.”

외곽부터 야금야금 들어가보겠다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안쪽 깊은 곳을 처음부터 타격해서 그곳에 있는 놈들을 이끌어내자는 작전인 듯 보였다.

진형을 갖춘 상태로 유인해서 섬멸하겠다는 생각이야 당연히 옳은 것 같지만....

쾅! 콰앙-!
와지지지직!

또 몇 방의 박격포탄이 숲에서 조금 깊은 곳의 나무와 땅에 내리꽂히고 있었다.
서둘러 지금 있는 나무의 꼭대기로 올라간 최강혁은 그곳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구경했다.

“오. 넘어간다.”

그렇게 포격이 계속되자, 워낙 커서 벌목조차 힘들던 거목들이 하나  쓰러지고 있었다.

“아... 화났나본데.”

그리고, 최강혁은 지금 얻어맞고 있는 영역의 주인이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직감했다.
 주변의 나무들이 요동치고 있었고, 겁을 먹은 울음소리들이 사방으로 번져갔다.

포탄이 맞지 않았음에도 쓰러지는 나무가 보이기도 했다.  사이로, 얼핏 무언가의 실루엣이 스쳐 지나갔다.

“왕이 직접 나섰구나. 저건 못 막지.”

동쪽의 왕.
한동안 기분이 좋았는데, 요즘 들어 조금 민감해졌다고 알고 있었다. 거기에 포탄을 퍼부었으니.

“.......”

포격이 끊겼다.
아마 상공에 떠있는 몇 기의 드론이 무언가를 포착한 모양이다.

“음. 저쪽 지휘관은 어느 쪽일까.”

‘좆됐다’ 일까?
아니면 ‘좋아! 걸려들었어!’ 일까.

잠시 이어진 고요함 직후.
마치 파도처럼 이어진 총성과 포성의 향연에, 최강혁은 아마도 후자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크게 실수했어.”

동쪽의 왕은 홀로 군림하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움직이는 건 아니다. 그를 추종하는 자들이 있는데, 그 하나 하나가 무시무시했다.

그들이 움직였으니, 일부나마 퇴각이라도 하면 다행일 것이다.
벌써부터 총성과 포성이 한 풀 꺾이고 있었다. 이곳에선 현장이 보이지 않지만, 왠지 안 봐도 어떤 상황일지 상상이 되었다.

“뭐 주워올 거 있나 가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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