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060. (60/138)



〈 60화 〉060.

‘같은 소총이 있긴 했구나. 잘 됐다.’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던 수많은 소총들 중에서, 그가 갖고 있던 돌격소총과 동종의 총을 몇 자루 발견하기도 했다.

‘부품을 바꿔쓰기보다, 이 특수장치를 옮겨다는  나을  같은데.’

보조장치는 열이 받거나 하지 않는 것 같으니, 그런 식으로 총을 바꿔가며 사용하면 될 듯 했다.

‘저격소총은... 역시 같은 재질은 없구나. 일단 일반 소총 금속으로 총열이라도 만드는  밖에 없겠어.’

하지만 당장 행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저격소총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좋지는 않을 것 같았다.

‘돌격소총에 여분이 생겼으니, 그쪽 위주로 쓰는 것도 좋지.’

차라리 돌격소총을 개조해서 사거리를 늘려보는 방법은 어떨까. 일반 소총 정도만 되어도 범용성이 더 좋아질 것 같은데.

‘저격소총보다 탄이 작으니 그만큼 파괴력도 줄어들겠지만... 그건 보조 효과로 조금은 보완할 수 있지 않나.’

그러자면 그만큼 거리가 가까워야 하니, 이래저래 제약은 있었다.

‘차라리 보호구를 빡세게 만들어 입고, 대검을 들고 날뛰는 게 속편할 지도 모르겠어.’

각성자들 중에는 일부러 총을  쓰는 이들이 있다던데, 아마도 이런 고민을 하다가 결정한 방식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애초에 비전투계열이니... 근거리 공격 스킬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마나를 실어서 45킬로그램 대검을 휘두른다면, 그것 자체가 스킬에 준하는  아닐까.

‘어렵구나.’

쉬려고 했는데,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그러는 중에도 아래쪽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간헐적으로 자잘한 진동이나 폭음 같은 게 들려오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볼까 했던 그는 고개를 흔들며 일어나 앉았다.

철컥, 철컥.

‘군용 보급품은 아닌  같고, 개인 소지품인가.’

인벤토리에 있던 권총들을 종류별로 꺼내어 만져보았다.
스캔 데이터를 토대로 분해와 조립을 해보기도 하고, 어떤 것이 손에 더 잘 맞는지도 따져보았다.

‘아무래도 좀 작네. 내 손이 커져서 그런가.’

기본적으로 구경이 작은 권총들이기도 했다.
아마 보조 무기 정도의 역할로 소지하고 있던 게 아닐까 싶었다.

‘발목에 숨겨도 될 법한 느낌인데.’

그래도 권총들의 스캔 데이터가 있으니, 그것을 토대로  큰 권총을 만들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일반 소총탄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 크기면 좋겠지만... 하루 이틀에 될 일은 아니겠구나.’

아무리 설계도가 있다고 해도, 똑같은 제품이 아니라 개량하거나 크기를 키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자잘한 차이가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건 드럼탄창 제작 때 겪어본 일이기도 하고.

‘음. 조금 조용해진 것 같은데.’

숨구멍 쪽에 귀를 기울이던 그는 왼쪽 옆구리에 홀스터를 장착, 그곳에 권총 한 자루를 꽂아넣었다.

‘전투에 방해 안 되려나. 허리 쪽으로 바꿀까.’

그곳에서 권총을 뽑아드는 동작을 몇 번이고 연습해보았지만, 아직은 손에 익지 않았다.

‘소총을 두고 이걸 뽑을 일이 있을까 모르겠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이건 무음모드도 없으니, 차라리 활을 꺼내 쥐는  나을 수도 있는데.

‘그러고보니, 소형 활을 만들어보겠다던 것도 계속 미루고 있었네.’

강철 와이어의 장력을 활용하는, 마나가 아니면 장전이 불가능한 수준의 소형 크로스보우.
대략적인 설계는 완성했지만, 아직 시제품 제작은 하지 않고 있었다.

‘총이 너무 좋아서 그래.’

탄약이 넉넉해지지 않았다면 아마 그쪽으로 더 집중했을 텐데, 살짝 아쉬워질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보충되고 있으니.

‘이건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다시금 자리에 누운 그는 양을 세어보는 대신, 인벤토리 안에 있는  탄창들에 총알을 채워넣는 것으로 잠을 청했다.

***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인벤토리 창이 여전히 열려있었다.
창을 안 닫고 그렇게 두면 마나 소모량이 더 커지는데, 워낙 기본 회복력이 좋아져서 티도 안 났다.

‘날이 밝았구나.  자버렸네.’

종종 그런 생각을  때가 있다.
 자고 일어났더니 엉뚱한 곳에 묶여있거나, 자는 동안 죽어버려서 이미 저승에 가있는 상상 말이다.

‘적어도 오늘은 아니군.’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린 그는 어젯 밤에  효과를 보았던 안약을 다시 넣었다.

‘좋긴 한데, 남용하진 말아야지.’

잠자리를 수습하고 조심스럽게 밖에 나와보니, 절벽 위쪽은 어제나 지금이나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아래쪽은 달랐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몇몇 건물들이 무너져있었다. 천막이 갈기갈기 찢기거나 내려앉은 모습도 보였다.

‘그정도로 시끄럽진 않았던 것 같은데.’

혹시 생각보다 훨씬 제대로 곯아떨어졌던 걸까. 살짝 반성하며 소총을 고쳐쥔 그는 그곳에 무엇이 있었든 지금은  존재감이 사라졌음을 느꼈다.

‘죽은 자도 있고.’

멀리 무너진 절벽 한쪽에, 하반신은 어디로 가고 상체만 남아있는 이가 보였다.

‘저기 있구나.’

 사람이 잃어버린 하반신은 상반신이 있는 곳에서 거의 30미터 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잘리고 나서 기어간 건 아니야. 바닥에 핏자국이 없잖아.’

허리의 단면이 지저분한 것을 보니, 베어진 것이 아니라 찢기거나 뜯어낸 느낌이었다.
설마하니 허리를 갈라버리고 나서 반쪽을 집어 던지기라도  걸까.

‘사람 허리를 반으로 찢어버릴 정도면, 그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데 말이지.’

자신이 아무리 숙면을 취했다고 해도, 그런 괴수가 나타난 상황에서까지 잠을 자고 있었을  같지는 않았다.

‘각성자들끼리 붙었다 치면, 공격계열 스킬일 수도 있겠구나.’

아무튼, 저곳에서 누군가가 싸웠다.
죽은 이가 하나 보이고, 그를 죽인 이는 아마도 떠난 것 같았다.

‘왜, 가 문제군.’

어째서, 다들 도망간 기지에서 싸움을 벌였을까. 와일더 클랜 사람들일까?

‘토벌대를 운운하던 것 같았는데.’

어젯밤 침투 과정에서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습격이라고 해서 토벌대인 줄 알았다고 말이다.

‘와일더 클랜을 사냥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었지.’

사라 레드우드가 말해주었다.
다소 과장된 소문이라고 했지만, 와일더 클랜과 비슷한 무력 단체가 활동 중인 것 같다고.

‘그녀도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면, 정보가 그만큼 없다는 건데....’

그래도 과장이라고 했지 허위라고 하지는 않았던 걸 보면, 와일더 클랜과 대척점에 있는 단체가 있긴 한 듯 했다.

‘여기서 아무리 궁리해봐야 답이 나오는 건 아니지.’

그는 아래로 내려갔다.
이미 무너져버린 건물이나 내려앉은 천막은 아마도 전투 과정에서 그렇게  듯 보였다.

‘눈도  감고 갔군.’

죽은 남자의 이마에는 미국식 죄수 문신이 있었다. 팔뚝이 아니라 이마에 새겼다는 건 그만큼 흉악범이라는 뜻일까.

‘도망노비 문신 같네.’

죽은 자는 딱히 갖고 있는  없었다. 누군가가 이미 소지품을 뒤진 건지, 바닥의 핏자국 한쪽에 발자국 몇 개가 찍혀있는 게 보였다.

‘팔이 하나 없구나.’

외팔이 아니라, 멀쩡하던 팔이 잘린  같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시선을 돌리니, 멀리 보이는 창고 입구 앞에 잘린 팔 하나가 놓여있는 게 보였다.

‘창고를 열려고 했나보네.’

성공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열었다고 해도 실망했을 것 같았다.

‘유감입니다.’

본의 아니게 허탕을 치게 했네요.
속으로 중얼거리던 그는 가까운 건물부터 수색을 시작했다.

어지간하면 그냥 가려고 했는데, 눈에 보이는 걸 무시하기도 좀 그랬다.

‘역시, 제대로 못 챙기고 떠났어.’

개인 숙소로 보이던 곳엔 그곳을 사용하던 이들의 물품들이 대부분 남아있었다.

그다지 쓸모 있는 것들은 별로 없었지만, 자잘한 단말기나 타블렛에서부터 무전기, 구형 라디오, 디지털 액자 따위가 그의 인벤토리로 차곡차곡 들어갔다.

“오.”

개인 캐비넷에 들어있던 의류들을 챙기던 그는 그 구석에서 누군가가 숨겨둔 종이상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곳엔 각종 반지나 목걸이, 귀걸이 따위가 종류 구분 없이 섞여있었다.

‘죽은 이들에게서 벗긴 거겠지.’

약탈 전리품일까.
찜찜하지만, 챙기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속옷 빼고는 다 챙기자.’

입던 옷이라고 해도 어딘가엔 쓸모가 있다. 정 뭣하면 실 단위로 분해해서 써먹어도 되니까.

“아....”

그러던 최강혁은 문득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시간낭비했네.”

애초에 구석 구석 뒤지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는 그냥 이쪽 저쪽을 훑으며 보이는 모든 것들을 쓸어담았다.

‘나중에 시간 나면 버릴 것만 처분하면 되잖아.’

골라서 갖는 게 아니라, 일단 챙기고 나중에 고르면 된다. 고급 인벤토리에도 여유가 있고, 특수칸도 아직 30톤은 더 담을  있다.

그렇게 이리 저리 뛰어다니다보니, 정말로  여유롭던 인벤토리마저 위태위태해졌다.

‘이건  너무했나.’

공용화장실의 세면대와 수도꼭지, 수세식 변기까지 챙기던 그가 잠깐 머뭇거리며 생각했다.

‘아니야.  챙겨. 넘치면 인벤토리로 바꾸면 돼.’

루팅이  되는  문제지, 되면 문제될  없다. 쓸모 없는 잡동사니와 무게만 나가는 것들을 처분하며 돌아다니니 자잘하게 인벤토리가 늘어나기도 했다.

“건물은 포기를  하는구나.”

루팅이 안 되는 건물들이 있었다.
가장 안쪽의 창고가 그랬고, 그 외에도 본부 건물과 몇몇 큰 건물들이 안 되었다.

그래도 천막이나 가건물 형식의 건물들은 루팅이 가능하다고 했다. 통째로 담거나 분해할 필요 없이, 건물은 건물대로 처분했다.

‘몇 칸 안 주네.’

어느새 입구 근처까지  그는 그곳에 있던 바리케이트와 철조망까지 깔끔하게 치워버린 후 그곳을 나왔다.

어쩌면 죄수를 죽인 이가 돌아올 지도 모른다고 긴장했는데, 확실히 떠나버린 건지 만나지 못했다.

‘그린캠프 사람들이 오면 이곳을 접수할 수도 있을까.’

그냥 버려두기엔 아까운 곳이긴 했다.
다른 캠프에서 일종의 사냥 기지 정도로 꾸려도 나쁠  같지 않은데, 그렇게 보면 입구의 바리케이트는 그냥 두었어야 했나 살짝 미안해졌다.

우우웅....

‘이쪽이군.’

품속의 조각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 그는 다시금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이틀을 더 움직였다.

“이거 좋은데?”

연습 겸 해서 대검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근접 전투에선 오히려 소총보다 나았다.

‘딱히 조준할 필요도 없고, 그냥 막 휘두르면 되니까 편해.’

특수장치의 마나 잔량을 확인하느라 신경쓸 일도 없다.
어지간한  한 방에 썰리고, 한 번에 안 되는 것들도 도끼로 장작을 패듯 여러번 후려치면 결국 반쪽이 났다.

들고 있는 것부터 휘두르는 것까지 모두 마나를 소모한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전투가 엄청나게 길어지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듯 했다.

‘날이 조금 빠진 것 같아.’

아무래도 몬스터들의 뼈와 살, 혹은 단단한 껍질을 가르고 깨부수다보니, 날이 온전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나면 손질하기로 하고 인벤토리에 넣은 그는 앞에 자리한 동굴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이제 안 오는 건가.’

그곳으로 향하던 그를 어떻게들 알고 멀리서부터 달려와 반겨주는 놈들이 많았다.

동굴 앞까지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그 역시 적지 않은 부상을 입었지만, 몇 차례 전략적 후퇴를 하며 회복과 공격을 반복했었다.

‘고작 쇠붙이 하나 찾겠다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만약 고대 유적지를 처음 발견한 날 일이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았다면, 아예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그래도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지.’

천천히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무척 어두운 곳이었지만, 오히려 밖에 있을 때보다 잘 보이는 것 같았다. 블랙 퓨마 킹의 핵이 준 공능이었다.

‘싱거운데.’

동굴 밖에서 엄청나게 싸운 터라, 동굴 안쪽엔 얼마나 대단한 놈들이 남아있을까 조금 우려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와보니 무척 썰렁했다.
자연동굴은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거의 공동 정도의 넓은 공간으로 이어졌고, 그곳엔 몬스터들이 없었다.

‘밖으로 나와서 막으려고 했던 건가.’

생각해보면 그게 그를 막으려고 그런 건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어쩌면 단순히 사냥을 하려고 했을 수도 있고.

‘근데 내가 너무 강한 거지.’

하나  썰리기 시작하고, 동족들을 돕기 위해 더 튀어나오고... 그렇게 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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